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주요무대는 동네골목과 산, 냇가였다.

아주 시골은 아니었지만 ‘안양’의 수리산 밑에 있는

병목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즐거운 미소가 퍼진다.

 

 

 

 

봄이 되면 50원주고 문방구에서 접었다 폈다하는 작은 칼을 사서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 친구들과 산에 올라 쑥을 캤다.

쭈그리고 앉아서 쑥을 캐는 것 자체는 힘겨웠지만

어른들과 등을 나란히 하고 저녁상에 오를 반찬거리 마련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해졌던 것 같다.

 

 

여름에는 계곡에서 수영도하고 냇가 중간에 있는 큰 바위에 앉아

발을 담그며 노래도 부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을에는 우수수 떨어지는 울긋불긋 낙엽도 주워 모으고,

밤 따러 간다고 동네 오빠들과 큰 장대를 들고

이리저리 산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산에서 주워온 온갖 식물들을 모아 빻고, 잘라 소꿉놀이도 하고,

또래 친구들끼리 요리경연대회도 하였다.

 

 

겨울이면 사슴목장 입구에 비치된 사료포대를 가지고 얼음썰매를 타고,

전쟁놀이를 한답시고 눈을 뭉쳐 무기로 만들어 놓고,

냇가근처 웅덩이를 요새로 만들어 전쟁놀이도 하였다.

그 때 나는 어엿한 공주였다.

대부분 남자였고 여자는 몇 명 없었기에 전쟁놀이를 할 때면 여자는 무조건 공주였다^^

 

 

비록 유치원에는 다니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만큼 재미있고 의미있게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사는 마을사람들에게서, 혹은 마을의 골목에서,

마을의 자연 안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쑥을 캐고, 부추와 무를 뽑으면서 자연의 신비로움과 감사함을 배웠고,

계곡에 떠내려 오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자연을 아껴야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의 소중함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쟁놀이, 요리대회, 소꿉놀이 등 우리 나름대로 연기도하고 이야기도 만들어 내면서

정말 세상 걱정 없이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삶에서 그것을 터득하였다.

일터 나가기에 바빠 아침밥과 저녁밥 챙겨주기도 벅차했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두 살터울인 나와 동생을 하루종일 봐주시던 옆집 할머니,

비료포대를 아낌 없이 장난감으로 내어주시던 사슴목장집 아저씨,

점심을 챙겨주시던 이웃집 선희언니의 엄마,

그리고 동네 언니들과 오빠들, 또래 친구들. 모두가 나의 부모이자 선생님이었다.

 

 

이러한 나의 경험은 ‘나의 아이만을 생각하고,

나의 아이만 키우기에도 바쁜 오늘날의 우리 부모들이

더 넓은 안목으로 자녀들의 꿈과 내일을 만들어 가야하는 이유’를

머리만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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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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