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렁더우렁 살죠

KACE부모교육지도자 김종미

 

 

‘어우렁더우렁 살죠~’

어우렁더우렁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모양의 부사이다.

한동안 귓가에 맴돌았던 단어다. 굳이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는 즐거움, 잔잔한 입가의 미소, 흥겨움, 정겨움, 함께, 같이, 더불어, 우리~~ 등등

 

‘시각장애인’ 대상 강의 의뢰를 받고 ‘두려움과 설레임’이 솔직한 그 때의 내 감정이었다.

‘걱정이나 염려가 아닌 두려움의 감정이 들었던 이유는 뭘까? ’

그만큼 강의에 대한 나의 긴장감이었다.

혹시 내가 말 실수라도 하여 그 분들께 상처라도 드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 시각장애인 대상 강의는 처음이었던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나에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파동’, ‘진동’, ‘홀로그래피’ 등에 빠져있었던 터라 왠지 그 분들은 훨씬 더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 의미를 이론이나 책으로 이해 하기 보다 삶 자체가 그 ‘ 장 ’ 일거라는 추측으로 그 분들을 만나면 내가 한 수 배울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두려움’의 감정은 수업 첫 날 5분도 안되어 말끔히 해소되었다. 친절하고, 긍정적이고, 강사에 대한 배려, 심지어 본인이 장애인 인것을 미안해 하시기까지...

첫 날 수업을 마치고 전철역 까지 걸어오는 내내 뭉클함과 벅찬 기분이었다.

3시간 동안 그 분들의 평화로운 기운에 푹 젖어 있었다. 3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게 주제에 맞는 토론도 하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강의 원고를 미리 점자로 읽어 오시고 강의도 집중해서 들으신다. 필기하거나 영상을 보거나 화면을 보신는 게 아니니까 강사의 말에 어찌나 몰입해서 집중하시는지 나로 하여금 몇 배 더 신경 써서 강의 준비를 하게하신다.

사례를 책으로 들고 와 읽어 드렸는데 한 참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모두 숨소리조차 안내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계시는 게 아닌가 순간 나의 안일함고 게으름에 죄송스러웠다.

그 다음 부터는 아무리 긴 사례라도 내 말로 외워서 그 분들과 눈을 맞추고 손짓까지 해가며 사례를 소개했다.

 

매 시간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내 삶을 반추하는 화두를 하나씩 들고 가는 기분이었다.

‘나의 나태함에 대하여’

‘감사함에 대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멋진 철학자의 사상이 아닌 아름다운 시인의 문장이 아닌 의미 있는 심리학자의 글귀가 아닌 삶 자체에 묻어나오는 살아 숨 쉬는 삶의 동기로써, 삶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반성, 감사, 사랑의 의미다.

 

시각장애인 대상 부모교육이 이색적이고 흔하지 않은 강좌라 하여 KBS 제3라디오에서 녹음을 하러 나왔다.

강의 일부와 수강자, 강사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수강자 인터뷰에서 첫 시간에 소개 해 드린 칼리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너희 아이는 너희 아이가 아니다’ 시 구절에 감동받고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수강분이 계셨다.

배운 것을 바로바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가족안에서 자신을 돌라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다.

이 분들은 내용을 필기해 모아두기보다 좋은 내용은 바로 삶과 연결 짓는 게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동기화 시켜 실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우렁 더우렁 살죠’ 늘 환한 미소이셨던 협회 회장님이신 분의 인터뷰이다.

강의를 들으며 느낀 소감이 지금처럼 ‘어우렁 더우렁 살는 게’ 꿈이고 행복하다고 하셨다.

‘어우렁더우렁’의 말이 듣기 좋았다. 정겹고, 따뜻하고, 평화로왔다.

 

1시간 반을 매 번 지하철로 오셨던 분은 ‘어제의 나는 바쁠 때, 게란 후라이 하나 해달라는 남편을 짜증으로 대했었는데 수업 후 나는 바쁠 때 계란 후라이 해달라는 남편을 위해 기꺼이 가던 길 멈추고 정성껏 계란 후라이 해 주는 내가 되었다’고 하셨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파동, 즉 진동하고 있다’는 강의 시작으로 ‘칼리지브란의 시 예언자’도 만나 보았고, 사춘기 자녀와 소통하기 위한 노하우도 이야기 했다.

매 시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시는 모습에서 내가 더 많이 준비해야 했고 그래서 내가 더 많이 공부했다. 강의 마지막 시간엔 손수 뜨개질로 만드신 딸기 모양의 쑤세미 세트 , 수제 초콜릿을 선물로 주셨다. 쑤세미는 감히 사용하지 못하고 장식품으로 걸어놓았다.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선물이 될 것 같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면 와락 안아드리고 싶은 분들이다. 사랑이 넘치며 이 세상을 어우렁 더우렁 그 사랑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이 분들과 만나서 돌아오는 길에 가졌던 내 삶의 화두를 다시금 떠 올린다,

 

‘나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감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나도 세상과 ‘어우렁 더우렁’ 살고자 한다.

 

( KBS 제3 라디오 104.4 , 2015년 11월 20일 2시)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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