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들은 아기가 자라면서 보이는 여러 가지 변화에 함께 웃고, 울며,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혹은 큰 기대에 부풀어 가며 아이를 키운다.

 

아기가 자라고 발달하면서 엄마, 아빠를 알아보게 되고, 웃고, 눈을 맞추며 “엄마” “아빠”라고 말이라도 하기 시작하면 우리 부모들은 신기한 아기의 능력에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기가 자라면서 몸이 아파 열이 나거나,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을 만큼 안타까워하며 바로 병원에 데려간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아파서 나타나는 이러한 여러 가지 증상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부모들은 대부분 곧 나아지겠지, 혹은 “아이 아빠(엄마)도 어릴 때 그랬다더라”하면서 그대로 방치하여 아이 발달에 큰 걸림돌을 만들어 가기 쉽다.

 

아이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 가듯이, 아이의 마음이 아파도 빨리 전문가와 의논해야 한다. 아이의 문제를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 방법도 간단하고 예후도 매우 좋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의 변화만으로도 아이의 행동이나 심리적 문제가 해결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왜 아프게 되는 것일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주변 환경에서 영향을 받고, 또한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자란다. 특히 마음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건강하게 자라기도 하고, 발달 자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 있어 최초로 맺는 인간관계이고, 제일 먼저 만나는 중요한 환경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지적˙정서적˙사회˙행동적 발달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존재이다. 아기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행동에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행복한 아이가 되기도 하고, 아니면 매우 위축되고 수동적이며 우울한 아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유아기의 부모는 무엇보다도 아기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여 아기와 교감하면서 일관성 있는 양육을 해야 한다. 아기의 요구에 일관성 있게 보살피는 것이 아기가 엄마와 애착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애착은 아기와 엄마가 서로 주고받는 사랑으로 강하게 결속되어 맺어지는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말한다. 이렇게 엄마와 안정된 애착을 맺은 아기는 이것을 디딤돌로 하여 세상을 배우러 탐색하러 나가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하여 아기들은 발달해가게 되는 것이다. 아기와 엄마가 안정되게 애착을 형성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부가 화목하여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아기를 일관성있게 안정되게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아기가 애착이 형성되는 6개월에서 2세 사이의 부부의 불화나, 엄마의 우울, 잦은 양육자의 교체 등은 아기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과다한 조기 교육도 아기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경우 아기들이 스트레스 장애를 앓기도 한다. 아기들이 무슨 스트레스냐고 웃는 부모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어른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기들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대처하는 능력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유아가 정서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 신체적 반응에서도 여러 위험스런 초기 지표들이 나타난다. 즉 눈이 반짝거리지 않고 멍하거나, 달래도 그치지 않고 몇 시간을 운다. 엄마와의 상호작용에서도 주의와 관심이 자유롭게 교류되기보다는 산만하며, 거칠어지거나 떼가 늘기도 한다. 엄마가 껴안으려고 해도 회피하거나 움찔거리고, 혹은 엄마가 다른 일은 거의 하지 못하도록 엄마를 그림자처럼 줄곧 따라다니기도 한다. 또래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며, 또래나 다른 어른에게 먼저 공격행동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또래 친구가 자신을 공격해도 방어하지 않기도 한다. 발달적 측면에서도 나이에 비해 언어발달이 떨어지고, 문제해결력은 떨어진다.

 

또한 아이들은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면 대부분 신체화 증상도 일어난다. 즉 아무런 의학적 원인 없이 실제로 몸이 아프게 되고 면역력 자체도 떨어지게 되어 계속 아프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 아이가 이런 적신호를 나타내면 물론 어떤 조치를 바로 취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아기의 초기 정신 건강은 후속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크게 되면 형제 관계, 또래 관계에서 오는 갈등, 특히 아이들의 왕따 문제는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여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친구 관계를 늘 신경 써서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나무라거나, 원인을 캐려고 계속 물어보며 아이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부모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언어로, 행동으로 표현해 줄 필요가 있다. 세상에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있다는 것 자체로 큰 위로와 힘이 되며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특히 그것이 부모라면, 아이에게 더 할 수 없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부모의 높은 기대치, 학업의 부담과 어려움 등은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 이루다아동발달연구소 현순영

 

<부모에게 藥이 되는 이야기>는 1992년 창간된 부모교육 소책자로, 매 호마다 다양하고 실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부모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KACE가 발간한 자녀교육지침서입니다. 

 

위 글은 <부모에게 藥이 되는 이야기> 85호에 실려있습니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