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중독 시대에 우리아이 바로 키우기

 

TV 와 컴퓨터의 존재만으로도 아이들과 힘겨운 실랑이를 해야만 했던 부모들이 이제는 휴대폰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등장하면서 때 아닌 전쟁을 매일 집에서 치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1세기 글로벌 세상 속에서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는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건강한 방법으로 이용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1) 디지털 문화의 현주소

부모 교육 강의 시간에 많은 부모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떻게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좋을까’하는 고민 속에서 자녀와의 대화 방법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학습과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수업 시간에 나누게 된다. 자녀들과 가장 갈등이 많고 부모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어려움이 크게 두 가지인데, 바로 성적과 컴퓨터 및 휴대폰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듯이, 부모들이 바라는 자녀의 성적은 대부분의 경우 자녀가 충족시키기 어려운 높은 수준이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갈등은 40 년 전부터 부모교육을 해 오셨던 여러 선배 강사들의 증언대로 예전부터 존재해 왔던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다른 갈등의 하나인 컴퓨터와 휴대폰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새로이 등장한 것인데, 엄청난 속도로 문제가 많아지고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교육에서 미디어에 관하여 언급한 초창기에는 TV에 관한 것이었다. TV를 과하게 시청하는 자녀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그리고 TV 시청이 학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가족 문화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이야기하였다. 물론 TV 시청을 제한하는 것이 아주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적어도 케이블 TV 가 등장하기 이전, 방송 채널이 몇 개 되지 않고 방영되는 내용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심각하지 않았던 몇 년 전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부모들이 자녀들을 지도할 수 있었다. 더구나 TV 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거실에 단 한 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TV 자녀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우리의 생활은 크게 변화하였고 그 변화의 크기만큼 가정에서의 갈등 또한 증폭되었다. 공부에 지치고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에 빠져들었고 그들만의 세상에 살게 되었다.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게임 세상은 아이들에게는 기쁨과 행복의 세상이 되었다. 정서적·교육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주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게임은 스마트폰으로 발전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부모들에게 더 큰 고통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 편리와 재미를 주는 ‘문명의 이기’인 디지털 기기는 자칫 잘못하면 자유로운 정신과 인간다움을 앗아가는 ‘흉기’가 되고, 가정에서의 소통과 정서적 유대감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특히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는 장래를 망치는 ‘독’이 되기 십상이다.

2) 디지털 중독의 폐해

 

 

(1) TV는 ‘보는 마약’이다

혼자서 집에 있을 때 다른 것을 하면서도 TV를 켜놓는 경우가 가끔 있다. 딱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자리에서 TV를 시청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TV를 켜 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이런 날은 어김없이 나의 생활이 나태해지곤 한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소파에 스르르 앉게 되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이 채널 저 채널을 돌리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만약 TV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또 다시 TV를 켜 놓고 싶은 어느 날 의식적으로 TV를 켜지 않고 지내보면 그 해답이 바로 나온다. 심심하고 무료해서 무엇이라도 하게 된다.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보거나 소원했던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말 즐겨하지 않는 운동이라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필자와 비슷하게 TV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그야말로 멍 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인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TV 크기 네트워크‘는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행동들은 하기 힘들고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하지만, TV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돼버렸다” 인간의 뇌파에 대해 연구해온 과학자들은 TV가 묘한 이완감과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TV를 켜고 싶은 욕구가 생기며, 이런 경험은 약물에 중독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아직 성장 단계에 있어서 중독에 훨씬 더 취약한 어린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TV를 켜주는 행위는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TV는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TV에 빠질수록 나중에 약물·술 담배 등에 중독될 개연성이 높아지며, 과도한 TV시청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빼앗아가는 주범‘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소아정신과 환자 중에는 지나친 TV시청으로 언어발달장애나 각종 신경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다.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주변에서 어린 자녀에게 TV나 비디오를 몇 시간씩 보여주며 집안일을 하거나 이웃 엄마들과 장시간 전화를 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시청각 자극은 언어능력이나 지능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자신의 생활이 편리한 방법을 쉽게 선택한다. 그러나 유아기의 적절한 자극은 철저히 부모나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효과적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2) 컴퓨터 게임과 모바일 게임

컴퓨터와 인터넷 중독에 관한 대응 방법 중의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거실에 컴퓨터를 두는 것이었다. 즉, 자녀의 개인 공간에 컴퓨터를 두는 것은 언제나 자녀가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녀의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적절히 통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컴퓨터를 가족의 공용 공간인 거실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휴대폰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이제 자녀들의 게임 시간을 부모들이 통제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부모-자녀 간에 형성된 신뢰감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적절한 대화를 통하여 자녀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대화를 하고 잘 훈육한다 하더라도 아이가 어릴수록 자기 절제력이 부족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기능이 다양한 휴대폰은 천천히 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휴대폰을 들고 왔다가 적발되면 부모를 직접 불러 따끔한 경고와 함께 돌려준다. 그 만큼 휴대폰의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들 개인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자녀들에게 휴대폰을 사주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부득이하게 사주게 되는 경우, 구입 전에 철저하게 사용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규칙을 만들 때에는 연령별 성별 특성을 감안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남학생들은 게임이나 음란물 중독의 위험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접근이나 사용 제한을 미리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여학생의 경우 친구들과 문자를 많이 주고받으므로 그 사용량을 미리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남녀 모두 학교 수업 시간이나 시험기간 등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규칙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변에서 이러한 약속이나 규칙 없이 휴대폰을 자녀에게 사주고 시험기간에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려는 부모와 이에 반항하는 자녀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적절한 사용방법으로 자기 조절력을 키워놓지 않으면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이미 부모가 지도하기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 중고등학생이 된 자녀에게는 일방적인 통제보다는 논리적인 설명을 통하여 자발적인 사용 제한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어려서부터 휴대폰, 인터넷 및 게임에 깊숙이 빠지지 않도록 미리 부모가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이미 중독 수준에 가까워진 경우, 논리적 설명만으로 자녀 스스로의 자기 조절력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 어른들만 모르는 세상

대부분의 어른들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는 상관없이 아주 단순한 몇몇 기능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그들의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요금 납부 혹은 다른 편의성 때문에 부모 명의로 자녀의 휴대폰을 가입하였다면 더욱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이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나 컨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부모 명의로 가입하였다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성인물이나 음란물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휴대폰으로 성인용품을 구입하거나 음란물을 접한 경우, 혹은 휴대폰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번개팅에서 이성과 성적 행동을 해본 중고교생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하여 접한 그릇된 성에 대한 정보가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너무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휴대폰을 통하여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부모들이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건전한 가족 문화

아무리 위험성이 크다 하여도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용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기기를 자녀들이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 여부는 전적으로 어려서부터 어떻게 부모가 지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모 스스로 TV와 컴퓨터 및 스마트폰의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고, 재미있고 건전한 가족문화를 만들 때 자녀들을 디지털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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