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무엇인가를 쫒기는 듯한 기분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도 늘 모자란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잘된 것은 다 내 탓이고 잘못된 일은 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아주 못된 이기주의적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나의 어둡고 탁한 마음에 남편과 아이들은 답답해 하였고 막연하게나마 돌파구를 찾고 있을 때 7habits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글로 적기도 창피하고 부끄러울 만큼 남편과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며 살았고, 제 기대에 못 미쳤을 때는 그들을 프라이팬에 기름도 두르지 않고 콩 볶듯 달달, 바짝바짝 볶아 댔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힘들어했을까를 생각하면 참회의 눈물만 나옵니다. 남편에 대한 큰 욕심과 기대와 의존성을 조금은 떨쳐버리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신 탓이 아닌 내 탓으로 생각하고, 나를 이해시키기보다는 남편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늘 끝을 생각하며 소중한 것부터 먼저 생각하였고 감정계좌에 인출보다는 예입이 되도록 애쓰고 노력하였습니다. 남편은 서서히 저에게 고마워했고 아내인 내가 어항 속의 물이라며, 어항속의 물이 점점 맑아지니 물고기들이 잘 자란다고 해주었습니다. 조금 노력했을 뿐인데, 제게 다가온 행복과 보람은 너무나도 컸습니다.


또 아이들에게도 욕심을 버리고 인격체로 대해주고자 다짐하며 다가서기로 했습니다. 큰 아들이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을 푹푹 쉬었습니다. 남자 아이이고 12월생이라 조금 더디고 그래서 아이를 늘 달달달 잡았는데, 서서히 주도적으로 하게끔 유도하였고 결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반에서 흥부와 놀부 연극이 있었습니다. 1주일 전부터 알았던 저는 이번에야말로 우리 아이를 주도적이고 자신감 있는 아이로 향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매일매일 숙제로 대본을 완벽히 외우라는 선생님 지시가 나왔고, 예전 같았으면 밤을 세워 서라도 TV에 나오는 아역배우들처럼 아이를 극기 훈련을 시켰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간섭이 아닌 함께 해주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소품을 만들어 오라는 이야기에도 예전 같으면 세탁소에 가서 흥부의 누더기 옷을 다 만들어 입혔을 텐데, 이번엔 아들과 함께 아이가 원하는 데로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조금 서툴고 모양은 나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편안하였고, 아이 역시 편안해 보였습니다.


드디어 연극 발표회 날. 기대와 두려운 마음을 안고 학교를 가면서 많은 생각이 떠오르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괜히 연습을 더 열심히 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감과 의상 준비며 소품 준비를 아이 생각대로만 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생각은 완전히 180˚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들 재하는 너무나 리얼하게 대사도 틀리지 않고 제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히 잘 해냈습니다. 저는 제 아들이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아직까지도 아이를 제 손으로 마음대로 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미안했고 창피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어떻게 그렇게 잘 할 수 있냐고 물으니, 재하는 조금 떨렸지만 엄마랑 연습한데로 열심히 했다고,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습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가 아닌 엄마랑 연습한대로 했다는 소리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이에게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변화된 엄마의 모습이 좋은지 요즘도 성당에서 7H 공부하면서 재하는 끝날 시간쯤에 저를 성당으로 마중나옵니다. 그러면서 엄마, 좋은 엄마 되기 힘들지 않냐고. 엄마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더, 더, 더, 좋은 엄마가 되는 것 같다는 극찬을 해 주곤 합니다. 명령과 지시, 간섭이 아닌 관심과 사랑으로 제 욕심을 조금 버렸을 뿐인데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사명서를 읽어 본 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칙에 의하여 살도록 노력합니다. 때론 마음가는대로 나 편한 생각대로 하고 싶은 유혹도 생기지만 사명서대로 사는 삶이 가져다 준 행복은 샘물처럼 계속 졸졸졸 흐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직도 너무나 많이 모자란 저이지만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서 보다 더 많은 어항 속의 물로, 물고기들을 잘 키우고 잘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이젠 세상이 즐겁고 집안일을 할 때도 절로 콧노래가 나오며, 남편과 아이들이 얼른 집으로, 저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너무나도 고맙고, 주위의 모든 분들이 왜 이렇게 고맙고, 소중한지. 저는 너무나 복 많은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여보!!! 이 편지가 반갑기 보단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걸 짐작합니다.

너무나 모자란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나름대로 공부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나는 내 마음 그릇이 너무나 작은 듯싶습니다.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당신에게 늘 사랑만 요구하고 내 기준점에 당신을 옭아매었던 것 같습니다.

나 같은 여자와 살아주면서 토끼 같은 아이들까지 만들어 준 당신에게.

여보!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이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당신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고 당신과 욕심 없는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부족할 지라도 당신의 그 큰 가슴으로 다시 한번 저를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해받기 보단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받기 보단 사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의 여왕이 아닌 당신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당신을 10년 전에 사랑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뜨겁게 사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내 어찌 같이 살면서 이 은혜와 사랑을 잡을 수 있을까요. 늘 공부하면서 노력하겠습니다.

센스있는 아내, 좋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또 영리하고 똑똑한 엄마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함께 하는 순간순간에 사랑하고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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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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