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왕십리 방화사건을 알리는 기사 제목을 보고 애써 외면했습니다. 아침에 기사를 찾아 읽어보니 암담해집니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인가요? 사건이 일어나면 요란하게 언론에서 떠들어대지만, 다시 무감각해집니다.

 

방화사건을 저지른 사람은 고입 진학을 앞 둔 중학생. 언론보도에 따르면, 학교 진학문제로 아버지와 다툰 것 같습니다. 학생은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했고, 반대하는 아버지와 화가 났겠지요. 말다툼 끝에 아버지에게 몇 대 맞은 아들. 그 울분에 중학생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불을 저지른 거지요. 찰나의 순간.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 일가족 4명이 불에 타 숨져버렸습니다.

 

학생은 CCTV에 녹화된 영상자료를 근거로 경찰이 추궁하자, 자백을 했다고 합니다. 인륜을 파괴할 범죄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이 중학생은 얼마나 괴로울까요. 순간의 화가 한 가족의 인생을 화염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살아있는 학생의 정신도 타 버린 거지요. 그 상처가 얼마나 오래 가겠습니까. 잊혀 지지 않겠지요.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학생의 범죄행위는 지탄 받고 처벌받아야겠지만, 과연 이 사건을 방화를 저지른 중학생 개인의 탓으로 다 돌려야 하는 걸까요?

 

하왕십리 방화사건을 지켜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대화의 부족과 비폭력 대화법.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선택해야 할 협소한 인생행로. 최근 한 방송국 프로그램(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오늘을 즐겨라)에서 공개된 초등학교 2년생이 쓴 시가 대한민국 아버지들에게 작은 파문을 일으켰지요.

 

아빠는 왜?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뚝뚝하고, 가족을 꾸려 나가기 위해 여유 없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가족들과 대화시간이 부족 하겠지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말할 나위 없지요.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에도 다들 바빠 보입니다. 휴식을 취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대화 시간은 부족하지요. 그렇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게 되고, 서로에게 작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대화에 서툰 사람들이 되어 버린 거지요. 그렇다 보니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말을 전해 주게 되고, 오해가 생기고, 대화는 끊겨버립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지요. 그렇다 보니 자녀들은 다른 세계에서 대화 상대를 찾게 됩니다. 조용한 가족, 침묵의 가족. 서로가 대화할 때마다 애민해지고, 말이 거칠어지게 됩니다. 부모는 위계를 따지게 되고, 권위 아닌 권위를 내세우게 되지요. 그런 측면에서 대화의 복원이야 말로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부모님들 중에 자녀가 잘 성장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출세라는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지만, 성공하기를 바라지요. 좋은 분야,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지길 바랍니다. 한국처럼 교육열이 놓은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자신은 희생하더라도 자식만큼은 잘 되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지요. 그렇다 보니 자녀의 적성보다는 성적을 더 중요시 하게 됩니다. 결국 학업성적이 대학, 직장으로 연결되는 첫 고리라고 생각하니까요. 참 많은 공부분야가 있고 직업이 있는 것 같지만, 협소해 보입니다. 예술분야도 예전처럼 가정형편에 관계없이 공부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요. 개인의 선호도와 능력에 관계없이 경제 여건이 따라 주어야 되니까요. 예술분야를 선택한다고 해서 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창시절에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공부한 사람 중에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거나 법률가가 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결국 청소년기에 공부는 자신의 인생행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하왕십리 방화사건은 한국 사회가 빚어낸 문제점이 응축된 결과라고 보고 싶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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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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