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와 사뭇 다른 엄마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닮은 엄마 이야기다.

 

이미 책을 읽은 사람들은 책을 읽는 
동안 많은 눈물을 흘렸다하고

소감을 말하는 중에도 눈물을 묻어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갔지만…….

역시 나는 너무 회의적이다. 끊임없이 딴지를 걸어오는 의문.

'한 인간이, 이렇게도 완전한 희생을 할 수 있는가?'  

다행히도 4장에서 엄마의 '그(이은규)'가 의문을 조금은 해소시켜주었다.

병에 물을 부어 차오르면 넘치게 되는 법.

 

엄마를 실종시킨 가족들은

마음 속에 잠자고 있던 자기만의 회한으로 울어댄다.

자칫하면 질펀한 넋두리에 빠질 수 있는 감정처리를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절제가 된 소설이다.

덕분에 독자들도 소설 안과 밖을 적절하게 넘나들 수 있고

각자 자신의 마음에 뿌리 깊은 엄마와 거리를 두고 만날 수 있다.

'내 엄마'가 아니라 '네 엄마'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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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는

열정이 넘치고 강인한 분이었다.

그 열정은 굴곡 많은 삶을 살게했고, 강인함은 엄마를 꿋꿋이 지켜주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까지 나는 엄마의 눈물을 딱 두 번 보았다.

고단하다는 푸념소리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몸이 이겨내지 못할 정도가 되면 아예 며칠동안 깊은 잠을 자고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한 평생을 쉼 없이 몸을 움직이며 살다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는 순간도 스스로 당신의 선택으로 그렇게 가셨다.

 

그런 엄마를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언제나 엄마 곁을 떠나는 것만 꿈꾸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엄마를 떠나지 못했고,

결국 엄마가 나를 떠나가버렸다.

 

끔찍히도 떠나고 싶었던 엄마였는데

엄마가 떠난 뒤 나는

엄마가 남긴 금가락지 한 쌍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어 손가락에 끼고 있다.

가끔 손가락을 모아 쥐고

가락지 위에 입술을 대고 가만히 숨을 모으면

세상이 온통 포근해진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하늘에 부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어머니는 나에게 모든 존재들의 언어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균형과 조화에 대해서
그 무한한 가르침과 사랑을 어떻게 열거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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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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