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난지 벌써 반년이 되었다.

목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게다가 아이들이 장난을 심하게 치면

다칠까봐 걱정도 많이 되어 계속해야하는 건지 갈등도 느꼈지만

차마 멈출 수 없었던 것은 '귀여운 아이들의 눈동자'였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면서

어느덧 나는 희망과 용기, 기쁨을 얻고 있었다.

유치원 어디에서든지 혹은 버스 안에서도 만나기만 하면

'동화 할머니'하고 달려와 안기며 매달리는 아이들에게서

나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사실 난  울렁증이 있어 사람 많은 곳에 나가 말을 할 때는 많이 떨고,

긴장이 되면서 숨이 멎을 것 같을 때가 종종 있었는데

아이들과 앞에서 이야기하고, 하모니카를 불어주면

어느새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였을 때 일이다.

방학전부터 발가락 티눈이 아파 골무로 싸매고 다녔는데,

그 즈음 괜찮냐고 물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방학이 끝났고 다시 만났을때

나를 보자마자 "할머니 발가락은 다 나았어요?"라고 물었다.

한 달 이상 지났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나의 아부를 묻는 모습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만큼 그 아이의 머리에, 가슴에 동화 할머니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너무도 고맙고 또 고마웠다.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 수고하셨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라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

아이들과 이렇게 인사를 주고 받을 때면 

오래오래 할머니를 기억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지난 10월 4일,

뜻밖에 일이 있었다. 

교실 문을 들어서니 선생님이 선물이라며 무턱대고 무엇을 건네주는 것이 있었다.

받아보니 아이들이 '하모니카 부르는 할머니'라고  예쁘게 이름을 써서 그린 그림 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에 난 너무나 고마워 아이들을 한명씩 다 안아주었다.

이 나이에 내가 어디에서 이런 귀한 선물을 받아보겠는가.

귀한 선물을 갖고 집에 오는 걸음은 얼마나 설레던지...

 

 

마침 집에 놀러온 손자와 남편에게 자랑을 하였더니

손주의 말이 “할머니 보람 있으셨겠네요” 한다.

 

 

그래! 보람.

이것이 보람이 아니겠는가.

봉사란, 내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때 이토록 귀하고 기쁨의 행복을 안겨 받는 것.

이것이 보람이지 하면서 난 아이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생각했다.

 

 

지난 추석명절 때 일이다.

오리 한 쌍을 집에서 키우려다 못 키우고 아파트 잔디에 누가 내다 버렸다.

밥도 못 먹고 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발견이 된 것인데

그때의 모습을 손자는 사진기에 담았다.

그 당시에는 다리도 절고 목에 털도 빠진 상태였다.

마침 추석명절이라 온 손자는 할머니가 며칠을 잘 살펴주어서

성내천에 갖다 놓으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할아버지는 곧바로 집을 만들고

아직 어려서 곡식도 못 먹는다 하며 개미를 잡아주곤 했다.

이웃에 사는 아이들도 개미를 잡아주며 모두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루하루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서서히 건강히 회복되어 가는 모습에 정말 기뻤다.

손주에게 문자와 사진도 보내주면서 며칠이 지났는데

정말로 건강해 보이자 할아버지는 조심스레 성내천 아주 낮은 물가에 넣어줬는데

어쩌면 그리고 좋아하던지...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이후 할아버지는 매일 먹을 것을 가지고 성내천으로 갔고

나는 가끔씩 찾아가 자라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놓았다.

아이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루하루 다르게 잘 자라고 있는 오리 한 쌍은

언제나 함께 다니면서 다리도 다 낳았고

 날개도 나오고 털도 많이 자라서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오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 귀한 선물이 되었다.

 

 

 이제는 오리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더 찍어 둔 것이 10월이었는데

이 사진을 답례로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18일 날 신나는 반과 즐거운 반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 주면서

과정을 설명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교실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고 서로 사진을 보겠다고 달려드는데 정말 진땀이 났다.

 

 

한바탕 진통을 마치고 숨을 고르는데

승윤이라는 아이가 빙그레 웃더니 살그머니 와서 내 어깨를 주물러 주는 것이었다.

 

 

고사리 손으로 내 어깨를 주물러주는 승윤이의 손을 만지니 눈물이 났다.

그것을 본 다른 아이들도 다가와 서로  어깨를 주물러드리겠다면 난리였다.

이것을 어찌 고맙다는 말로 다 표현될까.

 

 

우리 속담에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격언이 있는데

난 정말 몇 배의 말로 선물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난 다른 말이 필요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와 율동으로

 

 

"할머니는 너희를 사랑해~ 할머니는 너희를 사랑해~

 정말로 너희를 사랑해~~~"

 

 

오늘, 이 시간은 말로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2013.10.18.

책 읽어주는 하모니카 할머니, 이연근

-2012 은나래 회원 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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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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