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광화문 거리를 찾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내 청춘이 머물러 있어

언제라도 뜨거운 손을 내밀 것만 같고

왠지 모를 아련한 설움 같은 것도 있었다.

 

 

학창시절, 나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학원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했고

20대 초반에는 YMCA 사진반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려

무교동과 청진동을 어지간히 들락거렸다.

 

 

또한 연애시절에는 남편의 직장이 안국동에 있어

약속장소는 대개가 광화문 근처 그 어디쯤이었다.

그러니 광화문은 십 대부터 내 온갖 추억이 서린 다정한 거리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교보문고 빌딩에 걸린 ‘광화문 글판’이었다.

 

 ‘또로 또로 또로 /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 나는 눈을 감고 /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김영일의 동시 ‘귀뚜라미 우는 밤’)

 

 

 

정말 하늘 맑은 가을이구나...

이 날 글판에 걸린 ‘귀뚜라미 우는 밤’은 독서의 달에 딱 맞는 감성적 시구였다.

 

달 밝은 밤, 멀리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서정적이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준다.

그래서 귀뚜라미에게 가을의 전령사라는 말을 붙였나 보다.

 

 

서울 중심가의 계절 변화는 광화문 글판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시작된다고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1991년 당시 교보생명 창업주인 신용호 회장이 광화문 네거리에 사옥을 지으면서

 “기업 홍보는 생각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자”고 제안하여

시를 내걸기 시작했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계절과 호흡하는 당당한 문화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

 광화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여유를 선사한다.

어느 해인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문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때맞춰 광화문 광장에는 벼룩시장도 열렸다.

이순신, 세종대왕 동상을 중심으로

 길게 타원형의 시장 거리가 형성되었다.

중고 의류와 가방은 물론 아기자기한 공방을 옮겨놓은 듯

크고 작은 수공예품들이 아주 많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시골의 오일장보다 훨씬 더 소박했다.

나는 혼자였고 특별히 바쁜 일도 없었던 터라

보물찾기 하듯 찬찬히 둘러보았다.

 

 

천천히 걸을 때에만 비로소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도 이채로웠다.

도심 속 타임머신 여행이랄까.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긴 소매 차림이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더위도 피할 겸 눈요기를 멈추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아, 도심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본 게 얼마만인가.

잠시 그윽한 커피 향과 낭만적 풍미에 취해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쿵, 쿵, 쿵!” 가을바람을 깨우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매주 일요일 오후 네 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무대에서

 펼쳐지는 문화마당 시간이었다.

 

 

북, 장구, 꽹과리, 기타, 드럼 등 우리 악기에 서양 악기를 더해

구성된 퓨전타악그룹의 사내 네 명이 신들린 듯 흥겨운 우리 가락을 연주한다.

우리 전통악기는 대개가 빠른 것에서 느린 것으로 옮겨가지만

이들의 공연은 계속 빠름-빠름-빠름으로만 이어졌다.

 

 

그러니 신날 수밖에. 외국인들도 더러 있었다.

내 앞줄에 앉았던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들은 아예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까지 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땀에 흠뻑 젖은 연주자들과 돌계단을 꽉 채운 관객들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신명의 카타르시스를 발산한다.

이 날 공연 중 유일한 여성 멤버가 들려준 노래는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애간장을 녹이는 목청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가을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퍼져갔다.

 

 

공연이 끝나자 무대 앞에는 음료수와 도넛 같은 먹을거리가 놓여졌다.

공짜 구경에 대한 답례치고는 약소했지만 이 또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한 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나니 거의 저녁 시간,

벼룩시장도 진작에 파장을 했으니 그 넓은 광장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거기 모여든 가장(家長)들은 이제 자기 식솔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저녁을 먹으러 갔겠지...

 

 

집으로 가는 길, 그런데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 바로 앞에

 ‘가을’이라는 카페 간판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2층 계단을 올라갔으나 정기휴일이라는 안내문만 얌전히 붙어있었다.

 

 

겉모습은 변했어도 세종문화회관 뒤쪽에는

아직 칠공팔공 세대들의 정서가 남아있는 술집들이 더러 있었다.

종로빈대떡집과 사계절을 각각 상호로 내걸고 있는 카페들.

 

 

대표적인 곳이 ‘가을’ 카페였는데

그 곳은 1990년 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사무실이

광화문 현대해상빌딩에 세 들어있을 때 우리가 자주 들렀던 술집이었다.

 

 

술을 마시다가 마음이 동하면 주인에게 기타를 청해 받아

이문세와 김광석을 노래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는 곳.

우리 동료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기타를 잘 치고 재즈를 즐겼던 그녀, 당시 30대였던 그 도 어느덧

50줄에 들어선 회귀한 청춘이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나흘 후, 고대 안암병원으로 동료 선생님 병문안 갔다가

다시 ‘가을’ 카페를 찾았다.

이 선생, 송 선생이 함께 했다.

 

 

초저녁인데도 실내는 이미 만원사례!

손님들은 우리처럼 거의가 인생의 가을을 맞은 사람들이다.

자신의 나이만큼 자신의 때깔로 단풍들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

 

 

첫 스테이지는 무명의 여자 가수 등장.

첫 노래는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

다음은 장현의 ‘미련’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이 이어졌다.

모두가 우리 세대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들이다.

 

 

정겨운 옛 노래를 들으니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몸만 저만치 가고 있는 느낌이다.

벌써 여러 명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일어나

적당한 몸짓으로 테이블 양 옆을 빙글빙글 휘젓는다.

 

 

그들의 유연한 몸짓에 자리에 앉은 이들의 박수 세례가 윤활유처럼 쏟아진다.

거리낌 없는 저 자유!

가슴이 뜨거워진다. 옆자리의 송 선생은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카톡으로 전송한다.

‘흥겹다’ ‘즐겁다’라는 단어로는 모자랄 이 중년 남녀들의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

추억? 향수? 또 다른 목마름?

 

 

 

서른 즈음, 두려울 게 없었고 청춘은 마냥 머무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다 이룰 것 같았다.

젊음이 떠나간 지금, 그럼에도 광화문은

내 무수한 과거를 알고 있기에 김광석의 노래처럼

‘또 하루 멀어져 가도’ 그 거리에 서면 나는 여전히 설렌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다.

세월이 저 혼자 그렇게 훌쩍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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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달이 완전히 꽉 차진 않았지만 이미 휘영청 밝은 가을밤입니다.

수연재 창밖으로 보이는 고속도로에도 꼬리를 문 전조등과

후미등의 불빛이 이어집니다.

 

 

 

멀리 그리고 오래 떨어져 있다가도 이렇게 한 날을 잡아 모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바람 등을 나누며

모처럼 한 솥의 음식을 먹는 명절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그런 초가을 밤입니다.

 

 

예전과 달리 교통수단이며 통신시설이 있어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연락하고 오갈 수 있지만

이렇게 무모하게(?) 고향으로 달려가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두보(杜甫)의

 <<악양루에 올라(登岳陽樓)>>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고향인 장안 일대가 적의 여전히 적의 점령하에 있어서

가지 못하는 애절한 심정을 담았지요.

 

 

만년에 가족과 헤어져 장강을 정처 없이 떠돌다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양절에 지었던

<<등고(登高)>>는 절절하게 애잔합니다.

 

 

그 시가 중국의 시 가운데 최고의 반열에 오른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진 그의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더욱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그저 시험공부로 배웠을 뿐 정서적 공감은 솔직히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시심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두시선집>>을 읽다가 한 수를 읽어봅니다.

 

 

못 가는 고향

 

강물이 푸를수록

새하얀 물새

청산엔 타는 듯

붉을 꽃떨기...

 

이 봄도 그렁저렁

가고 있는 걸

이 몸은 어느 해나

돌아가련고?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然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불과 스무 자 한 자 한 자마다 꾹꾹 눌러 담긴

곡진한 사연과 애절함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그리고 행간마다 서린 깊은 속내의 절절함이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고향을, 부모를, 동기간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정체성의 뿌리를 상실하는 것이고,

그래서 늘 자신을 다잡고 보듬는 원형의 자궁을 본성적으로 그리워하는 것이겠지요.

 

 

여우도 제 고향을 바라보며 머리를 둔다지요.

우리의 수구초심(首丘初心)도 유전자 속에 이미 깊이 내재된 모양입니다.

그곳에서 자랐건 그저 부모님의 고향이건 조상의 묘가 있는 선산이며

고향집이 주는 독특한 가족사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명절이 주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어머니까지 지난해에 돌아가신 뒤

명절이 주는 느낌은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정서로 다가옵니다.

언제든 통화할 수 있었고,

 당신이 몸 져 누우시고 귀도 어두우셔서 통화는 하기 어려워도

 아무 때나 달려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어머니가 떠나신 후

이제 당신의 묘에 가야만 만날 수 있게 되니 이전의 추석이나 성묘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지난 주말에 형제들 모여 소분(掃墳, 흔히 벌초라고 하는)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선산 지키시던 작은아버님이 해주셨고,

돌아가신 뒤에는 사람을 사서 했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예초기를 준비하긴 했지만 묘에 오르는 길목 주변에 잡목이 자라서 길부터

정비해야 했기에 모두 도회의 손방들인 우리 형제들은 겁이 나서

예초기는 아예 차에 모셔두고 낫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낫질이라곤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요령보다는 힘으로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다행히 둘째형님이 낫질을 잘해서 아마도 절반 이상을 했을 겁니다.

 

 

그렇게 산에서 부모님을 뵙는 소회가 애잔했습니다.

이제는 그곳에 가야만 뵐 수 있습니다.

보듬고 쓰다듬던 손길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으로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어떤 교통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부모님의 존재는 당신들이 기거하시는 곳이 아니라

당신들과 마음과 뜻이 통하고 이어지는 곳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런데도 아둔한 저는 그것을 어떤 물질적 공간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90 평생을 늘 당신 자식들 걱정하고 기도하시던 어머니가

이젠 쉰 중턱 어느 결에 넘어선 아들의 가슴 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던 것이지요.

아, 부모가 바로 고향임을 알았습니다!

당신이 이제 더 이상 계시지 않는데도 그 먼 길 달려가는 건

이젠 당신의 혼령이 머무는 그 곳이 바로 고향 자체임을 알았던 거지요.

 

 

물질적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 공간이 훨씬 더 너르고 깊다는 걸

어찌 미욱하게 이제야 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성묫길에만 만날 수 있다는 좁은 소견으로 어찌 이 세월 살아왔는지

참 부끄럽고 어리석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나이가 들어가는,

애들 눈으로 보면 늙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하겠지요. 너무 일찍 그걸 알고 느끼면서 어찌 정신없이 살아 갈 수 있었겠습니까?

아마도 모두 제 나이에 걸맞게 깨닫고 느끼며 살아가라고

그렇게 절묘하게 시간의 칸을 질러놓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추석 한가위 명절이라 해도 흥분이나 설렘은 없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를 뵐 수 있으니 이미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적당히 선선하고 맑은 가을바람이 은근쩍 소슬한 기운까지 들먹입니다.

길고 맵던 여름 무더위 때는 이 시간이 올까 싶더니

그래도 제 시간 맞춰 물러가는 겸손은 갖췄습니다.

 

 

저 또한 그런 겸손과 너그러움을 이 가을에 배워야겠습니다.

휘영청 꽉 찬 보름달에 아직은 테두리 하나쯤 덜 찬 달이지만 그 빛은 교교합니다.

그 달빛 쏟아지는 읍성 한 바퀴 거닐며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모든 이의 마음에 고향이 주는 푸근함과

너그러움의 위로가 지친 삶의 피폐함을 덜어 내주는 그런 명절 밑이기를 빌어봅니다.

 

 

여전히 꼬리를 물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행렬 위에도 부드러운 달빛이 쏟아집니다.

그 달빛 가득 안고 세세히 빚어 가으내 우리 모두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달빛이 참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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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

어느덧 가을이 문턱에 와있었네요.

 

 

한  달 전,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오늘 배운 노래를 부르다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하더군요.

 

 

무슨 노래였냐고 물어보니

들꽃이야기였습니다.

엄마꽃과 아기꽃은 왜

함께 있으면 안되냐며 울었습니다.

 

 

늘 엄마가 일을 핑계로

오랜 시간 함께해주지  못하는 것을

늘 아이가 서운해하였는데

아마도...

그 들꽃 이야기 노랫말이

자기의 아픈 마음을 건드렸나봅니다.

 

 

슬퍼하는 아이의 눈을 보며

엄마가 회사갔다가 늦게 오고 그러면

슬프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답니다.

많이 슬펐겠다고 말해주고

그래도 늘 엄마는 너를 생각한다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니 엄마~ 하고 품에 꼭 안깁니다.

 

 

한 참을 그러고 가만히 있더니

고개를 들어 제게 말합니다

"엄마 들꽃이야기 불러주세요"

 

 

저는 휴대폰으로

노래를 찾아 함께 노래를 부르다

아이와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들꽃 이야기

 

깊은 산 속에 들꽃 한 송이
바람 타고 날아와 외롭게 피어있죠
아기 다람쥐 살짝 다가와
작은 꽃잎 흔들면서 인사하네요
햇살 내린 어느날 노랑나비 한 마리
하늘하늘 날아와서 저 산 너머 꽃동산에
그리운 엄마 소식 전해주고 가네요
예쁜 바람아 살랑 불어와
나의 향기 엄마 곁에 전하여 주렴.

 

 

 

 

| 글 : KACE 회원홍보 이선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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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면서 본격적인 추수철에 접어들자

우리 집에는 각종 택배가 도착했다.

 

 

 

10월 중순 경에 청도 반시를 시작으로 해서

곶감, 현미찹쌀과 서리태, 메주콩, 유자차, 쌍화차, 꼬막까지,

거의가 농산물 아니면 수산물이었다.

 

 

종류만큼이나 지역도 다양했다.

횡성, 상주, 포항, 전라도의 고흥과 벌교에서 온 물건들.

남편이 지역 특산물을 총망라해서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배달을 시킨 것이다.

 

 

사나흘 간격으로 오는 물건들은 거의가 박스 주문이라

양도 엄청나게 많았다.

따라서 제대로 보관을 하지 않으면

돈만 날릴 판인데 우리 집 냉장고는 이미 포화 상태였다.

 

 

남편은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주위에 나눠주라고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양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남편에게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택배 사절을 선언했다.

 

 

남편이 가입한 ‘귀농 사모’ 카페에다 신청해서 받는 농작물들은

거의가 유기농이고 값도 싼 편이라

처음 잡곡류들이 배달돼 왔을 때는 나도 좋아했다.

곡물은 어차피 두고 먹을 일용할 양식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머지 물건들은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먹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사다 먹는 게

여러 날 냉동 보관했다 먹는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경제적이라는 걸

살림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리고 무조건 산지 주문이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남편에게 재차 말했다.

더구나 식구도 없는데 그건 분명 낭비였다.

어쨌든 협박과 읍소를 거듭한 끝에

다시는 택배 주문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런데 작심삼일도 아니고 그로부터 이틀 후에 메주콩 한 말과

꼬막 한 상자가 또 왔다.

나하고 약속하기 전에 이미 주문했던 터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니 우리 집이 마트도 아니고, 너무 화가 났다.

나는 필요 없으니 환불하라고 했다.

헌데 남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도대체 메주콩을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더니

두유도 갈아먹고 콩비지도 해먹을 거란다.

청국장까지 하시겠단다.

오, 맙소사. 지난 가을에 우리가 농사지은 무로 만든 시래기와 무말랭이가

아직도 잔뜩 있는데 이제 청국장까지 만들라니...

하긴 남편은 평소에도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 먹으면 좋겠다고

내게 은근한 압력을 가해왔다.

 

 

언젠가 내가 하소연을 하니 언니가 말했다.

“너는 맏며느리인데다가 또 무엇이든지 재료만 갖다 주면 겁내지 않고 잘해내니까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보니 언젠가 친구 남편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다.

 

“지현 엄마가 다 감당할 만하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남편의 무분별한 소비 형태

그것도 온통 먹을거리뿐인 과소비에 대한 문제제기일 뿐

내가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원이 아니었다.

 

 

메주콩과 꼬막이 배달된 날,

나는 그것들을 현관문 앞에 그대로 놓아둔 채 집안에 들이질 않았다.

남편은 별 말이 없었다.

자기가 약속을 안 지킨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에 남편은 텔레비전을 보다말고 벌떡 일어나더니

저 멀리 벌교에서 왔다는 그 꼬막을 상자 째 들고 나가버렸다.

 

돌아온 후에도 꼬막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 나는 묻지 않았고

남편 역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음 날 저녁에 203호 아줌마가 찾아왔다.

“어제 꼬막 맛있게 잘 먹었어요. 아주 싱싱하던데요.”

 

 

그러면서 생닭 한 마리를 내밀었다. 토종닭이라고 했다.

“네, 꼬막이라고요?”

닭 봉지를 안고 내가 잠시 어리벙벙해 있는 사이에

남편이 재빨리 말을 받았다.

 

 

“아, 맛있게 드셨습니까? 근데 뭐 이런 걸 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여자가 사들이고 남자들이 만류하는 입장이라는데

우리 집은 그 반대였다.

 

 

헌데 이상한 것은 남편의 소비가 어느 특정한 것,

예컨대 씨앗이나 화초, 먹을거리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기 와이셔츠라도 스스로 사 입으면 좋으련만

옷이라든가 신발 가구 따위들은 관심 밖이다.

 

 

남편의 관심은 오로지 먹는 것.

제철에 나는 질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뿐인데

농사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그 생각은 더욱 강화된 것 같다.

 

 

중학교 때 ‘엥겔계수’라는 걸 배웠는데 생활비 중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을수록

 ‘선진적’으로 사는 것이라고 했다.

애들 학비도 다 끝났으니 이제 우리 부부는 먹고살 일만 남았다.

하지만 남편의 이런 음식물 과소비가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의 우리 생활은 시간으로 보나 비용으로 보거나

엥겔계수가 점점 높아지는  ‘후진형’이 될 것이니 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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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음료를 찾다가도

가을이 오면,

따끈한 차를 그리워하게 된다.

 

 

커피, 와인도 알고 마셔야

그 참 맛을 느낄 수 있듯

차 또한 그러하다.

 

 

차에 대한

재미있는 상식을 알아보자.

 

 

Tea = Cha

이름?

인간이 차를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3000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차의 발상지로는 중국이 가장 유력하다. 물론 인도나 미얀마, 베트남에서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우리가 중국을 차의 발원지로 꼽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서양인들이 부르는 '티(Tea)'와 동양인들이 부르는 '차'가 둘 다 중국어라는 점이다. 육로로 차를 수입한 나라들은 광동성의 발음인 'Cha'에 해로를 통해 차를 수입한 서유럽 국가들은 복건성의 방언인 발음 'Ti'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차를 불렀다.

 

 

보이차

보이차의 '보이'는 동네이름?

홍차를 한 번 더 발효시킨 보이차는 깊은 맛으로 유명하다. 보이차의 감별은 꽤 까다로워 이에 대한 책이 출간될 정도다. 그러니 면세점에서 보이차를 샀다해도 가짜인 경우는 허다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보이차의 유통량은 10%도 안된다는 것이다. 즉 90%는 가짜 보이차라는 말이다. '보이'는 보이시에 따온 말이며, 이 지역은 옛날 황제에게 공납을 위해 차가 모여드는 곳이자 차를 생산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차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보이 시를 요즘은 '중국차성' '보이차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녹차

녹차가 위험할 수 있다?

녹차의 경우 폴리페놀과 비타민C 함량이 높아 고혈압, 당뇨, 비만, 동맥경화 등의 질병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머리를 맑게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작용은 카페인의 역할이 크다. 때문에 적당히 마셔야 하지만 커피의 카페인보다 체외 배출이 쉽다. 혈압이 높은 경우는 세작보다 중작을 마시는 것이 좋다. 만약 손발이 차고 저혈압인 경우에도 엷고 순한 차를 마셔야 한다. 특히 약을 녹차와 함께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홍차

종류가 너무 복잡해!

커피처럼 홍차도 블렌딩 한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아침에 잠을 쫓을 수 있는 진한 맛의 차로 우유에 섞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진하게 차를 만든다. 주로 실론과 아삼 티를 섞은 경우가 많다. 애프터눈 티도 오후에 잠을 쫓을 수 있는 진한 차로 블렌딩한다. [얼굴레이]는 랍상소우총의 모조품으로 시작됐다. 얼그레이는 영국 그레이 백작의 이름을 딴 차로, 그는 19세기 중국의 외교관으로 재직 당시 마셨던 랍송우총을 매우 좋아했는데, 영국으로 돌아온 뒤 구하기 어렵자 차 무역상에게 비슷한 맛을 내는 차를 만들어줄 것을 주문했고 용안 향과 비슷한 베르가못을 이용해 착향차를 만들어냈다. [다즐링]은 인도의 대표 홍차로 순하고 부드럽다. [아쌈]은 단시간에 진하게 우려내는 가공이 많아 개성은 적은 편이지만 진해서 우유에 섞어 마시는 차이를 만들 때 주로 이용된다. [차이]는 흔한 말로 밀크티이며 바로 인도인들이 매일 마신다는 차이인데 인도 현지의 차이는 스파이스 계열의 향료들을 넣어 자극적이다.  

 

  

허브차

향과 힐링을 한번에 잡을 수 있다고?

 [캐모마일]은 해열과 진통효과에 최고! '땅에서 나는 사과'라는 뜻으로 국화향과 사과향이 상쾌하다. [로즈메리]는 '바다의 이슬'이라는 뜻으로 머리를 맑게 해주어, 뇌의기능을 높이고 기억력과 판단력에 도움을 준다. [민트]는 강력한 청량감으로 산만한 마음을 정리해주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라벤더]는 입욕제로 많이 쓰이는데 심신을 안정시키고 편안한 수면을 돕는다. [루이보스]는 항산화작용이 있어 피부미용에 좋고, 노와방지에 도움이 된다. 홍차와 비슷한 맛이지만 카페인 함량이 낮고 탄닌이 적아 임산부들도 많이 마시는 차이다.

 

 

 

요즘은 가을이 생략되고

여름에서 바로 겨울이 되는 듯하다.

낭만을 만끽할 가을은 너무나 짧은것 요즘 나의 불만.

우리 가을의 시간을 좀 더 늦추기 위해...

차가워진 내 손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제안해보자!

 

"차 한잔 하실래요?"

 

 

[참고: M25 - 2012.1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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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날에' 이다.

낙엽지고, 차가운 바람이 스미는 가을이 되면

그동안 잠시 잊고있던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내가 걸어온 내 인생의 봄, 여름날.

그 추억을 꺼내어 허전한 가슴을 채우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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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 던져놓고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계절.

벌써 산간지방에는 첫얼음이 얼었다는데

더 늦기 전에 단풍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풍과 낙엽과 추억이 함께 머문 곳,

나의 모교를 찾아 나섰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늦은 오후 시간의 대학로 거리는

젊은이들로 초만원이었고

수많은 공연장과 카페와 어지러운 간판들도 여전했다.

 

 

 더구나 이날이 빼빼로 데이라나 뭐라나.

편의점과 빵집 앞은 화려한 포장의 특정과자들로 넘쳐났으며

젊은 연인들을 향한 호객행위도 맹렬했다.

그러나 서운하게도 나에게 판촉활동을 벌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과자 회사의 얄팍한 상혼이라 비난해도

이날만큼은 나도 충분히 구매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것도 젊은 사람한테만 해당된다 이거지.

그래, 젊음도 낭만도 다 때가 있거늘 실컷 즐기려무나.’

 

 

애써 담담한 듯 걸어가는데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의 발랄하고 거침없는 몸짓이

그들과 나의 연령차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갑자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에

자연스레 ‘카사노바’를 떠올렸다.

그곳은 우리 과 친구들의 아지트라 할 만큼

 거의 매일 들렀던 찻집인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간 다방, 야간 호프집이었다.

 

 

당시에는 명동이나 대학가에 통기타 문화를 대변하는

그런 형태의 라이브 카페가 대유행이었다.

우리들은 ‘카사노바’에서 자주 차와 맥주를 마시고

신청곡도 주문했지만 아주 가끔씩은 그래도

국문과 티를 낸다고 문학과 실존에 대해서도 논하였다.

 

 

그러나 십여 년 만에 찾아간 그 찻집은 CGV 영화관으로 바뀌었고

학교 바로 앞 ‘명륜 다방’ 역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변해버렸다.

 

 

차 마시기를 포기하고 교정으로 들어섰다.

내 젊음이 녹아있는 그리운 곳.

성균관이라는 교패를 보자 콘크리트 같던 마음에 비로소 피가 도는 것 같았다.

교문 입구에서부터 겨자색, 주황색, 밤색 등 형형색색의 나뭇잎이 어우러져

 캠퍼스 전체가 애니메이션 화면처럼 동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위에서부터 붉은 물이 들어 아랫부분의 초록과 대비를 이루는데

빨강도 아니고 초록도 아닌 중간 톤이 어찌 그리도 곱던지...

정녕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가을의 빛!

이보다 더 조화로운 색조를 그 누가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오랜 만에 가져보는 이 여유.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낙엽들이,

살아있다는 기쁨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화단에는 황국(黃菊)도 피어 있었다.

그 옆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동아리 모임 후 뒤풀이라도 하는 걸까?

여남은 명의 남녀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봄날처럼 싱그럽고 정다워 보였다.

여름에 무성했던 풀들이 쇠락하여 누런빛을 띠는 것처럼

나 또한 저들처럼 번성한 시절이 있었거늘,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이제는 세상의 모든 사태를 조금 떨어져서 관조할 뿐이다.

 

 

쇠락과 번영은 고정된 바가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아는 나이가 되었으므로.

초입에서부터 더 이상 어슬렁거렸다가는 금세 날이 어두워질 것 같아

이번에는 마사이족처럼 빠른 걸음으로 문과대학과 여학생 회관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 역시 건물이 바뀌었거나 리모델링해서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넓디넓던 금잔디 광장도 광장이라고 부르기엔 형편없이 작아 보였다.

대신 중앙도서관은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캠퍼스 한가운데 턱 버티고 있었다.

 

 

잠시 은행나무 아래 걸음을 멈추고 호젓한 나만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은행잎 천지였다.

샛노란 은행잎은 사랑을 간직한 엽서 같았고 황금빛 축제장 같기도 했다.

나는 바람에 업혀 요리저리 맴돌다 떨어지는 은행잎을 몇 장 주워 수첩에 끼워 넣었다.

“잘 왔지?” 은행잎이 나긋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 포근한 낙엽의 잔치가 끝나면 머지않아

나무에는 눈꽃이 피어나고 매서운 바람이 불 것이며

어렵디 어렵게 봄이 찾아와 또 한바탕 꽃 잔치를 치르게 되겠지.

 

 

멀리 커피 자판기가 보였다.

반가웠다.

늦가을 오후에 캠퍼스 벤치에서 홀로 마시는 커피.

그런데 커피를 마시다가 나는 문득 지나온 기억의 아픈 계단을 밟아버린 듯 신음을 쏟았다.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 그리운 친구 경순이.

많은 세월이 갔어도 친구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나의 화두로 출렁거렸다.

 

 

강의실, 도서관, 식당,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서

 삼청공원 넘어가는 후문 앞 오솔길까지 친구와의 추억은 캠퍼스 곳곳에 서려 있었다.

나는 혼자서 걷고 또 걸었다. 경순이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대학에서 처음 만나 연인들처럼 서로가 반해 버렸다.

학교 가는 목적이 공부보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주저 없이 말하였고

하루라도 못 보면 궁금하고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마 요즘 같으면 동성애자로 오해 받을 수도 있었겠다.

얼굴이 하얗고 가녀린 외모의 그녀는 특히 복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덕분에 나도 그녀와 붙어 다니면서 남학생들에게 공짜 밥과 차를 많이 얻어먹었다.

 

 

더욱 기막힌 일은 졸업 후에 서로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각각 남자친구를 소개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두 사람은 동갑내기에다 같은 직장 동료였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너무 맞아 떨어져서 아마 우린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혼해서도 일주 일이 멀다고 느낄 만큼 자주 만났다.

 

 

그랬었는데, 부부끼리의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다.

예기치 않게 찾아든 불행의 그림자가 그녀의 안락한 삶은 물론

우리의 오랜 우정까지도 송두리째 앗아갔다.

 

 

뇌성마비 장애를 안고 태어난 첫아들,

남편의 방황, 별거, 이혼,

끝도 없이 잇따른 절망의 늪은 연약한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깊고 험했다.

 

 

결국 친구는 주변의 모든 인연과 손을 끊고 연락 두절 상태로 들어갔다.

백방으로 찾아 다녔지만 허사였다.

나중에는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만은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너무 커서 배신감마저 들었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만은 그럴 수 없다고,

도저히 그럴 수는 없노라고!

 

 

다시금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20대 초반에서 몇십 년에 또 몇십 년이 더해진 고목 같은 우리들 나이를 생각할 때,

이제 다시 만난다면 세상 가운데 우뚝 서서 서로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나무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으련만...

 

 

사랑도 우정도 끝내는 다 놓고 갈 것이지만

사는 동안 나는 얼마나 더 간절하고 연연해할 것인가.

깊어가는 이 가을, 그리움의 빈 잔에 사랑의 열매를 채우기 위해

나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허영자 시인의 ‘가을 기도’를 나직이 읊조렸다.

 

 

가을기도

 

이 쓸쓸한 땅에서

울지 않게 해 주십시오.

뜨거운 쓸개 입에 물고서

배반자를

미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나날이 높아가는 하늘처럼

맑은 물처럼

소슬한 기운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먼 산에 타는 뜨거운 단풍

그렇게 눈멀어

진정으로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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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 독서에 계절이 어디있겠습니까? 날씨가 차고 투명하다보니(?), 사람 머리가 맑아져서 책읽기에는 좋은 계절이지요. 오늘은 독서이야기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한 편 감상하시길. 종이로 만든 애니메이션은(stop motion)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옛날에 풍선껌에 작은 만화책이 들어있었지요. 종이를 이어서 손가락으로 빠르게 돌려보면 수동식 애니메이션. 오늘 감상 하실 애니메이션은 책 자체를 두고 조각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경이롭다는 생각마져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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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하늘은 더 깊어지고, 바람도 차가워졌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독서에 사시사철이 어디있겠습니까.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책 읽기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자꾸 습관을 들이면, 지하철이 아무리 덜컹거리든, 사람이 많든, 자신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피곤하지만,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반추해보고, 마음에 희망의 정원을 가꾸는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과 여건만을 핑계대면 사실 책 읽기가 쉽지 않지요. 특히 직장인들은. 오늘은 가을맞이 추천 도서를 소개해 드릴까합니다. 몇 차례 나누어서 계속 책 정보를 나누어 보았으면 합니다. 2010년 가을에 꼭 읽어볼 좋은 책있으시면 추천 부탁 드립니다.^^ 정신의 밥이 되고 살이 되는!!

......................................................................................................................................................

1



《게으름의 찬양》
러끌레르끄 지음, 장익 옮김, 분도출판사

● 아닙니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은 뛰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군중의 소란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 번다한 바쁜 일들 틈바구니에서 생기는 일도 결코 아닙니다. 고독, 정적, 한가로움이 있고서야 탄생도 있는 법입니다. 때로는 섬광 짓듯 생각이나 걸작이 피어나는 것도, 이미 오래고 한가로운 잉태기가 그에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2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카를 구스타프 융, A. 야페 지음, 조성기 옮김 김영사 

● 병을 앓은 후에 비로소 나는 자신의 숙명을 긍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그럼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도 자아는 굴복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참아내며 진리를 견디며 세계와 숙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패배에서도 승리를 체험하게 된다. 밖에서든 안에서든 아무것에도 방해를 받지 않는다. 자신의 고유한 연속성이 인생과 시간의 흐름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기억, 꿈, 사상(카를 구스타프 융 자서전)’에 나오는 이 문장은 불가(佛家)에서 흔히 말하는 사바세계(娑婆世界)나 고해(苦海)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숙명을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다 보면 패배에서도 승리를 체험하는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은 성불(成佛)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3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생물학적 필요성 이외에도 다른 많은 이유로 식사를 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은 또한 즐거움에 관한 것이고, 공동체에 관한 것이고, 가족과 영성에 관한 것이고, 우리와 자연세계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 표현에 관한 것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로 현대사회의 음식사슬들을 파헤쳤던 마이클 폴란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에 대해 쓴 책이다. 그는 ‘음식을 먹어라, 과식하지 마라, 주로 채식을 하라!’고 조언하는데, 그 말은 우리가 음식의 탈을 쓴 식품산업의 쓰레기들 속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음식은 이 땅에서 제철에 나고 자란 유기농산물인데, 지금 괴물들이 강을 파헤쳐 일용할 음식들이 자라던 땅을 집어삼키고 있다. 나는 ‘음식’ 을 먹고 살고 싶다.


4

 

 《숲에게 길을 묻다》
김용규 지음, 비아북

● 자연은 자신의 새끼나 씨앗을 발 아래 두려 하지 않습니다. 품을 떠나보내지 못한 새끼는 무서운 맹수나 맹금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해 위태로울 것이고, 부모의 발 아래에서 발아한 씨앗은 결국 부모의 그늘에 살면서 부모와 햇빛을 나누고 양분을 다퉈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아들의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한마디에 손끝이 풀린다. 아들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모습이 대견하기 보다는 그저 내 품에서 떠나는 섭섭함과 허전함뿐이다. 부모의 그림자가 클수록 자식의 그림자는 작아진다고 한다. 씨앗이 발 아래 떨어지지 않게 바람에 얹어 멀리 떠나보내는 소나무의 마음으로 아들을 내 곁에서 밀어내보련다.


5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
하승우, 유해정 지음, 북하우스

● 지금 당장 행복한 삶을 요구하자. 바쁘다고 일상을 포기하지 말고 외롭다고 온기를 잃지 말자. 아득하게 멀리 보이는 곳이지만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덧 그곳에 이르고 고개를 돌리면 같은 꿈을 품고 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세상의 변화는 언제나 작은 걸음에서 시작했다.

가장 많은 불신을 받으면서도 기대의 끈마저 놓아버릴 수는 없는 것이 ‘정치’인가? 선거가 축제가 되리라는 것은 일찌감치 기대도 않았지만 또한번의 정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오히려 갈증만 커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다음 선거 때를 기다려 투표만하는 것뿐인가? ‘정치인들에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도시생활자들의 희망의 반격’을 이끌어내는 알찬 정보들이 가득한 실천 메뉴얼이 나왔다.



6

 

 《면역혁명》
아보 도오루 지음, 이정환 옮김, 부광

● 면역은 생명의 유지와 폐기 모두에 관련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에 순종하는 생활방식을 선택하여 면역력을 향상시킬 경우에 컨디션이 나아져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면역이 그만큼 생명 그 자체의 존재성에 깊은 관련을 가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면역력이야말로 생명력의 진정한 주체다.


가끔 어떻게 하면 건강해지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말을 전해줍니다. 음식은 이렇게 먹고 이런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려 노력하고… 돌아오는 답변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 물론 병 걸리게 하는 사회라서 건강하게 살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건강에 왕도는 없습니다. 입에 맛난 음식 마음껏 먹고, 술 담배 다 하고, 규칙적인 운동은 하지 않고, 성질껏 살면서 건강해질 수 있는 `비방’은 없습니다. 아보 도오루의 말처럼 자연에 순종하는 생활방식을 익히는 것이 최고의 명약이고 장수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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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지나가면, 깊고 푸른 가을 하늘이 열리겠지요.
폭풍 피해가 없기를 기원합니다.

짧아진 가을.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며,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그런게 사실 독서는 가을에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가을철이 책이 많이 팔리눈 것은  꼭 아닙니다.

아무튼 가을은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생각의 계절, 추억의 계절이라고도 하지요.

사람마다 책 읽는 습관이 다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책을 애지중지, 깨끗하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떤 분들은 밑줄 쫙~, 메모에, 낙서에, 책갈피는 강 무시하고 책 귀퉁이를 접어서
다음에 읽을 날을 기약하지요.

그런데 독서광들이 펴낸 책들을 보면,
책에다 메모를 많이 하라고 조언합니다.
좋은 문장이나, 생각을 메모장처럼 써라고........

오늘 소개 시켜 드릴 책갈피는 일석이조.
볼펜도 되고 책갈피 역할을 하는






황금 책갈피. 물론 금으로 도색된 책갈피는 아닙니다.^^
책갈피 끝에 볼펜 심이 보이시지요.





볼펜으로 쓰시다가...





책갈피로 활용.
책을 보시다가 따로 밑줄 쫙 볼펜을 찾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볼펜심만 있으면,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낙엽을 코팅해서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오늘 한번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볼펜심만 있으면...............



*haptic p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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