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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5 내가 당신의 밥상에 오르지 못한 까닭? (1)


 

[ 전격! 명태 인터뷰 ]


지구온난화 때문에 밥상 위에서 국산 명태가 사라지고 있단다.
졸지에 환경문제를 생각해야하는 명태 입장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마침내, 갈비찜의 반열에 올랐답니다


나 지금 무지 어색해. 아까부터 여기 누워있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위기야. 뭐, 상당히 오랜만에 오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집 사람들 지나치게 호들갑인데? 난리가 났어.
아까부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당신, 너무 놀라지 말라구. 명태가 사람 말 좀 하는 게 뭐 어떻다고 그래? 인간 중에서도 기상천외한 초능력자나 돌연변이들이 있잖아. 나 역시 명태계의 그런 인물, 아니 어물일 뿐이야. 각설하고, 내가 누워있는 전골냄비 보이지. 이 집에서 웬만큼 귀한 음식 낼 때 빼고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비싼 도자기 제품이야. 냄비가 놓여있는 위치도 한번 봐. 한 가운데잖아. 나를 중심으로 구이, 김치, 젓갈, 각종 반찬들이 주변에 놓여있어. 알다시피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다고. 그래서 아까부터 목청껏 외쳤어. “어이, 당신들 실수한 거 아냐? 이건 갈비찜 같은 요리를 놓는 자리잖아. 내가 제일 중요하단 얘기야? 이봐!”

 

나는야 ‘금태’


그러나 저 사람들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더군.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거든. 대충 오가는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래.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했냐, 있기는 있더냐, 어디 맛 좀 보자 등등. 그게 나를 두고 한 이야기라는 걸 파악하는데도 한참 걸렸어. 가장 충격적인 건 누군가 나를 ‘금태’라고 부른 순간이었지. 그 사람은 내 배 부위에 젓가락을 대면서 몹시 황송해하더군. 소심하게 살을 조금만 집어내면서 입에 가져가던데, 먹으면서 어찌나 행복해하던지. 내가 다 무안해질 지경이었다니까.


둘러보니 아이가 둘 있는 한국의 지극히 평범한 집이야. 부엌이나 밥상 차림새를 봐서는 먹는 것에 신경은 좀 쓰는 것 같아. 열 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황송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이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에요?” 하고 묻더군. 그러자 아까의 그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그럼! 좀처럼 구할 수 없는 우리나라 생태로 만든 찌개란다.” 하고 대답했어. 아이들까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는데 어색해서 원. 나는 얼굴을 쑥갓 밑에 숨긴 채 그냥 눈을 감아버렸어.


많이 먹어주셔서 고마웠어요


곰곰이 생각해봤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내가 언제부터 한국 밥상에서 이런 몸 둘 바 모를 대접을 받게 된 걸까? 기억을 더듬어 이십여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갔지. 그 때까지만 해도 강원도 거진항, 속초항 같은 곳에 오면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 우리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바닷물 색깔이 변한다고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였지. 어부들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주낙을 던져 우리를 우르르 잡아 실어 갔어. 사람들은 우리 때문에 정말 바빴어. 경매에 몰려든 사람들은 새벽까지 손짓하면서 거래하고, 그게 끝나면 내륙 사람들까지 동원해 가공하느라 정신없는 거야. 여러 사람 먹여 살렸지. 내 자랑 같긴 하지만 명태만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생선이 또 있어? 얼리지 않은 생물로도 먹고, 바짝 말리면 북어, 반쯤 말려서 꿴 코다리, 얼리면 동태, 얼렸다 말렸다 반복하면 황태, 우리 새끼까지 ‘노가리’로 이름 붙여서 먹잖아. 알이랑 창자도 젓갈 담가서 먹고 말이야. 한마디로 우리가 없으면 한국 사람들 밥상은 쓸쓸해져. 알지? 백과사전을 봐도 ‘명태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산물’ 이라고 나온다고.


당연히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동해안도 사랑해 왔어. 친구들이 워낙 많이 진을 치고 있어서 몸값이 좀 낮으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잖아. 그건 나름대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동해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마 90년대 중반쯤이었지? 동해안으로 찾아오는 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설명하자면 우리는 알을 낳기 위해 좀 왔다 갔다 하거든. 어려운 말로 하면 ‘산란성 회유’지. 오호츠크해에서 지내다가 알을 낳으러 10월쯤이면 동해안으로 내려와. 그 후에 계속 머물다가 봄이 오면 다시 새끼와 함께 북으로 올라가고는 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수온이 10도에서 12도 정도 되다 보니 계절에 따라 살 곳을 달리 하는 거지.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해온 일이야.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어. 분명히 동해안에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바닷물 온도가 동해안 수준의 온도인 거야. 두리번거려보니 훨씬 북쪽이더군.


어라, 이상하다 싶어서 계속 가 봤지. 가까스로 강원도가 보이는 동해안에 도착했는데 친구들이 다들 도로 돌아가겠다고 아우성이야. 수온이 높아서 살 수가 없었거든. 알 낳으러 온지라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한데 기후가 확 바뀌어 봐. 못 살지. 그래서 평소 좀 둔하고 튼튼한 친구들만 소수 제외하고는 훨씬 북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

 

멱살 잡힌 물고기의 하소연 “더워서 왔다니까.” 


가끔 그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점점 살기가 팍팍하다고 우는 소리야. 저번에는 남해안에 살던 놈들이 올라왔다며 기겁을 하더라고. 한반도 주변에 살던 물고기들이 다 우왕좌왕하고 있나 봐. 성격 급한 친구가 남해안에서 올라온 처음 보는 놈 하나를 멱살 잡고 물어봤다더군. “너희 여기 왜 왔어?” 그랬더니 역시나 ‘더워서 못 살겠어서 올라왔다’고 대답했다는 거야.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는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하던데? 동병상련이지. 후우, 말하다 보니 한숨만 나오네. 솔직히 사는 지역만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는 거라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어.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 플랑크톤이나 독성해파리도 늘어나서 바다 속이 심란해. 적조현상이네 백화 현상이네 얼마나 말이 많은지. 나도 속 편하게 여기 누워있을 처지가 아니야.

 

명란은 꿈도 꾸지 마세요


이십년 전만 해도 우리 친구들이 동해안에서만 2만 톤 잡혔어. 그런데 올해는 어떤 줄 알아? 15톤이나 될까 몰라. 0.1퍼센트지. 1000분의 1이란 말이야. 계속 줄어들고 있는 건 물론이고. 지금 시장에 깔려 있는 모든 명태 종류를 다 들춰 봐. 걔네들 우리랑 전혀 말이 안 통해. 러시아나 중국에서 왔거든. 국산 황태라고 이름 붙여 파는 것들도 수입 동태를 물에 녹여서 푼 다음에 만든 게 많아. 명란은 아예 꿈도 꾸지 마. 국산 명란의 맛을 아는 일본 사람들이 싹쓸이하듯 가져가고 남는 게 거의 없거든. 그 탱탱하고 풍부한 맛을 보려면 투자 꽤나 해야 할 거야. 구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지만. 마트에서 대충 장보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 북어나 명태, 동태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다만 국산이 없을 뿐이지. 그러나 과연 괜찮을까?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살림>이 무언지 알 거야. 이십년 동안 국내 농산물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하면서 바른 식생활을 이끌어 온 단체잖아. 수산물이나 축산물 역시 마찬가지고. 제 아무리 공정무역이나 유기농을 거친 먹을거리라 할지라도 외국 제품은 다루진 않아. 멋진 철학을 고수하고 있지. 그런데 이 한살림에서도 명태 때문에 고민에 빠졌을 정도라니까. 국산 명태는 구하기가 너무나 힘든데, 러시아나 중국이나 캐나다 명태를 다루는 건 어불성설이잖아. 뭐? 명태는 취급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어허. 쉽게 이야기하네. 당신, 북어구이와 북어국, 생태찌개, 동태찌개, 명란젓, 창란젓, 노가리 안주가 모조리 사라진단 말이야. 한국 사람에게 명태를 먹지 말라는 건 가혹하지. 단순히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는 문제가 아님은 분명해. 그래도 뭐랄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보아 온 사람들에게는 이게 작은 각성이 될 거야. 생태계는 하나의 큰 고리야. 바다가 이 난리인데 땅이라고 제대로 돌아갈 리 있겠나.

 

투발루 국민과 한국 명태의 공통점


말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네. 이제 좀 쉬어야겠…… 그런데 저거 좀 봐. TV를 보라고. ‘기후난민’이라는 말 나오는 거 들었어? 투발루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인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계속 상승해서 나라가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거든. 이 나라 사람들이 딱 우리 꼴이야. 아무런 죄도 없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졸지에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거든. 살던 곳이 물에 잠기고, 돌이킬 수 있다는 희망도 없어. 결국 난민이 되어 뉴질랜드나 인근 나라로 이주하고 있는데 난민을 잘 받아주는 분위기도 아니잖아. 국제법과 UN도 환경파괴의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지라, 이런 사람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주지도 않아. 세계 언론과 뜻있는 단체들이 계속 ‘환경난민’ ‘기후난민’이라는 용어와 실태에 대해 정리하며 들이대지만 미적지근하기만 해. 자기들은 딱히 아쉬운 게 없다 이거지. 사실 이 작고 개발되지 않은 나라들은 지구온난화를 조장하지 않았어. 책임은 물 펑펑 쓰고 차 몇 대씩 굴리며 석유 펑펑 쓴 선진국들에게 있지. 그런데 피해는 이렇게 작은 나라를 먼저 강타하고 있어. 내가 보기에는 2005년에 일어난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한 맥락인데 발뺌만 할 뿐이지 뭐. 더 큰 피해가 발등에 떨어져야만 정신을 차리려나?

 

처음엔 국산 명태, 그 다음은?

장담하건대 나도 내가 동해안과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어. 의심하지 않았지. 그곳 어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이젠 누가 알겠어? 우리 친구들은 벌써부터 멸종을 두려워하고 있어.
어느 나라도 누구도 안전하지 않아. 동물도 식물도 산도 바다도 모조리 말이야.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피나는 노력과 자각이 없는 이상 우리는 절망으로 가는 한 배를 타게 될 거야. 나는, 사람들이 단순히 ‘요즘 국산 명태 먹기 힘드네’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는 단계에서 깨달아주었으면 좋겠어. 동해안과 서해안 마을들이 가라앉아 환경난민이 이 땅에 생기기 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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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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