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짓는 맛


개인적으로는 직장 선배인 그이를 ‘남성’ 전업주부로서 만나달라는 과제를 받았다. 나는 그와의 첫 만남, 그 기억 때문에 그이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첫 출근하던 날 그이는 나를 서점으로 데려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고르라 했다. 어찌나 신선한 충격이었던지 첫 출근하던 날 그 느낌을 직장의 첫 인상과 동일한 것으로 놓고 여태 그리워하고 있는 중이다. 


그이가 귀농을 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약간의 배신감과 부러움으로 속은 부글거렸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농사는커녕 전업주부로 나타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놀라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그이라면 그럴 법했기 때문이다. 그이의 품성은 흔히 말하는 남성들에게는 흔하지 않은 정서(가령 첫 출근한 후배에게 서점에 데려가 책을 사준다던가), 즉 세심한 마음이 남달랐다.


정작 본인에게 들어 보면 전업주부로서 삶을 의도한 적은 없다고 한다. 조금 덜 쓰고 덜 먹고 덜 벌어도 되는 편안한 생태적인 삶을 원했다. 그런 삶 중에 귀농이라는 방식을 선택하여 여기저기 공동체 마을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손에 흙도 한번 안 묻혀보고 살아온 생판 초짜인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하겠다고 나서자 아내는 제 살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당장 막 태어난 해담이 포함 세 식구 우선 밥 벌어 먹을 일 말이다. 간호사였던 아내는 시골에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보건진료소장이 되었다. 첫 발령지는 진부령 기슭의 흘리. 보건진료소장으로서 아내가 먼저 농촌에서 자리를 잡게 되자 살림과 육아는 자연스레 그이 차지가 되었다. 그렇게 남겨진 역할에 순응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5년차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이 집 식구들은 시골에서는 대낮격인 8시는 되어야 잠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아침밥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아내가 추스린다. 까다로운 식성을 가진 사람도 없어서 밥상 보기도 간편하다. 바로 집 옆에 딸린 보건소가 직장이라서 출근이랄 것도 없이 아내가 옆방으로 옮겨가면 세 남자의 일상이 된다. 밥상 치우고 청소하고 아이들 치닥거리하면 금새 점심  때가 된다. 점심 차려먹고 빨래를 한다. 둘째 해찬이가 배출하는 하루 열 나무개의 기저귀를 손으로 빠는 것이 제법 일이다. 기저귀는 기본으로 세제 없이 치대어 빤다. 묵혀두지 않고 바로바로 빨아 버릇하면 세제 없이도 깨끗하게 빨 수 있다고 한다. 장보기도 간단하다. 두부, 콩나물, 시금치, 생선, 계란 기껏해야 이 정도다. 시골에 있다보니 이웃에서 얻어먹는 재미가 솔찬하다. 혼자서는 못하지만 이웃에서 장이나 김치 담글 때 가서 돕고 얻어 먹는다. 요즘은 집 주위에 있는 폐교에서 매주 행사가 있어서 거기서 남는 음식을 가져다 잘 먹고 있다. 우리 일행들도 그 동냥해온 음식으로 한 상을 잘 받아 먹었다.


전업주부로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 빨래, 요리, 육아를 무난히 수행 중이다. 적어도 바깥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다는 말이다. 본인의 살림 솜씨에 품평을 해보라고 했더니 청소, 빨래는 어느 정도 하겠는데 요리와 육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아무렴 요리와 육아가 설마 남성 주부에게만 벅찬 일 일까마는 아무래도 섬세함에 있어서 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옆에서 가만 듣던 아내는 그런 대로 잘 하고 있고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옆에서 역성을 들어준다. 찬장 열어보니 한살림에서 나온 요리책에서부터 대 여섯권이 쌓여 있다. 처음에는 요리책을 들춰가며 이것저것 연구하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요리책 없이 근근이 상을 차려내는 수준이라고. 간혹 잘 모르는 일이 있을 때는 서울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 부럽지 않게 키워놓고 공부시켜놨더니 무슨 살림이냐고 펄쩍 뛰던 어머니였지만 이제는 전화 너머로 살림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와 지혜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물 흐르듯 살다


살림 중에 뭐니 뭐니해도 가장 어렵고 큰 일은 해담이, 해찬이 뒷바라지다. 뭐가 잘 안되면 포기도 잘 하는 성격인데 육아는 잘 안된다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살림 중에 최고난이도임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모든 것이 서툴렀던 첫 아이, 해담이보다 둘째 아이, 해찬이가 수월한 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만만하지가 않단다. 특히 육아라는 측면에서 남성 전업주부로서 절대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정서상 엄마를 우선하는 것은 본능이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서 어느 시점에서는 남성 주부로서 역부족을 느낄 때도 있고, 약간은 서운함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아이가 자다 깨서 울 때, 혹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기 때문에 이럴 때는 아내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젖을 물릴 수 있는 엄마만의 성역 같은 것이다. 


이야기 중에도 아이들이 몇 번이고 놀자고 매달린다. 태권도 시범도 보이고 그림도 그려주며 무한욕구를 표출하는 아이들을 노련하게 상대한다. 자상하게 아이들을 다루고 대화하는 모습은 천상 엄마다. 아이들이 워낙 순하여 그럴 일도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에게 언제나 저렇듯 자상할까, 혹시 손 대 본 적이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물었더니 한 사건이 걸려 돌아온다. 아내가 출타 중이던 어느 날이었다. 큰 애 해담이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엄마가 보이지 않자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달래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몸이 달았다. 달래도 보고 혼도 내보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해담이는 울다 지쳐 기진맥진 하였고 이런 아이를 보다 못해 정신 차리라 뺨을 살짝 친다는 것이 힘이 실린 모양이었다. 일단 상황은 종료가 되었지만 해담이도 그이도 너무 놀랐다. 한참 후 해담이가 이 사건을 좋지 않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이를 붙잡고 앉아 그때 상황과 왜 뺨을 때렸는지 자분자분 설명을 해주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알아듣더란다. 해담이는 윽박지르기보다 차분히 앉아 설명을 하면 잘 알아듣고 따르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보면 어디 그렇게 조곤조곤 설명을 하게 되는가? 올 해 새해 결심에 화 안 내는 해로 잡았다니 아이를 마음처럼 이성적으로 차분히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반증해준다.

 


5년차 남성 전업주부라고 소문 듣고 찾아왔는데 딱히 내 놓을 찬거리는 없다. 그냥 별스러운 것도 없고 큰 흠도 없이 평온하게 살고 있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랄 수 있겠다. 다만 덜 먹고 덜 쓴다라는 생활 원칙으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으로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음식은 안 남기고 세제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 옷은 대개 얻어다 입히고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천 기저귀 개어내는 솜씨가 제법 노련하다. 진료소에서 1회용 컵을 안 쓰려고 컵을 가져다 놓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아웅다웅하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니까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는 어떻게 키우고 싶을까? 큰 욕심 없이 맑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것이 부부의 소망이란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 그이가 원칙주의라면, 아내는 유연한 편이다. 예를 들어 ‘텔레비젼’에 관해서라면 그이는 아이들이 아예 보지 않도록 없애버리자고 한다면 아내는 그 부작용을 염려하여 시간을 제한하고 아이들이 절제할 수 있도록 가르치자는 주의다. 지금은 아내의 의견에 힘이 실려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이는 원주에서 대안교육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에 관해서는 마을 하나가 교육의 장이 되는 마을 교육, 공동체 교육을 꿈꾼다.


살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며 마지막까지 강조하고 있지만 참 천연덕스럽게 잘 해내고 있다. 물 흐르듯 순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이의 팔자가 꽤 괜찮아 보인다. 실제로 친구들이 많이들 부러워한단다. 왜 아니겠나. 나부터도 그런데…. 남성 전업주부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오고 남성 전업주부 15만 명 시대에 새삼 남성 전업주부가 특별한 삶을 산다고 수선을 떨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 가족이 행복해보이고 마냥 부러운 것은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크면 농사일을 시작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농사는 무슨 자식농사나 더 하고 살아가면 좋겠구만….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제 앞가림 할 정도가 되면 가족 사물놀이단을 만들어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강상헌  5년차 전업주부로 현재 아내, 두 아이와 경기도 양평에 살고 있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가족 먹을거리 농사를 지어 볼 계획이다.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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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상상력의 엔진을 달다!

 

- 고전과 상상력이 만나다 -

 고전에 상상력을 불러 넣은 일러스트 레이터
리즈 베트 츠베르거 (오스트리아 빈 출생 / 54 · Lisbeth Zwerger) .

안데르센 동화집
그림 형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헨젤과 그레텔
호두 까기 인형
노아의 방주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이야기.
엄마 아빠가 들려준
고전들 ....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달나라 여행
갈치 잠을 자면서도
꿈이 많았던 지난 시절 ...
풍요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는 요즘 아이들은
꿈이있는 걸까요?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츠베르거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30 년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세계 고전에 날개를 달아 주었 습니다.

 

 

어린 시절의 독서는 너무 중요합니다!

 ' 어린 시절은 지울 수없는 인생의 초기 기억들이
모이는 난롯가이며, 평생 우리 삶을 지탱해 줄 경험을하는시기 "

 - 크리스토프 아르놀트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섬세하고 따뜻한 그녀의 일러스트 레이션은
고전을 넘어 고전이 될만한 작품들 입니다.

 

 

하늘을 날고

 

 

 샤갈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동화의 세계

 

 

 

어린이들 세계는
어린이 들만의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꿈과 가치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아름답고 신성한 추억만 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을 수있다 "

- 표드로 토스 토 옙 프 스키 '카라 마조프의 형제들'에서 -

  

 

 어린이에게 상상력 날개를 달아 줄 교육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컴퓨터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글을 읽고, 쓰고, 대화를 나누고
도구를 다루고
흙을 만지고
그 속에서 상상력을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먼 발치만 볼 것이 아니라
되돌아 봄이 필요하다.
고전과 옛 지혜를 현재로 잇는 일.

 

 

 

잔잔한 모노톤
수채화와 파스텔 기법이 빚어낸
고전으로의 초대.

  

 

"고전은 아주 훌륭한 이야기들이다. 내가 원하는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있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다. "

 

리즈 베트 츠베르거

- 국내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 기사 중에서 발췌 -

  

 

 

 

 

리즈 베트 츠베르거의 작품을 보면서 ...
어렸을 때 읽었던 고전과
동화의 세계에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

 

 

 

 

 

 고전으로부터 배우고
어린이들로부터 배우고

 

오늘은 오즈의 마법사는 읽어 볼까요?

가정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교입니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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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목에서 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귀에는 이어폰,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
다른 한 손에는 문제집.

멀티태스킹(multitasking). IT용어입니다. 한 사람이 한 대의 컴퓨터로 2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을 뜻합니다. 다중 작업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은 넓고 빠르고 할 일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요즘 길가라는 곳이 워낙 차들이 빵빵거리면서 다니기 때문에.........

 
‘요즘’ 멀티태스킹은 일상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렸지요.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컴퓨터를 하고, 운전을 하고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왠지 불안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집중력 상실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미국 가족의 인사문화를 연구했는데, 조상 대상 가구 중에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 올 때 인사를 건네는 사람(부인, 자녀 등)이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들 바빠서인가요? 물론 인사문화가 발달된 동양권에
견주어 미국은 그 정도 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요즘 자녀들이 너무 바쁘다는 겁니다.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어느 한 곳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아빠는 보이지 않는 거지요.
전국의 아빠 여러분들 조금 서운하시지요. 인사는 참 중요합니다. 관계지요.
인사를 건네지 않는 다는 것은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교육의 문제인가요? 아닙니다. 장소의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시공간 개념이 무너졌습니다. 집으로 아빠가 왔다고 해서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직장 근로자 중 3분의 1 가량이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 후에도
업무를 본다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경우는 100가구 중에 17가구 정도.

 
대화 상실의 시대. 조사에 참여한 한 가구의 아이는 말했습니다.
“단 0.001초도 아빠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참 슬픈 현실이지요.
가정은 학교보다 중요한 학교라고 이야기 합니다. 대화가 있어야 신뢰가 생기고 유대감이 생기지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져볼 때입니다. 너무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자녀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사고할 깊이를 주지 않는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어버릴 겁니다. 사람에 대한 깊이, 인사, 유대감, 가족공동체의 복원이야말로, 현대사회의 모순을 딛고 나아갈 작은 원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자녀들 집중력 키우기' 단상은 앞으로 몇 차례에 거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 참고 및 본문 인용 도서: Distra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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