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격! 명태 인터뷰 ]


지구온난화 때문에 밥상 위에서 국산 명태가 사라지고 있단다.
졸지에 환경문제를 생각해야하는 명태 입장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마침내, 갈비찜의 반열에 올랐답니다


나 지금 무지 어색해. 아까부터 여기 누워있는데 상당히 부담스러운 분위기야. 뭐, 상당히 오랜만에 오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집 사람들 지나치게 호들갑인데? 난리가 났어.
아까부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당신, 너무 놀라지 말라구. 명태가 사람 말 좀 하는 게 뭐 어떻다고 그래? 인간 중에서도 기상천외한 초능력자나 돌연변이들이 있잖아. 나 역시 명태계의 그런 인물, 아니 어물일 뿐이야. 각설하고, 내가 누워있는 전골냄비 보이지. 이 집에서 웬만큼 귀한 음식 낼 때 빼고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비싼 도자기 제품이야. 냄비가 놓여있는 위치도 한번 봐. 한 가운데잖아. 나를 중심으로 구이, 김치, 젓갈, 각종 반찬들이 주변에 놓여있어. 알다시피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다고. 그래서 아까부터 목청껏 외쳤어. “어이, 당신들 실수한 거 아냐? 이건 갈비찜 같은 요리를 놓는 자리잖아. 내가 제일 중요하단 얘기야? 이봐!”

 

나는야 ‘금태’


그러나 저 사람들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더군.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거든. 대충 오가는 이야기를 간추리면 이래.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했냐, 있기는 있더냐, 어디 맛 좀 보자 등등. 그게 나를 두고 한 이야기라는 걸 파악하는데도 한참 걸렸어. 가장 충격적인 건 누군가 나를 ‘금태’라고 부른 순간이었지. 그 사람은 내 배 부위에 젓가락을 대면서 몹시 황송해하더군. 소심하게 살을 조금만 집어내면서 입에 가져가던데, 먹으면서 어찌나 행복해하던지. 내가 다 무안해질 지경이었다니까.


둘러보니 아이가 둘 있는 한국의 지극히 평범한 집이야. 부엌이나 밥상 차림새를 봐서는 먹는 것에 신경은 좀 쓰는 것 같아. 열 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황송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이게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에요?” 하고 묻더군. 그러자 아까의 그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그럼! 좀처럼 구할 수 없는 우리나라 생태로 만든 찌개란다.” 하고 대답했어. 아이들까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는데 어색해서 원. 나는 얼굴을 쑥갓 밑에 숨긴 채 그냥 눈을 감아버렸어.


많이 먹어주셔서 고마웠어요


곰곰이 생각해봤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내가 언제부터 한국 밥상에서 이런 몸 둘 바 모를 대접을 받게 된 걸까? 기억을 더듬어 이십여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갔지. 그 때까지만 해도 강원도 거진항, 속초항 같은 곳에 오면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 우리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바닷물 색깔이 변한다고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였지. 어부들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주낙을 던져 우리를 우르르 잡아 실어 갔어. 사람들은 우리 때문에 정말 바빴어. 경매에 몰려든 사람들은 새벽까지 손짓하면서 거래하고, 그게 끝나면 내륙 사람들까지 동원해 가공하느라 정신없는 거야. 여러 사람 먹여 살렸지. 내 자랑 같긴 하지만 명태만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생선이 또 있어? 얼리지 않은 생물로도 먹고, 바짝 말리면 북어, 반쯤 말려서 꿴 코다리, 얼리면 동태, 얼렸다 말렸다 반복하면 황태, 우리 새끼까지 ‘노가리’로 이름 붙여서 먹잖아. 알이랑 창자도 젓갈 담가서 먹고 말이야. 한마디로 우리가 없으면 한국 사람들 밥상은 쓸쓸해져. 알지? 백과사전을 봐도 ‘명태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산물’ 이라고 나온다고.


당연히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동해안도 사랑해 왔어. 친구들이 워낙 많이 진을 치고 있어서 몸값이 좀 낮으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잖아. 그건 나름대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동해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마 90년대 중반쯤이었지? 동해안으로 찾아오는 길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설명하자면 우리는 알을 낳기 위해 좀 왔다 갔다 하거든. 어려운 말로 하면 ‘산란성 회유’지. 오호츠크해에서 지내다가 알을 낳으러 10월쯤이면 동해안으로 내려와. 그 후에 계속 머물다가 봄이 오면 다시 새끼와 함께 북으로 올라가고는 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수온이 10도에서 12도 정도 되다 보니 계절에 따라 살 곳을 달리 하는 거지. 수십 년 동안 변함없이 해온 일이야.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어. 분명히 동해안에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바닷물 온도가 동해안 수준의 온도인 거야. 두리번거려보니 훨씬 북쪽이더군.


어라, 이상하다 싶어서 계속 가 봤지. 가까스로 강원도가 보이는 동해안에 도착했는데 친구들이 다들 도로 돌아가겠다고 아우성이야. 수온이 높아서 살 수가 없었거든. 알 낳으러 온지라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한데 기후가 확 바뀌어 봐. 못 살지. 그래서 평소 좀 둔하고 튼튼한 친구들만 소수 제외하고는 훨씬 북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

 

멱살 잡힌 물고기의 하소연 “더워서 왔다니까.” 


가끔 그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점점 살기가 팍팍하다고 우는 소리야. 저번에는 남해안에 살던 놈들이 올라왔다며 기겁을 하더라고. 한반도 주변에 살던 물고기들이 다 우왕좌왕하고 있나 봐. 성격 급한 친구가 남해안에서 올라온 처음 보는 놈 하나를 멱살 잡고 물어봤다더군. “너희 여기 왜 왔어?” 그랬더니 역시나 ‘더워서 못 살겠어서 올라왔다’고 대답했다는 거야.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는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하던데? 동병상련이지. 후우, 말하다 보니 한숨만 나오네. 솔직히 사는 지역만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는 거라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어.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 플랑크톤이나 독성해파리도 늘어나서 바다 속이 심란해. 적조현상이네 백화 현상이네 얼마나 말이 많은지. 나도 속 편하게 여기 누워있을 처지가 아니야.

 

명란은 꿈도 꾸지 마세요


이십년 전만 해도 우리 친구들이 동해안에서만 2만 톤 잡혔어. 그런데 올해는 어떤 줄 알아? 15톤이나 될까 몰라. 0.1퍼센트지. 1000분의 1이란 말이야. 계속 줄어들고 있는 건 물론이고. 지금 시장에 깔려 있는 모든 명태 종류를 다 들춰 봐. 걔네들 우리랑 전혀 말이 안 통해. 러시아나 중국에서 왔거든. 국산 황태라고 이름 붙여 파는 것들도 수입 동태를 물에 녹여서 푼 다음에 만든 게 많아. 명란은 아예 꿈도 꾸지 마. 국산 명란의 맛을 아는 일본 사람들이 싹쓸이하듯 가져가고 남는 게 거의 없거든. 그 탱탱하고 풍부한 맛을 보려면 투자 꽤나 해야 할 거야. 구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지만. 마트에서 대충 장보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 북어나 명태, 동태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다만 국산이 없을 뿐이지. 그러나 과연 괜찮을까?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살림>이 무언지 알 거야. 이십년 동안 국내 농산물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하면서 바른 식생활을 이끌어 온 단체잖아. 수산물이나 축산물 역시 마찬가지고. 제 아무리 공정무역이나 유기농을 거친 먹을거리라 할지라도 외국 제품은 다루진 않아. 멋진 철학을 고수하고 있지. 그런데 이 한살림에서도 명태 때문에 고민에 빠졌을 정도라니까. 국산 명태는 구하기가 너무나 힘든데, 러시아나 중국이나 캐나다 명태를 다루는 건 어불성설이잖아. 뭐? 명태는 취급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어허. 쉽게 이야기하네. 당신, 북어구이와 북어국, 생태찌개, 동태찌개, 명란젓, 창란젓, 노가리 안주가 모조리 사라진단 말이야. 한국 사람에게 명태를 먹지 말라는 건 가혹하지. 단순히 맛있는 것을 먹지 못하는 문제가 아님은 분명해. 그래도 뭐랄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보아 온 사람들에게는 이게 작은 각성이 될 거야. 생태계는 하나의 큰 고리야. 바다가 이 난리인데 땅이라고 제대로 돌아갈 리 있겠나.

 

투발루 국민과 한국 명태의 공통점


말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네. 이제 좀 쉬어야겠…… 그런데 저거 좀 봐. TV를 보라고. ‘기후난민’이라는 말 나오는 거 들었어? 투발루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인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계속 상승해서 나라가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거든. 이 나라 사람들이 딱 우리 꼴이야. 아무런 죄도 없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졸지에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거든. 살던 곳이 물에 잠기고, 돌이킬 수 있다는 희망도 없어. 결국 난민이 되어 뉴질랜드나 인근 나라로 이주하고 있는데 난민을 잘 받아주는 분위기도 아니잖아. 국제법과 UN도 환경파괴의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지라, 이런 사람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주지도 않아. 세계 언론과 뜻있는 단체들이 계속 ‘환경난민’ ‘기후난민’이라는 용어와 실태에 대해 정리하며 들이대지만 미적지근하기만 해. 자기들은 딱히 아쉬운 게 없다 이거지. 사실 이 작고 개발되지 않은 나라들은 지구온난화를 조장하지 않았어. 책임은 물 펑펑 쓰고 차 몇 대씩 굴리며 석유 펑펑 쓴 선진국들에게 있지. 그런데 피해는 이렇게 작은 나라를 먼저 강타하고 있어. 내가 보기에는 2005년에 일어난 허리케인 카트리나도 한 맥락인데 발뺌만 할 뿐이지 뭐. 더 큰 피해가 발등에 떨어져야만 정신을 차리려나?

 

처음엔 국산 명태, 그 다음은?

장담하건대 나도 내가 동해안과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어. 의심하지 않았지. 그곳 어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이젠 누가 알겠어? 우리 친구들은 벌써부터 멸종을 두려워하고 있어.
어느 나라도 누구도 안전하지 않아. 동물도 식물도 산도 바다도 모조리 말이야.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피나는 노력과 자각이 없는 이상 우리는 절망으로 가는 한 배를 타게 될 거야. 나는, 사람들이 단순히 ‘요즘 국산 명태 먹기 힘드네’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는 단계에서 깨달아주었으면 좋겠어. 동해안과 서해안 마을들이 가라앉아 환경난민이 이 땅에 생기기 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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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동무들에게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들에게 자리를 사양하기로 합시다.

입을 꼭 다물고 몸을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어른들에게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을 뿐입니다.

다 같이 내일을 살리기 위하여 이 몇 가지를 실행합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 동무들에게’와 ‘어른들에게’는 동학운동을 하던 김기전, 방정환 등이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을 선포하며 발표한 <어린이날 선언문>에 있는 내용입니다. 80여 년 전에 쓴 이 당부의 말들이 여전히 새겨들어야 할 것들 뿐입니다.

 

 

 

 

 

 

 

 

 

사진을 찍은 강재훈 님은 이십 년 가까이 오지의 작은 학교들을 찾아가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빠르고 큰 것만을 좇는 세태에 결국은 남아나지 않으리라는 걱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가 찾아갔던 작은 학교들은 이미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특집에 실린 사진들은 학고재에서 나온 그의 사진집《들꽃피는 학교, 분교》와 가각본에서 펴낸《산골분교운동회》에 실린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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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채소로 알려져 있어 겨울이 제철이다. 중국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배추뿌리를 깨끗하게 씻어서 설탕과 생강을 함께 넣고 푹 끓인 차를 만들어 음료 대신 수시로 마신다고 한다. 배추가 감기에 효과적인 이유는 배추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C 덕분. 배추 속에 농축되어 있는 비타민C는 열을 가하거나 소금에 절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 특징이 있고, 내화상즙(갑자기 내장에 열이 오르는 현상)에도 효과적이다. 또 배추에 풍부한 칼슘은 뼈대의 형성뿐만 아니라 산성을 중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장수를 돕는다. 그 밖에도 배추는 소화를 촉진시켜 주며, 배추의 부드러운 섬유질은 변비 개선에 탁월하다. 또한 카로틴을 비롯해 칼슘, 식이섬유, 철분 등이 들어 있어 겨울철 대표 음식으로 손꼽힌다.


새우와 함께 부쳐 영양이 풍부한  - 마른 새우 배추전


재료 : 배춧잎 5장, 마른 새우 1/2컵, 파프리카 1/2개, 튀김가루 1컵, 물 1/2컵, 달걀 1개

만들기 : 1. 배추는 송송 썰어 둔다. 2.  마른 새우는 기름 없는 팬에 한번 살짝 볶은 후 칼로 몇 번 다져놓으며, 파프리카(홍피망)도 함께 다져놓는다. 3.  튀김가루에 달걀 물을 넣고 반죽을 만든다. (소금 약간, 어간장 약간으로 간한다.) 4. 반죽에 준비해 둔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은 후 한 수저씩 작게 부쳐낸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은 - 배추 자장면


재료 : 생면 1팩, 배춧잎 4장, 감자 2개, 양파 2개, 당근 1/2개, 돼지고기 사태살 150g, 다진 파, 다진 마늘, 전분가루 1.5큰 술, 자장 4큰 술, 조청 1/2큰 술

만들기 : 1. 사태살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정종, 생강가루, 후추로 밑간을 해놓는다. 2.  감자, 당근, 양파는 너무 작지 않은 크기로 깍둑썰기 하며, 배추도 다른 채소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둔다. 3. 자장은 미리 기름에 볶은 후 기름을 빼고 조청을 넣어 섞어준다. 4. 궁중 팬에 기름을 두른 후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고 기름에 향이 배도록 한다. 5. 기름에 향이 배면 사태살을 넣고 볶다가 양파를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다음 감자, 당근을 넣어 볶아준다. 6.  채소가 다 볶아지면 자장과 배추를 함께 넣고 볶는다. 7. 자장과 채소가 잘 어우러지게 볶아지면 물을 자작하게 붓고 감자와 당근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8. 전분가루에 물 4큰 술을 넣어 갠 후 소스에 부어준다. 9. 잘 삶아진 생면에 자장소스를 올려준다.
한살림의 춘장은 캐러멜 색소가 들어가지 않아 색이 진하지 않아요.


싱싱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 배추 샐러드

재료 : 오징어 1마리, 쌈채소 1봉, 배춧잎 5장, 마늘 4쪽, 간장소스(맛간장 4큰술, 식초 1큰술, 참기름 1큰 술, 깨소금 1큰 술, 설탕 약간)

만들기 : 1. 오징어는 깨끗이 씻어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구운 다음 적당한 크기로 썰어둔다.  2. 쌈채소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물에 담갔다가 싱싱해지면 물기를 뺀다. 3. 배춧잎도 한입 크기로 썰어 물에 담갔다가 아삭아삭해지면 물기를 뺀다. 4. 마늘은 편으로 썰어 기름 1큰 술 정도에 살짝 튀기듯 익힌 후 토핑으로 뿌려준다.  간장소스를 끼얹는다.



영양이 풍부한 재료가 한자리에  - 배추 전골





재료 : 배춧잎 6장,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팽이버섯 1/2봉, 미나리, 물만두 10개, 파 2뿌리, 마늘 3쪽, 멸치다시마육수 6컵, 어간장, 소금

만들기 : 육수 만들기    1. 마른 냄비를 살짝 달군 후 물에 살짝 헹군 멸치를 넣고 볶은 다음,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2.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먼저 건져낸다. 3. 10분 정도 팔팔 끓인 후 멸치도 건져내고 어간장이나 소금으로 간한다. (다시마와 멸치를 충분히 우리면 특별히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골 만들기    1.  배춧잎은 10cm 길이로 잘라준다. 2. 느타리버섯은 적당한 두께로 찢어두고, 표고버섯은 채썰어둔다. 3. 파와 미나리는 각각 5cm 길이로 썰어 준비한다. 4. 마늘은 편으로 썬다. 5.  전골냄비에 미나리를 뺀 각각의 재료를 예쁘게 돌려 담은 후 육수를 부어 끓인다. 6.  국물이 한소끔 끓은 후 미나리를 올려 살짝 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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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꽃분홍색 삼중보온메리를 이불 속에 몰래 묻어두고 집을 나선 어느 겨울 아침, 책가방을 메고 달음박질치는 뒤통수 뒤에서 들리는 엄마의 고함소리. “멋 부리다 얼어 죽는다!” 늦가을부터 입기 시작해 봄 꽃샘추위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내복 벗는 이쁜 습관이 든 건 하루 종일 얼어 ‘죽지 않을 만큼’ 고생한 그날부터였다. 내복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말로는 내복 따위 우습고 부끄럽고 불편하다지만 벗겨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7명이 입는다. 5,60대 다음으로 많이 입는 건 의외로 20대다. 이상기온으로 기습한파가 몰아치면서 내복회사 매출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월 기온이 연일 영하로 내려갔을 때는 판매가 생산을 앞지르면서 내복대란이 일기도 했다. 오늘날 내복은 매우 과학적인 건강 필수품이자 감각적인 패션 아이템이다. 멋에 죽고 사는 젊은 그들도 반할 만큼 얇고 따뜻한데다 예쁘기까지 하다. “몸에 착 붙는, 보드랍고 따뜻한 맛”에 중독되면 끊기(벗기) 쉽지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내복 입으면 면역력도 높아져

내복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체온 유지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가 3도쯤 높아진다. 체온이 잘 유지되면 혈액 순환이 잘 되고 신진대사도 활발하다. 면역력도 높아진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약해지고, 체온이 1도 오르면 다섯 곱절 활성화된다. 날이 추워졌다고 실내 온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커져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면역력은 더욱 약해진다. 그러니 한겨울에 한껏 달궈진 집안에서 반팔 입고 지내는 건 참 못난 짓이다.

건조한 겨울 날씨에 실내 온도를 높이면 공기는 더욱 건조해지고 피부의 수분도 빨리 많이 빼앗겨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쉽다. 민감한 피부, 아토피성 피부라면 더욱 괴로운데 이때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추면 습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내복을 입으면 피부와 내복 사이에 습기가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중동 사람들도 당연한 듯 내복을 꼭 챙겨 입는다. 일교차가 무려 30도 이상 되는 이곳에서의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건강관리 비법도 ‘잘 껴입기’란 걸 알 수 있다. 간혹 뚱뚱해보이기 때문에 내복을 입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자신을 냉정히 돌아볼 일이다. 나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불어난 살 때문인지, 두께 1mm도 되지 않는 얇은 내복 때문인지 말이다.


어떤 내복을 입을까

내복은 체온 유지를 위해 맨살 위에,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입어야 하는 옷인 만큼 보온성과 착용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땀 흡수며 통풍은 잘되는지, 무게는 가벼운지, 두께며 신축성은 적당한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요즘 출시되는 내복들은 보온성과 착용감이 훌륭하고 대부분 항균, 방취, 정전기 방지 기능도 더해져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복’을 검색하면 눈으로 대충 훑는 것만도 한참 시간이 걸릴 만큼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다. 크게 소재, 기능,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입는 겉옷과 체질, 취향을 염두에 둔다면 고르기가 좀 수월하다. 예를 들면, 어디서(일상 시, 레포츠 시 등), 어떻게(겉으로 보이게, 안보이게), 어떤 모양(목이 드러나는, 드러나지 않는 등), 어떤 무늬, 어떤 색을 입을까 등 말이다.

길이도 9부(손목, 발목까지 오는 길이), 7·8부(겉옷 밖으로 보이지 않도록 팔꿈치, 무릎 조금 아래까지 오는 길이), 5부(반팔,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길이), 3부(무척 짧은 치마 속에도 입을 수 있는 길이) 등으로 여러 가지가 나와 있어 어떤 겉옷 속에도 티내지 않고 감쪽같이 입을 수 있다. 무늬도 줄무늬, 물방울무늬에 흡사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의 큰 꽃무늬부터 작고 귀여운 꽃무늬까지, 이밖에 티셔츠 같은 겉옷과 구분이 안될 만큼 ‘안에 입는 옷’ 내복의 고정관념을 깨는 감각적인 색과 디자인의 내복도 눈길을 끈다.

만약 예민한 사람이라면 기능이나 디자인보다는 소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기능이 많고 그 기능들의 효과가 극대화된 제품일수록 합성 섬유의 비율이 높고 갖가지 화학적 가공이 더해진 경우가 많다.




순면 내복

내복 예찬론자들은 피부에 직접 닿는 소재로는 예나 지금이나 순면이 으뜸이라고 입을 모은다. 피부과 전문의들 또한 피부가 예민하다면 100% 천연 면 소재인 순면 내복 입기를 권한다. 순면은 본디 다른 천연 소재에 비해 촉감, 흡습성이 좋은데, 섬유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천연 섬유의 단점으로 꼽히던 신축성도 나아졌다. 순면 내복은 40수면을 기본으로 해서 60수, 80수, 최근 200수까지 나왔다. 수는 실의 굵기를 뜻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가늘고 부드러운 실로 짠 원단이어서 촉감이 부드럽고 촘촘하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 없이 재배한 목화에서 추출한 유기농 면 제품도 꾸준히 늘고 있다.   

친환경 소재 + 가공 내복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갖가지 천연 성분을 더해 만든 내복들도 늘었다. 콩, 대나무, 해조류 등 자연 원료에서 추출한 성분을 섞어 짠 섬유나 혹은 주로 면 원단에 녹차, 우유, 진주, 은, 황토, 숯, 맥반석, 게르마늄, 키토산 같은 특정 성분을 입혀 가공한 소재로 만들어진다. 내복회사들은 천연 성분들이 지닌 고유의 효능, 곧 피부 보호, 항균, 항취, 온도 조절 기능들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건 텐셀 소재의 내복이다. 텐셀(정확히는 리오셀 섬유)은 목재(유칼립투스 나무 등) 펄프에서 물리적 방법으로 추출한 섬유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천연 섬유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레이온계의 화학 섬유다. 화학 섬유로 인한 환경 파괴와 건강에 대한 고민과 반성으로부터 개발된 섬유여서 다른 화학 섬유에 비해 제조 및 폐기 시 공해 발생률이 낮고, 천연 섬유와 화학 섬유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땀 흡수가 잘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특히 산후조리 중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구입 시, 텐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하더라도 텐셀보다 다른 합성 섬유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경우도 있으니 섬유 조성 비율을 꼭 확인하도록 한다.

안타깝게도, ‘친환경’이니 ‘천연’이니 하는 단어가 붙었을수록 성분이며 가공 과정이 정말 천연이고 친환경인지 제품의 안팎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천연의 원료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함유된 양이 극히 적고, 성분 추출 및 가공 과정에서 여러 화학 성분이며 화학적 방법들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제품으로 선택하고 제품 설명서도 꼼꼼히 읽어보도록 한다.

천연 염색 전문 업체인 ‘약초보감’(www.obang.net, shop.hansalim.or.kr)의 내복들은 환경에 관심이 남다른 이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대부분 직접 짠 100% 순면에 쑥, 황토, 밤토, 강황, 오배자, 도토리, 쪽, 부평초, 옥, 참숯 같은 천연 원료를 이용해 염색을 하기 때문에 촉감이 부드럽고 색이며 향이 은은하다. 또 천연 염색 후 나온 찌꺼기들은 논밭에 뿌려 천연 비료로 재활용할 만큼 사람과 자연에 해가 적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발열 내복

자체 개발(혹은 수입)한 발열 기능이 있는 섬유로 만든 일명 ‘열나는 내복’이다. 대개 레이온,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같은 화학 섬유를 각 회사들만의 비율로 섞고 가공한 합성 원단에 가공 처리를 해서 만든다. 몸에서 나오는 수분을 흡수해 열을 내고 섬유 사이에 있는 공기층이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원리로 면 소재보다 얇지만 따뜻하고 빨리 마른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 내복 

이런 저런 이유로 내복 입기를 꺼리는 청소년, 2·30대 젊은층에서 인기다. 내복이 갖는 장점인 보온성에 가벼운 착용감, 다양한 색과 디자인까지 갖춘 속옷 겸 겉옷이다. 갈색, 회색, 검정색 같은 차분한 색부터 노란색, 초록색, 파랑색, 보라색 등 겉옷에서나 볼 수 있는 감각적인 색에 목둘레선도 브이넥, 라운드넥, 터틀넥 등으로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일본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뉴욕, 런던, 파리, 중국, 홍콩 등 전 세계에서 5천만 장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의류회사와 속옷 전문회사에서도 앞 다투어 패션 내복을 선보이고 있다. 얇은 두께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주로 발열 기능성 소재가 사용되며 신축성이 좋아 정장이나 코트같이 두꺼운 겨울옷의 맵시를 잘 살려준다. 

기능성 내복

겨울 등산, 스키, 스노보드 등 레포츠 활동에 유용하다. 외부 활동을 위한 내복인 만큼 고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져 추운 기운을 막고 보온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내복들에 비해 땀이 빨리 마르고 신축성, 항균기능도 좋다. 

그밖에, 스타킹처럼 봉제선이 없는 내복, 노년층이나 실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들을 위해 관절(어깨, 팔꿈치, 무릎) 부위에 천을 두세 겹 덧댄 관절 내복, 100% 메리노울로 만들어 특히 보온성을 올린 순모 내복도 있다. 삼중, 이중직 원단으로 만들어져 다른 것들에 비해 도톰한 두께의 내복(일명 보온메리, 에어메리)은 순면 내복과 더불어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사랑받는 내복계의 스테디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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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돌보는 한 대접의 미학

 

 

인류사에 있어서 최초로 탄생한 음식다운 음식은 바로 죽이다. 서기 5천년 경 신석기 후반에 이르러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곡식을 재배하고 그릇을 만들게 된 사람들은 자신이 거둬들인 농작물에 물을 붓고 끓여 먹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냥으로 얻은 고기와 산나물, 열매 등을 함께 넣어 현재의 죽으로 추정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음식이 생겨났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 죽만도 40여 종으로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보양음식, 별미음식, 병인음식, 구황음식으로 지속적으로 발달해 왔다.


죽의 역사적 배경을 떠나 사람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음식 역시 죽이다. 어미젓을 갓 뗀 아기가 미음으로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먹게 되는 이유식이 모두 죽인데, 아기는 죽으로부터 피와 살을 덧붙이고 튼튼한 뼈를 키워낼 뿐만 아니라 세상사는 별난 맛 또한 차근히 익혀나간다.


죽을 쑤는 방법은 어느 곳이나 대개 비슷하다. 곡물의 6, 7배 정도로 넉넉하게 물을 붓고 훌훌하게 끓여내면 되는데, 한국의 경우 녹두나 팥 등 잡곡을 고아서 거른 물에 쌀을 넣어 쑤거나 고기나 생선, 푸성귀를 다져 넣고 쑤는 경우가 예로부터 흔했다.


죽의 종류는 용도나 재료에 따라 나뉘기도 하지만 묽기에 따라 미음·응이·암죽·죽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미음은 곡물을 충분히 고아낸 후에 체에 받아낸 것으로 죽보다 묽은 것이고, 응이는 곡식의 녹말만을 가라앉혀 쑨 것이며 암죽은 곡식의 가루를 밥물에 타서 끓인 것이다.


이처럼 죽은 그 조리법과 재료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곡물의 전분이 주원료다. 여기에 단백질 식품인 육류와 어류를, 비타민 무기질 식품인 견과류와 채소류를, 약이성 식품과 향채류를 배합하여 끓이는 것인데 언제 어느 때에 먹느냐에 따라 죽의 성격과 조리법이 또다시 사뭇 달라진다. 

 

한 그릇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할 때

 

1611년 허균이 바닷가로 귀양가서 거친 음식만 먹게 되자 그 전에 맛본 산해진미를 생각나는 대로 써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남겼다. 제목은 고기를 먹고 싶으나 먹을 수가 없으므로 ‘도문(도살장의 문)’이나 바라보고 ‘대작(질겅질겅 씹다)’하며 자위한다는 것으로, 가당치 않은 것을 부러워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강릉방풍죽
“나의 외가인 강릉에는 방풍이 많이 산출되는데 2월이면
그 고장 사람들이 새벽 이슬을 타고 방풍의 새싹을 따서 햇빛을 쪼이지 않는다.
잘 데낀 쌀로 죽을 쑤어 반열이 되면 방풍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차가운 사기 그릇에 퍼 담아 따뜻할 때 먹으면
입안에 단맛과 향기가 가득하여 3일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허균 <도문대작(屠門大嚼)> 중

 


조선 영·정조 때에 홍양호가 지은 <북새기략(北塞記略)〉에 따르면 “곡물이 매우 귀하여 귀보리(耳麥)로 죽을 쑤어 먹는다”고 하여 구황식으로 죽을 먹던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보리죽도 못 먹으면 나물을 뜯어다가 죽을 쑤어먹었는데 조선 현종때 서유구가 펴낸 농업백과전서,〈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서도 무죽, 당근죽, 쇠비름죽, 근대죽, 시금치죽, 냉이죽, 아욱죽과 같은 구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세월을 뛰어넘어 1950년대 한국전쟁을 거쳐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멀건 국에 쌀이나 보리 한줌만 넣고 쑨 죽으로 온가족이 주린 배를 채웠던 기억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아리고도 구수한 추억이다.


반면, 죽이 보양식으로 쑤어지면 그 재료와 조리법이 화려해진다. 흰쌀을 기본으로 인삼, 대추, 복령, 갈근, 잣, 깨, 산약, 황기 등 한약재와 약이성 식품이 곁들여 지는데 이는 음식이 곧 약이 되는 우리 고유의 약식동원(藥食同源)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직접 그 안정성이 확인되어 아픈 자이거나 건강한 자이거나 가릴 것 없이 원기를 돋우는 음식으로 지금까지도 톡톡히 한몫을 해내고 있다.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릴 때도 빠짐없이 죽이 등장한다. 별미식으로 등장할 때는 대부분 지방색을 띠기 마련인데 그 지역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작물이나 수산물을 이용하여 맛과 향, 모양까지 갖추는 경우가 많았다. 강원도는 감자, 옥수수 같은 고랭지 작물과 해안의 해산물로 된 소박한 죽들이 많았고, 충청도는 풍부한 곡류, 채소, 해산물을 이용하는 것 외에도 인삼이 들어가는 보양죽이 특징적이다. 경상도는 풍부한 해산물과 밭작물이 어우러진 담백한 죽이 많고, 전라도는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한 화려하고 진한 맛이 특색이다. 제주도는 다채로운 해산물 외에도 새끼돼지의 태반으로 죽을 쑤기도 했고, 황해도·평안도·함경도의 경우 잡곡과 산림지역의 나물을 이용해 구수한 죽을 올려 입맛을 돋우고 풍류를 즐겼다.


현대에 들어서면 지친 도시인들의 속풀이용으로도 크게 환영받는 것이 죽이다. 제 때 편안히 끼니 챙겨먹기도 힘든 현실 속에서 늦도록 격무와 술자리까지 이어졌다면 술술 잘도 넘어가는 죽 한그릇이 생각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광화문, 종로, 강남 등지의 한다하는 죽집들 앞에서 아침부터 긴 행렬을 보게 되는 것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배고프고, 아프고, 입맛 없고, 속 쓰리고, 소화가 안될 때 찾게 되는 죽. 단순한 음식을 넘어 몸과 마음의 슬픔과 고통까지 달래주는 따뜻한 보살핌이 되어 요란하지 않게 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예전 짧지 않은 시간 세밀한 준비와 지킴을 통해 죽을 쑤던 이는 주로 가가호호 어머니였지만 지금은 프랜차이즈 가게의 규격화된 죽도 있고, 드넓은 마트의 인스턴트 죽이며, 인터넷 쇼핑몰의 맞춤형 죽까지 쉽고 편하게 고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면 죽이 산업화되면서 이렇게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죽은 그야말로 흥행에 성공한 몇몇 죽일 뿐이다. 그나마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원재료로 유통을 위한 가공처리를 거치는 등 소위 ‘제조현장’에 들어가 있으니 헛헛한 빈 속은 물론 가슴까지 그득하게 채워주던 그 옛적 죽이 더욱 그리울 뿐이다. 


 


서울 광장시장 한 켠의 ‘광장죽집’은 새벽부터 재래식  죽을 쑤기 시작하여 저녁 늦은 시간까지 시장 상인과 장보러 나온 행인의 속을 채워준다.


 

 

재료와 조리법에 따른 죽의 구분

 

재료  죽  미음  응이  암죽
곡물 흰죽, 콩죽, 팥죽, 녹두죽, 보리죽, 쌀미음,메조미음,   양원죽, 오누이죽, 조죽, 청량죽,     흑임자죽 등
 
차조미음,콩미음 율무응이,수수응이 쌀암죽, 떡암죽
 
곡물+채소 근대죽, 김치죽, 박죽, 버섯죽,부추죽, 아욱죽, 콩나물죽, 죽순죽,호박죽,무죽 등 당근미음,시금치미음  연근응이  

곡물 +생선·육류

양육죽, 가자미죽, 낙지죽, 대구죽,비웃죽, 생굴죽, 섭죽, 옥돔죽,우렁죽, 전복죽, 조기죽, 추어죽 등 삼합미음(해삼,홍합,쇠고기)    
곡물 +견과 개암죽, 건율죽, 잣죽, 행인죽,밤죽, 낙화생죽, 호두죽, 진군죽,상자죽 등 송(속)미음 오미자응이, 갈분응이 발암죽

곡물 + 약이성재료

가시연밥죽, 갈분죽, 녹각죽, 변두죽, 강분죽, 송피죽, 복령죽,  문동죽, 산약죽 등 수삼미음, 오미자미음 인삼응이,
구선왕도고응이
 
곡물 +기타재료 인삼죽, 타락죽, 모과죽, 매화죽, 고구마죽, 자소죽, 죽엽죽, 백시죽,  소마죽 등     식혜암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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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살림을 해온 지 8년 가까이 된 김희정(38) 씨는 해가 갈수록 살림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먼저 발코니의 미니 정원에 물을 주며 어제와 다른 모습에 감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리저리 어질러진 컵과 접시를 치우고 방석도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는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집안일이 시작되는데, 매일 반복되는 일에 짜증이 날 만한데 오히려 재미있다고 하니 살림을 마치 규모가 큰 소꿉장난처럼 여기는 건 아닌지. 그가 추구하는 살림살이 방향은 ‘시골스럽게’다. 시골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진한 추억이 배 있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사실 그는 시골에서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결혼하고 나서 시골에 있는 시댁을 드나들었을 뿐이다. 그는 시댁에 갈 때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이것저것 얻어올 것이 없는지 살핀다. 시골 살림이 그에게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화분 받침으로 쓰고 있는 요강도 시댁에서 얻어왔다. 괜히 정이 가는 시골 살림을 도시에 있는 자기 집으로 옮겨오고 싶었다고 한다.

 

 

집안 정리와 꾸미기에는 대바구니·삼베·천연염색 천이 최고
그의 집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게 삼베다. 신발장 위 덮개, 거실과 안방 커튼, 부엌 행주, 침대 위에 개켜져 있는 네살배기 여름 이불, 옷장과 벽 사이 가리개. 금방 빨아 툴툴 털어 걸어놓은 커튼은 풀을 먹인 듯 구김 없이 아래로 곧게 내려져 있다.

 

 

김희정 씨는 삼베의 거친 느낌을 좋아한다. 가장자리에 올이 풀려 너덜너덜한 신발장 덮개는 그 나름의 멋이란다. 구겨진 상태로 네 겹으로 접혀 있는 행주는 구김이 주는 불편함보다 소박하고 깨끗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먹을거리 담는 데도 삼베를 사용한다. 식탁에 밥그릇과 수저를 놓는 받침대로, 과일 접시로, 떡 찜기 깔개로. 삼베는 시원한 느낌이 좋아 여름에 주로 사용하지만, 집안의 좋지 않은 공기와 기운을 걸러준다고 하여 아이들 방이나 부엌 가까운 거실에 커튼을 만들어 단다.


 

삼베만큼 집안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게 대바구니다. 플라스틱을 싫어하는 그는 모든 수납을 바구니에 한다. 쓰레기통, 아이들 장난감 통, 바느질 통, 갈무리 한 마른 먹을거리 통, 시계와 휴대폰을 담은 소품 바구니. 손님이 오면 오목한 바구니에 삼베 천 하나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과일을 담는다. 바구니와 삼베의 어울림이 자연스럽다. 모든 바구니 위에는 천연염색 천으로 만든 나뭇잎 모양의 덮개가 가지런하게 덮여 있다. 나뭇잎 모양은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그 느낌을 살렸고, 연잎모양의 덮개 꼭지는 그가 특별히 실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염색천은 천연염색을 오랫동안 해온 친정어머니가 보내준 자투리 천이다. 쪽·쑥·황토 빛깔의 천이 침대 매트·베갯잇·옷으로 만들어져 생활에 사용되고 있었다. 친정어머니의 실력에 못 미치지만 집안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손바느질로 만든다. 많이 하지는 않고 꼭 필요할 때만 한다. 주로 수젓집·컵받침·옷 주머니·바구니 덮개 정도다.

 

생활의 일부가 된 나무·나뭇잎·돌멩이·솔방울·도토리 껍질
아파트에서는 자연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가 생명을 지탱해나가는 터전으로는 맞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집에는 집안 곳곳에 싱싱한 자연의 정취가 넘실대고 있다. 흰 벽에 붙어 있는 낙엽을 살짝 들추자 아파트 방송 스피커가 보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스피커다. 가리자니 꼭 필요한 소식이 들리지 않을 것 같고 드러내자니 보기가 싫다. 지난 가을에 주워온 낙엽 한 장 붙여놓으니 스피커의 기능도 살리고 허전한 흰 벽에 장식의 효과도 낸다. 발코니 창에는 멋진 풍경이 달려있다. 작은 화분에 솔방울을 달아 거꾸로 매달아 놓은 것이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풍경이 ‘댕그랑’하고 울릴 것만 같다. 그의 집에는 솔방울·도토리 껍질·박제곤충·돌멩이·나뭇잎이 이곳저곳에서 시골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거실 삼베 커튼에 달려 있는 나뭇가지 십자가는 그의 독특한 감각을 잘 보여준다.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고 책에서 본 것도 아닌데 그냥 손에 잡으면 뭔가 만들어지고 꾸며져요. 원래 꾸미고 만들기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손님을 위해 내놓은 음료와 다과상에도 이런 감각이 충분히 묻어난다. 미니 정원에서 가지치기한 나뭇잎 한 장을 접시에 깔고 그 위에 과일과 떡을 얹는다. 오죽으로 만든 집게는 음식의 맛을 더해준다. 그의 집에서는 소나무 껍질도 접시로 사용된다. 나뭇잎 한 장 깔고 그 위에 쑥떡을 얹어 내놓는다. 진한 초록색의 쑥떡과 짙은 고동의 소나무 껍질이 찰떡궁합이다. 두꺼운 껍질은 겉으로 보기에도 견고해보였다. 물이 자주 닿아도 썩지 않는데 천연코팅이 되어 있는지 항상 매끈매끈하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항아리와 돌멩이가 많다. 거실 벽 쪽에 중간 크기의 항아리 3개가 놓여있는데 화분 받침대로 쓰인다. 고추장·된장·장아찌 저장용이 아니라 화분 받침대라니. 항아리의 뛰어난 저장 기능을 생각하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집에서는 초록빛 식물과 견고한 항아리 받침이 어우러져 여유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배달음식 그릇 내놓은 모습 싫어하던 친정어머니 닮아가요”
일부러 연출하지 않아도 특별히 바지런을 떨지 않아도 그의 살림살이는 항상 정갈하고 정감 있다. 이 모든 게 알게 모르게 친정어머니의 영향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의 친정어머니는 50대 초에 시작한 천연염색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결혼 후에 잠시 친정에 머물면서 어머니를 지켜봤고 어머니가 간간이 일러주시는 것을 귀담아 들은 게 도움이 됐다. 결혼 전에는 슬쩍 지나쳤던 게 살림하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따라하게 됐다.


 

손님이 오면 예쁜 컵받침에 음료잔을 놓고 기다란 접시에 가지런히 과일을 담아 내놓는 것도 어머니가 은연중에 일러주신 것이다.
“결혼할 때 그릇을 마련해주시면서 손님이 오면 피자나 중국음식 시켜주지 말고 이 그릇으로 김치와 된장국만이라도 직접 만들어서 대접하라고 하셨어요. 문밖에 내다놓은 음식점 빈 그릇을 아주 보기 싫어하셨어요.”
어머니의 마음을 닮아서인지, 그는 이따금 마을 사람들을 불러 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밥을 먹어야 그 밥이 맛있다면서 손님 치르는 일을 여간 기꺼워하지 않는다.


 

그의 집 꾸밈에는 친정어머니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있다. 쪽빛 염색한 삼베, 황토 염색한 자투리 천, 딸이 입으면 예쁠 거라며 만들어주신 360도 돌려 입는 치마와 모자, 토속적인 모양과 색깔의 그릇들과 놋그릇. 뭔가를 옆에서 배운 건 아니지만 그냥 친정어머니의 멋을 따라가게 되고 그 마음을 닮아간 것이다.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위해 천연염색한 천으로 면생리대를 만들어 준비해두셨듯이 김희정 씨도 9살 딸을 위해 어머니의 자투리 천을 얻어다 손바느질로 하나둘씩 만들어두었다. 어머니로부터 자신에게로 이어지는 살림의 맛과 살아가는 멋을 그는  딸아이에게도 이어주고 싶어 한다.


김희정 씨가 추구하는 시골스러움은 자연을 생활 가까이 끌어들인 소박한 생활을 말한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는 것,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고 강둑을 걸으며 풀 이름 알아맞추기를 하거나 비록 좁은 발코니이지만 튜브에 물 담아 아이들과 물장난 하는 걸 그는 좋아한다. 자연 소재로 만든 살림 도구를 가까이에 두고 즐겨 쓰는 것도 이런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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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집에 대해서 공동체 식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로 적어 보라는 소식을 받았을 때 제 가족은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이사 와 1년 반 넘게 살던 너도밤나무 마을을 떠나 같은 공동체 마을이면서 영국 남부, 런던 아래에 있는 다벨로 이사를 하게 됐어요. 그곳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건 목요일, 그리고 이사는 그 다음 주 화요일에 가야 합니다. 단 며칠 만에! 하지만, 공동체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가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기쁘게 “알았어요.”라고 대답했죠.


이사라고 하지만 집을 새로 장만해서 모든 살림살이를 옮기는 그런 건 아니에요. 옷가지를 기본으로 해서 개인물품만 싸서 여행을 떠나듯 가요. 침대, 장롱, 식탁, 의자, 그릇 같은 건 다 두고요. 냉장고 같은 부엌 용품도 곁에서 함께 살 이웃 가족들이 나눠 쓸 거니까 그냥 두고 가면 되고요. 옛날에 자취할 때부터 냉장고 같은 걸 옮길 때마다 조마조마했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으로부터는 자유입니다.
 

아내가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저는 종이로 된 바나나 상자들을 구해왔어요. 그리고 꼭 가지고 갈 옷가지와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지요. 처음 몇 상자를 채울 때까지는 괜찮은데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니까 점점 골치가 아파지더라고요. 늘 간단히 살자고 했는데도 물건은 금세 늘어나고 필요 없는 것도 얼마나 많은지…. 이사 가는 준비 잘 되냐고 물으시는 한 할머니는 “얼마나 빨리 필요 없는 짐이 느는지 몰라. 아주 놀란다니까. 중요한 건 아이들을 까먹지 않고 데리고 가는 거야.”라며 웃으시더군요. 맞아요. 그게 사람 사는 모양이지요. 아무튼 필요 없는 옷가지와 책은 마을의 옷방과 도서관으로 보내고, 초콜릿이나 음료수 그리고 한국 음식 재료는 이웃들에게 나눠 드리거나 저녁에 함께 모여 나눠 먹었어요. 그리고 마을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다 보니 이사 가기로 한 화요일이 금방 찾아왔죠.
 

화요일 아침, 하얀 승합차 뒤에 바나나 상자들과 장구를 싣고, 두 아들을 자리에 앉혀주고 다벨을 향해 떠났어요. 아무리 짐을 줄이더라도 한국에서 올 때 가지고 온 장구는 영국에서 옮겨 다니는 동안은 계속 갖고 다니기로 했어요. 흥이 있어야 함께 사는 것도 재미가 있고, 힘도 나잖아요.
 

우리가 탄 차는 밀이 누렇게 익은 켄트 군의 시골 길을 지나 달렸습니다. 영국 동남부의 밀은 키가 작지만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올라와서 늦은 봄이면 빽빽하게 자라나 튼튼하고 실한 이삭이 패기 시작해요. 아내와 함께 짙은 초록색으로 물결치는 밀밭을 걸으며 마음 시원하게 느낀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익어서 누렇게 됐네요. 높은 산이 없고, 언덕도 드문, 하지만, 땅이 기름져서 밀, 보리, 콩, 감자가 야무지게 자라있는 시골 길을 한 시간 반쯤 달려 다벨에 도착했어요. 차가 도착하니까 어린이 가구 만드는 작업장에서 일하던 식구들이 일손을 놓고 나와 반갑게 맞아줬어요. 따뜻한 얼굴들을 보니까 집에 온 것같이 마음이 편합니다.
 

마침 12시 모임 시간이 돼 마을 식구 대부분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상자들을 손수레에 싣고 집으로 향했어요. 집은 옛날에 1층을 고등학교로 쓰던 건물이고, 저희들이 쓸 곳은 고등학교 교실을 나무 칸막이로 막아 방 3개를 만든 곳이래요. 집안에 들어가니까 우리 가족을 환영하는 마을 사람들이 갖다 놓은 카드와 꽃 그리고 구운 과자 접시가 눈에 들어왔어요. 갑자기 이사 오는 저희들을 맞느라고 이곳 식구들도 바빴대요.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막내를 위해 아기 침대를 놓고, 그릇도 식구에 맞게 갖추고 찬장과 냉장고에 먹을거리도 채워놓느라고요. 집안 구석구석에서 공동체 식구들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반나절 동안 짐을 풀고 식구들을 만나러 일하는 곳으로 나갔어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경험들, 이제 우리 작은 네 식구에게도 새로운 시작이네요.
 

집에 대한 공동체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물으셨는데 특별히 거창한 철학은 없어요. 그래도 함께 하는 생각이 있다면 공동체의 삶을 선택할 때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했으니 집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가지려고 해요.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 집이 아니고 잠시 얻어 살고 있는 거니까 잘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전에 살던 너도밤나무 마을 사람들은 식구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집을 한 채 새로 짓고 있어요. 집 설계를 맡은 분에게 물어 봤더니 설계를 할 때 제일 염두에 두는 점은 가족, 그러니까 아이들, 어르신들, 그리고 손님들이 함께 편하게 지내고, 필요할 때 서로 도울 수 있고,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거래요. 집 겉모습은 단순해요. 직사각형의 집 안 네 귀퉁이에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중간 중간에 혼자 사는 분들의 방을 놓고 함께 쓰는 부엌, 화장실, 목욕실을 만들어요.
 

방 중에서 가장 넓은 곳은 함께 모이는 거실이고요. 거실은 모든 사람들을 환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고 사람들이 대부분 잠을 자러 가는 저녁 10시까지는 누구라도 환영이에요. 미리 약속을 할 필요 없이 그냥 “휙”하고 들어오면 돼요. 저도 총각일 때 심심하고, 때로 울적할 때는 마음이 향하는 가족의 집 거실에 들어갔죠. 그때마다 그 집 식구들은 “어서 오세요! 들어와요, 들어와!(Welcome! Come in, come in!)라며 반갑게 맞아줬어요. 그러고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초콜릿이나 차를 내주며 잘 지내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다정하게 물어보죠. 작은 일이지만 아주 큰 힘이 됐어요.
 

아까 이곳으로 이사를 가라는 제안을 들었을 때 시원하게 “예!”라고 답했다고 했지만 언제나 모두 그러는 건 아니에요. 사실 갑자기 집을 옮기는 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건 제 아내에게 들은, 지금은 돌아가신 어떤 할머니 얘기예요. 그 할머니가 95세 되던 해에 공동체에서는 다른 공동체로 옮길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이 할머니는 아주 분명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했대요. 이유는 아주 간단했어요. “오래 된 나무의 뿌리를 뽑을 수 없다.”는 거지요. 그래서 공동체 식구들은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생각은 다시 해보시라고 했죠. 그러고 얼마 뒤 공동체 청년들이 노래를 하나 불렀는데 그 노래가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대요. 브람스의 노래였는데 노래 말 중에 “이 땅 어디에도 우리가 계속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가사를 듣고 뭔가를 느끼신 거죠. 그래서 할머니는 공동체 식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고 다른 공동체마을로 옮겨 가셨다는 거예요.
 

이 편지를 쓰면서 아내와 얘기를 나눠봤어요. 우리 삶에 집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서로에게 물었죠. 아내는 하우스(house)가 아니라 홈(home)이라고 하는 게 좋겠대요. 둘 다 한국말로는 집이지만 하우스는 건물을 뜻하고, 홈은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래요. 아내는 아무리 좋은 건물 안에 살더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싸우고,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마음은 그곳에서 떠나 있는 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집이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분위기를 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와 기쁨을 나누고, 마음의 짐까지 나눌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집이라는 게 아내의 생각이에요. 그래서 집의 모양이 어떤지는 신경 쓰지 않고 단순하게 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대요.
 

지난 토요일에는 마을의 한 할아버지가 86세 생일을 맞았기 때문에 200명이 넘는 식구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어요. 이 분이 독일인이기 때문에 식탁에는 집에서 만든 소시지, 감자 샐러드, 그리고 씹는 맛이 일품인 특별한 빵이 나왔지요. 식사를 즐기는 동안 초등학교 악단이 독일 음악을 연주했고, 어떤 형제들은 독일 노래를 부르며 생일 케이크를 할아버지께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96세가 되신 조지 할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혼자 나오셔서 노래를 부르셨어요.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음조로 부르시는데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요. 상상해 보세요. 96세 할아버지가 수많은 청중 앞에 꼿꼿이 서서 웃긴 노래를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노래하는 모습을요. 할아버지가 부른 집에 대한 노래를 전해 드릴게요.

 

내게는 오래된 집이 있네.
함석과 나무로 만든 오래된 집.
지붕이 기울어 땅에 닿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집.
집에는 흰 머리 위에 은 왕관을 쓴 왕비가 기다리고 있지.
지붕이 기울어 땅에 닿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집.

 

저도 그런 집에서 사람들과 재미나게 살고 싶어요.

 

영국 로버츠브리지에서 원충연 드림.

↘글을 쓴 원충연 님은 우리나라에 ‘부르더호프 공동체’로 알려져 있는 공동체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시작해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예수의 산상 수훈을 삶으로 실천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새로 옮겨간 마을 로버츠브리지에서 아내 아일린, 아들 동경이,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둘째 산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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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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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건 물건이건 무언가에 전적으로 의지한 삶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컴퓨터에는 그리도 너그러운가?

 


회사원 강씨의 하루


AM 8:00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면 대충 빈속에 생식을 부어 넣고 전철을 탄다.
AM 9:00 출근. 사무실 의자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메신저 프로그램도 자동으로 실행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뉴스를 읽어본다. 오전 업무의 대부분은 이번 주 금요일에 있을 프레젠테이션 준비. 웹서핑과 사내 전산망을 오락가락하며 자료를 채워 넣는다. 추가로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협력 업체에게 웹하드에 올려달라고 한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자판을 두드린다.     
PM 12:50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리는 시간. HTS (주식 홈트레이딩 시스템)프로그램으로 주식 시세를 훑어본다. 간혹 거래도 한다.
PM 6:30 컴퓨터 전원을 끄는 것은 그날 하루 업무가 종료되었음을 뜻한다. 업무시간에 컴퓨터 끄는 일은 결코 없다.
PM 9:00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조금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는 각자 방으로 흩어진다. 가입한 카페와 클럽들에 올라온 새 글을 읽어보고, 개인 블로그도 업데이트하는 등 개인적인 컴퓨터 용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때로는 새벽 한 두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주부 박씨의 하루


AM 9:00 남편 출근시키고 나면 컴퓨터를 켜고 그날 뉴스와 날씨 등을 인터넷으로 확인.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지는 벌써 3년이 넘었다.
AM 11:40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좀처럼 밖에 자유로이 나다닐 수가 없다. 최근에는 마트나 백화점들이 거의 다 인터넷 식품관을 운영하므로 인터넷으로 장을 본다. 내친 김에 화장품과 집에서 입을 옷 두어 벌도 산다.
PM 3:30 월말이 가까워오면 하루 날을 잡아서 모든 고지서와 은행 업무를 본다. 인터넷뱅킹으로 공과금과 카드요금 납부, 부모님들 용돈까지 모두 보내드린다.  
PM 6:00 저녁에 오이냉국을 먹고 싶다는 남편의 문자가 왔다. 인터넷 요리 사이트에서 인기 좋은 조리법을 찾아내 출력한다.  
PM 10:00 만 네 살이 채 되지 않은 둘째도 마우스를 능숙하게 다룬다.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한글공부와 동요노래방 같은 콘텐츠는 비교적 자유롭게 보게 해준다. 남편과 함께 모니터로 빨려들어 가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개점 휴업의 순간


가상이기는 하지만 이 여성들의 하루는 우리와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다. 직업이 달라도 컴퓨터를 빼놓고 두 사람의 일상을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다.
지금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둘러보라. 거기서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기가 몽땅 사라진다고 치자. 휑한 사막, 아니 개점휴업이 따로 없을 것이다. 주부라면 상황이 좀 덜 극적이긴 하겠지만, 컴퓨터가 집에서 사라지면 아이들이 못 견뎌 할 게 틀림없다.


 인터넷 없이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눈을 휘둥그레 뜨는 이들에게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 세상에 컴퓨터가 나타난 것은 70년 전. 한국에 컴퓨터라는 게 최초로 도입된지는 겨우 40년,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지는 27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혹시 우리는 너무 빨리 컴퓨터에게 모든 자리를 내어준 게 아닐까?

 

편리하니까 괜찮아, 괜찮아


컴퓨터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점은 빠른 연산능력이다. 주판을 만지거나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셈을 하던 시절, 컴퓨터가 보여준 속도는 입을 떡 벌리게 했다. 그 능력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눈앞의 사실에 압도된 것이다.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일어난 모든 일은 ‘편리하니까’ 라는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았다. 수많은 전화교환수들과 타이피스트들이 무더기로 해고되고, 땀 흘려 따놓은 수많은 자격증들이 휴지조각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일하던 사무실은 컴퓨터와 서버들이 차지했다. 1초에 수십억 단위를 처리한다는 컴퓨터의 편리함을 맛보기도 전에, 평범한 사람들은 이미 고통부터 안은 셈이다.
반면 산업 현장과 경영자들은 컴퓨터의 이득을 톡톡히 보았다. 경비 절감과 인력 감소 효과를 한번 맛 본 이들은 점점 더 조급하게 컴퓨터의 발전을 채근했다.

 

세계를 한 방에 보내는 방법


컴퓨터가 지배하는 현대의 문제는, 사람들이 편리함과 효율만 맹목적으로 쫓느라 지뢰처럼 웅크리고 있는 위험을 모른 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병행하지 않고 디지털만으로 꾸려가는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대부분은 전적으로 전산화된 시스템에 의존한다. 프로그램 개발자들 자신도 100퍼센트 찾아낼 수는 없다는 ‘버그’(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의 착오, 오작동), 날마다 정교하게 생겨나는 바이러스, 해킹에 의한 피해를 언제든 각오해야 한다. 설사 피해가 일어난들 비교할 아날로그 자료가 없는 이상 속수무책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유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리눅스와 애플 사용자는 한국에서 그야말로 외로운 늑대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일방적으로 시스템 일부를 바꾸거나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우왕좌왕 할 상황이다. 기술 예찬론자들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세계가 하나 된다며 감격스러워하지만, 이런 의문은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하나로 모인 그 네트워크가 설령 잘못 돌아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갈수록 강력해지는 유혹의 문구들


환경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1년이 멀세라 더 높은 사양을 ‘기본’이라고 광고하는 컴퓨터 시장은 쓰레기를 양산한다.
사람들은 지금 가진 컴퓨터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지 않은 채 새 제품을 산다. 하드디스크가 보석 같은 업무 결과로 차 있건, 포르노 동영상으로 차 있건 모두 더 빠르고 더 대용량 컴퓨터를 원하는 것이다.


새로 개발되는 프로그램들은 가볍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보다 ‘최소 사양이 이 정도는 되어야 돌아갑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많다. 단언하건대 컴퓨터는 이제 도를 넘었다. 기술을 위한 기술, 그리고 끊임없는 소비를 창출해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물질적인 유감이 전부는 아니다. 정신적인 유감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의 정신적 폐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면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컴퓨터는 모든 것을 지나치게 쉬워보이게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 느끼는 어색함과 쑥스러운 기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점차 풀리는 분위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가능하던 일을 컴퓨터는 얼핏 쉽게 이루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진짜 연애를 하려거들랑


한 줄의 댓글로 친근함을 표현하고, 이메일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다. 주식 거래 프로그램으로 큰돈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자산가의 기분도 맛본다. 그러나 1년간의 온라인 연애도 오프라인에서의 한 번 만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홈트레이딩으로 하루에 몇 천만 원 어치 주식을 샀다 파는 사람도 그만한 현금을 손에 들고 세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블로그에 최고의 탕수육 조리법 수백 개를 모아놓은 사람이 직접 만든 탕수육이 정말 맛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컴퓨터와 나 자신의 능력을 동일하게 생각하면 할 수록 우리는 길을 잃는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가늠해 보고 컴퓨터에게는 연장 하나로서의 자리만 내어주는 게 마땅하다.


그 과정을 외면하면서 내 능력과 결과물에 대해 분통을 터뜨릴 때 ‘더 빠르고 많은 최신기능을 갖춘 컴퓨터가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건 끝없는 경주일 뿐이다.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
웬델 베리





한 때는 영문학 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으나 이제는 농부이자 작가인 미국의 웬델 베리. 현대문명의 비판자이기도 한 그이는 1990년에 자신이 ‘컴퓨터를 평생 사지 않을 생각’임을 밝히며 그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쓰면 1950년대의 수동 타자기로 아내가 원고를 정리해주는 게 베리의 작업 방식이다. 빠른 시간 안에 편하게 많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지인들이 컴퓨터를 권하지만 단호히 거부한다. 컴퓨터로 쓴 글이 손으로 쓴 글보다 더 쉽게 잘 쓸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연장은 가볍고 작으면서 에너지를 절약해주어야 하는데, 컴퓨터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물건이라는 지적이 매우 명쾌하다.


그러나 이 수필은 독자들의 격렬한 반감을 불러 일으켜서 글이 실린 잡지사에는 수많은 반박 편지가 도착했다. ‘텔레비전 안보기 운동’이 대체로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사람들은 컴퓨터의 대안을 알지 못하며, 컴퓨터 없는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 아닐까?
웬델 베리가 말하는 컴퓨터는 복잡하게 맞물린 네트워크로서의 측면보다는 작가의 작업도구로서의 측면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뒤집어보기를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참고가 될 말들이 가득하다. 녹색평론사의 <녹색평론선집1>, 양문출판사의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 없다>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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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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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나는 울고 말았다. 어릴 때 별명이 울보였던 게 너무 싫어서 이를 악물고 참아 보지만, 요즘엔 아이들 몰래 자꾸 울게 된다. 올해로 7년째 진행하고 있는 시 발표 수업이 화근(?)이다. 시와 함께 펼쳐지는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친구들을 울리고 나를 울린다.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해 죽고 싶었다는 이야기,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학부모 총회 가정통신문이 제일 싫다는 이야기, 새아빠와 살고 있는데 아무리 잘해주셔도 솔직히 힘들다는 이야기, 중학교 때 너무 힘들어서 가출했던 이야기……. 나는 아이들이 골라온 시를 음악과 함께 듣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살짝 긴장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따라 시를 읽다 보면 뒤숭숭한 내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은, 예전엔 무심히 지나치던 소박한 시 한 편이 ‘쿵!’ 내 마음을 찢어 놓았다.


그날의 발표자 예슬이가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읽었다. 그리고 정말 맑은 얼굴로, 어릴 적 엄마가 하던 말과 요즘 엄마가 하는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했다. 아이들 모두 웃고 손뼉치며 공감했다. 아이들은 즐겁게 웃고 있는데, 나만 혼자 눈물이 났다. 아, 정말 이상한 세상이다. 이상한 세상이 착한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버거워 약 먹는 아이, 토하는 아이, 손목을 긋는 아이, 설사가 멈추지 않는 아이, 분노를 통제할 수 없는 아이,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모두 내 주변에 있다.

 
친구들의 전폭적 지지로 봉사 동아리 회장에 선출된 수연이는 항상 80점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훤칠한 키에 성격도 활달하고, 중학교 졸업 후 1년간 미국 어학 연수를 다녀올 만큼 가정 형편도 넉넉하여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약을 먹었다. 공부하러 갔던 독서실에서 감기약 한 통을 다 먹었다. 그러고는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다 토해내고 집에 돌아오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몸이 상하진 않았으나, 마음이 낫지 않아 여러 날 결석을 했다. 집 근처로 찾아가 간신히 만난 수연이는 시커매진 얼굴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 학교도 친구도 선생님도 다 싫고 엄마 아빠도 싫고 어중간한 성적에 얼굴 큰 자신도 너무 싫다는 것이다. 성적과 외모로 시달리지 않는 외국에 가서 살거나, 무인도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 싶단다. 그것도 안 되면 자퇴 후 골방에서 수능 공부만 미친 듯이 하여 일단 명문대에 합격하고, 얼굴 작아지는 성형을 하는 게 아이의 소망이다.


명랑하고 붙임성 있어서 아프다는 걸 짐작하기 어려운 현정이의 거식증은 지난 겨울부터 시작되었다. 공부에 취미도 적성도 없다고 느끼는 현정이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연기이다. 작년엔 아주 짧은 단편독립영화에서 주요 역할로 영화도 찍었고, 연기학원에 가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연기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무대체질인 녀석이라 연기를 잘 할 것 같다. 문제는 연기학원에 본격적으로 다니면서 아이가 직면한 현실이었다. 흡사 바비 인형처럼 마른 연기지망생들, 예쁘고 날씬하지 않으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주연이 될 수 없다는 조언들. 마른 편이었지만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낀 현정이는 그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원하는 만큼 말라깽이가 되지 않자 음식을 먹고 토하게 되었다. 자퇴를 하고 외모 관리와 연기 공부에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학교가 지겹고 귀찮다. 배는 고픈데 먹으면 토하니 수업시간에 앉아있기도 힘들다.


미애는 학년 초부터 출결이 들쭉날쭉한 녀석이다. 수시로 병원 처방전을 받아왔지만 마음의 병이 80%인 것 같다. 어머니는 어릴 때 집을 나가셔서 얼굴도 모르고, 아이만 보면 화를 내시는 아버지는 따로 살면서 생활비만 보내주신다. 큰아버지, 할머니, 사촌들과 함께 사는데 사이가 좋지 않다. 그나마 대화를 하던 큰어머니는 작년에 이혼한 뒤 나가 사신다. 중학교 친구들과도 뿔뿔이 헤어져 학교에도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다. 학원 대신 고모에게 과외를 받고 있지만 “넌 이것도 못하니?” 라며 비난하기 일쑤여서 공부할 의욕도 사라졌다. 아무 데도 마음 붙일 곳이 없고 가족에게도 자신이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자 지난 겨울부터 손목을 긋기 시작했다. 소화가 되지 않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밥을 먹지 않고, 수업을 듣기가 힘겨워 조퇴를 하거나 보건실에 누워 자려고만 한다. 학교도 집도 싫은 미애는 유학을 가고 싶어 한다. 유학 갈 돈도, 유학 가서 딱히 공부하고 싶은 것도 없다. 다만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유학을 갈 수 없다면 감기약을 먹고 계속 자거나, 영원히 잠들 수 있게 손목을 긋는 것이 괴로운 현실을 떠나는 방법인 게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고통과 절망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내 마음에 커다란 납덩이가 매달리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이들의 고통을 없애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감과 위로, 지지와 격려가 고작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현재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공감해주는 일, 자신이 지금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주는 일. 그 단계를 넘어 아이들이 더 많이 아프거나 자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선입견이 강해서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큰맘 먹고 찾아간 병원에서 가족 치료나 약물 치료를 권하면 더욱 펄쩍 뛴다. 애가 아픈 게 왜 내 탓이냐, 섣불리 약을 먹게 했다가 공부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아이가 자해를 하는 상황에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에 속이 상한다. 아무리 성적과 대학이 중요하다 해도, 아이들이 계속 아프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수연이와 현정이는 운이 좋았다. 그 애들에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고, 부모들은 대학이나 성공보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또한 아이에게 꾸준한 치료를 받게 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그 결과 아이들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운 좋은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애는 심한 우울증에 거식증까지 나타나는 중이었고, 자해 정도도 심각했다. 하지만 미애에게는 병원에 데려갈 어른도, 집에서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깊어 애정 결핍 증세가 있었지만 미애에게 돌아오는 것은 질책이나 비난이었다. 할머니는 애가 유별나다며 못마땅해 하시고, 아버지는 “나 참! 내가 저더러 돈을 벌어오라고 했나, 일을 하라고 했나. 책상에 편히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거 하나 못합니까? 나약해 빠져가지고….” 하며 병원 가기를 꺼렸다. 처음엔 황당했으나 가정 형편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매주 반나절씩 생업을 중단하는 것도, 진료 때마다 2만 원이 넘는 비용을 무기한 감당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병원에 데려갔지만, 일주일에 사흘만 진료하는 청소년 담당의는 가족 치료가 절실한 상황에 부모가 병원에 오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약 관리도 해야 하고 진료비 문제도 있는데 왜 학교와 연계된 전문상담센터나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 사설 병원에 데리고 오는지도 의아해했다. 연계 기관은커녕, 상담 전담 교사조차 한 명도 없는 것이 학교 현실이다. 그런 게 아예 없다고 말하자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이 세상이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병들게 하고 있지 않나.


학벌에 광분하니 성적 때문에 병들고, 외모를 우선시하니 열등감과 다이어트로 병든다. 물신이 지배하니 돈이 없으면 가족도 모여 살 수 없고, 남겨진 아이는 정서 불안과 애정 결핍으로 병든다. 짜증난다며 남의 교과서를 순간접착제로 붙여버리는 아이, 분노 조절 장애로 수업 시간에 책상을 뒤엎는 아이, 시험 한 달 전부터 스트레스로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도 생긴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표출하고 있지만, 실은 모두 마음에 병이 난 것이다. 병든 아이들에게 ‘너만 힘든 것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하고 잘못된 처방이다. 병은 낫도록 도와주어야지, 견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마음씨가 얼마나 고운가에 관심이 없는 세상은 이상한 세상이다. 사람의 출신 대학과 외모, 재산 여부에만 관심이 많은 세상은 병든 세상이다. 병들고 아파도 돈 있는 사람만 치료받는 세상은 미친 세상이다. 미숙한 부모는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고, 어리석은 교사와 학교는 1등 아이의 성적으로 자기 능력을 과시하려 하며, 나쁜 정권은 이들을 부채질하여 병들고 미친 세상을 고착화하려 한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나. 모든 아이들이 세상의 기준에 맞게 ‘성공’할 수는 없다. 모두가 다 알면서, 대부분 외면하는 진실이다. 성적과 외모로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고, 저마다 생긴 대로 살아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현주 목사님의 말씀을 따온 우리 반 급훈을,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싶다.


“있는 그대로 참 아름다운 너!”

이상한 세상

내가 아주 어릴 적
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쁘게 자라 착한 사람이 돼라”고.
착한 게 뭔지 잘 몰랐지만
그냥 그 말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성적표라는 것을
받아오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그냥 공부라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 말고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더니
“바보 돼서 뭐하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릴 적은 착해지라더니
엄마가 바본지 내가 바본지.
그냥 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국어시간에 시읽기2》 153쪽에 실린 학생의 시.

 

↘글을 쓴 꿈꾸는 바람 님은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공부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무척 괴로웠지만, 이런 일들이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매우 많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답니다. 아이들을 위해 소속 학교와 실명을 밝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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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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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마음이 들 뜨고, 뒤숭숭 할 수록 책 읽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오늘은 부모와 대학 입학을 앞둔 자녀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물론 누구나 한 번 읽어 볼 만한 살림(살리다, 살림살이)의 책들이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





 

●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을 돌아본 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은 어떤 특별한 음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먹어온 음식임을 알았다. 따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장수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고,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런 음식이 바로 거친 음식이다.


《거친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
이원종 지음, 왕의서재


맛있는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방송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치킨, 삼겹살, 피자, 햄버거, 음료수 등 먹을거리 광고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음식 가운데 맛은 있지만 해로운 음식이 적지 않다. 입에 좋은 음식, 입이 즐거워하는 음식이 꼭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살이 아닌 게살 맛이 나는 음식, 딸기가 아닌 딸기향이 든 음식은 진짜 음식이 아니다. 부드러운 맛을 위해 몸에 좋은 영양분을 다 제거한 흰쌀이나 흰 밀가루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은 수백만 년 동안 ‘자연스런’ 음식에 적응해왔다.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음식은 현대인들의 입에 조금 거친 음식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보약 같은 음식이다.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인간은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적인 행동을 인간 주체성의 발현이자 자유의 확대라고 여기며, 진보와 자유라는 명분에서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른바 근대적 정신 그 자체라고 하겠다.
인간이 더 많이 자연을 제어, 지배,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서 향상시키고 자유를 확대시킨다는 이른바 합리주의적인 사상이, 사실은 실리적인 자연 이용의 사상 이상으로 인간중심주의적인 자연관을 배양하는 온상이 아니었던가.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다카기 진자부로 지음, 김원식 옮김, 녹색평론사


지금 이 나라는 전 국토가 삽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대강을 비롯해 도시는 도시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개발론자들의 세치혀에 섬뜩할 정도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자연을 상대하는 저들의 오만함이 극으로 치닫고 있음이다. 이러한 폭력적인 자연관에 맞서 폭염 속 고공 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염치없이 덥다 덥다 더위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해방은 우리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겠다는 모든 시도, 그리고 무엇이든 ‘완벽하게’ 이루어내겠다는 시도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통제하지 못할 일을 맞닥뜨리기 마련인 까닭이다. 미래를 통제하고 우리 삶의 모든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욕구는 결국 삶을 마비시키는 근심으로 우리를 인도할 뿐이다.


《불완전함의 영성》
어니스트 커츠·캐서린 케첨 지음, 장혜영·정윤철 옮김, 살림


술꾼, 즉 알코올 중독자들이 교회의 지하 강당 같은 곳에 모여서 담배 연기를 뿜으며 더듬더듬 주절거린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불완전함의 영성. 고대 힌두 철학자, 중국의 선승, 사막의 교부들, 유대교의 랍비, 청교도의 신학자들과 통하는 불완전함의 영성은 성인들이나 신을 위한 영성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긴 사람’을 위한 영성이다. 


 

 

높고 낮음과 크고 작음은 물(物)이다. 만수(萬殊)의 관점에서 보면 나(我)의 동정(動靜)이지 물(物)의 동정(動靜)이 아니다. 일본(一本)의 관점에서 보면 물(物)도 또한 나(吾)이다. 그것을 둘로 보면 산의 푸르름과 물의 아스라함을 마주하여 나는 형과 색이 나의 귀와 눈을 어지럽힘을 알 뿐이다. 하지만 하나로 회동시키면 푸르름과 아스라함은 모두 나의 성정(性情) 속 물(物)이다. 도(道)는 물(物)과 아(我)의 구별이 없고, 이(理)는 피(彼)와 차(此)의 차이가 없다.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이가서


홍인우가 쓴 <관동록>의 한 구절이다. 금강산 내산을 둘러 본 그에게 유점사를 더 유람하라 권하는 승려가 있었다. 그러자 자신은 비로봉에서 산의 높고 큰 것을 다 보았으니 굳이 작고 낮은 것을 보지 않겠다고 한다. ‘높은 것은 낮음의 누적이고 큰 것은 작음의 극치’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작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와 세계(物)가, 금강산과 자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뜨거운 여름 내내, 그리운 금강산에 다시 가고 싶었다. 그 산에 자꾸 가보면 우리와 북쪽 사람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나이 들수록 욕망과 편견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고, 늙을수록 꿈이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꿈이 없이, 소망이 없이 그대로 늙어 가면 돈이 많아도 참 초라하고 비참하게 늙어가는 거죠. 하루아침에 유능한 목수가 될 수는 없잖아요. 나무를 다듬고 못 박는 연습을 하듯 평소에 꿈을 키우며 자원봉사나 기부를 통해 의미 있는 삶을 준비하면 됩니다. 몸은 늙어도 꿈은 늙지 않거든요. - 세이브칠드런 최혜정


 《Who? 다르게 사는 사람들》
유인경·설원태 지음, 경향신문사


40대 중반을 넘긴 최혜정 씨는 세계적인 광고회사 제작이사 자리를 내놓고 또 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못 먹고 병들어 죽어가는 세계의 신생아들을 살리는 일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난 그는 새로운 일을 통해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 따뜻한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또 다른 삶을 사는 건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삶의 재미와 의미, 기쁨을 누리게 해줄 새로운 일이라면 얼마든지 나설 용기가 난다. 연필로 희미하게 그려놓은 그림에 색을 입히고 입체감을 주는 일부터 시작해본다.


 


우리의 생각은 바꾸지 않은 채 물질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마치 실물은 그대로 둔 채 그림자를 바꾸려는 것과도 같이 비현실적이다. … (중략) 통섭의 영적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의 본질인 생명에 대한 온전한 앎을 높여가는 것이다. 생명계는 불가분의 전일성, 즉 ‘살아 있는 시스템’인 까닭이다. 완전한 소통·자치·자율에 기초한 생명시대의 개막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여는 새로운 문명은 이로부터 촉발될 것이다.


《통섭의 기술: 지식시대에서 지성시대로》
최민자 지음, 모시는사람들

생명 위기 시대, 그 밑바닥에는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물질과 정신 간의 관계 단절과 소통의 차단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지식과 정보의 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파편화 된 지식의 시대를 넘어 온전한 앎을 통한 지성의 새 문명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바람직한 통섭(通涉)의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통섭(統攝)에 대한 논의를 새로운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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