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혹은 빠르게 황폐해져가는 자연 환경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출발한 각각의 선한 의지가 만난 곳은 뜻밖에도 ‘저 푸른 초원’ 같은 밥상이다. 논과 밭, 들에서 난 풍성한 식물성 먹을거리들로 밥상을 차리는 이들을 만났다.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서울중앙교회 채식 동호회가 운영하는 채식 뷔페 식당, 그리고 요리책《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과《자연을 담은 사계절 밥상》을 펴낸 녹색연합이 들려주는, 고기 뿐 아니라 먹는 일에서 비롯된 갖가지 고민과 깨달음. 

 

 

 빈그릇 운동하는 정토회

 

 

고기를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속세의 신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중에는 불살생계라는 것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 신자는 육식을 절대 금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토회는 불교수행공동체로 스스로 고기를 탐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다. 부처 생전에도 탁발 중에 받은 돼지고기는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일부러 찾아 먹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음식을 대접받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미 차려진 음식에 대해서는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수행자는 음식을 탐하지 않으며 음식에 집착해서도 안 되지만, 좋고 나쁨을 가려 먹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토회가 지향하는 밥상의 특징은 채식 위주의 상차림이다. 제철에 나는 국내산 잎 줄기 뿌리 열매 채소를 고루 사용한다. 반드시 친환경농산물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고민이 있었으나 신자들의 시주로 살림을 꾸리다보니 값이 비싼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봄 여름에는 잎 열매 채소, 가을에는 열매 뿌리 채소, 겨울에는 말린 나물을 주로 쓴다. 버섯,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매일 다양하게 올리는 것도 특징이다.


인공조미료와 사사로운 마음을 일으켜 수행을 방해하는 오신채(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는 쓰지 않는다. 간은 심심하게 맵지 않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을 내려고 애쓴다.


정토회의 밥상은 필수 영양소를 따지며 차려내는 완벽한 밥상이 아니다. 공양간에 재료가 워낙 없기도 하지만 그날 메뉴는 전날 들어온 보시와 공양간 당번에 따라 자주 달라진다. 누가 텃밭에서 딴 상추를 한 아름 보시해주면 상추쌈이 오르고 햇감자를 주면 감자밥에 감자 반찬으로 상이 차려진다. 조리법은 그날 공양간 당번이 무얼 잘 만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웃음)  


제철 과일을 즐겨먹으려고 하지만 과일 값이 비싸서 자주 올리지는 못한다. 수박은 껍질 처리가 곤혹스러워서 수행자들의 영양을 고려해 그들 밥상에만 내고 보시가 들어오지 않는 한 신자들의 밥상에는 잘 내지 않는다. 이제껏 음식물 쓰레기가 법당 밖으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 200여 명이 식사를 할 때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1.5kg 남짓으로 지렁이가 모두 해결한다. 달리 원칙이랄 것이 없는 소박한 밥상이지만 절대 금하는 것이 있으니 쌀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토회에서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얼마나 남기지 않고 먹느냐를 특히 더 신경 쓴다. 음식물 쓰레기 운동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공양간에는 “먹을 만큼 가져가기, 다 먹은 후 닦아 먹기, 자기가 먹은 그릇 설거지 해놓기”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설거지는 쌀뜨물로 씻고, 맑은 물로 씻고, 또 한 번 씻는 것으로 끝낸다. 어떤 이는 더럽다고 하는데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는 그릇이 더 더럽지 않을까.

 

 

정토회 밥상만의 맛내기 비법이 있다면


다시마와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낸다. 국은 대부분 버섯을 함께 넣어 끓인다. 간은 직접 담근 간장으로 맞춘다. 볶음이나 국에 고소한 들깨가루를 많이 넣는다. 참기름은 비싸기 때문에 들기름을 주로 사용한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는 다시마와 표고버섯 다린 육수에 늙은 호박을 넣어 단맛을 맞춘다. 보통 때 담그는 배추김치에는 사과를 갈아 넣는다. 달리 더 특별한 비법은 없다. 음식을 담당하는 보살들이 대부분 가정주부들이기 때문에 평범한 집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는 법


일반 신자들은 평소에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을 섭취할 테니 채소 중심으로 차려내는데 반해, 이곳에서 세 끼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수행자들은 영양을 고루 섭취하도록 신경을 쓴다. 밥에는 콩을 매일 넣는다. 두부나 콩으로 단백질을, 참기름이나 들기름, 들깨가루로 지방을, 김 파래 미역들과 제철에 나는 채소나 과일로 비타민을 보충하려고 애쓴다. 특히 콩과 두부, 버섯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 수행자들이 두부에 갖는 애정은 각별하다.

 

 

고기의 유혹을 이기고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음식은 


가을이니까 고사리 토란대 두부탕과 표고버섯 탕수가 좋겠다. 두부탕은 고기 먹은 것처럼 속이 든든하고 버섯 탕수는 탕수육 대신이다. 수행자들 사이에는 ‘고기 뺀 뭐뭐’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돼지뼈를 뺀 감자탕, 닭 없는 닭볶음탕, 고기 뺀 탕수육 같은 거. 감자탕의 양념을 여느 감자탕과 똑같이 해 감자나 당근, 버섯, 양배추를 듬뿍 넣는 거다. 맛이 거의 같다. 생선회 대신 버섯회를 먹고.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까


맛을 탐닉해서 고기를 즐겨 먹어서는 안 된다. 늘 고기를 먹다 보면 닭이나 소를 볼 때마다 ‘고것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다’는 살심을 자신도 모르게 일으키기 쉽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수단으로 전도시켜 봄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망각하고 살생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식사 시 기도가 있다면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이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무불(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나무승(스님들께 귀의합니다), 나무법(부처님 법에 귀의합니다). 

 

 

* 빈그릇운동이란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는 소박한 실천으로 환경을 살리고, 지구 저편의 굶주리는 이웃들을 살리는 ‘비움과 나눔’의 운동이다. 자발적인 자기 서약을 통해 음식의 소중함과 남은 음식물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150여만 명 이상이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환경부와 함께 매해 200여 개 학교에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른들보다 쉽게 공감하고 실천이 꾸준해서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 


 


 채식 권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리에서 고기를 절대 금하는 것은 아니다. 되도록이면 먹지 않도록, 먹더라도 덜 먹도록 권한다. 교인들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으며, 소수이긴 하지만 고기를 먹는 사람도 물론 있다.


채식은 태초에 창조주가 인류에게 일러준 식생활이랄 수 있다. 창세기 1장 29절에는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채소와 과일(열매), 곡식, 견과류 중심의 식생활을 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하나님이 만든 같은 피조물이다.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이고 곧 피조물 사랑이기도 하다. 또 채식을 하면 영혼이 맑아져 하나님과 막히지 않고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믿는다.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인류가 생존하면서 망가지는 환경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지연시켜보자는 의미도 있다. 하나님과 선조로부터 받은 환경과 자연을 풍족하게 누리고 살았지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없다. 너무 많이 훼손시켰다. 봄이면 논에 고인 물도 떠먹었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파국을 좀 더 지연시키고 환경을 보존하는 방법이 채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패류도 안 먹는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있는 개펄은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어패류도 먹지 않는다. 

 


 
서울중앙교회 채식동호회가 운영하는 채식 뷔페 식당이 지향하는 밥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단, 육류와 어패류는 상에 올리지 않는다. 우유와 달걀도 없다. 순수한 채식 식단이다. 그리고 모든 원료는 제철, 국내에서 난 유기농산물을 원칙으로 하는데 여의치 않아 수입산, 일반 농산물을 사용할 때도 있다. 유기농 율무는 값이 너무 비싸 아쉽지만 국내산으로 한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값을 올려 받아야 한다. 건포도와 캐슈넛, 아몬드 같은 견과류는 부득이하게 수입산을 쓴다. 전체 식재료 중 국내산 유기농이 아닌 것들의 비율은 최대 8~9%를 넘지 않는다. 곡식과 채소는 모두 국내 유기농산물로 계약 재배를 통해 전국에서 공급받는다.


기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할 때 아주 조금만 넣는다. 참깨나 들깨는 통으로 혹은 가루를 내어 사용한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 짜고 매운 맛을 지양하고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린다. 볶고 튀기기보다는 찌고 삶는다.


재료를 씻을 때도, 식초물로 씻고, 과일은 밀가루를 풀어 닦는다. 식초, 설탕은 거의 쓰지 않는다.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식혜 만들 때도 조청을 넣어서 여느 집 식혜보다 훨씬 덜 달게 만든다. 그래서 손님 중에는 환자들이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많다.


식사 예절이 있다면, 식사 중에 물을 마시지 말고 식간에 마시도록 권한다. 그리고 우리 식당은 뷔페식이지만 다른 곳처럼 음식을 산처럼 쌓아서 먹거나 많이 남기는 이가 드물다. 탐식, 과식은 독이다.

 

 

채식 뷔페식당만의 맛내기 비법이 있다면


다시마, 양파, 마른 표고버섯을 한데 끓여 우려낸 물이 조미료와 기름을 대신한다. 김치 담글 때도 넣고 볶을 때, 나물 무칠 때도 넣는다. 요리법을 묻는 손님이 있으면 기꺼이 알려준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먹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는 법은


콩(단백질)과 버섯(단백질), 견과류(지방),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매일 올린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콩을 다양하게 요리한다. 밥 지을 때 섞는 것은 기본이고, 콩으로 만든 밀고기도 매일 낸다. 곡식은 거의 정제하지 않은 통곡을 사용한다. 율무도 껍질을 벗기지 않는 율무를 쓴다. 견과류에 든 불포화지방산은 고기 지방보다 훨씬 사람 몸에 좋다. 매일 호두, 아몬드, 캐슈넛 등을 몇 알씩 먹는 것이 좋다. 아마씨는 오메가3도 풍부하고 혈압도 조절해준다. 단, 땅콩은 잘 쓰지 않는데 산화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 생콩은 괜찮다.

 

 

고기 단백질 섭취에 대한 의무감과 그 맛의 유혹을 이기고자 애쓰는 이들을 위한 음식을 추천하면


콩탕! 단백질이 풍부한 흰콩을 불려서 믹서에 갈아 배추, 양파 등 갖은 채소와 버섯을 넣고 끓이면 무척 고소하고 속도 든든하다.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까


옛날 소는 들판에 풀어 키웠다. 콩깍지를 썰어 여물을 주었다. 닭은 제 멋대로 풀을 뜯고 우리가 남긴 밥을 먹기도 했다. 집집마다 먹이는 것이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소나 닭도 똑같은,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라는 것을 먹는다. 이것들은 쇠고기나 닭고기를 먹은 우리의 몸에 고스란히 흡수된다.
꼭 먹어야한다면 자란 환경이나 먹이 등이 보장된 유기축산물을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사람이나 짐승이나 하나님이 만든 같은 피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식사 때 하는 기도가 있다면


기독교의 식사 기도는 알 테니 우리 식당 입구에 붙은 글로 대신한다. “웃으면서 입장하여 기분 좋게 식사하고 감사하게 나오시면 건강이 좋아집니다.”

 

 

8월 어느 날, 채식 뷔페상에 오른 음식들은


현미잡곡밥, 강원도찰옥수수팥밥, 팥죽, 버섯미역국, 콩으로 만든 밀 불고기, 양배추 물김치, 백김치, 버섯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볶음(당근 양파 피망을 함께 넣은), 된장으로 무친 두릅나물, 상추 등 갖가지 쌈채소, 오이고추, 쌈장, 양상추 샐러드, 채식 드레싱(오이, 샐러리 캐슈넛 두유를 갈아 만든), 잣 해바라기씨들을 박은통호밀식빵, 끓이지 않은 무설탕 건포도잼, 조청 식혜 등이었다.

 


도움말: 김광춘 종로 새생명 건강 동호회 채식 뷔페 식당

 

 

* 종로 새생명 건강 동호회 채식 뷔페 식당은


2002년 7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서울중앙교회 채식 동호회가 열었다. 삼육대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영양사가 자연식 건강요법을 바탕으로 식단을 짠다. 현재 가입 회원은 800여 명으로 유기농 채식식단을 기본으로 차려내기에 인기가 높다. 비회원도 식당 이용이 가능하다. 교회 지하에 있지만 신자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인근 직장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일 년에 두 번씩 일반인 대상 요리 강습도 한다. 운영시간은 매일(월~금요일) 낮 12시부터 2시까지이며 밥값은 비회원의 경우 1인 8,000원. 
☎ 02-3210-2151, 서울 종로구 견지동 74-2번지
지하 1층 서울중앙교회 내

 

 


 소박한 밥상 실천하는 녹색연합  

 

 

녹색연합에서 고기를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연합에는 ‘녹색인 수칙’이라는 게 있다. 녹색연합의 구성원이라며 적어도 이 정도는 실천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육식을 줄이고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문화 혹은 습관은 대량 사육으로 인한 환경 오염, 자원 고갈, 에너지 소비, 쓰레기 발생 등의 직접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또 과잉은 우리 몸의 균형도 깨트린다. 녹색연합은 생명존중, 생태질서의 균형과 회복을 주요한 활동 목표로 갖고 있다. 육식은 오래된 문화이긴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생태질서를 파괴할 만큼 과도하게 많이 소비되고 사육과정에서 생명임을 존중하지도 않고 있다. 육식자체보다는 지금의 산업화된 대량 사육을 반대하는 것이랄 수 있다. 육식을 줄이는 것은 대량 사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행동이다.  

 


 
녹색연합이 지향하는 밥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녹색연합에서는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다. 우리가 어떤 밥상을 선택하느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결정짓는다. 유기농을 지지할 수 있고, 유기농업이 확산됨으로 인해 땅의 오염과 물의 오염을 막을 수 있고, 가까운 곳에서 나는 음식물을 선택해서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 또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 내 몸을 건강하게 할 수 도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음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일상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이것이 많은 환경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되도록 제철에 나는 음식, 에너지를 덜 쓰는 음식, 버리는 것이 적어 먹는 사람이나 환경에 부담이 적은 음식들을 만든다. 자연히 조리시간도 짧고, 설거지에 세제를 쓰게 되는 기름진 요리도 잘 하지 않는다. 식탁에 차려진 것만이 아니라 재료가 나고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일까지 요리의 한 과정이 되는 거다.


재료 선택에서 가장 우선은 국내산, 제철, 그리고 유기농이다. 유기농이 아닌 국내산과 수입 유기농산물이 있다면 국내산을 선택하고, 가공식품보다는 되도록 온전한 형태의 재료를 선택한다. 
식사원칙 같은 건 따로 없다. 아, 딱 하나! 적당히 준비하고 절대 남기지 않는다! 

 


 
녹색연합 밥상만의 맛내기 비법이 있다면


된장찌개 같은 국물요리에 감자를 갈아 넣어보라. 훨씬 진하고 온기도 오래간다. 고기로 맛을 내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다. 기름이 들어간 음식이 맛있는 건 사실이지만, 요즘 우리 밥상은 기름 사용이 지나치다. 수분이 많은 채소는 센 불에 볶으면 물이 배어나와 눌러 붙지 않게 볶을 수 있다. 고소함은 덜해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설탕처럼 완전히 정제된 식품은 소화되는데 필요한 미량요소들이 모두 제거되었기 때문에 소화과정에서 몸속의 영양분을 빼앗아간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먼저 꿀이 있고, 쌀로 만든 조청, 말린 과일 등이 있다. 볶음요리를 할 땐 양파같이 단맛이 많은 채소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떡이나 단 간식을 만들 땐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을 넣어도 좋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는 법은


콩(단백질)과 버섯(단백질), 견과류(지방),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매일 올린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콩을 다양하게 요리한다. 밥 지을 때 섞는 것은 기본이고, 콩으로 만든 밀고기도 매일 낸다. 곡식은 거의 정제하지 않은 통곡을 사용한다. 율무도 껍질을 벗기지 않는 율무를 쓴다. 견과류에 든 불포화지방산은 고기 지방보다 훨씬 사람 몸에 좋다. 매일 호두, 아몬드, 캐슈넛 등을 몇 알씩 먹는 것이 좋다. 아마씨는 오메가3도 풍부하고 혈압도 조절해준다. 단, 땅콩은 잘 쓰지 않는데 산화가 빨리 일어나기때문이다. 아, 생콩은 괜찮다.
 

 
고기 단백질 섭취에 대한 의무감과 그 맛의 유혹을 이기고자 애쓰는 이들을 위한 음식을 추천해 달라 


이제 곧 고구마 수확철이다. 채식을 시작한 많은 분들이 만두의 유혹을 이야기한다.(웃음)  시중에 유통되는 만두는 채소만두든 김치만두든 다 고기가 들어간다. 고기 대신 감자와 고구마가 들어간 만두를 소개한다. 감자와 고구마를 으깨서 사용하면 속이 단단해 모양도 예쁘게 빚어지고 고기 못지않게 속도 든든하다. 


재료는 고기 빼고는 다른 만두와 거의 비슷하다. 만두피, 고구마, 감자, 당면, 숙주나물, 피망, 양파, 당근,, 깻잎, 소금,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냉장고에 있는 채소 아무거나! 만드는 방법은,


1. 당면과 숙주나물은 삶아서 잘게 자르고 피망, 양파, 당근은 다져서 볶는다.
2. 고구마와 감자는 삶아서 으깬 후 위의 채소들과 섞는다. 소금으로 간하고 단맛이 좋으면 조청도 넣는다. 고구마가 달기 때문에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난다.
3. 깻잎은 만두피보다 조금 작게 잘라서 준비한다.
4. 만두피에 깻잎을 깔고 속을 넣어서 예쁘게 빚는다.
5.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거나 찜통에 김을 올려서 쪄내면 끝. 소박한 밥상에서는 찐 만두가 인기가 더 좋다.

 

 

그래도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면


대량 사육의 문제는 항생제 과다 사용, 숲 파괴, 식량자원 고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육류 섭취의 증가는 대량 사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광우병 역시 대량 사육의 과정에서 생겨난 질병이랄 수 있다.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움직일 수 없게 한다든지 초식동물에게 고기찌꺼기가 들어간 사료를 먹이는 등 생명을 다룸에 있어 윤리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만약 고기를 먹게 된다면, 공장식 사육장에서 키우지 않고, GMO 사료ㆍ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은 유기축산물을 선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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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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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시절이다. 가장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단잠을 잊은 지 오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잠을 태연하게 자는 것만으로도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경쟁에서 뒤처진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받는 분위기다. 무한 경쟁의 현실에서 한가하게 자장가 타령이라니 싶겠지만 누구라도 세상살이에 지쳐서 문득 평온하고 따뜻한 엄마 품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한번쯤 자장가에 귀 기울여 보시길.


몇 년 전, 중고음반 가게를 기웃거리다 특이한 음반 하나가 눈에 띄었다. <더 월드 싱스 굿나잇(The World Sings Goodnight)>. 현지인들이 부르는 세계 각 나라의 자장가 모음 음반으로 평소 접하기 어려운 노래들이 수록돼 있어 호기심을 끌었다. 그리고 엄마가 품에 아기를 안고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는 연둣빛 재킷 그림을 보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음반은 아메리카 인디언부터 아르헨티나ㆍ스웨덴ㆍ브라질ㆍ아일랜드ㆍ러시아ㆍ하와이ㆍ세네갈ㆍ타히티ㆍ네팔ㆍ일본ㆍ인도네시아ㆍ집시 등 각 대륙 33개국 자장가들이 들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자장가도 있다.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들라’로 시작하는 김대현이 작곡한 자장가다. 세상 모든 자장가들이 그렇듯 이 음반에 실린 곡들도 단순한 리듬에 실린 다정다감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CD플레이어에 음반을 걸고 가사들이 실린 북클릿을 읽다가 유독 눈길이 더 가는 자장가들이 있었다. 집시ㆍ브라질ㆍ세네갈ㆍ타히티ㆍ네팔ㆍ에티오피아ㆍ인도네시아의 자장가들이다. 이들 나라의 자장가 가사들에는 고단한 삶의 흔적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에게 멸시 받아온 떠돌이 민족이나 가난한 나라라는 공통점도 있다.


‘귀여운 아가야, 어서 잠들 거라.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내일 아침 일찍 먼 길을 떠나야 한단다.’ 끝없이 방랑하며 살아야 하는 집시 민족의 자장가에는 떠돌이의 운명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다른 노래들보다 더 애절한 감정이 섞여 있다. 이 자장가를 부른 여가수는 마치 길에서 쌓인 노독 탓인지 음성이 탁했다. 집시의 후예들은 매일 길을 떠나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일찌감치 엄마의 자장가를 통해 귀로 체득하는 셈이다.

 

세계 각국의 자장가들을 모아 놓은 음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주는 엄마 손길 같은 자장가 선율


이밖에 다른 가난한 나라의 자장가들은 부모가 일하느라 자식을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딱한 처지가 자주 등장한다. 브라질은 ‘네 엄마는 시장에 가셨고, 아버지는 일하러 가셨단다’는 노래를, 아프리카 세네갈에서는 ‘아가야, 엄마와 아빠는 지금 네 곁엔 없지만 너에게 줄 선물을 한아름 안고 곧 오실 거야’라고 부른다. 또 네팔은 ‘아가야, 울지 마렴. 엄마는 일을 하러 가야 한단다’며 아침마다 아기와 떨어져야 하는 엄마의 슬픈 마음을, 에티오피아는 ‘자장자장 아가야, 엄마가 너를 위해 맛있는 것을 사가지고 오실 거란다’며 굶주림을 다독이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울지 말거라 내 아가, 비록 아빠는 함께 있지 않지만 엄마가 널 안아 재워줄게’라며 편모 가정의 애환을 담고 있다. 남태평양 타히티 자장가는 무척 짧지만, 동물을 통해 간절한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죽어가는 어미 고양이가 품안에서 보채는 아기 고양이에게 젖을 먹이지 못하고 같이 놀아주지 못해 안타까워 한다는 슬픈 노래가 소박한 우쿨렐레(기타와 비슷한 작은 현악기) 반주에 실려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자장가에 가까운 우리 동요 <섬집 아기>도 바닷가에서 종일 굴 따는 고단한 엄마의 삶이 먼저 떠올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 6,70년대 낡은 LP판에서 듣는 자장가나 동요들은 가슴이 아리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그 시절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머리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아련한 감정이입이 잘 됐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그 시절 동요 LP판을 구해서 <반달>, <오빠 생각>, <따오기> 등을 들으면 문득 잊고 지냈던 고향이나 옛 생각에 잠길 것이다.


부유한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자식이 편히 자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 마음은 다르지 않지만, 이런 심정을 담은 자장가는 나라마다 묘한 정서와 뉘앙스 차이가 존재한다. 분위기가 밝은 자장가가 있는 반면, 들을수록 애잔한 노래도 있다. 나는 모든 자장가의 원형질은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대상을 보면 기쁜 마음은 순간뿐이고 곧 슬픈 감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자장가를 들을 때마다 먹먹해지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슬픈 감정은 화학 반응을 일으켜 편하고 순한 마음으로 변해 있는 것이다. 딸아이가 서너 살 때 밤마다 자장가 삼아 틀었던 우리나라 동요 <둥근 달>은 오히려 내가 일상에 찌든 영혼을 위안 받으며 먼저 잠을 청하게 해준 묘약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장가>가 수록된 음반.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가 연주한 쇼팽의 <자장가>.

 

 

스승인 슈만의 자녀들을 위로하려 작곡한 브람스의 자장가


자장가는 구전된 곡들뿐만 아니라 유명 작곡가들도 여러 작품을 남겼다. 세계 3대 자장가는 모차르트•슈베르트•브람스의 곡들을 꼽는다. 어릴 적 음악책에서 배웠던 가사와 선율이라 한 번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명곡이다. 이밖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쇼팽 등도 자장가를 남겼다. 쇼팽의 자장가는 피아노 작품으로 예술 가곡의 자장가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감미로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쇼팽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엷은 우수가 깔려 있어 듣다 보면 아름다움에 심취해 절로 탄식이 나올 때가 있다.


후기 낭만파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관현악 반주가 딸린 자장가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곡과 오케스트레이션 대가답게 관현악을 강조하지 않은 여린 반주로 노래를 받쳐 주고 있다. 이쯤 되면 자장가는 아기를 재우는 소박한 노래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자주 듣는 자장가는 브람스의 <민속 동요집>에 수록된 네 번째 곡 ‘잠의 요정’이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선율 못지않게 작곡 배경이 가슴 뭉클하다. <민속 동요집>은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스승 슈만이 낳은 올망졸망한 7명의 어린 자녀들을 위해 작곡한 가곡집으로, 잠의 요정은 어린이의 눈에 모래를 뿌려 잠을 오게 한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의 청아하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는 때론 눈물을 찔끔거리게 만든다. 당시 20대 청년 브람스가 스승의 어린 자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놀아주고 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었을 터. 비극적 삶을 마친 스승과 아무 것도 모르고 노는 어린 자녀들을 바라보는 청년 브람스의 심정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느낄 정도로 에디트 마티스의 노래는 절창이다. 노래 속에 파묻힐 듯 말 듯하며 선율을 풀어나가는 피아노 반주 또한 일품이다. 어느 해 늦가을, 홀로 강원도 산길을 달리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 때문에 차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아득한 산골에서 예고 없이 만난 에디트 마티스는 내 영혼을 온통 뒤흔들었다. 저물어가는 하늘과 단풍 끝물이 든 숲을 보자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느 자료를 보니 1970년대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계 자장가 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모차르트•슈베르트•브람스 등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거장 음악가들의 자장가가 성악가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타고 울려 퍼졌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문 성악가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 자장가는 다름 아닌 한국에서 온 60대 할머니의 나지막한 읊조림이었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검둥개야 우지 마라 우리 아기 잘도 잔다….”


할머니의 웅얼웅얼 거리는 노래를 들은 아기들은 90초 만에 잠이 들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할머니의 자장가는 뱃속에서부터 들어오던 엄마의 숨소리와 심박동 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반복 구조의 단조로운 리듬과 멜로디가 아기에게 편안한 잠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래 자장가는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어 부를 수 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 전부 가사가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재거리인 것이다.


자장가는 강보에 싸인 아기가 듣는 노래만은 아니다. 고만고만한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고 지칠 때 위안을 주는 마음의 고향이자 어머니의 품속 같은 선물이다. 아무리 세상 인심이 흉흉해도 자장가 앞에선 부드러운 어린 자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가 부른 브람스 <민속 동요집>.

 


글을 쓴 박시우 님은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시를 쓰고 음악을 듣고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딸 하나 둔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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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최빈국이다. 부채와 기아, 분쟁 등으로만 국제뉴스에 오르내리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바로 이웃한 미얀마, 캄보디아와 함께 OECD가 정한 최빈국이다. 최빈국은 그대로 후진국이 된다. 우리는 후진국에는 본받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후지다’는 말이 욕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그야말로 화폐를 기준으로 삼을 때만 진실이다. 라오스 사람들이 표정은 성적의 높고 낮음과는 전혀 무관하다.


2007년 나는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으로 라오스의 시골마을 중학교에 파견되었다. 믿따팝 중학교. 믿따팝은 우정이라는 뜻이다. 임기 2년 동안 살집을 구하기 전에 영어 선생님 댁에서 열흘간 홈스테이를 했다. 영어에 서툰 나보다도 영어를 못하는 영어 선생님이어서 파견되기 전 수도에서 두 달간 배운 라오스어에 손짓발짓을 더해 의사소통을 했다. 왁자한 웃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런 대화법과 열흘간의 동거를 통해 자연스레 라오스 시골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댁에 처음 간 이튿날인가 저녁을 먹고 절에 ‘잔치’가 있으니 가보자고 해 집을 나섰다. 도청 옆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제일 큰 절로 향하는 길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절 입구에서는 1,000낍(우리돈 100원)을 받고 입장 리본을 달아주었다. 길에서부터 이어진 좌판은 경내라고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경내에 벌어진 좌판이 진짜 놀거리 볼거리였다. 풍선 터트리기, 스티커 사진 찍기, 거대한 튜브로 만든 어린이 놀이터 등 소박하지만 없는 게 없었다. 먹을 것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연기까지 피워대며 고기꼬치를 구워판다! 스님들도 한자리 벌이고 시주를 받고 점을 쳐준다. 유일하게 덜 소란한 법당에선 설법을 듣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도 했다.


라오스의 절에서는 이런 잔치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열린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마을에 어떤 일이 있을 때 스스럼없이 공간을 내어준다. 절과 학교가 실질적인 마을 공동체 활동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특히 교육기능에 있어서 그렇다.


라오스에서 웬만한 규모의 절은 곧 학교다. 아주 가난한 집은 일찌감치 아이를 절에 맡기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절로 들어온다. 라오스에서는 집에서 머물며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의 학교를 다니면 집안일을 돕거나 노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 또 일생에 한 번은 절에 들어와 수양해야하는 관습이 있어 주로 학령기의 아이들이 절에서 살게 된다. 당연히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고래로부터 있어왔다. 본인이 절 밖에 있는 대학을 가고자 하면 이에 대한 지원까지도 절에서 한다. 매일 아침 탁발로 모은 음식과 마을 사람들이 내는 시주, 장소 사용료 등이  재원이 된다.


결국 절은 마을 공동의 무료 보육원이자 학교, 문화센터인 것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 등 일반적인 각종 학교 역시 기본적인 정부의 지원 외에 공동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학부모든 주최자든 공동체가 자체 부담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아기를 안고 가르치는 선생님


아기를 둘러 안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교사의 모습은 초라한 교실 배경과 함께 우리에게 동남아시아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웅변하는 이미지로 박혀있다. 이런 사진은 조금 다른 의도이긴 하지만 내 책에도 어김없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모습에는 우리들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것이 있다. 여교사가 아이를 업고 수업하는 광경은 라오스의 교사들이 직무와 육아를 조화롭게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일 수도 있다. 라오스에서는 학교운영은 물론 직접 학생 교육과정에서도 교사들의 편의가 중시된다. 심지어 교사들을 위해, 우리의 시각으로 볼 때 학생들의 수업권이 다소 침해를 받더라도 이에 대한 학생, 학부모 모두의 이해와 협조는 당연한 것이다. 엄마 선생님들이 아기를 어디에 맡길 데가 없어서 교실로 안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확대가족, 대가족 형태가 일반적이니 절대 집에 아기 봐줄 사람이 없지 않다. 마을에 몇 개씩은 있고 거의 무상으로 운영되는 유치원(보육원)에 맡길 수도 있다. 또 직장(학교)마다 보육교사를 두고 있는 육아방이 설치되어 있으니 이는 더욱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닌 것이다. 딛따팝 중학교만 해도 엄마 선생님이 하나 둘 늘자 곧 교장실을 없애고 육아방으로 바꾸어버렸으니 말이다. 학교는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선생님들도 학교에서 놀고, 운동을 즐기고, 회의를 하고, 배운다. 선생님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필요에 따라 공간이 부족하면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고 따로 선생님들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학교는 교사들의 복지는 물론 자아성취를 위한 중요한 공간, 일터이기도 한 것이다.


라오스는 프랑스의 영향인지 여름에 학년을 마치고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따라서 5월 기말 시험이 끝나면 곧 진급과 졸업, 표창과 유급을 위한 성적사정이 시작된다. 이 중요한 회의에 각 반 학생대표가 참여한다. 일단 수업일수가 모자라는 학생들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한 학년에 두 번 있는 시험을 모두 보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시험에서도 점수가 일정한 기준에 미달했다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미 각 기말시험마다 1차 시험 낙제생들을 위한 2차 시험 기회까지 있다. 객관적인 기준 외에 학생대표와 담임교사의 평가도 중요하게 반영돼 유급 대상 학생을 정한다. 마지막으로 이들 학생과 그의 부모가 학교에 출석해 유급하는 것이 좋을지 진급해 공부해도 문제가 없을지를 교사와 의논하고 마지막에 스스로 판단해 최종 결정을 한다. 결국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자신의 학업을 스스로 평가하고 최종결정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자기 성적을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다. 우수 학생 표창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시험성적으로 우등생 후보들이 추려지면 학생대표의 견해를 듣고 표창장을 수여할 한 학생을 선발한다.   

 

 

16살과 9살짜리가 어울려 공부하는 교실


라오스의 초등학교는 5년, 중학교는 3년, 고등학교는 3년, 대학교는 5년이다(올 가을부터 중학교가 4년으로 늘어날 거다). 초등학교를 보통 만 6살에 들어가니 중학생이면 11살부터 13살 사이인 게 맞다. 그러나 수업참관을 하면서 만나는 하루 짝꿍들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9살부터 16살까지 차이가 많이 났다.
 

굳이 나이를 묻지 않아도 교실을 한 번 둘러보면 키가 120㎝에도 못 미치는 ‘어린이’부터 170㎝도 넘고 수염이 거뭇거뭇한 ‘청년’이 뒤섞여 있다. 학생의 능력과 형편에 따라 스스럼없이 입학과 유급을 결정하는 까닭에 아주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를 들어오는 경우 도 많고 2, 3년 이상을 유급하는 학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이 이들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라오스의 학교에는 이른바 ‘왕따’가 없다. 나이가 많고 덩치가 크다고 그 힘을 이용해 작고 어린 친구들을 때리거나 못살게 구는 경우는 없다.
반면 공부를 못해서든 다른 이유든 유급해 있는 나이 많은 친구들을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경우도 없다. 삼촌과 조카뻘로밖에 안 보이는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려 노는 모습은 한국식에서 굳어진 시선만이 정상이라는 고집스런 내 편견을 깨주었다.


지난 해 강압적으로 치른 일제고사 때문에 한국이 한창 떠들썩할 때였다. <한겨레신문>에 라오스 사진이 한 장 실렸다. 감독하는 선생님이 있어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논하면서 답안지까지 서로 보여주며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2007년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주친 이런 모습이 당시에는 절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 점차 학생들과 정도 들고 라오스 사회전반에 대한 이해가 늘었어도 이런 면까지 관대해지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시험감독으로 들어간 내게 태연하게 답을 묻기까지 했다. 내가 답을 알만한 영어, 과학, 수학, 컴퓨터 과목에서는 노골적으로 답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에는 노련하게 이런 ‘불공정’ 요구들을 거부했다.


시험은 무조건 엄정하게 치러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귀국할 때까지도 다른 것은 몰라도 라오스의 시험 분위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 머리가 무관하게 나의 몸과 행동은 점점 라오스 학생들의 요구대로 변해갔다.


한국어 수업의 시험이 내게 익숙한 시험이 아니라 집중 학습 기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내용만을 추려 이미 작성한 예비 시험지로 1주일 전부터 진짜 시험대비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예비시험지 그대로 진짜 시험문제를 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연히 8,90점대 점수를 얻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내용은 다음 시험에도 표현만 조금 늘려 거의 똑같이 냈다. 학생들은 시험문제에 아주 익숙해졌고 그래서 시험에 나온 한국어 표현은 거의 외울 수 있게 되었다.


시험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좋은 점수를 얻겠다는 생각이 자극제가 되고, 보다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엄격하게 통제해서 ‘공정’하게 얻은 점수로 학생들을 등수에 따라 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이다. 평가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는 셈이다. 시험이 학생들의 공부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면 라오스 학생들의 이러한 ‘불공정’한  시험 행태는 시험의 본래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다.


라오스에 가기 전까지 나는 귀농을 꿈꾸고 있었다. 몸과 마음의 휴식에 갈급한 상태였다. 2009년 한국에 돌아와 이제 나는 인식의 전환까지 선물 받는 ‘귀라’를 꿈꾼다. 라오스로 돌아가는 꿈 말이다.   

 

 

글을 쓴  이영란 님은  주로 시민단체에서 일했으며 2년 동안 코이카 단원으로 라오스에 파견돼 한국어교사로 일한 경험을 모아《싸바이디 라오스》라는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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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잠을 안자고 산다는 건 밥을 먹지 않고 사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에요. 하지만 요즘엔 밤잠 못 자고 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넘쳐 나요. 잠을 줄이면 성공한다는 주문에 걸린 사람들처럼 누가 누가 덜 자나 내기라도 하려는가 봐요. 반대로 잠을 자고 싶어도 매일 밤 하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쨌건 잠이 말썽이에요. 잠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남녀의 수면생활, 많이 알수록 더 유쾌해지는 수면생활을 본격적으로 탐구해 보도록 하겠어요.

 

 

1
달콤한 잠을 자려거든


불면환자들은 수면장애 상태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하지만 수면 욕구와 기호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요령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수면의 약속》은 수면의학의 대가가 쓴 책답게 수면의 원리부터 중요성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책이에요. ‘수면 빚’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우리 몸에 쌓인 수면부족은 어떻게든 갚게 되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와요. 실제로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과 잘 깨어 있기 위한 방법, 수면의 성향이 연령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등이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이 책의 조언대로 수면습관을 바꾸면 조만간 수면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60초 숙면 프로그램, 진짜 잘 자는 법》도 읽어 두도록 해요. 얼마나 잤느냐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별 다섯 개를 주고도 남음이라고 생각해요. 60초 안에 익힐 수 있는 자기관리 접근법과 훈련들을 실천한다면 수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해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심상을 이용한 이완요법이나, 불면증에 대처하는 문제해결기법도 터득할 수 있어요.
틈틈이 인터넷 카페에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아요. 같은 처지의 불면증 환자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요. ‘불면증 없는 나라’, ‘잠잘자기운동본부’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카페들에선 기대 이상으로 실속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대한수면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불면증에 대한 각종 정보와 수면을 위한 십계명, 수면위생법 등을 확인할 수 있어요. 방문한 김에 전문가에게 온라인 상담을 받을 기회도 놓치지 않도록 해요. ‘대한수면연구학회’ 홈페이지에서는 클릭 몇 번으로 주간졸림증과 불면증 자가진단이 가능해요. 수면상담 코너도 운영 중이고, 학회 회원들이 운영하는 전국의 수면클리닉을 검색해 볼 수도 있어요. 수면에 대해 꽤 알차게 정보를 정리해 놓은 ‘이브자리수면환경연구소’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수면에 관한 최신 뉴스도 접할 수 있을 뿐더러 수면유형•수면진단 테스트로 쾌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에요.

 

《수면의 약속》_윌리엄C. 디멘트 저, 김태 역, 넥서스BOOKS

 

불면증 없는 나라
잠잘자기운동본부
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연구학회
이브자리수면환경연구소

 

《60초 숙면 프로그램, 진짜 잘 자는 법》

 


2
잠 안 자는 아이를 둔 엄마 편


《아가야, 제발 잠 좀 자라!>는 누가 내 마음을 들여다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목부터 강하게 끌려요. 독일에서 오랫동안 아동심리학 상담을 했다는 저자가 전문가의 시각으로 아이들의 수면장애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잠을 자지 않고 끊임없이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인내심이 바닥 난 엄마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은 안전하다고 느껴야 잠을 잔다는 말에 밑줄도 쫙 그어 보아요. 흔들어주기, 쓰다듬기, 마사지, 노래하기 등 각종 방법으로 아이를 재울 방법들도 소개되어 있어요. 제대로만 배우면 밤마다 벌어지는 아이와의 실랑이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초보 엄마라면 《아이들의 잠, 일찍 재울수록 건강하고 똑똑하다》를 필독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해요. 신생아부터 생후 36개월까지 개월별로 아이들의 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수록돼 있기 때문이에요. 생후 3개월이면 잘 자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도 어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아이들의 울음, 수면, 훈육은 엄마들이 육아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에요. 이 세 가지에 관한 문제점들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준다는 《아기 건강, 잠》 역시 초보 엄마를 육아전쟁에서 구해 주기 위해 출간되었어요. 아기 언어 배우기, 건강한 잠을 재우는 비결 등이 엄마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것이에요. 아이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지만, 이제 쌔근쌔근 자는 아기 곁에서 함께 달콤한 잠을 잘 날도 머지않았어요.

 

《아가야, 제발 잠 좀 자라!》_ 이리나 프레코프 저, 이미옥 역, 예영커뮤니케이션

 

《아이들의 잠, 일찍 재울수록 건강하고 똑똑하다》_ 마크 웨이스블러스 저, 김지현 역, 아이북

 


《아기 건강, 잠》_ 베리 브래즐턴 저, 노혜숙 역, 세종서적

 


3
잠과 꿈에 대한 호기심 많은 어린이 편


어린이들은 호기심이 강해서 웬만한 단편적인 대답은 성에 차지 않아요. 잠이 왜 중요한지,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고 싶은 게 바로 새나라 어린이들의 왕성한 호기심이에요. 그걸 채워주려면 《황금교실-잠과 두뇌》나 《잠의 비밀을 풀다》 같은 학습서들을 활용하는 편이 좋을 것이에요. 《황금교실》은 잠, 꿈, 두뇌를 다루는데 만화로 되어 있어 공부하기 싫은 어린이들도 쉽게 빠져들 수 있어요. 《잠의 비밀을 풀다》는 잠을 연구하는 드르렁 박사가 등장해 어린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요.
 

《개구쟁이 아치2 : 잠이 안 와》는 밤늦게까지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동화책이에요.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는 아기 고양이 아치가 친구를 찾아 헤매지만 결국 밤에 노는 건 재미없고 힘든 일이란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을 재치 있게 그렸어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 역시 아치처럼 자기의 실수를 깨닫고 한 뼘 더 자라게 될 것이에요.


그런가 하면, 어린이들이 그림을 통해 지식과 정보, 생각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독특한 형태의 백과사전도 있어요.《콜콜 쿨쿨 드러렁, 잠(따뜻한 그림백과3)》은 딱딱하고 무거운 백과사전이 아니라 이야기책처럼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한 장 한 장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특징이에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친근한 그림이 아이들의 생각을 쑥쑥 키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여요.     

 

《황금교실-잠과 두뇌》_ 김지현 저, 삼성출판사


《잠의 비밀을 풀다》_ 이노우에 쇼우지로ㆍ김대수 저, 안미연 역, 웅진주니어
 

《개구쟁이 아치2 : 잠이 안 와》_ 기요노 사치코 저, 고향옥 역, 비룡소
 

《콜콜 쿨쿨 드르렁, 잠(따뜻한 그림백과3)》_ 재미난책보 저, 어린이아현



글:윤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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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사람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을 정(精)과 혈(血)이 신(神)과 기(氣)의 작용으로 생(生)하여 장(長)하고, 수(收)하여, 장(藏)하는 것이라 일컫곤 한다. 정혈(精血)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천일생수(天一生水)라 하며, 부모의 정(精)이 모여 형체를 이루고 자라서 다시 나이 들고 노화되어 죽음으로 이르는 것은 마치 자연 속에서 물이 순환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물을 머금어 순환하며 살아간다. 사람의 수정란은 97%가 물이며, 신생아는 85%, 성장이 멈추는 24세 전후에는 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몸에서 물의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바로 노화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물이란 것을 일상으로 쓰면서도 사람에게 특수한 공이 있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쉽다. 하늘이 사람을 낳으면 수곡(水穀)으로 기르니 물이 우리들의 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사람의 형체에 후박(厚薄)이 있고 년수(年壽)의 장단(長短)이 있는 것은 수토(水土) 관계에 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 지방의 남북을 나눠서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여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것은 물과 풍토에 기인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전 세계 장수촌에 맑은 물을 제공하는 수원지가 존재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떤 물이 좋은가?

 

먹어서 몸에 더 좋은 물은 살아있는 물, 생기(生氣)가 넘치는 물이다. 특히 예로부터 약이 되는 물이라 불렸던 약수는 산소, 탄산, 철분,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든 맑은 지하수가 지표로 솟아오른 것이다. 인공수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수 특유의 차고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두꺼운 지층을 뚫고 대자연의 힘으로 정화된 이 자연 생수는 단연 물 중의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물의 생명력과 신비를 과대포장해서 수만 년 전 형성된 빙하가 녹은 물, 해양심층수 등이 각광받기도 한다. 각각의 기능수들이 미네랄 성분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어 몸에 더 좋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물은 물 자체로서 중요할 뿐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낫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물보다는 늘 가까이 두고 몸을 채워줄 수 있는 맑은 물 한잔이 더 의미가 있는 셈이다.

 

물을 어떻게 마실 것인가?

 

물은 그냥 먹는 것보다는 끓여 먹어야 살균효과를 볼 수 있지만, 끓이지 않은 물과 한 번 끓였다가 식힌 물의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자연 그대로의 약수 온도는 대부분 15∼17℃ 정도인데 이 상태의 물맛이 가장 좋다고 하며, 차가울수록 물의 구조가 육각형에 가까운 육각수가 되어 건강에 더 좋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 다만 한의학적으로는 위기(胃氣)가 약해서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은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섭취해 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양생(養生)에 힘써 왔던 선조들은 평생 수련을 하면서 양기(陽氣)를 훼손치 않기 위해 차가운 것은 일절 먹지 않고 물도 따뜻한 물만 먹었다고 하니, 위기와 양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좋은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에 물 8잔(200㎖ 컵 기준)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권고한 바 있다. 성인이 하루 동안 땀이나 호흡, 대소변 등으로 내보내는 수분의 양이 2.5ℓ정도이고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이 약 1.4ℓ이므로 별도로 1ℓ 이상의 물을 섭취해야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체중의 많고 적음, 수분 섭취량의 많고 적음 등 개인차가 있겠으며, 계절적인 요인과 활동량의 차이 등도 구분지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활동량이 많거나 체중이 많거나 여름이라면 요구되는 수분섭취량이 증가할 것이며, 활동량이 적고 체중이 적게 나가고 겨울이라면 요구되는 수분섭취량이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하루에 꼭 물 8잔을 마셔야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와 활동 정도, 계절 등을 고려하여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장 기능이 미숙한 생후 6개월 이하의 유아들에게는 ‘물 중독’이 발생해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필요한 양 이상으로 섭취할 경우 체내에 축적된 수분으로 인해 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물을 마시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아침에 일어난 뒤 마시는 물 한잔은 보약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아침에 물을 마시면 밤새 몸에 쌓인 노폐물 배설이 촉진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신장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또한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주어 배변을 도와주기도 한다. 식전에 마시는 물은 공복감을 줄여줘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하나 위산 분비를 자극해 속쓰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식사 도중 또는 식사 직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소화력을 약화시켜 위장 기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물을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시로 조금씩 마시는 것.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조금씩 마셔야 흡수율이 더 높고, 씹어 먹듯이 천천히 마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겸손함을 가지며, 담는 그릇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모든 물질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진다. 물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처럼 유연하게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보약이라 할 만하다.



글 허지원 원장(경희동의보감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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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어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과 영화들을 소개 한다. 이것은 동물보호운동에 투신했거나, 채식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열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정보가 아니다. 그저 채식이 좋다는 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나 차마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소심하고 평범한 이들을 위한 것이다.


채식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신물나게 들었을 테니 생략한다. 대신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채식이 그토록 지구를 살리는데도 일조하고 건강에도 좋건만 왜 막상 행동하는 이들은 적은가?


한국의 채식 인구 비율은 약 1%로, 고기 없이 못 살 것 같은 미국에 비해서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광우병 파동이 오면서 채식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흐름은 나타났다. 언젠가 채식으로 돌아서리라고 마음먹은 잠재적 채식 인구도 주변에 종종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늘 갈등과 번뇌로 끙끙대고 있다. 지식과 제반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막상 채식을 하려 해도 가시밭길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채식을 해보려고요.”라고 말을 꺼냈다가는 “암환자세요?” 같은 반응을 얻기 일쑤 아닌가. 어쩌다 찾아간 채식 음식점은 분위기가 낯설고, 사람들 틈에 끼어 외식하러 가면 메뉴판을 볼 때마다 고를 음식이 없어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한국 채식인의 현실이다. 게다가 커뮤니티나 채식을 위한 쇼핑 장소는 어쩌면 그리도 적은지. 당연히 살 수 있는 식재료나 물품도 한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치사해서 못 할 일이 한국에서의 채식이다. 웬만한 의지로 몸 던지기가 힘들다.


그러나 가장 힘든 상황은 역시 주변의 편견과 방해공작이다. 단백질 신화를 전면에 내세운 육식주의자들의 ‘주워들은 영양학 이론’에, 혹은 무조건적인 고기 권유에 번번이 무릎을 꿇어 왔는가?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반박조차 못 해 왔는가?


다음 목록이 육식주의자들에 맞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꾸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1. 충격요법 - 진실을 알면 입맛이 변한다


동물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지는 인간. 생명경시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육류산업의 이면을 알면 육식에 대한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기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예전처럼 거리낌 없이 먹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부분 포장육과 살아있는 동물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과정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사실 모든 선구적 채식주의자들의 계기는 이런 충격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미트릭스 Meatrix>

 

<매트릭스>가 아니라 <미트릭스>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매트릭스를 패러디 한 애니메이션으로, 5분이 채 되지 않은 길이로 현재 3탄까지 나와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육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사육되고 공급되는지 무거운 주제를 압축적이고 재미있게 다루었다. 3분짜리 애니메이션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클릭해볼 것. 훌륭한 메시지는 시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http://www.themeatrix.com (한글 자막 있음)

 

 

책《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 랜덤하우스코리아


미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현대 식생활의 심각함에 대해 다루었다. 매일 식탁에서 만나는 음식 중 많은 것들이 말 그대로 ‘독소’이며 그 영향은 비만, 암, 심장병, 당뇨, 식중독, 인간 광우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육식은 둘째 치고 읽다 보면 밥맛 자체가 뚝 떨어지는 책이다. 고도 비만, 식량위기, 유전자 변형, 농약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한편 책의 4분의 1 정도를 축산업 시스템의 야만성을 밝히는데 쓰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질병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육류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도!

 

 

영화 <불편한 진실>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 / 앨 고어 출연


2007년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그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말 불편하다. 지구 환경의 실태를 전하고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면서 전 세계에 호소력 높은 영향을 주었던 이 영화가 그런데 육식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산화탄소의 증가다. 그런데 이 증가에 혁혁히 공을 세우는 게 바로 축산업. 축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생각하면 대기오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육식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 다음 간단히 한마디 해주라. “저게 다 고기 때문”이라고.

 

 


 2. 건강만세 - 오래 살고 싶으면 바꾸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졌다. 더구나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채식주의자일 경우 그 설득력은 더욱 커진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피부가 맑고 고우며, 몸무게 여부를 떠나 움직임이 가볍다. 암환자를 위한 식단부터 다이어트를 위한 해독식단에 이르기까지 몸에 좋다는 식이요법은 모조리 채식이다. 채식이 비타민, 미네랄, 철분, 항산화물질, 속속 발견되는 새로운 영양성분까지 모조리 제공해주는 반면 육식이 주장하는 영양소는 이제나 저제나 단백질과 몇몇 비타민뿐이다. 채식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육류는 붉은 살코기를 피하고 최소한으로 섭취하라고 할 정도니, 건강만세를 부르짖는 이들에게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라.

 

 

책《자연을 닮은 식사》

에릭 마르쿠스 / 달팽이


채식을 처음 시작하거나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 구실도 훌륭히 한다. 첫 장은 건강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점 심도 깊은 주제로 들어간다. 환경오염문제, 식용동물에 대한 진실, 채식을 하면서 높아진 삶의 질 등 다양한 문제를 조금씩 다루고 있다. 책 말미에 붙은 한국판 채식 관련 정보도 알차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Super Size me>

모건 스펄록 감독 / 모건 스펄록 출연


패스트푸드가 몸에 해롭다는 게 정말일까?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다큐멘터리. 감독인 모건 스펄록 자신이 직접 출연해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메뉴만 먹으며 겪은 변화를 영상으로 담았다. 코믹한 터치가 돋보이며, 무엇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이 백 번의 말보다 더 생생하게 패스트푸드의 해악을 경고한다. 패스트푸드는 육류와 가공식품의 폐해를 동시에 담고 있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책《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2》

존 로빈스 / 아름드리미디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책.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으나 전 재산을 마다하고 유제품과 육식의 해악을 알린 저자의 이력 또한 유명하다. 육식이 어떻게 사람들의 건강과 세상을 조종하고 파괴하는지 원론적인 곳부터 짚어냈다.

 

  

 

 3. 폼생폼사 - 예뻐지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제레미 러프킨은《육식의 종말》에서 육식 문명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고기는 남성의 특권을 상징해왔다’고. 최근 일본에서 시작된 유행어 초식남이 안겨주는 남성상을 떠올려 보면 채식과 육식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을 터이다. 이런 이미지에 사로잡혀 육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나름 방법이 있다. 이미지에는 이미지, “요즘은 채식이 대세! 트렌드!” 라고 외쳐보면 어떠할 지.

 

 

책《스키니 비치》
로리 프리드먼, 킴 바누인 / 밀리언하우스


제목이 일단 수상하고, 표지는 더 수상하다. 그리고 책에 둘러진 띠지의 광고 문구(빅토리아 베컴, 제시카 알바. 할리우드 스타들의 필독서!)를 보면 마치 다이어트 책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두 페이지 넘기다 보면 뼛속까지 채식주의를 다룬 책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일을 하자니 살은 빼야겠고, 굶자니 힘은 없었던 모델과 모델 에이전트가 어느 날 채식에 빠져 건강전문가로 전업을 한다. 이들이 바로《스키니 비치》의 저자다.

 

 

영화 <슈퍼차지 미 SuperCharge Me>
제나 노우드 감독 / 제나 노우드 출연


<슈퍼 사이즈 미>에서 영감을 얻은 감독이 역발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홍보직에서 일하고 있던 제나 노우드가 30일 동안 유기농 생채식만 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변해가는 지 필름으로 담았다. 짧은 시일이지만 무려 11kg이나 몸무게가 줄었고 피부 상태는 최상, 괴롭던 불면증마저 사라졌다. ‘자연식 미녀 탄생’ 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잠시 소개되기도. 국내 출시는 되지 않았으나 www.jennanorwood.com 에서 DVD를 주문하면 국제배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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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미(米)자에 담긴 의미를 찾아서



엄마는 현미와 콩, 여러 가지 잡곡이 섞인 밥을 매 끼니마다 맛있게 먹는 네 모습이 참 예쁘단다. 우리 서희가 잔병치레 없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것이 다 밥의 힘인 것 같아. 그런데 이 생각은 엄마만 했던 게 아니야.

 
유명한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고 했고, 우리 조상님들은 먹을거리가 제일 훌륭한 보약이라고 해서 밥을 불사약不死藥, 반찬을 불로초不老草라고 했다는구나. 우린 매일 먹기 때문에 밥의 가치와 땀방울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그래서 조상님들은 하늘을 살폈단다

 
우리 집 주변에 많은 논이 보이지? 지금 논에는 작은 모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키워낸 벼가 작년 가을 태풍 때 다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엄마는 농사란 하늘과 땅의 도움 없이는 절대 지을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단다.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고 농사기술이 뛰어나도 자연의 보살핌 없이는 불가능한 것 같아. 어찌 보면 사람은 그저 관리만 하고, 농사는 태양과 비와 바람, 흙이 짓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하늘의 기운을 잘 살펴서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며 농사를 지었단다.

 

 

작년 수확 때 거둬둔 볍씨야

 

 

어떤 농사든 마찬가지겠지만 벼농사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씨앗인 볍씨를 준비하는 일이야. 볍씨 준비는 지난 수확철부터 시작해. 종자로 쓸 볍씨는 벼베기 약 열흘 전쯤에 잘 익은 것을 빨리 베는데, 겉으로 보기에 ‘아직 베기에는 아깝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장 좋아. 벨 때는 반드시 낫으로 베야해. 콤바인 같은 기계로 세게 때리듯 베면 볍씨가 충격을 받아 건강하게 자라기 힘들거든.

 

베고 나면 꼭 거꾸로 매달아 그늘에서 말린단다. 천천히 말려야 영양분이 잘 살아있고, 볏대에 남은 영양분이 볍씨에 잘 모아져. 잘 말랐으면 털어내야 하는데, 이때도 볍씨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하나하나 손으로 털어내야만 해.

 

 

진달래 화전 먹는 청명에는 건강한 볍씨를 고르지

 

 

서희가 올 봄에도 열심히 따먹고 엄마랑 화전 부쳐 먹던 진달래 생각나니?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청명(4월 5일경) 앞뒤로 진달래가 피면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골라.

 

아무리 잘 익은 볍씨라고 해도 다 종자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야. 그중에서도 특히 튼튼하고 실한 종자를 골라야 하는데, 제일 좋은 방법이 소금물에 담가보는 거란다. 달걀이 옆으로 누워 뜰 정도로 소금 농도를 짙게 해서 아래로 가라앉은 볍씨만 종자로 써. 잘 여문 볍씨는 아래로 가라앉거든.

 

볍씨 담그기가 끝나면 볍씨를 소독한단다. 관행논에서 사용하는 볍씨는 화학약품으로 소독하지만, 친환경 농법에서는 냉온탕법으로 소독해. 온도내림을 방지하기 위해 4,50도씨의 물에 마른 볍씨가 든 자루를 30~50초간 담가두고, 다시 다른 통에 준비해둔 60도씨 물에 10분간 담가 자루 속 볍씨들이 잘 섞이게 흔들어 줘야 해. 그 다음 재빨리 찬물에 넣어 자루 속의 더운 기운을 식혀줘. 벼눈이 익어버리면 안되니까 빨리 해야 한단다. 이렇게 하면 병균은 물론 벼이삭 선충까지 예방할 수 있어.

 

볍씨를 소독했으면 이제 볍씨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울 차례야. 물에 5일에서 7일 동안 담가두어야 하는데, 그냥 푹 담그는 것이 아니라 낮 12시간은 담갔다가 밤 12시간은 빼놓고 다시 담그는 과정을 매일 반복한단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볍씨에 적당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야. 산소가 너무 많으면 잎사귀보다 뿌리 발육이 더 좋아져서 전체적인 생장에 좋지 않거든. 예부터 곡우(4월 20일경) 전에 종자를 담가야 수확이 많고, 삼월 곡일에(음력 3월 8일) 볍씨를 담그면 모가 잘 자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

 

 

 

감꽃 피는 곡우에는 못자리를 준비하고

 

 

곡우에는 못자리를 준비해. 아마 6월 초쯤이면 감꽃이 피기 시작할 거야. 진달래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옅은 노란색으로 피는 은은한 감꽃이 엄마는 더 예쁘단다.

 

자, 그럼 못자리 준비를 시작해볼까? 우선 모판에 흙을 깔고, 씨앗을 넣고, 다시 흙을 덮고 나서 물을 준단다. 이렇게 모판을 만들고 씨앗을 넣으려면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나서거나 동네사람들이 품앗이를 하며 서로 도와. 지난 일요일, 아빠가 한살림 공동 못자리에 가서 도와주신 것처럼 말이지. 우리 사는 동네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계셔서 못자리 만드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니 참 안타까운 일이지.

 

 

 

자, 이제 여섯 잎 모를 키우자

 

 

모에는 보통 여섯 잎 정도가 달려있지? 첫 잎이 나오는 데 하루이틀, 두 번째 잎은 이삼일, 여섯 잎이 나올 때까지는 40일에서 45일 정도 걸리는데, 우리 조상님들은 여섯 잎이 났을 때 뿌리를 끊어내고 모내기를 했어.

 

모에 네 번째 잎이 나올 때쯤부터 모는 이유기에 들어가. 말하자면 씨젖의 양분이 다 떨어져서 모 스스로의 힘으로 크는 거란다. 씨젖의 양분이 떨어질 때에 맞춰 잎과 뿌리의 기능이 활발해져서 스스로 크는 힘이 커진다니 자연의 이치는 정말 오묘하고 놀랍지 뭐니. 그래서 관행농법에서는 이때를 모내기의 적기로 잡고 있대. 아직 씨젖의 양분이 남아 있을 때 옮겨 심어야 뿌리도 잘 내리고 몸살도 적다는 거지. 그러나 어린모를 심다보니 많은 포기의 모를 심게 되고(보통 10~15개), 그래서 가지를 잘치지 않는다는구나. 모는 가지치기를 잘해야 벼이삭이 많이 열리는데 말이지. 또 못자리에서 따뜻한 상태로 더 자라야 하는 모를 옮겨 심으니 모의 온도가 낮아져서 물이나 땅의 양분을 덜 흡수하는 곧은 뿌리를 많이 내리게 된대. 그래서 친환경 농법에서는 두 번째 가지치기 후, 곧 여섯 번째 잎이 나올 때 모내기를 해. 무조건 빨리 모내기를 한다고 빨리 많은 양을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여섯 번째 잎이 나올 때까지는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돌보는 것처럼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해. 뿌리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도 관리가 중요한데 물로 온도를 조절한단다. 또 부족한 양분을 보충해서 충분히 자라도록 해줘야 하고. 관행농법에서는 비료 주고 나면 끝날 일을 온도 관리, 물 관리, 양분 보충을 하면서 모를 키워내는 거야.

 

이렇게 모를 키워내는 사이 모를 옮겨 심을 본답도 준비해둬야 한단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땅을 두세 번 갈아서 잡초를 없애고, 논둑을 30센티미터 이상 높이로 만들어 모든 벼에 물이 고르게 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해. 나물과 꽃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 자운영(비료로 쓰기 위해 키우는 풀)도 모내기 2주 전에는 갈아엎어서 땅의 힘을 높여야 하고 말이지.

 

 

망종, 대추꽃이 피면 모내기를 시작해. 그럼 뻐꾹새는 부지런히 모내기를 하라고 재촉하지

 

 

 

예로부터 모내기의 적기는 6월 6,7일경인 망종 때라고 했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일까,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빨리 모내기를 하는 것 같아. 5월 중순 소만이 지나 모내기를 시작해서 5월 말까지 전국 곳곳에서 모내기가 이어진단다. 대추꽃이 피면 모내기를 시작하고, 치자꽃, 밤꽃이 만발하면 모내기가 한창이며, 뻐꾹새는 모내기를 부지런히 하라고 운다니 농부들의 지혜며 말들이 참 놀랍고 어여쁘지?

 

친환경 농법에서 모내기의 핵심은 적은 수의 모를 매우 드물게 심어야 한다는 거야. 15포기를 심는 관행농법과 달리 두세 포기를 한 줄로 심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이는 친환경 농법의 모가 나중에 더 가지치기를 많이 해서 이삭도 많이 달리고 건강하게 잘 자란다는구나. 많이 심으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벼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웃자라서 잘 쓰러지고 이삭도 적게 열린대. 벼들도 너희들처럼 마음껏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하는데 사람의 욕심이 지나쳐서 벼들이 힘들게 크나봐.

 

 

 

 

신나는 단오잔치 후엔 잡초와의 싸움이지

 

 

 

모내기를 끝내면 곧 단오가 돌아와. 우리 가족 모두가 한살림 단오잔치에 가서 논에 오리도 넣어보고 고사도 지냈던 것 서희도 생각나지? 이 날은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제가 열리는 날이야. 본격적인 농사와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날이기도 하고.

 

모내기를 하고 나서도 농부들은 모가 뿌리를 잘 내렸는지 꼼꼼히 살펴봐야해. 뿌리 내림이 좋아야 벼가 가지치기를 잘한다는 건 당연하겠지? 그래서 특히 물 관리가 중요해. 따뜻한 물을 충분히, 깊게 대주어야 가지치기도 잘하고 잡초도 덜 자라거든.

 

그러고 나면 이제 잡초를 잡기 위한 농부들의 본격적인 경주가 시작된단다. 유기농하면 첫째도 풀매기요, 둘째도 김매기라고 할 정도로 잡초 제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거든. 오리와 우렁이가 풀매기를 도와주는 친구들이긴 한데 요즘은 조류독감 때문에 오리농법을 거의 못할 것 같아. 오리는 잡초를 먹기도 할 뿐 아니라 잡초씨가 트는 것을 막고, 벼에 달라붙어 있는 벌레까지 잡아먹는데다가, 오리가 싸는 똥은 거름이 되었는데 참 속상하지 뭐니.

 

다른 방법으로는 왕우렁이를 놓아기르는데 오리보다 풀을 훨씬 잘 먹는 대식가라고 하는구나. 그렇지만 벼 포기 사이에서 자라는 피는 우렁이도 해결하지 못하니 사람이 손으로 직접 뽑아줘야 해. 우렁이의 도움을 받으려면 우렁이가 제초를 잘 할 수 있게 논바닥을 고르게 해야 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물꼬도 망사로 받쳐주고, 황새 등의 피해를 막는 것도 중요해.

 

 

처서 지나 신비한 벼꽃이 피고

 

 

장마와 삼복더위를 보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8월 23일 경)가 되면 벼꽃이 필거야. 벼꽃이 한창 피는 처서에 비가 오면 쭉정이가 생겨서, 이삭 팰 때 비 한 방울은 눈물 한 방울이란 말이 생겨났나봐. 부끄럽지만 엄마도 아직 벼꽃을 본 적이 없어. 벼꽃은 오전 10시쯤부터 두 시간 정도만 핀대. 벼는 꽃 하나에 암술 수술이 모두 들어있고, 오전에 한 번, 두 시간 정도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타가수분(벼의 꽃가루가 다른 식물의 암술머리에 붙는 일)이 거의 되질 않는대. 그래서 잡종이 잘 나오지 않고, 사람이 새로운 종자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구나.

 

병충해도 참 어려운 문제야. 긴 장마에 잎도열병이나 혹명나방, 벼멸구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를 자주 봤을 거야. 농약을 치는 관행농법에서도 병충해가 심하면 논을 갈아엎기도 하는데 친환경 농법에서는 얼마나 어렵겠니. 친환경 농자재가 있기는 한데 농약만큼 효과적이진 않아. 친환경 농자재도 화학약품이 아닌 자연에 가까운 것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땅의 힘을 살리고 미생물을 살리면서 최대한 벼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미리 마련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란다.

 

 

 

가을, 이제 잘 익은 벼를 베자!

 

 

드디어 가을이면 이렇게 잘 자란 벼를 수확해. 정확히 이삭 팬지 45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어. 벼는 상강(10월 23일 경) 전에 베어야 한대. 서리를 맞으면 이삭이 부러지기 때문이지. 요즘엔 거의 콤바인이라는 기계를 사용해서 탈곡을 해. 예전엔 홀태나 탈곡기로 했었어. 한살림에서 하는 가을 행사인 메뚜기 잡기에 참여해 보면 벼를 낫으로 베고 홀태나 탈곡기에 벼를 탈곡할 수 있단다.

 

탈곡된 벼는 바로 먹을 수는 없고 정미소에 가서 도정을 해야 해. 겉껍질(왕겨)만 벗겨낸 것이 현미이고, 쌀겨층을 50퍼센트만 벗겨내어 쌀눈을 남겨둔 것이 5분도미란다. 현미는 단백질, 지방, 칼슘, 섬유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깎으면 깎을수록 영양분이 적어져. 그러니 현미가 백미보다 영양분이 훨씬 풍부하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거치니까 꼭꼭 씹어 먹어야 해.

 

봄에 뿌린 볍씨를 가을이 되어 수확할 때까지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니 얼마나 많은 노력과 애정이 필요한지 상상이 가니? 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농부의 손길뿐만 아니라 정성어린 관심과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 서희가 엄마아빠의 사랑 속에 크는 것처럼 벼도 농부의 사랑 속에서 크는 걸거야.

 

작년에 엄마는 무더위가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참 좋아했었는데, 그 때 농부들은 수확을 앞둔 벼가 바람에 쓰러질까봐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논에 나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미안했단다. 밥맛이 좋은 쌀은 더 잘 쓰러진다고 하더라. 올해는 농부가 마음 졸이는 일이 없기를, 하늘님이 잘 보살펴 주시길 기도하자구나. 정성껏 키운 쌀도 열심히 먹고! 물론 중국쌀, 미국쌀이 아닌 우리 쌀을 말이지!

 

여든여덟 번 농부 손을 거쳐

 

벼 한 알, 이렇게 한 그릇 밥이 돼요

 

 

 

 

*날짜는 올해 기준이며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예년보다 모내기가 조금 빨라졌으며, 변덕스런 날씨 탓에 수확날도 들쭉날쭉 하다.


글/이상희(살림이야기)
 

*참고: <벼가 자란다> (김시영 그림, 보리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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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가정에서 진짜 ‘맛’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출처 http://www8.cao.go.jp/syokuiku

 

 

이야기 하나. 세계적 요리사 제이미의 굴욕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요리계의 위상을 높인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어처구니없는 정크푸드만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걱정해서 공립학교 급식 개선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이 계획은 ‘제이미의 스쿨 디너Jamie’s school dinner’라는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고, 영국은 난리가 났다. 제이미는 어떻게든 냉동식품이 아닌 신선한 요리를 만들어 주려하고, 이미 혀가 초콜릿 바와 감자튀김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 요리들에 뜨악하게 반응한다.

 

 이야기 둘. 소년, 드디어 넘어가다

 
뉴욕의 험악한 범죄 사건들을 다루는 미국 드라마 <로 앤 오더LAW & ORDER:성범죄수사대>에서 거대비만 소년이 살인 피의자로 법정에 선다. 갓 열다섯을 넘은 형제들도 모두 거대비만이고, 넉넉지 못한 공립학교 친구들도 비만율이 높다. 온갖 성인병을 다 지닌 이 소년은 “먹고 살기 바쁜 부모님은 냉동음식을 데워주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결국 사건이 종결되기도 전에 동녀합병증으로 쓰러지고 만다. 비슷한 사정의 아이들은 자연의 맛이 무언지를 모른다. 설상가상 이윤을 위해 학교 안에 탄산음료와 과자 자판기를 설치해놓은 식품회사들. 정해진 시간에만 자판기를 가동하는 규칙을 세웠지만 이미 그 맛에 중독된 아이들은 책상 속 가득히 과자와 초콜릿 바를 재워놓고 끊임없이 먹어댄다.

 

 이야기 셋. 미식가의 실체

 

친구와 함께 한 쇼핑몰 식당가에 앉았다. 짬뽕을 시켰는데 한 젓가락 먹고서는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유난히 화학조미료 맛이 강했기 때문. “아예 들이부었네”하며 투덜대는 내게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미료 맛’이 어떤 맛이냐며 진지하게 물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간혹 다른 집에 놀러갔다 오시면 “어떻게 살림한다는 집에 미원도 한 봉지 없냐”고 흉을 본다 했다. 당연히 친구는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지 않은 밥상에 앉아본 적이 없었다. 결국 지금은 애교 수준으로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음식과, 심하게 조미료 덩어리인 음식조차 구분할 수 없다. 평소 이 친구는 자신이 미식가라고 주장해왔다.

 

출처 http://www8.cao.go.jp/syokuiku

 

 

‘딸기’와 ‘딸기 맛’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모두 제대로 된 미각을 잃어가고 있다. 화학조미료와 식품첨가물의 공격은 점점 더 교묘해져서 자연의 맛과 인공적인 맛의 구분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그나마 어른들은 ‘진짜 맛’이 무엇인지 대략 알고 있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많지 않았던 때에 어린 시절을 반 정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자연과의 소통을 잃어버린 첫 세대인 아이들은 딸기우유의 ‘딸기 맛’이 진짜 딸기 맛이라고 생각하고, 가공식품에 익숙해져 엄마의 손맛을 싱겁거나 뭔가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의식주 문제 그 이상이다. 일단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미각은 여러 가지로 심각한 혼란을 일으킨다. 위에서 말한 드라마의 주인공도, 자신의 몸에 치명적인 양의 위험물질이 들어올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이탈리아 어른들의 고민

 

 맛 교육의 본거지는 사실 가정이었다. 집안마다 전해져오는 입맛도, 가려야할 음식도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맞벌이가 일반화되어 있고, 점점 사먹는 음식이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더 이상은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러면 어쩌나? 아이가 입맛을 잃거나 건강을 해치면 엄마들을 비난하면서 집에 들어앉힐까? 아니면 조리사라도 고용해야 하나?

 

요리에 대한 애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탈리아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집에서 못 하는 미각교육, 학교에서 맡겠다고 말이다. 주체는 바로 슬로푸드 운동본부이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 ‘미각 찾기’ 대작전

 

 슬로푸드는 다국적 기업의 대량 생산 식품과 패스트푸드 물결에 대항해 전통음식 보존과 제대로 된 미각을 즐기자는 기본 뜻을 가진 단체이다. 창립자 카를로 페트리니는 로마에 맥도널드 매장이 생기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고, 1986년에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식문화의 발원지격인 이탈리아라 해도 간편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막지는 못했다. 특히 아이들은 강한 패스트푸드의 맛에 금세 빠져들었고, 한번 엇나간 미각은 계속 정크푸드를 찾게 했다.

 

그래서 1998년부터 이탈리아 교육부와 공동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미각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금껏 900명이 넘는 교사들을 훈련시켰고, 수많은 아이와 부모들의 미각 인식을 변화시켰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구석에 만든 텃밭에서 직접 유기농 채소를 키우고 거둔다. 늘 슈퍼마켓에서 비닐로 포장된 채소만 보아 온 아이들은 날마다 바뀌는 식물의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지니게 된다. 주문하면 5분 안에 나오는 음식이 아니라 며칠, 때로는 몇 달을 기다려야 열매를 맺는 게 과일이고 채소임을 비로소 안다.

 

재배한 채소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학교로 방문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조리법에 대한 교육도 되는 셈이다. 모든 과정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밀착적으로 이루어진다.

 

슬로푸드 본부의 미각교육 담당자들은 “중학교만 되어도 교과과정에 치여서 미각교육에 할애할 시간이 없습니다. 가공식품에 덜 물든 시기이기도 하니 초등학교 때가 교육에 가장 적합하지요.” 하고 말한다.

 

사실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교육을 하는 게 이상적일 테지만,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이들에게는 ‘천천히 slow’ 살자는 슬로푸드의 기본 철학 자체가 무리일 때가 많다. 그러나 미각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맛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점의 광고에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는다.

 

 

 
우리나라는? 옳지, 아라중학교

 

 

사실 우리나라야말로 미각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매운맛과 짠맛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식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시행된 후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학교급식도 걱정거리이다. 집 밖에서 아이들이 대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미각 상태가 어떤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미각에 대한 중요성은 조금씩 부각되고 있지만 체계화된 교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식품회사의 부설 연구소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비정기적인 강좌를 열기도 하지만 널리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중요성을 깨달은 일부 학교나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도모하는 식이다.

 

모범적인 예에는 제주도의 친환경 급식 학교들이 있다. 2003년부터 전국 최초로 유기농 급식을 실시한 제주도 아라중학교 학생들은 “만성 비염이 나았어요”, “입맛이 확실히 바뀌었구요, 집중력이 높아진 걸 느낍니다” 하며 효과를 직접 느끼고 있다. 그러자 제주도에서는 2005년부터 친환경 급식 시범학교들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식자재들의 특성상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바뀐 입맛과 모습에 학부모들은 고등학교까지 이런 흐름이 죽 이어져가길 원하고 있을 정도이다.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미각교육을 하려면 건강에 좋다는 식으로의 접근이 어렵다. 아무리 환경과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맛이 좋지 않다면 아무도 먹지 않는다. 진정한 맛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서서히 입맛을 길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급선무이다.

 

그런 교육의 끝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는 이렇지 않을까? 아이들이 맛있어 하는 음식, 몸에 좋은 음식, 좋아하는 음식이 온전히 일치하는 것!

 

 

일본도 시작했다 - 식육(食育) 기본법

 

출처 http://www8.cao.go.jp/syokuiku

 

 

평균 수명도 높고 건강한 식단 전통을 이어온 일본 역시 먹을거리 걱정, 아이들 걱정은 드높다. 발 빠르게 외국 식문화를 받아들인지라 쌀과 채소, 해조류 위주의 식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채로운 요리들로 인해 먹을 게 너무 많아서이다.

 

미식 붐은 거세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따랐다. 일본은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먹을거리의 ‘모양’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식품첨가물의 사용량도 엄청나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십대들의 끔찍한 범죄와 정신적인 파탄을 식생활과 연결지어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났다.

 

결국, 국가가 나서서 2005년 ‘식육(食育)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국민의 식생활·식습관·식문화의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를 더 이상 ‘집에서 알아서 할 문제’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법의 내용은 음식에 대한 의식개선,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정보 제공과 실천 지원, 더 나은 식문화 만들기 등 크게 세 가지 범주이다. 그리고 각 범주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감탄이 나올 정도로 꼼꼼하게 매겨져 있다. 예를 들면 2010년까지 현재 10.7퍼센트인 아동비만율을 7퍼센트로 떨어뜨리고, 21퍼센트 수준인 급식의 지역 농산물 비중을 30퍼센트로 올린다는 식이다.

 

아이들이 바른 먹을거리를 고르는 능력을 기르고, 먹는 과정에서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며, 바른 식사 예절과 문화를 익히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골자로 하고 있다. 2006년에는 일본식 식단을 기준으로 하는 ‘균형 잡힌 식사 안내서’를 만들어 전담 교사를 전국 학교에 배치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법을 구심점으로 시민단체나 지역 주민들이 실천하고 있던 운동들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면이다.

 

* 윤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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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크기의 종이를 하루 한 장씩만 덜 써도 하루에 약 4천8백여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인쇄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이메일과 블로그 서비스가 편리해져 보관해 놓고 싶은 정보는 출력하지 않더라도 개인 이메일이나 블로그에 저장해 두면 어디서든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여럿이 함께 봐야 하는 문서의 경우 한 부만 출력해 돌려보거나 컴퓨터로 공유해서 본다. ‘인쇄’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기!
사무실에서는 한 대의 프린터를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므로 ‘이면지 도장’을 만들어 사용한 면에 도장을 찍어두면 다른 사람도 헷갈리지 않고 이면지를 쓸 수 있다. 또한 프린터에 이면지를 넣을 때 방법을 잘 숙지하여 이미 사용한 페이지에 다시 인쇄하는 실수를 피하도록 한다. 요즘은 양면인쇄기능이 있는 프린터가 많으므로 그 기능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양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쓰고 있는 프린터의 기능을 확인해보자.



전 국민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종이컵 수는 약 120억 개



한번 쓰고 버린 종이컵이 자연분해되기 위해서는 20년이 걸린다. 종이컵을 하루에 1개씩만 줄여도 1년간 20년생 나무 7천6백 그루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
사무실에 개인 머그컵을 두고 일회용 종이컵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회의나 행사 때에도 종이컵 대신 스테인리스컵 등을 사용한다. 자판기를 사용할 경우 컵이 자동으로 나오기 때문에 컵이 나오고 음료가 나오기 전 1.5초의 공백을 공략, 종이컵을 빼고 개인컵을 넣어 안 쓴 종이컵을 모아 다시 쓰는 방법도 있지만 고도의 순발력을 요한다. 사무실에 부득이하게 설치한 자판기에도 관리인과 상담해 종이컵을 아예 안 나오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컵있음’ 버튼을 만들어 선택적으로 컵이 나오게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개인 머그컵을 쓸 경우 씻는 것이 은근히 귀찮은데 양치질할 때 컵을 들고 가 컵도 씻고 양치물도 받아쓰면 일석이조.


한 명의 아기를 25개월 동안  일회용 기저귀로 키운다면 약 4천402 개의 일회용 기저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약 72그루의나무를 베야 한다. 우리나라 아기 모두를 일회용 기저기로 키운다면 매년 제주도 절반 넓이의 숲을 베어야 한다.



면생리대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며칠만 쓰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그리 어렵진 않다. 하지만 천기저귀의 경우 참 힘들다. 젖으면 바로바로 갈아줘야 하고 하루에 수십 장씩 나오는 빨랫감 때문에 엄마에게 부과되는 가사노동의 양이 엄청나다. 한번 맛본 일회용 기저귀의 유혹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100% 면생리대와 천기저귀만을 사용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해보자. 집에서만이라도 면생리대를 쓰기, 밤에는 일회용기저귀를 쓰더라도 낮에는 천기저귀를 쓰는 방법도 좋다.

종이를 아끼는 사소한 실천이 지구를 구한다


손수건과 장바구니를 항상 들고 다닌다
집에서도 휴지 대신 손수건 쓰기를 습관화하고 손수건을 항상 가지고 다니면 휴지 사용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이 땀을 흘릴 때나 음식을 흘렸을 때 수줍게 건네주면 효과만점! (손수건 돌려받을 때 미소 지으며 눈 한번 더 마주치는 것을 잊지 말자.) 장바구니 역시 불시에 필요할 때가 많으므로 작게 접어 휴대하기 편한 것으로 가방 속에 항상 넣어 다닌다. 비닐봉지와 종이쇼핑백 사용도 줄일 수 있고 요즘 대형마트에서는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면 장바구니 갯수만큼 50원씩 할인해주기도 한다.


이메일로 청구서를 받는다
매달 카드사, 통신사 등에서 날아오는 청구서, 지로 영수증, 사용내역서로 우편함이 꽉 찬다. 한번 보고 버리는데 비해 종이 낭비에 우편비까지 든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이메일 청구서 받기를 신청하자. 요즘은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유출되는데 종이 청구서보다는 이메일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낮다. (남편 몰래 산 가방의 결제 내역이나 아내 몰래 한턱 낸 술값의 결제 내역을 들킬 염려가 없다.) 게다가 카드사나 통신사에 따라 청구서를 이메일로 전환하면 포인트를 더 주는 경우도 있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

종이에 붙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서 분리수거하면 재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상자에 붙어있는 테이프는 떼어내고 문서에 박혀 있는 철심이나 스프링을 빼서 분리수거 한다. 우유팩의 경우 고급종이류에 속해 재활용을 잘하면 가치가 높다. 종이 분리수거함 옆에 우유팩 분류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우유팩을 물에 한번만 헹구어 말린 후 따로 모아 분리수거하면 수거업체에서 재활용하기 좋다.



간단한 종이 재사용 아이디어

블로그에 보면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버려진 것들을 활용해서 예쁘고 기발하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넘쳐난다. 이것저것 다 따라해보며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다.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 종이상자를 리폼하기 위해 원단이나 시트지를 붙여야 하고 더 비싼 재료를 덧대거나 과도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면 차라리 분리수거해서 재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다른 재료를 과도하게 덧붙이면 나중에 버릴 때 종이로 재활용하기도 힘들다) 재료 그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광고 전단지
반질반질하게 코팅이 되어있는 전단지는 상자 모양으로 접어서 밥 먹을 때 생선뼈를 발라서 버리거나 과일껍질 담는 용도로 쓴다.

이면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스테이플러로 찍어 연습장을 만들거나 메모지를 만든다. 잡지에서 멋진 사진을 잘라 표지로 만들면 어떤 디자인 제품보다 멋지다.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다.






우유팩
200ml나 500ml 우유팩은 씻어서 말린 다음 여러 개를 모아 서랍 속에 넣고 양말이나 속옷 수납할 때 쓰면 깔끔하다. 1000ml 큰 우유팩은 씻어서 펼친 다음 기름기 있는 식재료(육류나 생선)를 자를 때 도마 위에 깔고 쓰면 좋다.
 

신문지
유리나 거울 닦을 때 물을 뿌려 신문지로 닦으면 세제 없이도 아주 깨끗하게 닦인다. 창틀의 먼지를 닦을 때 신문지를 잘게 찢어서 쓰면 효과적이다.





달걀 상자
작게 여러 칸으로 분리되어있어 바느질 도구, 단추, 핀 같은 쉽게 잃어버리기 쉬운 조그만 잡동사니들을 넣어두기 좋다.

택배 상자
상자는 자주 생겨서 분리수거할 때 대부분 버리지만 꼭 필요할 때 없는 경우가 있다. 크기별로 하나씩만 겹쳐 보관해 두었다가 택배 보낼 일이 있을 때 다시 사용한다.

*글을 쓴 이수영 님은 동그리오봉봉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채 돌이 안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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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알뜰살뜰 살림 지혜도 자녀교육입니다.아이들은 부모들을 보고 자란다.^^



“먼저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나 역시도 오이가 썩어 곰팡이가 필 때까지 냉장고에 두는 것은 예사요 나중에 먹을 셈 치고 냉동실에 넣어둔 떡은 유통기간이 지나도록 먹지 않았으며 어느날 냉장고를 뒤지다 보면 비닐에 둘둘 말린, 기억나지 않는 음식들이 튀어나오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 열어보는 이 냉장고는 우리 집 냉장고 속 풍경이기도 하다.”

 

냉장고 전격 공개


 경기도 수지에 사는 최모 씨(46세)에게 냉장고를 공개해주겠냐고 이야기를 했다. “엄청 더러운데...” 하면서도 선선히 냉장고를 열어주겠다고 승낙한다. 오늘 열어보는 냉장고 주인장 최모 씨는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를 둔 결혼 15년차 가정주부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세 식구가 아파트에서 단출하게 살고 있다.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온 냉동실


먼저 냉동실을 살펴보기로 했다. 냉동실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온통 둘둘 말린 비닐봉지들이다. 음식물을 거의 비닐봉지에 쌓아 넣어 두었기 때문에 냉동실에 들어있는 비닐봉지 양도 만만치 않을 듯 했다.
냉동실에 음식물을 모조리 꺼내 부엌바닥에 내려놓자 한구석에 가득 쌓인다. 이 양에 주인장도 놀랐는지 “오메, 징한거.”하며 말을 멈추지 못했다.


장 봐다가 쟁여놓은 것들도 있지만 가을에 갈아놓은 고춧가루, 가격이 착할 때 한 접 사다가 까놓은 마늘, 시어머니가 보내준 참깨처럼 이런 저런 양념류도 만만치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 조금씩만 사다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고춧가루나 마늘 등은 제철에 사야 맛도 좋고 값도 싸다. 살림하는 사람이라면 제철에 값 쌀 때 사다가 쟁여놓고 먹어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 한 칸을 가득 차지하는 것은 생선들이었다. 이 집은 고기를 잘 먹지 않는 대신 생선을 많이 먹는단다. 갈치, 고등어, 아나고, 낙지, 갑오징어, 조개, 동태, 가리비, 굴 까지 늘여놓고 보니 생선가게를 열어도 되겠다. 이렇게 자잘하게 종류가 많아진 것은 식구가 적어 한 번에 많은 양을 요리해 먹지 않기 때문이다. 갈치 한 토막, 고등어 두 토막 등 자잘하게 남은 생선들이 냉동실을 메우고 있었다.


냉장고 속을 뒤진 김에 냉장고 청소를 같이 해보았더니 냉동실에서 가장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왔다. 유통기한 지난 만두며 오래된 생선과 고기까지 버려야 하는 양이 20리터를 족히 넘고도 남았다. 음식물도 그렇지만 비닐봉지 쓰레기도 냉동실에서 대부분 나왔다. 쓰레기가 많이 나온 것은 냉동실에 두면 덜 상한다고 생각해 우선은 넣어두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갈 때 우리는 냉동실에 무엇이 있는지 잊어버린채 장을 본다. 그렇게 잊혀진 음식물들은 결국 음식물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화장품에서 약까지 없는 것이 없는 냉장실


냉장고에 먹을 것만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냉장고는 신경 써서 보관해야 할 그 무언가를 넣어놓는 수납장 구실도 해주고 있다. 이 집 냉장고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족 영양제, 소화제, 강아지 약, 화장품에서 개밥까지 참 다양한 것들이 냉장실에 들어 있었다.


냉장실도 꺼내어 쌓아두고 보니 양이 만만치 않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먹고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중에서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소스와 양념들이었다. 마요네즈, 케찹은 기본이요 돈가스 소스, 초코시럽, 바질, 멸치액젖에 카레가루까지 들어가 있었다. 어느 집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런 소스들을 보면 음식문화가 참 많이 서구화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야채 칸에 들어 있는 야채들은 이미 시들거나 물러진 것이 많았다. 냉장고 청소를 하다 보니 야채 또한 가장 많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그래도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는 이유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음식물을 펼쳐놓으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양이 많은 만큼 밥상에 오르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도 만만치 않다. 어떤 이는 그렇게 많이 있는데 또다시 장을 보러 가는 평범한 주부들을 보고 책임을 탓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집 냉장고 속 풍경이 꼭 살림하는 주부들의 관리 소홀 탓일까?


주부들이 늘 하는 말이 막상 밥상을 차리려고 보면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형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두고 살림하면서도 밥상을 차릴 때 먹을 것이 없어서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먹을 것이 없다’가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똑같은 반찬으로 2끼니만 상을 차려도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고 졸라대는 아이들이나 달걀후라이라도 부쳐 오라는 남편들의 성화에 주부들은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


김치와 짱아찌 하나만 있어도 언제든지 즐겁게 밥상에 앉을 수 있는 마음을 갖지 않는 이상 냉장고 속에 넘쳐나는 음식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더 단순한 삶, 채우기보다 비우는 즐거움으로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버리는 삶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오늘, 우리집 냉장고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욕망을 움켜쥐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냉장고가 커질수록 신선도는 떨어진다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라고 한다. 이로부터 4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부의 상징이었던 냉장고는 이제 살림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600리터가 넘는 대형냉장고의 등장은 2001년 양문형 냉장고의 출현이 그 시작이다.


핵가족 시대에 외식은 늘어나는데 냉장고의 용량이 나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얼까? 
냉장고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2, 3일에 한 번씩 가까운 시장에 가서 야채와 고기를 사와야 했고 보따리에 이고지고 오는 불편함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오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일주일에 한번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자동차로 쉽게 실어오는 생활로 변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게 되어 대형냉장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한 아파트란 집은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고 빛이 잘 들지도 않으니 냉장고 말고는 식품을 저장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곡식은 벌레가 잘 슬고 과일도 금방 시들어 버리니 이 모든 것을 집어넣자면 더욱더 큰 냉장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냉장고가 커질수록 우리네 밥상은 오히려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냉동실에 오래 저장해두고 먹는 생선이나 고기는 말 할 것도 없고 사온지 이삼일만 지나도 시들해지는 야채들을 꺼내 먹어야 하니 밥상이 신선해 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음식들로 차려지고 있는 중이다. 냉장고가 커질수록 버리는 음식물 양도 많아진다고 하니 냉장고 크기, 다시 고민해 봐도 좋지 않을까?

 

2주일은 장을 보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요리를 한다고 재료들을 골라보니 15가지 종류나 할 수 있었다. 이리저리 궁리한다면 더 많은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해서 내놓는다고 해도 무려 2주일을 보낼 수 있는 종류였다. 실제로 냉장고를 공개한 최모씨에게 지금 식료품으로 장을 보지 않고 얼마나 지낼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두주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냉장고에 들어가 있지 않은 식료품도 있으니 정말 탈탈 털어서 요리한다면, 단순한 반찬으로 소박하게 먹는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최모 씨는 여전히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다.”라고 느껴진다고. 냉장고 청소 후 냉장고가 헐렁해지자 그 느낌은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늘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생활했기 때문에 냉장고가 헐렁해지자 무언가 더 사와야 한다고 생각되는 듯했다. 일상적인 장보기에도 분명 습관적인 욕망이 함께 작용하는 것일 게다.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는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나의 욕망과 함께 잠자고 있을까?

 

 

냉장고 속 대공개!!


가족: 3인 가족(40대 부부와 중학생 자녀)
주거환경: 아파트
냉장고 용량: 양문냉장고 676리터(냉장실 426리터, 냉동실 250리터), 김치냉장고 120리터
1.5리터 생수병 530개가 들어가는 용량임
냉장고 속 식품 종류  총 113가지
냉동실 42가지(사진1)
냉장실 66가지(사진2)
김치냉장고 5가지(사진3)
가공식품 수 39가지

냉장고에서 나온 음식쓰레기양(사진4)
약 40리터 (24가지 종류를 버렸음)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봉투
2리터짜리 약 20개 분량
냉장고에서 나온 비닐쓰레기양(사진5)
10리터

 

냉동실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떡(5): 쑥가래떡, 떡국떡, 송편, 인절미, 떡볶기떡
●양념(1): 깐마늘
●생선(13): 고등어, 갑오징어, 조개, 아나고, 동태, 매생이, 굴, 낙지, 갈치, 간고등어, 조가비살, 황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
●건어물(11): 오징어채, 마른오징어, 쥐포, 마른새우, 황태채, 지리멸치, 볶음멸치, 국물멸치, 다시마, 미역, 김
●가루(7): 감자가루, 핫케익가루, 우리밀가루, 쑥가루, 깐들깨가루, 안깐들깨가루, 고춧가루
●가공식품(7): 후랑크소세지, 햄, 핫도그, 튀김만두, 찐빵, 가공돈가스, 카레가루
●고기(2): 찌개용 돼지고기, 양념용 돼지고기
●기타(6): 완두콩, 자른인삼, 건표고버섯, 볶은깨, 삶은 팥, 월남쌈페이퍼
상해서 버린 것
찐빵, 튀김만두, 후랑크소세지, 가공돈가스, 아나고, 간고등어, 갑오징어, 갈치, 마른오징어, 안깐들깨가루, 조개, 양념용 돼지고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 햄, 카레가루, 떡볶이떡

 

냉장실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야채(18): 토란, 목이버섯, 양배추, 상추, 시금치, 양파, 피망, 호박, 가지, 당근, 팽이버섯, 무, 꽈리고추, 파, 우뭇가사리, 배, 레몬, 밤
●소스와 양념(11): 까나리액젓, 멸치액젓, 국간장, 돈가스소스, 초코시럽, 마요네즈, 케찹, 토마토 소스, 인도산 카레가루, 인스턴트 카레, 바질
●주류(4): 포도주, 전통주 2종, 맥주
●반찬(8): 오징어젓, 총각김치, 동태전, 조기찜, 고구마줄기나물, 갓김치, 김치, 콩장
●차(2): 유자차, 모과차
●음료(3): 생칡즙, 두유, 우유
●기타(19): 파인애플 통조림, 비타민제, 잇몸약, 소화제, 건강보조식품, 강아지약, 약 9종, 화장품, 인절미, 순두부, 씻은 쌀
상해서 버린 것
토란, 상추, 시금치, 피망, 꽈리고추, 레몬, 총각김치, 콩장
●김치냉장고(5)
늙은 호박, 귤, 볶은 깨, 명란젓, 김장김치 4상자

 

 

냉장고 속 잠자고 있는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 몇 가지나 나올까?
기본적인 양념이 있고 상한 재료들을 모두 먹을 수 있다면
이 냉장고 안에 든 재료들만 가지고 수십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굴매생이국 : 굴, 매생이, 마늘
멸치볶음 : 멸치, 꽈리고추, 볶은깨 오징어채볶음 : 오징어채, 볶은깨 떡국 : 떡국떡, 국물멸치, 다시마, 마른새우, 당근, 양파, 파, 김, 마늘 김구이 : 김  돼지고기 김치찌개 : 돼지고기, 김장김치,  마늘, 파 고등어 조림 : 고등어, 무, 마늘, 파 갈치구이 : 갈치 해물 순두부찌개 : 갑오징어, 조개,  순두부, 파, 팽이버섯, 마늘
햄구이 : 햄 김치해물전 : 낙지, 갑오징어, 조기비살,  김치,    밀가루   호박나물 : 호박, 피망, 마늘, 볶은깨 시금치나물 : 시금치, 파, 마늘, 볶은깨 양배추쌈 : 양배추 
돈가스 : 가공 돈가스, 돈가스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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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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