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0.06.21 생태리듬 육아법을 아시나요?
  2. 2010.06.10 우리 학교는 개들도 행복해 한다? 2





아침 6시.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도시락을 준비하는 박혜분 씨 몸놀림이 다른 날과 달리 조금 바쁘다. 아들 것만 아니라 7인분의 점심 반찬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말에 아들 관우는 작은 대안학교에 들어갔다. 학부모들 힘으로 준비해 올해 처음 문을 연 작은 학교다. 마침 오늘은 2학년이 6명이라 담임선생님을 포함해 7인분의 도시락을 싸는 날이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점심 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밥만 각자가 준비한다. 화요일은 박혜분 씨가 당번이다. 반찬은 양상추와 파프리카, 딸기에 간장소스로 버무린 채소 샐러드, 우엉조림, 땅콩조림, 김치……. 아들뿐 아니라 학교 아이들 대부분이 간장소스로 버무린 채소샐러드를 아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연습’을 해온 덕분이다.


박혜분 씨네 아이들은 오이와 고추를 유난히 좋아한다. 둘째 지유(6세)도 고추를 잘 먹는다. 2년 전 분당 근처에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온 뒤로 꾸준히 마당에서 텃밭 농사를 지어왔고, 직접 길러낸 오이와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를 자주 먹어온 탓이다.


“처음엔 안 먹으려고 하더니 식탁에 자주 올려놓다보니 아이들도 익숙해졌어요.”
뭐든 길들이기 나름이라고, 식성은 무엇보다 길을 잘 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활 원칙이다.
답답한 아파트와 복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조금 한적한 곳에서 땅과 가까이 지내는 것도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이곳 생활도 그에게는 길들이기 연속이다.
 

단독 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겨울나기다. 밀폐된 아파트에서 저렴한 난방비로 계절을 잊은 채 겨울을 보내는 것과 달리, 실내온도가 영상 5도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단독 주택 살림은 추위를 많이 타는 그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하지만 이 집에서 겨울을 두 번 나면서 추위도 몸을 길들이기 나름이라고 깨달았다.
“에너지 절약은 어려운 실천인데, 옷을 따뜻하게 입는 방법밖에 없어요.”
아이들도 추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만큼 단련되었다.


“춥게 지내는 게 나쁘진 않아요. 오히려 아이들이 더 건강해졌어요.”
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보금자리다. 남쪽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방안 가득 품을 수 있고, 그 햇빛 아래 텃밭의 열매들이 열린다. 겨울에 함박눈이 내릴 때는 기막힌 풍경이 거실 창문 밖에서 펼쳐진다.  

 

“사계절을 보고 느끼며 사는 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해요.
집 안팎에서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사계절을 보고 느끼며 사는 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해요. 집 안팎에서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아이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이 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다. 교육문제도 같은 마음으로 용기를 낸 것이다. 독일 교육이론을 도입한 유치원에 두 아이를 보냈고, 이어 마음 맞는 학부모들이 학교까지 만드는 일을 해냈다.


“1학년을 일반학교에서 보냈는데, 학습 위주의 학교생활과 경쟁이 치열한 학부모들 관계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아이들의 성장속도에 맞는 교육을 바라다보니 마침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한 학년을 마치고 일반학교를 떠나올 때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단다. 보통 대안학교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일이고 아이들도 독립적으로 훌륭하게 자랄 힘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우는 새 학교에 첫날부터 적응을 잘했다. 친한 친구가 없어서 머뭇거렸지만 첫날 선생님을 만나고 쉬는 시간에 산에 올라가 도롱뇽도 보면서 산놀이를 하고 돌아오더니 대만족이었다.

 

 


“아이들이 시험 안치고 선생님이 화를 내지 않아 좋다고 해요. 물론 방과 후에 산에 올라가 친구들과 한바탕 놀고 오는 것을 제일 맘에 들어 해요.”
학교에서 거의 매일 들판과 산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밤에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 먹는다. 아이들 먹을거리도 만족스럽다. 유치원 때부터 친환경 급식을 해온 것이 학교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학부모 한 분이 한 달 식단을 짰어요. 재료도 엄마가 선택할 수 있어 마음이 놓여요.”
식단에는 붉은 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냉이무침, 고사리나물처럼 대부분 아이들이 꺼리는 메뉴 일색이지만 이곳 아이들에게는 문제되지 않는다.
학부모들끼리의 관계는 ‘자극 받을 일이 없는 관계’라고 했다. 대부분 함께 활동하는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거나 공동육아를 경험한 학부모들이라 그저 자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한다.

 

자유로운 생활이지만 리듬은 중요해요


“아이들에게 거는 특별한 기대는 없어요. 바르게 커서 자기 할 일 잘 찾아서 가는 것뿐이에요.”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에 맞게 배우고 커가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지만 마냥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겐 나름대로 생활 원칙이 있다. 리듬이다.


“하루를 보내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리듬이 정말 중요해요.”
마침 아이들 아빠를 제외하고 엄마와 아이들이 모두 일찍 자는 편이라 리듬을 잘 맞출 수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싸고 나면 7시에 아이들이 일어난다. 저녁 6시에 저녁을 먹고 책 보고 놀이를 하다 8시면 잠이 든다. 잠자는 시간이 조금 많아 보이지만, 원래 체력을 유지하려면 그 정도의 수면시간은 필요하단다.


“아이들은 잠이 부족하면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을 많이 내요. 저도 제 몸이 힘들면 아이들에게 화도 내게 되고 같이 놀아주지도 못해요.”
생활리듬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하루 시작과 마무리에서 느낀다. 생활에서 지키는 또 하나의 원칙은 아이들에게 평일은 가능하면 집에서 머물고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놀도록 한다. 친구나 손님을 초대하거나 평소에 하지 못하는 일을 주말에 하는 편이다.


“다른 데서 놀다오면 허겁지겁 밥을 먹고 피곤해서 리듬이 깨져요.”
리듬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일주일의 생활리듬도 하루만큼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 집 아이들은 학교 말고는 별도로 배우러 다니는 것이 없다. 학교에서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함께 한 탓도 있지만, 생활의 리듬을 깰 수 있는 우려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요즘 아이들 학원 다니느라 밥 먹는 시간도 들쭉날쭉하고 잠자는 시간도 늦어지니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 내내 힘들어하잖아요. 한참 커가는 아이들에게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필요해요.”
옛 어른들은 해가 뜨기 시작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해가 져 컴컴해지면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고 그 순리에 몸이 따라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리듬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일주일의 생활리듬도 하루만큼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 집 아이들은 학교 말고는 별도로 배우러 다니는 것이 없다. 학교에서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함께 한 탓도 있지만, 생활의 리듬을 깰 수 있는 우려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4월이 되어 마당 땅도 녹고 햇볕도 따뜻해지면, 박혜분 씨는 작은 농사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오이 맛이 나는 ‘오이고추’를 심어보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씨를 뿌린 대로 잘 자라는 마당이 고맙고, 이 집을 둘러싼 햇빛과 바람의 기운마저 고맙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텃밭을 일굴 텐데 올해는 이곳저곳에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짙은 보라색의 가지를 그대로 잘라먹기도 하고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빨갛게 열린 방울토마토를 따 먹기도 한다. 밥상에는 풍성한 제철 채소가 매일 올라갈 것이고, 학교에서도 텃밭에서 길러낸 상추로 점심을 먹을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리듬을 따라 먹고 배우며 아이는 자랄 것이다.


박혜분 씨는 가까이에 땅이 있어 든든하고, 마음 편하게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그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보내면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 적응하고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할 일을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 할 일 잘 찾게 해주는 안내자예요.”  


글:우미숙 사진: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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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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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개가 많다. 일부러 데려다 키운 건 한 마리도 없다. 계절 따라 그 숫자가 조금씩 차이 있는데 가장 많을 때는 아무래도 봄 아닐까 한다. 울타리 없는 숲 속 작은 학교에 동네 개들뿐만 아니라, 어디서 온지 모르는 개들까지 네댓 마리가 떼로 몰려다닐 때도 있다. 대부분 집 안에서 키우던 애완견 같은 것들로 몸집이 작은 녀석들이다. 노인들만 사는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개들이다. 아마 도시 아파트에서 키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골에 보내졌든지, 주인한테 버림받고 어떻게 흘러왔든지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그러다 자기들끼리 짝을 지어 새끼를 낳기도 하고.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면 개들도 늘어진다. 개가 어떻게 그렇게 네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는지 처음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개는 웅크리고 잠드는 줄만 알았다. 방심도 이만저만 아닌 그 자세를 우리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학교 주변을 산책하려는 기미가 보이거나, 저 아랫동네 버스를 타러 내려갈 때면 어느새 따라나선다. 우쭐우쭐 신나서 앞장서기도 한다. 들꽃 흐드러져 교실 밖 숲 속에서 수업할 때면 저도 한 자리 차지하고 수업을 듣는다.


‘레골라스’라는 개가 있었다. 이마에 털이 듬성듬성한 것이 당시 인기 있던 영화의 캐릭터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이들과 가장 오래 가장 친근하게 지냈다. 생긴 건 비록 초라했지만 영리해서 아이들 사랑을 많이 받기도 하고, 아랫동네 내려가 연애도 곧잘 하는 녀석이었다. 입학할 때부터 학교에 살고 있었는데 졸업하고 놀러왔는데도 아직 그 모습 그대로 있는 레골라스를 보고 놀라워하던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던 그 녀석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늘 곁에 있을 것 같더니 어느 날부터 안 보이자 아이들이 몹시 궁금해 했다. 종적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나 아이들 사이에서 전설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 땅에서 목숨이 다한 줄 안 개 한 마리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개 신선이 되었을 것이라는.


어느 핸가는 피부병이 심해 털이 숭숭 빠지고 그 자리에 진물이 흐르는 개 한 마리가 나타난 적이 있었다. 몰골로 보아 주인에게 버림받은 게 분명했다. 마침 여학생 중에 동물조련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었다. 어디서 피부병 약을 구해다 발라 준다, 식당에서 밥을 갖다 준다, 목욕시킨다, 정성을 다했다. 피부병의 고통과 배고픔에 떨면서 다른 개들 사이에도 끼지 못하던 그 녀석이 불과 며칠 만에 살아났다. 푸른 빛깔 도는 약을 바른 자리에 꾸덕꾸덕 딱지가 앉아 아이들에게 ‘부침개’라는 이름도 얻었다. 피부병이 다 나아갈 무렵 부침개의 엄마가 되어버린 그 아이는 옷만들기 시간에 예쁜 옷까지 만들어 입혔다. 모든 아이들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 학교에는 개들이 모여든다. 개들끼리 서로 통해서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다. 온통 ‘개판’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식구총회를 열었다. 개 문제로 안건을 삼은 적이 지금까지 두 번 있었다. 개들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누구를 해치는 것은 아니다. 기숙사에서 곤히 자는데 갑자기 네댓 마리가 한꺼번에 짖어 대서 잠을 자주 깨운다든지, 방학에 학교를 모두 떠나게 될 때 그 개들은 뭘 먹고 살까 걱정스럽다든지, 이따금 떼로 몰려다니며 애써 가꾼 밭을 망쳐놓아 마을 할머니가 항의하는 일이 생길 때 회의는 열렸다. 회의는 사뭇 진지했다. 안 그래도 개판이 싫은 몇몇 아이들은 강경하기도 했다. 팔아버려야 한다, 그렇게 귀여우면 집에 데려가서 키워라, 학교에 못 오게 혼내줘야 한다, 등등. 그러나 결론은 늘 같았다. 강경파들도 말을 위한 말일 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개들도 학교가 좋아 모여드는데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개들끼리 주고받는 말을 상상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거기 가면 우리를 옭아매는 목줄이 없어.”
“우리에게 억지로 시키는 게 없어.”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거기는 행복한 곳이야.”


우리 학교는 개들도 행복한(?) 곳이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도 다른 곳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행복한 듯하다. 살아 있는 생명들에게 행복의 요건은 어쩌면 단순하다. 스스로 자발성을 발휘해서 제 존재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일. 그리고 곁에서 그런 모습을 그대로 보아주고, 기다려주고, 놀라워해주는 것.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우리 학교는 그래서 ‘사랑과 자발성’을 큰 가치로 두고 있다.


보충수업, 야간자습, 학원 없이도 공부하고, 다른 재능들을 찾아내고, 아무 내세울 것 없는 아이도 사랑받고 존중받으면서 자신감을 갖는다. 열띤 토론을 통해 생활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쁨도 느낀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은 늘 설렌다. 한 학기, 일 년 사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서 배우기도 한다. 그저 지켜봐 주거나 얘기를 들어주거나 아이들 문제에 개입할까 말까 망설이는 게 교육의 전부다. 그래도 잘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라워 해주는 게 교사의 일이다.


나는 사실 교육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십년 남짓 아이들 앞에 섰으면서도 그렇다. 다만 어떻게 하면 교육이 잘못된다는 것을 대강 짐작할 뿐이다. 어떤 것들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무기력하게 하고, 마음을 병들게 하고, 폭력적이 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나라의 교육정책이나 학교나 교사나 부모나 모두 한통속으로 아이들을 반교육적으로 옭아매고 있으니.


아이들은 물건들처럼 규격화되고 수치화되고 있다. 높은 수치는 취하고 낮은 수치는 버려지는 교육정책에 따라 학교는 재편되고 교사는 복무하고 부모는 끌려간다. 아이들은 점점 야성을 잃어가고 시들시들 늙어간다. 누구나 교육문제를 안타까워한다. 잘못되어 있음을 알면서도 사회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변명한다. 교육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나, 소위 지식인이나, 하물며 교사나 ‘부모의 입장’에만 서면 똑같아진다. 이 구조에서 ‘내 아이만은’ 살아남아 최상위 등급이 될 것을 굳게 믿는다. 그러니 이 사회가 바뀔 리 없고 교육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나는 요즘 가정교육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내 아이만은’이라는 욕심이 없는 집 아이는 표정에서부터 속마음까지 그렇지 않은 집 아이와 너무도 다르다. 부모의 욕심이 아이를 그르치고 있는 게 교사 눈에는 보인다. 안타깝지만 그런 아이에게는 학교에서도 해줄 것이 없다. 물론 그 부모도 학교에 기대하는 바가 없겠지만. 결국 교육문제를 푸는 일은 가정을 이룬 어른들, 바로 부모들이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있을지 모른다. 모든 이들이 자기 가정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진정 사랑한다면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봐야 한다.

나와 내 아내와 내 형제와 자식은 모두 세상에 던져진 미지의 씨알들이다. 우리는 움이 틀 때에 한 번 놀란다. 잎이 날 때 또 한 번 놀란다. 꽃이 필 때 또다시 한 번 놀란다. 열매가 열릴 때 진정 놀란다. 그리고 그 열매를 먹으면서 비로소 우리는 인생을 놀라움으로 진정 알게 되는 것이다.
나나 아내나 형제나 자식에게서 어떤 움이 틀지, 그 움에서 어떤 잎이 날지, 또 자라서 어떤 꽃이 필지, 그 꽃이 지고는 어떤 열매가 맺을지 모르면서 키우고 가꾸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란 놀라움의 연속이다.
내 가정에서는 노랑꽃이 피었다가 빨간 열매가 맺게 되어 있는데, 분홍꽃이 피어야 하고 주홍 열매가 맺어야 한다고 결정해놓고, 그런 방향으로 가정을 이끌어가려고 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놀라움의 연속이 아니라 실망의 연속일 것이다.

 
글을 쓴 남호섭 님은 경남 산청 간디학교 교사로 십 년째 아이들과 지리산 품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과 《놀아요 선생님》을 내기도 했습니다.(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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