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가

|함수연| 만남 2013. 10. 14. 12:27

오랜만에 광화문 거리를 찾았다.

거기에는 아직도 내 청춘이 머물러 있어

언제라도 뜨거운 손을 내밀 것만 같고

왠지 모를 아련한 설움 같은 것도 있었다.

 

 

학창시절, 나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학원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했고

20대 초반에는 YMCA 사진반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려

무교동과 청진동을 어지간히 들락거렸다.

 

 

또한 연애시절에는 남편의 직장이 안국동에 있어

약속장소는 대개가 광화문 근처 그 어디쯤이었다.

그러니 광화문은 십 대부터 내 온갖 추억이 서린 다정한 거리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교보문고 빌딩에 걸린 ‘광화문 글판’이었다.

 

 ‘또로 또로 또로 /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 나는 눈을 감고 /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김영일의 동시 ‘귀뚜라미 우는 밤’)

 

 

 

정말 하늘 맑은 가을이구나...

이 날 글판에 걸린 ‘귀뚜라미 우는 밤’은 독서의 달에 딱 맞는 감성적 시구였다.

 

달 밝은 밤, 멀리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서정적이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준다.

그래서 귀뚜라미에게 가을의 전령사라는 말을 붙였나 보다.

 

 

서울 중심가의 계절 변화는 광화문 글판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시작된다고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1991년 당시 교보생명 창업주인 신용호 회장이 광화문 네거리에 사옥을 지으면서

 “기업 홍보는 생각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자”고 제안하여

시를 내걸기 시작했다고 한다.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계절과 호흡하는 당당한 문화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

 광화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과 여유를 선사한다.

어느 해인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문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때맞춰 광화문 광장에는 벼룩시장도 열렸다.

이순신, 세종대왕 동상을 중심으로

 길게 타원형의 시장 거리가 형성되었다.

중고 의류와 가방은 물론 아기자기한 공방을 옮겨놓은 듯

크고 작은 수공예품들이 아주 많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시골의 오일장보다 훨씬 더 소박했다.

나는 혼자였고 특별히 바쁜 일도 없었던 터라

보물찾기 하듯 찬찬히 둘러보았다.

 

 

천천히 걸을 때에만 비로소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도 이채로웠다.

도심 속 타임머신 여행이랄까.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긴 소매 차림이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더위도 피할 겸 눈요기를 멈추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아, 도심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본 게 얼마만인가.

잠시 그윽한 커피 향과 낭만적 풍미에 취해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쿵, 쿵, 쿵!” 가을바람을 깨우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매주 일요일 오후 네 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무대에서

 펼쳐지는 문화마당 시간이었다.

 

 

북, 장구, 꽹과리, 기타, 드럼 등 우리 악기에 서양 악기를 더해

구성된 퓨전타악그룹의 사내 네 명이 신들린 듯 흥겨운 우리 가락을 연주한다.

우리 전통악기는 대개가 빠른 것에서 느린 것으로 옮겨가지만

이들의 공연은 계속 빠름-빠름-빠름으로만 이어졌다.

 

 

그러니 신날 수밖에. 외국인들도 더러 있었다.

내 앞줄에 앉았던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들은 아예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까지 춘다.

시간이 흐를수록 땀에 흠뻑 젖은 연주자들과 돌계단을 꽉 채운 관객들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신명의 카타르시스를 발산한다.

이 날 공연 중 유일한 여성 멤버가 들려준 노래는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애간장을 녹이는 목청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가을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퍼져갔다.

 

 

공연이 끝나자 무대 앞에는 음료수와 도넛 같은 먹을거리가 놓여졌다.

공짜 구경에 대한 답례치고는 약소했지만 이 또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한 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나니 거의 저녁 시간,

벼룩시장도 진작에 파장을 했으니 그 넓은 광장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거기 모여든 가장(家長)들은 이제 자기 식솔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저녁을 먹으러 갔겠지...

 

 

집으로 가는 길, 그런데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 바로 앞에

 ‘가을’이라는 카페 간판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2층 계단을 올라갔으나 정기휴일이라는 안내문만 얌전히 붙어있었다.

 

 

겉모습은 변했어도 세종문화회관 뒤쪽에는

아직 칠공팔공 세대들의 정서가 남아있는 술집들이 더러 있었다.

종로빈대떡집과 사계절을 각각 상호로 내걸고 있는 카페들.

 

 

대표적인 곳이 ‘가을’ 카페였는데

그 곳은 1990년 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사무실이

광화문 현대해상빌딩에 세 들어있을 때 우리가 자주 들렀던 술집이었다.

 

 

술을 마시다가 마음이 동하면 주인에게 기타를 청해 받아

이문세와 김광석을 노래하는 직장인들을 볼 수 있는 곳.

우리 동료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기타를 잘 치고 재즈를 즐겼던 그녀, 당시 30대였던 그 도 어느덧

50줄에 들어선 회귀한 청춘이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나흘 후, 고대 안암병원으로 동료 선생님 병문안 갔다가

다시 ‘가을’ 카페를 찾았다.

이 선생, 송 선생이 함께 했다.

 

 

초저녁인데도 실내는 이미 만원사례!

손님들은 우리처럼 거의가 인생의 가을을 맞은 사람들이다.

자신의 나이만큼 자신의 때깔로 단풍들거나 들고 있는 사람들...

 

 

첫 스테이지는 무명의 여자 가수 등장.

첫 노래는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

다음은 장현의 ‘미련’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이 이어졌다.

모두가 우리 세대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들이다.

 

 

정겨운 옛 노래를 들으니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몸만 저만치 가고 있는 느낌이다.

벌써 여러 명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일어나

적당한 몸짓으로 테이블 양 옆을 빙글빙글 휘젓는다.

 

 

그들의 유연한 몸짓에 자리에 앉은 이들의 박수 세례가 윤활유처럼 쏟아진다.

거리낌 없는 저 자유!

가슴이 뜨거워진다. 옆자리의 송 선생은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카톡으로 전송한다.

‘흥겹다’ ‘즐겁다’라는 단어로는 모자랄 이 중년 남녀들의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

추억? 향수? 또 다른 목마름?

 

 

 

서른 즈음, 두려울 게 없었고 청춘은 마냥 머무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다 이룰 것 같았다.

젊음이 떠나간 지금, 그럼에도 광화문은

내 무수한 과거를 알고 있기에 김광석의 노래처럼

‘또 하루 멀어져 가도’ 그 거리에 서면 나는 여전히 설렌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다.

세월이 저 혼자 그렇게 훌쩍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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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장황한 설명보다

짧은단어 하나가

우리의 가슴을 칠 때가 있다.

 

 

복잡한 일들과 다양한 사건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지만

정작 부족한 건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라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럴 때 삶 속에 시(詩)를 초대해 보는 건 어떨까?

 

 

KACE고양은 2012년 10월 24일(수)

일산동구청 대강당에서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012년 학교도서관 책 축제’를 개최했다.

 

영상문화에 익숙하고,

입시와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생들이

다양한 책과 아름다운 시를 만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되었다.

축제 프로그램 중 시를 읽고, 암송하고,

낭송함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감성능력을 함양을 위한

‘‘시낭송 대회 - 삶과 시(詩) 책속의 행복 Plan!’은

특히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시를 읽으면 품성이 밝게 되고,

  언어가 세련되며 수양과 사교 및 정치생활에 도움이 된다’ 는

공자의 옛 말씀처럼 시는 짧지만

그 안에 학생들이 갖춰야할 감성과 지식을 담고 있다.

 

 

또한 최근 심각해진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시낭송을 한 참가들도 있어 참석자들에게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주었다.

 

 

 

<시낭송 대회 참가자 소감>

 

참가자 김선혜 (일산동고등학교 1학년)

시를 직접 써보고, 암송도 해보니 학교공부에서 잠시나마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시의 내용이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친구 소중함을 표현하는 시였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어 감사했습니다. 다만 고등학생으로 학교와 학원 공부도 소홀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앞으로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참가자 김응서 학생 어머니 (일산동고등학교 2학년)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만 하는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시를 외워서 암송한다는 자체가 너무 예뻐 보였어요. 그것도 학생들의 자작시라는 것이 놀라웠구요. 책 읽는 열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런 행사가 마련되었다는 것에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합니다.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놀이문화가 부족한 우리아이들의 즐거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학교도서관 책 축제 진행자 유혜엽 (부모교육지도자)

초∙중∙고등학교를 아우르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매우 놀랐습니다. 책축제라는 행사는 시화전, 시낭송대회 뿐만 아니라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다양한 볼거리, 들을 거리가 있다는 점도 장점중 하나예요. 또한 기존의 시를 더 많이 암송했던 지난 대회에 비해 자작시가 해마다 늘어서 학생들의 언어표현능력, 쓰기, 암기력 등 창의적 표현력이 많이 향상 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작시로 인해 현실감도 더 생기고 그만큼의 감동도 더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아이들이 책 읽고, 시를 쓰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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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쓰는 할머니, 시바타도요 할머니.

 

 

시바다 할머니는 원래 '도치기'시에서 쌀집을 하던

유복한 가정의 외동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고,

이후 전통 여관과 식당 등에서

허드렛 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을 겪었고

33세 때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살아왔고

1992년, 재혼한 남편과도 사별한 후,

할머니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바다 할머니는 99세 때인 2010년,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저축해 놓았던 돈 100만엔을 들여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판했습니다.

 


99세의 할머니가 시집이

100만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동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군마현, 우쓰노미야 시에 살고 있는

시바타 도요(柴田トヨ) 할머니는

2013년 올해 103세의 나이로 1월 20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 시바타도요의 [약해지지마] 중에서

 

 

 

 

아이도 순수하지만

할머니의 삶

또한 거짓이 없습니다.

 

99세 때 쓴

시바타도요 할머니의 시는

우리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주네요~

 

창문을 열면

봄 바람이

나의 얼굴을 기분좋게 만져주는

아름다운 봄입니다.

 

오늘은 자외선 걱정 살짝 거둬두고

햇살과 살랑살랑 봄바람 만끽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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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 전, 한 은행 지점장의 고민을 듣게 됐다.

지점을 맡은 지 1년 반이 됐는데

그동안 실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고 해서,

최근 의식적으로 칭찬을 많이 했다.

 

사실 크게 잘한 일이 아닌데도,

"김 과장, 당신 최고야!"

"최 대리, 당신 대단해!"

"박 팀장, 정말 잘했어!"

같은 칭찬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실적 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지점장과 부하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지점장은 말했다.

"김 과장은 자기가 진짜로 일을 잘하는 줄 알아요.

 나는 칭찬이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한 말인데."

그는 한숨을 지으며 덧붙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요?

 그런데 우리 직원들은 왜 그럴까요?

 성과도 없고 오히려 서로 대화가 단절되는 느낌이니…."

 

 

 

#2.

제조업체를 창업한 뒤 17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오너(owner).

그는 틈만 나면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비법을 소개한다.

 

 "나는 직원들을 아주 효과적으로 '깹니다'.

  화를 낼 때는 무섭지만 '뒤끝'은 없어요.

  단점을 얘기할 땐 장점도 항상 함께 언급해 균형을 맞춥니다."

 

  그는 자신이 직원들을 스마트(smart)하게 '깬다'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회사 직원들을 만나 속 얘기를 나눠보니

  인식은 천지차이였다.

 

  최고경영자(CEO)가

  부하 직원의 장점을 언급할 때 부하들은 긴장했다.

  '또 무슨 나쁜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미리 약을 치는(장점을 언급하는) 거지?'

  '뒤끝'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부하들은 말했다.

   "가해자(CEO)는 뒤끝이 없겠죠. 하지만 피해자(부하)는 뒤끝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직장생활이 다 그렇죠 뭐."


 
 의식적으로 칭찬하는 지점장과

 스마트하게 '깨는' CEO.

 두 리더의 문제는

 소통에 대한 전제(前提)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칭찬하는 행위'와 '깨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높은 곳에 있는 누군가가

낮은 곳에 있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행위다.

"김 과장, 당신 최고야!"라고 칭찬하는 지점장,

"박 팀장, 당신은 판단력이 형편없어!"라고 혼내는 CEO.

 

 

이들의 마음속엔 리더 특유의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당신의 본질을 모두 알고 있어'

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궁예의 '관심법(觀心法)'과 일맥상통한다.

궁예는 자신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觀心) 미륵'이라고 칭했다.

높은 곳에 있는 미륵(궁예)은 항상 낮은 곳에 있는 인간(부하)의 마음을 읽고,

상대의 본질을 평가했다.

 

 

때로는 잘했다고 상을 줬고,

어떤 경우엔 못했다고 목숨을 거뒀다.

"나도 옛날에 해봐서 아는데…."

기성세대의 표현 가운데

젊은 세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이 말의 밑바탕엔 '당신들은 (나와 달리) 해보지 않아서 모른다'는

전제가 놓여 있다.

상대를 아래로 보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수직적 인간관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부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아니다.

 

 

부하가 사표라도 던질까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는 리더는 최하급의 리더다.

진짜 리더는 침묵하지 않는다.

칭찬하지도, 혼내지도 않는다.

 

 

단지 '피드백(feedback)' 한다.

피드백은 상대가 행한 사실(fact)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나의 주관적 느낌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대화의 의도까지 밝히면 더욱 좋다.

 


[ 최철규 | IGM 협상스쿨 원장의 조언 ]

예를 들어보자.

"김 과장, 당신은 일할 때 보면 창의성이 부족해."

 

이 말은 피드백이 아니다.

김 과장이란 인간에 대한 나의 평가, 즉 판결(judgment)이다.

그렇다면 피드백은?

 

"김 과장, 당신은 지난 아이디어 회의 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사실).

 그럴 때마다 당신에게 기대가 큰 내 입장에선 실망스러워(주관적 감정).

 앞으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냈으면 좋겠네(대화의 의도)."

 

'말장난'이나 '말하기 스킬(skill)'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

피드백의 핵심은 '수평적 인간관'이다.

부하든 상사든 똑같은 인간이다.

누가 누구를 판결할 수 없다.

단지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과 대화의 의도만이 존재할 뿐이다.

 

소통은 서로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이 교류하는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생각을 떨어뜨리는 것을 교류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시이자 강요다.

서로의 다른 생각이 평등하게 오가는 교류는 수평적 인간관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독일 출신의 경영학자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닐스 플레깅은

 저서인 '언 리더십(Un-Leadership)'에서

"미래의 리더는 리더십을 버려야(Un) 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직원들을 관리하지도, 평가하지도 말고,

직원들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소통하고 도와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미래형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설픈 '궁예 따라잡기'부터 관둬라.

당신은 관심법의 대가가 아니다.

부하의 본질을 저 높은 곳에서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칭찬도, '깨는' 것도, 인간보다는 고래에게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출처 : [Weekly BIZ] [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칭찬은 춤추게 한다? 난 직원을 스마트하게 깬다? 꿈 깨라

 

----------------------------------------------------------------

 

 

우리는 가정, 학교, 직장, 지역사회...

수많은 공동체 속에서 일명 조직생활을 합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이 소통이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상-하 관계입니다.

위의 글은 어떻게하면 피드백을 해주면서도

원활한 소통이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소통'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를 점검하여

나의 소통능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성장'을 넘은 '성숙'의 시민리더십을 통해

세계의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갑니다.

KACE 시민리더십센터 www.ka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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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 이해인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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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의 할머니는

손주만 이뻐하고, 자식걱정만 하는

그냥 늘 주기만 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외에는

아무런 욕구나 욕심이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항상 내 감정엔 충실했지만

할머니는 자기 감정보다는

늘 가족을 생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던걸까?

 

그러나

내가 고등학교 시절

할머니로 부터 전해들은

할머니의 어릴적 꿈과 할아버지와의 사랑 이야기는

놀랍고, 또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모른다.

 

 

할머니는 내게 말했다.

"난 80이 넘도록 항상 옛날 마음 그대로인데

 거울을보면 흉할정도록 늙어서 속상해"

 

 

할머니에게도

나와 같은 시절이있었을 것은 분명한데

왜 나는 할머니에게는

꿈이나 사랑은 없었을 것이라

혼자 미루어짐작하고 그것을

진실인냥 할머니를 대했을까?

 

 

그런 경험 후

늘 할머니들이나 할아버지들을 뵈면

늘 우리 할머니 생각이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들은 어떤 꿈이 있고,

어떤 삶과 어떤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요즘 스마트폰에서

80이 넘어서야

ㄱ, ㄴ, ㄷ 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난과 자식 때문에 뼈 부서져라 고생하고

가부장적 문화에서 살면서 맘껏 사랑 받지 못한

우리네 할머니들의 시에는

그들의 한과 아쉬움이 담겨져 있어

읽는이로하여금 마음에 바람이 일게 한다.

 

 

이들은 갓 배운 글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노인들

에게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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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한 설명 필요없이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한지요?

 

 

긴 설명과

꾸밈없는

짧고 잔잔한 싯구들이

얼마나 마음을 흔드는지요?

 

 

어쩔때는

깊은 고민보다

복잡한 생각보다

긴 설명보다

 

 

간결하고, 간단함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힘들때

말없이 토닥토닥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친구처럼...

 

 

< 요즘 인기몰이 인 하상욱 단편시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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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이 1925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엮어 낸 <진달래꽃(매문사)> 시집이 문화재가 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봄 소식처럼 향긋하게 들린다. 선정 과정(선정위원, 초판본 여부 등)에서의 논란도 있다고 하지만, 환영하고 싶다.구제역으로 침묵과 고통의 봄을 맞이하고 있는 산하에  진달래꽃은 필 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한국의 한과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 낸 시라고 평가 받는다. 소월은 짧은 생을 마쳤지만, 그가 남긴 시는 현재를 살아 한국인의 가장 사랑하는 시가 되었다.



진달래꽃(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연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히 즈려발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눈물 흘리오리다.



시는 창작과 예술의 원천이다. 시는 노래이자, 한나라의 언어의 결정체이자 문화의 고갱이다. 시인은 환경운동가다. 왜냐면 자연이 없다면 시적영감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는가. 언어가 오염되고, 폭력과 도덕적해이가 기승을 부리는 현대 사회에서 시인의 역할은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시는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여전히 가난하다. 시집을 읽는 사람은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죽은 교육의 사회이기도 하다. 김소월의 시를 잠시 읽어보면서 하늘을 보자. 봄이다. 절제와 사랑을 뜻하는 진달래꽃말처럼. 봄에는 사랑을 하자. 자연과 사람을, 이웃과 동료를. 자연을 위해 절제를 하자. 내가 버린 말 하나, 쉽게 버린 비닐봉지 하나가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돌이켜보자. 



*이미지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1101291324167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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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의 한 디자이너(luz interruptus)가 아주 아름다운 작품을 선 보였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시인의 작품을 봉투에 담아, LED 광원을 입혀 정원에 전시를 했네요. 시가 담긴 봉투조명. 무슨 시가 담겨있을까요? 이 작품을 보면서 올 한 해 동안 몇 편의 시를 읽었을까 생각에 잠겨봅니다. 아무 시도 떠오르지 않네요. 물론 여러 편의 시를 읽기는 읽었습니다만, 시제목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시인의 마을에 가지 않아도, 시인은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지요. 사람마다 취향과 관심분야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시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겠지요. 사람의 감수성과 사고하는 깊이를 길러주니까요. 뿐만 아닙니다.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요. 시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음만 달아 주면 언어가 노래를 부르지요. 시의 언어는 한 나라 언어의 아름다움을 결정짓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연예편지라는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휴대폰 문자메시지, 인터넷 메일. 연예편지 쓸 때 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내었지요. 시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시에 담긴 사랑의 표현을 간접적으로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시의 행간을 읽고 왜 저 사람이 이 시를 보냈을까 생각에 잠기게 만들지요. 시는 해석이 아니라 마음의 길을 따라 읽어야 합니다. 읽다보면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지요. 어렸을 때 읽은 시와 커서 읽었던 시 느낌이 다른 것처럼. 시는 바뀌지 않고 있지만 시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변하니까요.

 
새해에는 시를 많이 읽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인지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지만 시를 좋아하는 민족은 국가가 융성하고 시를 멀리하면 나라조차 쇠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시민 모두가 외출하거나 일할 때 한권의 시집을 호주머니에 넣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까요?


스페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시면서 그동안 읽었거나 좋아했던 시를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시가 담긴 1,000개의 봉투는 어두운 밤을 밝히다가, 전시가 끝나면 누군가에게 보내진다고 합니다. 시를 받아 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참으로 아름다운 기획입니다.


 
<슬라이드쇼로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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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블로그>>http://luzinterruptus1.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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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피자는 무슨 관계일까요?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오늘 한 블로거가 촬영한 지하철 사진을 보았습니다. 사진에 담긴 이 시는 저도 지하철에서 읽어 본 기억이 나서 기뼜습니다.




*사진출처: http://zzzangpa1.blog.me



수학시간과 피자라.
피자는 갓 구워냈을 때 풍기는 냄새가 너무 좋지요.
특히 피자 둘레에 있는 밀가루빵이 참 고소하지요. 물론 피자마다 다르지만
둘레빵에 치즈가 들어있으면... 갑자기 침이 도네요.


피자. 세명이서 나누어 먹으면 하하~~
수학보다 나누기보다, 피자 나누어 먹는 맛을 누가 따라 가겠습니까.
피자는 나누어 먹어야 제 맛이지요.

지하철 유리 플랫폼이나 구내에는 요즘 시가 많이 걸려있습니다.
어쩔때는 너무 많은 광고판에 정신이 혼란스럽지만,
넉넉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기다릴 때는 시 읽는 맛도 솔솔하답니다.

문화라는 것은 일상의 소소함에서 묻어 나야지요.
시를 읽고, 수학을 생각하고
빈틈 없는 공식보다는 피자의 넉넉한 세상과 만날 수 있으니까요.

피자는 먹기 쉽게 나뉘어있지만,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고루 고루 나누어 먹을 수 있습니다.
피자 한 판이 9조각이라 해서 세 명이 세 조각씩 먹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조각을 다시 짜르면, 다서명이 고루 나누어 먹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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