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창조는 작란(作亂)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작란(作亂)은 그야말로 난동(亂)을 일으키는(作) 것입니다. 난동(亂動)은 기존의 당연한 것, 상식과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고 시비를 걸면서 일어나는 활동입니다. 작란은 장난입니다. 장난치다보면 재미가 있어지고 재미있게 장난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이전과 다른 시도를 즐기게 됩니다. 장난치는 가운데 창조의 싹이 자라고 꽃이 피며 열매가 맺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난하면 “장난 하냐 지금”이라는 말을 듣거나 놀고 있으면 “놀고 있네”라는 비아냥을 듣습니다. 우리는 장난도 못치고 놀지도 못하는 가운데 오로지 일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리학자 칼 융도 창조는 놀고 싶은 유희 충동 속에서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재미있게 논다는 이야기는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꾸면서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것입니다. 즉 놀이는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꾸는 활동입니다. 이에 반해서 일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바꾸는 활동입니다. 놀이는 재미있고 일은 지겨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인가 창조가 되려면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꿔 놀아야 합니다. 일을 놀이처럼 하는 가운데 창조가 일어납니다. 일하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물아일체의 몰입 경험 속에서 창조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장난치고 논다는 것은 그 장난과 놀이가 재미있다는 의미입니다. 장난과 놀이에 재미가 섞임으로써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하나같이 자신이 하는 일이 놀이인지 일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태로 반복하다가 그렇게 된 사람입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하면 재미있는 능력, 재능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은 이런 저런 시도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땅 속의 물줄기를 찾으려면 여기 저기 땅을 파는 시추(試錐)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수한 시추 끝에 솟아오르는 물줄기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내 안의 잠자는 욕망의 물줄기를 찾는 방법은 이런 저런 시도(試圖)와 도전을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저런 시도와 도전 끝에 느낌이 오는 순간을 만납니다. “바로 이거야!”라는 환호성이나 탄성과 함께 자신이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 내가 하면 웬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일 것 같은 느낌이 어느 순간 다가옵니다. 그게 바로 나의 재능일 확률이 높습니다. 5시간이 지났는데에도 불구하고 마치 5분처럼 느껴지는 일입니다. 그런 일은 절대 지루하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완전히 몰입해서 빠진 경우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하면 재미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능은 남과 비교해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재능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잠자고 있습니다. 재능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동물학교에 입학한 오리와 토끼, 그리고 참새가 배우는 교과목을 비유를 통해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동물학교의 첫날 교과목은 수영하기입니다. 수영은 오리가 제일 잘 합니다. 그런데 토끼는 선천적으로 수영을 할 수 없습니다. 토끼가 오리의 재능인 수영하는 능력을 따라잡기 위해서 토끼 엄마가 토끼를 데리고 괌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토끼는 수영을 오리처럼 잘 할 수 없습니다. 둘째 날 교과목은 눈 오는 날 산등성이 올라가는 등산입니다. 산등성이 올라가는 교과목을 배우는 동안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은 오리입니다. 이번에는 오리가 토끼와 비교해서 토끼처럼 등산을 잘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전지훈련을 다녀왔습니다. 오리는 뼈를 깎는 각오로 훈련에 임했지만 남은 것은 오리의 물갈퀴가 찢어지고 동상에 걸렸으며 관절염이나 디스크라는 질병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날 교과목은 노래하기입니다. 노래는 참새가 제일 잘합니다. 물론 오리도 노래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토끼는 전혀 노래를 못합니다. 노래를 못하는 토끼를 데려다 성대수술을 해도 토끼의 재능은 노래하기가 아닙니다.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저마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재능을 발견하기보다 남과 비교해서 타인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합니다. ‘남보다’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전보다’ 잘하려고 노력해야 됩니다. 비교의 대상이 남이 아니라 내안의 재능입니다. 어제보다 나는 잘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물어보고 점검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됩니다. 행복한 삶은 내가 하면 신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전문가가 되는 유일한 길도 재능을 찾아 재미있게 갈고 닦다보면 어느 순간 최고의 대열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최고는 최악의 순간을 경험하면서도 최고가 되는 길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도 하고 역경을 극복, 자신만의 경력으로 바꿔 나가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최고만이 최고를 넘어서 유일함으로 발전합니다. 진정한 최고는 'Best One'이 아니라 'Only One'입니다. ‘Best One’은 남과 비교해서 이루어지는 최고지만, ‘Only One’은 오로지 자신의 재능을 찾아 유니크(unique)를 추구하는 최고입니다.

 

 

재능을 우선 기능에서 출발합니다. 기능은 반복적 연습을 통해 연마되고 단련되는 기술적 능력입니다. 기능은 의도적으로 생각하면서 발휘되는 초보적인 전문성입니다. 최고의 전문가는 자기가 하면 재미있는 능력을 찾아 꾸준히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예술적 기능, 즉 예능 수준으로 발전시킵니다. 예능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재능이 발휘되는 물아일체의 전문성입니다. 예능은 자신의 재능이 최고도로 발휘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기능입니다. 예능 수준으로 발전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물아일체의 경험을 했다는 느낌으로 밖에 알 길이 없습니다.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계량적으로 측정하거나 평가하기 곤란한 암묵적 지식이 체화되어 다가옵니다. 온 몸으로 느낌이 오는 순간까지 지루한 반복과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느낌은 남이 알 수 없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 유영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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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성장할 수 있는 높이는

아래로 뻗은 뿌리의 깊이가 좌우한다.

아래로 파고드는 깊이 엇이

위로만 쉽게 성장하려는 사람은

높이 자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깊이가 없어서

쉽사리 무너진다.

 

 

결국 아래로 뿌리를 깊이 내려야

 높이 자랄 수 있다.

잡초의 생명력은 위로 자란 줄기의 길이가 아니라

아래로 자란 뿌리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아래로 뿌리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위로 줄기와 가지를 뻗어나가려고 애쓰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뿌리 내리기를 포기한다면

성장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포기해야한다.

뿌리없이 줄기가 없고, 줄기 없이 가지가 없으며,

가지 없이 꽃을 피울 수 없다.

열매가 풍요로운 것은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려가며

힘겨움을 버텨내기 때문이다.

 

 

 

연못을 가득 채운 연잎도

'위로,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래로, 안으로'향하고 있다.

위로, 밖으로 향하고 싶은 욕망이 강할 수록

끊임없이 아래로, 안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낮추면 높일 수 있다. 낮춤이 높임이다.

아래로 숙여야 더 높이 치켜세울 수 있다.

아래로 파고드는 깊이가 위로 치솟을 수 있는

성장 에너지를 결정한다.

 

 

파고들지 않고 치켜세우려고만 하면 금방 무너진다.

파고든 깊이의 내공이 옆으로 뻗을 수 있는 넓이를 결정하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를 결정한다.

 

우선 깊어져야한다.

깊게 파되 옆을 둘러보고, 위를 쳐다봐라.

 

 

 

 나를 키우는 물음표


나는 오늘 한 가지 일을 파고들기 전에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는 않았는가?

아래로 안으로 파고들다 힘들고 어려워서

쉽게 옆으로 새지 않았는가?

 

바쁘고 급할수록 파고들자.

파고들어야 하나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

성숙의 깊이가 성장의 높이를 결정한다.


 

-유영만 [청춘경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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