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사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출신과 학벌에 연연하지 않고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충실하게 보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스펙이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오로지 과거의 모습만 갖고 판단한다면 그 사람의 변화된 모습이나 발전된 역량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공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지금의 모습을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과거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일명불보기왕(不保其往)’의 사람 평가 원칙이다. ‘지나간 과거()의 모습을 가슴에 담지() 않고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공자를 찾아온 젊은이가 있었다. 호향(互鄕) 지역 출신의 이 젊은이는 공자를 만나보기 열망했고 제자들은 적극적으로 공자와의 만남을 말렸다. 호향(互鄕)은 당시 가장 소문이 안 좋은 동네였다. 범법자들이 많고 악한 사람들이 산다는 호향 출신 젊은이를 공자가 만난다는 것은 제자들의 입장에서 그들 집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공자는 그 젊은이를 만났고 불만을 품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든 깨끗한 자세로 나를 만나러 온다면 지금 그 모습을 나는 인정하겠다(人潔己以進 與其潔也). 그 사람의 지난날 모습에 연연하여 가슴에 담지 않겠다(不保其往).”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 모습으로 사람을 대했던 공자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논어>의 문장이다.

 

‘지난날 과거를 묻지 마라!’ ‘그 사람의 현재에 주목하라!’ 공자가 외쳤던 사람 평가 원칙이었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과거를 자꾸 들추어내려고 한다. 학벌과 출신, 소문과 풍문 등에 연연해 직접 눈으로 보려하지 않고 다른 외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습관에 젖어 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成事不說).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하여는 간섭하지 않겠다(遂事不諫). 지나간 과거에 대하여는 문제 삼지 않겠다(旣往不咎).’ 지난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공자의 의지가 담겨 있는 <논어>의 구절이다. 이런 공자의 사람평가 기준 덕분에 공자의 주변에는 다양한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춘추시대 말기, 가문과 혈통을 중요시 여기던 시대 상황 속에서제자를 모아 가르치는 일에 어떤 차별도 있을 수 없다유교무류(有敎無類)’의 정신은 공자 집단(Confucius Group)을 새로운 시대의 변혁주체로 변모시켰다. 빈민가 출신 안회(顔回), 시장상인 출신 자공(子貢), 조폭출신 자로(子路), 범법자의 아들로서 능력을 발휘한 중궁(仲弓), 장애가 있었던 민자건(閔子騫) 등 다양한 제자들은 공자의 가치를 오히려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들은 과거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았고 새로운 시대를 읽어내어 그 시대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른바유교(儒敎)’ 집단의 기반은 과거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인생역전 노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맹자>생어우환(生於憂患), 사어안락(死於安樂)’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아픔과 근심이 미래의 생존을 가능케 할 것이고 과거의 안락과 즐거움은 미래를 죽음으로 이끌 것이란 뜻이다. 비록 지난날 어렵고 힘든 과거였지만 그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면 오히려 새로운 생존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불보기왕(不保其往)’, 지난날 과거의 모습에 연연하지 마라! 선비는 삼 일을 안 보면 눈을 비비고 봐야 한다는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뜻은 사람은 짧은 기간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일신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뜻이 담겨 있다. 과거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풍토야말로 인본주의의 핵심철학이라 할 것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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