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식빵은 왜 탄생되었을까?


달콤한 잼이 아니라, 쥐가 들어있는 식빵. 인터넷 공간을 달구었던 쥐식빵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쥐식빵을 제보한 분이 자수를 했기 때문이다. 자수는 했지만 광명 찾을 수 있을까?  식빵에 쥐가 들어있다는 것을 한 사이트에 공개(제보)한 인물은 경쟁업체 빵집 주인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식빵을 구입했는데 쥐가 나왔다면, 당연 해당 공급업체나 가게에 직접 항의할 일이다. 또 하나는 왜 경쟁업체 가게에서 식빵을 구입했을까. 자신의 가게에서 만든 식빵이 맛이 없어서 그랬을까?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보자의 진술 또한 쥐꼬리를 폈다 감추기를 반복했다.  쥐 식빵을 제보했던 분은 인터넷 PC방에서 타인의 이름으로 한 사이트에 사진을 공개했다. 떳떳한 일인데 자신의 신분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동네방네 수제 빵집도 시나브로 없어졌다. 대형 체인점 빵집. 코 앞 경쟁은 과도한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 마음의 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쥐를 떠올릴 때 좋은 이미지 보다 나쁜 연상을 많이 한다. 누가 당신에게 쥐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동물학자도 아니고, 쥐 전문가도 아니니 쥐의 성향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마음의 쥐란 공정한 쥐가 아니라 불공정한 쥐다. 공정하게 경쟁을 할 자신이 없으면 마음의 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은 결국 쥐 식빵 사건 같은 상황을 연출 할 수 있다. 사람인 이상 평상시 잘 먹던 식빵인데, 쥐가 나왔다고 하면 소비심리가 금방 위축된다.  특히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면 지탄 받을 일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 경쟁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마음의 쥐는 없는지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상처 받은 사람은 없는지. 바깥세상을 전염시키는 쥐보다 마음의 쥐가 더 무서울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자란 마음의 쥐는 잡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음의 고양이도 키울 일이다. 쥐식빵 자작극 소식을 들으면서 드라바 <제빵왕 김탁구>가 떠올랐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올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중에 하나는  ‘제빵왕 김탁구’.  시청률 44%를 돌파하기도 했다. 70년대 경제 개발기 때 김탁구가 제빵왕으로 등극하기 까지 과정을 다룬 드라마가 왜 상한가를 쳤을까.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1999년에 방송된 MBC 드라마 ‘국희’가 떠올랐다. 국희 또한 당시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 드라마다. 국희는 제빵업계가 제과업계의 성장 비화를 담고 있다. 한국 현대사 초창기의 기업 성장 드라마. 국희의 유명세 때문에 국희이름을 딴 과자가 나올 정도였으니 미루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 당시 이 드라마가 나가자, 과자(제과)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사람은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 그 많았던 골목길 빵집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골목길이 사라지듯. 빵집을 지날 때마가 갓 구워 낸 빵 굽는 냄새가 얼마나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나.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는 어쩌면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때문인지 모른다. 국희가 그랬듯이. 고등학교 1학년 때 필자는 다니던 학교 앞에서 하숙을 했다. 같은 방을 썼던 하숙집 주인의 동생분과 같은 방을 썼다. 그 분은 한 호텔의 제빵사였다. 전라도 한 작은 섬에 태어난 이 분의 학력은 없었다. 가정이 어려워 빵집에서 점원으로 생활하면서 빵 기술을 배운 독학 제빵사였다. 저녁상을 비우고, 그 분은 나에게 빵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긍심이 대단했던 걸로 기억한다. 빵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분이 건내 준 빵 이야기와 퇴근 때마다 가져온 빵 때문에 잠시나마 빵을 사랑하기도 했다.

 

세월은 흘러 군대를 가게 된 나는 훈련병 시절, 너무나 빵이 먹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었을 것이다. 고된 훈련과 강원도 전방의 살벌한 겨울 날씨, 금방 사람 잡을 것 같은 교관들의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언제나 허기졌다. 겨우 겨우 주말을 이용 군대 안 가게(당시 피엑스)에서 구입한 빵이나, 배식으로 나온 빵을 아껴두었다가, 몰래 화장실에서 먹었을 정도이니. 왜 그렇게 군대에서는 빵이 먹고 싶었던지, 돌이켜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군대를 제대하고 영화관련 일을 할 때 한 감독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군대이야기를 하다가 빵 이야기가 나왔다. 이 분도 역시 군대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빵이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동병상련. 가슴이 찡했다. 그 감독은 가장 싫어했던 것이 빵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 면회 때, 가장 먼저 이야기 했던 것이 빵 사달라는 말.

 

빵은 중세시대 때 권력이었다. 빵 부스러기를 버리는 것은 죄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빵은 서양의 주식이다. 이 빵이 한국에 건너와 제빵왕을 탄생시켰다. 빵과 제과는 산업이 되었다. 동네 구멍가게가 체인점으로 대체되었듯이 빵집도 마찬가지다. 그 많았던 동네방네 제빵왕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빵왕 김탁구와 제과왕 국희는 눈물 젖은 빵의 신화다.



맺는 말


경쟁업체의 한 빵가게 주인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벌인 쥐식빵자작극으로, 연말연시 빵매출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쥐식빵 자작극은 마음의 쥐를 키웠기 때문이다. 자신의 빵집에서 쥐식빵을 만들어 낼 정도면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과도한 경쟁이 낳은 시대의 우울한 식빵이야기다. 새해에는 마음의 쥐를 키우지 말고 서로 공생하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이웃 사촌이 사라진 요즘, 공동체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함깨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쥐식빵자작극같은 일은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아들이 쥐식빵을 경쟁업체에서 구입했다고 거짓말한 아빠. 아들이 묻고 갈 상처를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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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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