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열광적이다. 특히강남스타일로 유명해진 싸이는 세계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그 인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많은 음악 전문가들이 분석한 강남스타일의 유행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한마디로 종합하면 따라 부르기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이론서인 <악기(樂記)>에는 음악에 대한 짧은 정의가 하나 있다. ‘음악()이란 즐거운() 것이다(樂者 樂也).’ 음악이란 뜻의 악()자와 즐겁다는 뜻의 락()은 원래 같은 의미로 사용됐으며 음악의 기능은 인간의 감정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음악은 쉬워야() 하고, 즐거워야() 하고, 기뻐야() 한다. 어렵고 고상하고 난해하면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중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곡고화과(曲高和寡)’노래의 곡조()가 너무 고상하고() 어려우면 따라 부르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문장가 송옥의 말이다. ()나라 정치가였던 굴원(屈原)과 더불어 대표적인 문인으로 손꼽히던 송옥은 난해한 문장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가 쓴 문장은 난해하고 고상해 당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의 글을 칭찬하거나 따라 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하루는 초나라 왕이 송옥의 문장이 그토록 훌륭한데 그 문장을 따라 하는 사람이 없냐고 묻자 송옥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가수가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쉬운 통속적 노래를 부르자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해 따라 불렀고, 이어서 아주 어려운 노래를 부르자 두세 명만이 따라하고 모두 흩어졌습니다. ‘곡고화과((曲高和寡)’, 곡조가 어렵고 고상해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옥의 이 말은 자신의 글이 어려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장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문장을 짓고 억지로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송옥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이 무식해서 못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어려운 것이 문제라는 생각도 해 봐야 한다.

 

()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춘추전국시대 패자(覇者)로 만들었던 관중(管仲)의 정치력은 공자도 인정했다. 관중이 정치의 중심이 되면서부터 제나라는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관중의 정치력에 대해 사마천은 <사기(史記)>에 자세히 적고 있다. ‘관중은 백성들의 뜻을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바로 정책에 반영했고 백성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바로 폐기했다. 관중의 위대한 정치력의 근본은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춰 백성들의 호오(好惡)를 함께하는 것이었다(與俗同好惡). 특히 관중이 행한 모든 정책은 누구나 동감하는 낮은 곳에 있었기에 백성들은 실천하기가 쉬웠다(論卑易行).’

 

음악은 즐거워야() 하고, 정치는 쉬워야()하고, 기업의 제품은 쓰기 편해야(便) 한다. 싸이 음악은 즐겁다. 버락 오마바는 ‘Yes You can!’이라는 쉬운 캠페인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Smart 은 어떤 어리석은 사람(Foolish)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어야 비로소 스마트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즐겁고 쉬운 것은 진실된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기뻐하는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진정 위대한 사회다. 대선 후보들, 공직자들, 기업의 경영진이 모두 가슴에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곡고화과(曲高和寡), 곡조()가 고상하면() 따라 부르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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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 우쭐하지 말고 비난에 속상하지 마라

 

세상은 결과가 노력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는데도 결과는 오히려 나쁘게 나올 수도 있고, 그다지 노력한 것 같지도 않은데 결과는 오히려 좋게 나오는 것을 보면 세상사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노력의 결과로 메달의 순위가 가려졌지만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운의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있다. 어이없는 심판의 오심으로 승부가 엇갈리기도 하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고 하며 나에게 다가온 운명을 탓하거나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준 운명의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맹자(孟子)>는 내가 노력한 결과에 상관없이 다가오는 결과에 대해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내 노력과 상관없이 다가오는 칭찬과 명예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것 이상으로 칭찬과 명예를 얻는 것을불우지예(不虞之譽)’라고 한다. 내가 전혀 생각해 보거나 헤아려() 보지 못한() 칭찬과 명예()라는 뜻이다. 생각지 못한 명예는 다양하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인사권을 가진 높은 자리에 올라 나를 추천해 갑자기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생각지 못한불우지예이며 로또에 당첨되거나 뜻밖에 횡재를 하는 것도 역시불우지예. 이런 행운이 다가왔을 때는 더욱 관리를 잘해야 한다. 갑작스런 지위와 재물은 오히려 나를 파멸의 길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명예가 왔을 때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내 몸을 지키는 정도(正道).

반면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그 결과가 참담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구전지훼(求全之毁)’라고 한다. 온전함()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비난()과 질시를 받는 경우다. 내 행동과 상관없이 비난을 받아 궁지에 몰리거나 다른 사건과 연루돼 억울한 처벌을 받는 것도구전지훼의 일종이다. 이럴 때는 결코 노하거가 세상을 원망하지 말고 묵묵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이나 억울한 비난은 인생의 희비를 갈리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구전지훼가 다가왔을 때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고 사람을 탓하기도 한다. ‘불우지예가 다가왔을 때는 당황해서 선후(先後)와 시종(始終)을 잊고 파멸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군자는 자신을 바르게 잡고 살아가는 사람이다(正己). 다른 사람의 칭찬과 비난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不求於人).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도 마라(上不怨天)! 아래로는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도 마라(下不尤人)!’ <중용(中庸)>에 나오는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다. 맹자(孟子)는 이렇듯 칭찬과 비난이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결국 어떤 칭찬과 비난에도 마음이 들뜨거나 상처 나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아가 어떤 사람이 누구에게 비난을 받거나 칭찬을 받더라도 그것이 실제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인생을 산다는 것은 녹녹지 않은 일이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 ‘불우지예와 예상치 못한 비난구전지훼가 인생의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인생을 살다가 칭찬을 받는다고 우쭐하지 말고 생각지 못한 비난을 당하더라도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 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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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김재범 선수가 런던 올림픽에서 유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신의 금메달을 빼앗아 갔던 독일의 올레 비쇼프와의 결승전에서 4년 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 경기가 끝난 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김재범 선수는 죽기로 싸웠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죽기 살기로 싸워서 졌고, 런던 올림픽에서는 죽기로 싸워서 이겼다는 김 선수의 일갈(一喝)에 우리 국민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편에 보면 전쟁 중에 당면하는 9가지 지형의 상황이 나온다. 어떤 처지(處地)에 처하든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적고 있다. 첫째 지형은 흩어져 도망가기 좋은 지형, 산지(散地·dispersive ground)를 만났을 때다. 흩어지기 좋은 지형이라 병사들은 늘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는 지형이다. 회사로 말하면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의 소속감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지형을 만나면 전체 조직원의 뜻을 하나로 뭉쳐야 한다(一其志). 두 번째 지형은 적진으로 조금 들어간 경계 지형, 경지(輕地·frontier ground). 여전히 병사들의 전투의지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소속감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使之屬). 세 번째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전략적 요충지, 쟁지(爭地·key ground)를 만났을 때다. 만약 누군가 그곳을 먼저 점령하고 있다면 전면전을 피하고 적의 후방을 공격(擊其後)해 그들을 끌어낸 후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네 번째 지형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지형, 교지(交地·open ground).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지형이기에 수비를 강화(謹其守)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다섯 번째 지형은 다른 나라들과 인접해 있는 지형, 구지(衢地·focal ground). 이런 지형에 처하면 주변 나라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결속을 다져야 한다(固其結). 여섯 번째 지형은 적진 깊숙이 들어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형, 중지(重地·serious ground). 어차피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물자를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繼其食). 일곱 번째는 각종 늪지 같은 장애물이 있는 힘든 지형, 비지(·difficult ground). 어렵고 힘든 지형이기 때문에 무조건 진격해 그 길을 빠져 나가야 한다(進其途). 여덟 번째 지형은 적들에게 포위된 지형, 위지(圍地·encircled ground). 포위된 지형에서는 병사들이 도망 갈 수 있는 탈출구를 미리 차단해 무분별한 탈출행렬을 막아야 한다(塞其闕). 마지막 아홉 번째 지형이 죽을 수밖에 없는 지형, 사지(死地·desperate ground). 이런 상황을 만나면 모든 구성원들에게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示之以不活). 그러면 죽기를 각오하게 싸우게 되고 오히려 사지(死地)가 생지(生地)가 돼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아홉 가지 지형상황을 통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승리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지형 사지(死地). 죽음을 각오할 수밖에 없기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돼 결국 이기게 된다는 것이다. 전쟁의 원리는 포위된 상황이 되면 방어할 수밖에 없고(圍則御),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싸울 수밖에 없고(不得已則斗),이미 적진 깊숙이 들어가면 장수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過則從).그래서 장군은 병사들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뜨려 그들의 전투의지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기에 이겼다는 런던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 선수를 보면서 <손자병법>의 구절이 떠오른다. ‘망할 수밖에 없는 곳에 던져지면 결국 생존하게 된다(投之亡地然后存). 죽을 수밖에 없는 사지에 들어가면 결국 살아날 수 있다(陷之死地然后生).’ 매번 그럴 것은 아니지만 인생에 단 한번은 죽기 살기로 살 것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죽기로 살아야 할 때도 있어야 할 것 같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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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一人之天下:세상은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다

 

 

 

바야흐로 천하(天下)를 얻기 위한 용들의 질주(疾走)가 시작됐다. 떠나가는 용은 항룡(亢龍)이 돼 눈물을 흘리고 있고, 부상하는 잠룡(潛龍)들은 비룡(飛龍)이 되기 위해 여기저기 약진(躍進)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권을 잡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현룡(見龍)들은 용을 쓰며 대권경쟁에 전력질주하고 있다. 연말이면 누군가 대권을 거머쥐고 승자가 되겠지만 선거에서 선출된 한 사람이 이 나라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는 누구 한 사람의 나라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강태공이 지었다고 하는 병법서 <육도(六韜)>에는 민심을 얻고 천하를 얻는 방법이 나와 있다. “천하는 누구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天下非一人之天下) 천하 모든 사람들의 천하여야 한다(天下之天下).” 강태공의 이 말은 당시 은()나라 말기 폭군이자 사치의 극치를 누리던 주()왕의 실정을 비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이념으로 던져 진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독점적 권력을 분쇄하고 모든 사람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표를 제시하며 주()나라 문왕(文王)에게 천하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권 세우기를 권고한 것이다. “천하의 이익을 모든 사람과 나누는 사람은 결국 천하를 얻을 것이다(同天下之利者得天下), 천하의 이익을 혼자 독점하는 사람은 결국 천하를 잃게 될 것이다(擅天下之利者 失天下).” 특정한 집단과 사람들이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세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민심은 이반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다.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가는 상황에서 경제정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경제는 특정 기업이나 소수 집단의 경제가 돼서는 안 되고 모든 경제 구성원들이 함께 이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재벌의 경제 집중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경제사정은 더욱 팍팍해져 가는데 돈은 한곳으로만 쏠려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세상의 돈과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몰리면 불안은 극()에 이르게 된다. 대기업이 돈을 쌓아두면 세상의 인심은 흉흉해지고 권력이 어느 집단에 집중되면 민심은 등을 돌리게 된다. 특히 흉년이 든 해의 민심이반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에도 궁지에 몰린 상대방은 너무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窮寇勿迫) 전하고 있다. 더 이상 빠져 나갈 구멍이나 방도가 없는 상태가 되면 죽기 살기로 반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포위된 상대방이라도 살길을 터주고 몰아야 내가 다치지 않는다는 성찰이다. 세상을 모두 가지려고 하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강태공의 천하(天下)에 대한 인식의 기반에는 천하 사람의 눈과 귀로 세상을 보고 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천하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라(以天下之目視), 천하 사람들의 귀로 세상을 들어라(以天下之耳聽), 천하 사람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생각하라(以天下之心慮), 그때서야 비로소 세상이 바로 보이고 제대로 들리고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경제와 권력은 분산되고 고루 나눠져야 한다.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非一人之天下) 모든 사람의 천하(天下之天下)가 됐을 때 그 나라의 경제와 정치적 기반은 더욱 단단해 지게 된다. 천하의 모든 이익을 독점하려고 꿈꾸는 기업이나 천하의 모든 권력을 갖겠다는 대선 후보가 있다면 일찌감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상책(上策)인 듯하다.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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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 난세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불법선거로 의원직을 내놓아야 할 사람이 제법 많다고 한다. 비록 승리는 얻었지만 선거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으면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 대해서는 관대하거나 눈감아주는 풍조가 이 사회에 만연했다. 얼마 전 전국일제고사에서 학교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불법적 수단이 동원됐다고 하니 그것을 보고 배운 학생들이 어른이 돼서 또다시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가치관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대목이다.

 

경쟁이나 게임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정당당(正正堂堂)하게 싸워서 이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정당당은 정당하게 원칙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정정당당이란 말은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軍爭)」 편에 나온다. ‘勿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陳.’ ‘상대방의 깃발()이 정정(正正)하게 휘날리는 군대와는 싸우지() 말라()!’ ‘당당(堂堂)하게 진()을 치고 있는 부대는 함부로 공격()하지 말라()!’ 정정(正正)은 군대의 깃발이 가지런히 휘날리고 있는 모양이다. 당당(堂堂)은 상대방의 진영이 크고 웅장한 모습이다. 여기서 정정한 깃발과 당당한 적의 진영을 합쳐정정당당이란 사자성어가 만들어 진 것이다. 상대방을 분석해 질서정연하게 깃발을 휘날리며 정정(正正)하게 전진해 오는 적은 맞이해 싸우지 말아야 하며 당당(堂堂)하고 크게 진을 펼치고 있는 적은 함부로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적을 분석하는 것을 <오자병법>에서는 요적(料敵)이라고 하고 <손자병법>에서는 지피(知彼)라고 한다. 전쟁을 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방을 분석해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기다려야 하며 이길 수 있을 때 공격하는 것이 선승구전(先勝求戰)의 병법 전략이다. 선승구전의 의미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 놓고 전쟁()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기다리거나() 도망()가거나 피()하는 것도 병가(兵家)의 기본 전략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와 요적(料敵)을 통해 상대방이 정정한 깃발을 휘날리며 당당한 진을 펼치고 있으면 함부로 덤벼서는 안 된다. <맹자(孟子)>에도 보면 덤벼서는 안 될 상대가 있다. 바로 인()으로 무장한 사람이다. ‘인자무적(仁者無敵)!’ ‘()으로 무장한 사람과는 어느 누구도 대적(對敵)할 수 없다!’ 사랑()으로 무장하고 있기에, 모든 사람들은 그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기에 그 사람과 함부로 싸우면 결국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정당당한 사람과는 가능한 싸워서는 안 된다. 붙어봤자 질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하게 살면 인생에 손해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도 정정당당하게 경영을 하면 기업이 망할 것이란 잘못된 가치관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러나 난세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조직과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답은 하나다. 정정당당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정정당당하게 물건을 팔면 기업은 결국 생존한다.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면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승리자가 될 것임을 확신하는 철학이 시급한 세상이다. 요즘 정()이 아닌 사(), ()이 아닌 탁()으로 인생을 살다가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의 모습이 신문에 자주 보인다. 정정당당(正正堂堂)하게 살 것인가? 사사탁탁(邪邪濁濁)하게 살 것인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냈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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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仙則名:신선이 살아야 명당이다

 

 

 

아무리 잘 지은 집도 사는 사람이 별 볼일 없으면 집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진의 다산 초당은 비록 풀로 엮은 모옥(茅屋)에 불과하지만 다산 선생이 살았기에 그 어느 금옥(金玉)보다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산은 비록 궁벽한 곳에서 몇 번을 이사하며 18년의 유배 생활을 보냈지만 다산의 주변에는 좋은 인재들이 모여 들었고 그들은 팀워크를 발휘하여 수백 권의 책을 쓰며 다산실학(茶山實學)이란 위대한 꽃을 피워냈다. 결국 누가 그곳에 사느냐에 따라 그곳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기업도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아무리 좋은 사옥을 지어 보았자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따라 단순히 콘크리트를 쌓아놓은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산이 높아 명산이 아니라(山不在高) 신선이 살면 명산이 된다(有仙則名)’는 말이 있다. 아무리 높고 웅장한 산이라도 신선이 없으면 여느 산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나라 정치가였던 유우석(劉禹錫)이 유배를 당해 누추하고 궁벽한 곳으로 좌천되자 비록 누추한 곳에 산다 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장소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하면서 지은 <누실명(陋室銘)>에 나오는 문장이다. 안휘성의 황산이 아무리 기암절벽과 천애(天涯)의 운해(雲海)를 자랑한다 해도 중국의 오악(五嶽) 안에는 들지 못한다. 반면 태산(泰山)은 비록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해도 천자(天子)가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하던 곳이고 옥황상제가 있다 해서 오악독존(五嶽獨尊), 백악지종(百嶽之宗)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드는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바야흐로 사람이 보물이고 경쟁력인 시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서로 유명인을 초치해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수원시는 정조대왕을 연구한다는 조건하에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번 오르내리는 시인을 모셔서 살 곳을 마련해 준다고 하고, 화천군은 일찌감치 대중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를 선점해 지명도를 높이고 일반인들의 방문을 유도했다. 화려한 건물을 짓고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기념물이 많다고 해도 존경받는 사람 한 분이 그곳에 있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을 찾아다니는 시대다. 아무리 심산유곡 깊은 곳이라 해도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사람들은 몰려간다.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이웃을 사는 데 천만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송계아(宋季雅)라는 고위 관리가 정년퇴직을 대비해 자신이 살 집을 보러 다녔다. 그는 남들이 추천해 주는 몇 곳을 다녀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을 사서 이사했다. 백만금밖에 안 되는 집을 천백만금이나 주고 샀다는 말을 듣고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물었다. 송계아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했고(百萬買宅)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프리미엄으로 지불(千萬買隣)한 것이란 대답이었다.

 

기업도 이제 무엇을 만들어 파느냐 보다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인재를 양성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지금 아무리 매출액이 많고 수익이 많이 난다고 해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그곳에 근무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미래와 운명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명산을 만들려면 신선이 있어야 하듯이 좋은 기업을 만들려면 조직을 빛낼 신선 같은 인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신선은 돈을 많이 준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는다. 돈과 자리만으로 자신을 움직이는 사람은 신선이 아닐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신선 판단에 주의를 요한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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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이 달면 먼저 마른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앞으로 100세에 이른다고 한다. 바야흐로 나이 60에 현직에서 물러나면 나머지 4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대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명을 생각해 보면 인생의 설계를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할 필요가 있다. 현직에서 물러날 즘 정점에 이르러 몇 년간 조직의 수장을 지내다가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가장 영예로운 인생이겠지만 그것이 주변의 빈축을 사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자리라면 40년 동안 비난을 감수하며 살 각오를 해야 한다. 비록 높은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을지언정 그 사람의 덕과 인격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비록 현직에 있지 않더라도 그와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면 어쩌면 이것이 100세 시대에 더 영예로운 삶일 수도 있다.

 

젊은 나이에 일찍 출세를 하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빨리 소진해 노후에는 특별한 능력 없이 무의미하게 사는 것보다 장기적인 인생의 관점에서 내 능력을 시기적으로 잘 안배하는 인생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묵자(墨子)>에 보면 우물 맛이 너무 좋으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른 우물보다 먼저 마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감정선갈(甘井先竭), () 우물()이 먼저() 마른다()는 뜻이다. 우물이 달고 맛있으면 좋겠지만 결국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어 그 우물의 물을 퍼가게 되고 멀지 않아 바닥을 보여 우물의 기능이 정지되고 말 것이란 이야기다. 어쩌면 물맛이 당장 달지는 않아도 평범한 우물이 물의 양을 잘 조절해 결국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는, 마르지 않는 우물이 될 수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장 앞서나가는 것보다 얼마나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완주할 수 있느냐가 결국 인생의 마라톤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다. 타인의 칭찬에 연연해 내 인생을 남의 기대에만 부응하려고 한다면 무리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일찍 소진될 수밖에 없다. 아마존 정글에 사는 재규어는 한때 아마존 밀림의 최고 강자였다고 한다. 먹이사슬 가장 꼭대기에 있었던 재규어는 헤엄을 잘 쳐서 물에서도 최고 강자이며 나무도 잘 타 정글의 어떤 종도 재규어를 당해낼 수 없었던 동물이었다. 그러나 재규어에게는 인간이라는 천적이 있어서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재규어가 그토록 인간의 표적이 된 것은 바로 아름다운 가죽 때문이다. 아름다운 무늬의 재규어 가죽 덕분에 일 년에 수천 마리가 인간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아름다운 무늬의 가죽을 가진 것이 재규어에게는 큰 불행이 된 것이다. <장자(莊子)>에 보면 강한 표범이 인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결국 표범의 가죽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있다. ‘피위지재(皮爲之災)’, 예쁜 가죽() 때문에 당하는() 재앙()이라는 뜻이다. 예쁜 가죽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남들에게는 아름답고 훌륭해 보이지만 나에게 궁극적인 행복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재주() 많은 사람이 결국 재주 없는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 구절이 있다. 재주가 많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고, 결국 내 몸과 인생을 남을 위해 허비하며 평생 죽도록 일만하다 가는 노예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생의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시대다. 내 능력을 일찍부터 소진시켜서 더 이상 물이 안 나오는 우물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고 샘이 솟는 그런 우물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 남보다 더 잘나기 위해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에서 좀 못나고 덜 한 것이 어쩌면 인생의 큰 관점에서 보면 나를 구제하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DBR

http://www.dongabiz.com/PersonalCapacity/Self_Control/article_content.php?atno=1303028801&chap_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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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은 동기동창

 

 

 

 

1800년 다산 정약용은 인생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22살에 성균관 진사로 입학해 과거급제를 통해 출세가도를 달리던 다산은 그의 정치적 후원자였던 정조대왕이 승하하면서 인생이 바닥을 치고 기나긴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된다. 다산은 잘나가던 18년간의 전성기를 마치고 인생의 쓰라린 고배를 마시며 58세 유배에서 풀려날 때까지 18년이란 기간을 유배지에서 보냈다. 유배가 풀려난 후 18년은 고향인 남양주 조안면으로 내려가서 말년을 보냈다. 골프가 18홀이니까 다산의 인생을 골프로 환언해 보면 그의 인생은 골프 3라운딩을 하며 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산의 인생을 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돌아보면 그의 3라운딩 인생 중에서 어떤 라운딩이 가장 행복했던 라운딩일까를 질문해 본다. 동반자도 훌륭하고 날씨도 좋고 그린 상태도 좋은 1라운딩보다는 비록 궁벽한 곳이었지만 그와 함께 다산학의 꽃을 피워냈던 18명의 제자와 함께한 2라운딩이 다산의 인생에 어쩌면 가장 의미 있고 행복했던 라운딩이었을 수도 있다. 18년 동안 궁벽한 곳에서의 불행했던 유배생활, 그것이 다산에게는 인생의 가장 화려한 행복의 시간으로 남았던 것이다. 행복과 불행,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상황은 어쩌면 같은 곳에서 사는 동체(同體)일 수 있다고 다산은 시를 읊는다. ‘궁달종귀동혈의(窮達終歸同穴蟻), ()한 처지나 출세()한 처지나 결국 한 구멍(同穴) 안에 사는 개미()와 같도다!’

 

행복과 불행은 같은 문을 사용한다고 한다. 지금 나에게 걸어 들어온 행복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불행이라는 손님으로 변해 있기도 하고, 지금 나에게 다가온 견딜 수 없도록 힘든 불행이 결국 행복이란 손님으로 변하기도 한다면 행복과 불행은 같은 문을 사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한비자(韓非子)>에는 불행과 행복이 같은 문을 사용한다는화복동문(禍福同門)’의 글이 있다. 행복과 불행은 완전히 정반대인 것 같지만 같은 문을 사용하기 때문에 행복이 지나고 나면 불행으로 번지고, 불행이 끝나면 행복으로 변하는 것이 인생사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새옹지마(塞翁之馬)니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니 하는 말은 결국 세상의 어떤 일이든 절대적인 행복과 불행으로 가를 수 없으며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손해가 되기도 하고, 그때는 손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이익이 돼 돌아오는 경우는 인생사에서 너무나 자주 마주치는 일이다. <한비자>는 이익과 손해 역시 이웃지간이라고 한다(利害爲隣). 너무나 가까운 이웃이기에 멀리서 바라보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답은 간단하다. 지금 다가온 상황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담담하게 그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 화복(禍福)과 이해(利害)를 장악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이렇게 다가온 운명을 완전히 장악한 사람을 <중용(中庸)>에서는자득(自得)’의 인간이라고 한다. 부귀(富貴)와 빈천(貧賤), 이적(夷狄)과 환난(患難), 인간에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극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 자득형 인간이다.

 

요즘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기쁨도 잠시, 오히려 인생의 불행이 돼 마음을 졸이며 평생 살아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는 경우를 본다. 당선과 낙선, 같은 문으로 들어오기에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는 당장 분간할 수는 없다. 행복과 불행, 이익과 손해, 승리와 패배는 확실히 동기(同期), 동창(同窓), 동문(同門)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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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말(言)을 먹지(食) 마라!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만 말()을 먹어서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보면 말()을 많이 먹어서() 살이 쪘다는 은유적 기사가 실려 있다. ()나라 왕 애공(哀公)은 자신을 헐뜯고 다니는 신하들을 만난 자리에서당신들이 살이 찐 이유는 자신이 직접 한 말을 먹어 버리는(食言) 거짓말을 해서 그런 것이오라고 하며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비난했다. 여기서식언(食言)’은 자신이 한 말을 먹어서 진실을 감춘다는 뜻으로 요즘거짓말이라는 뜻과 같다. 방금 한 말을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식언(食言)의 최초 기록은 정치학 저서 <서경(書經)>에 나타난다. 당시 하()나라 정권 말기 폭군 걸()왕의 실정(失政)은 극에 달했다. 민심은 이반됐고 주변 신하들의 마음도 이미 떠나버렸다. 이제 하() 정권에 대한 심판만이 남았고 천명(天命)이란 명분으로 혁명(革命)의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이때 탕()왕은 민심을 등에 업고 정권심판의 주창자로 나서게 된다. ()은 박()이라는 곳에서 백성들에게 연설했는데 이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버금갈 만큼 유명하다. 링컨의 연설은 비록 3분밖에 안 됐지만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예고하고 그 정부는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왕의 박()땅의 연설 내용은 이렇다.

 

“하()나라 정권은 너무 죄를 많이 졌습니다(夏氏有罪). 저는 하늘의 뜻을 두려워합니다(予畏上帝). 그래서 과감하게 일어나 하나라를 정벌할 수밖에 없습니다(不敢不正). 모든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 하나라 해(정권)가 언제 없어질 것이냐고(是日曷喪). 나도 함께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予及汝皆亡).’ 이제 저는 하나라를 심판하러 갈 것입니다(今朕必往). 여러분들은 저를 보고 도와주십시오(爾尙輔予一人). 그리하여 하늘의 벌을 함께 수행합시다(致天之罰). 저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予其大賚汝). 여러분들도 저를 믿으십시오(爾無不信). 저는 식언(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朕不食言)!”

 

탕왕이 폭군 걸왕과 하나라 정권을 심판하러 가면서 백성들에게 함께해 줄 것을 유세하는 내용에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짐불식언(朕不食言)’이라는 말을 했다는 기록이다. 비록 4000년 전 연설이지만 세상을 바꾸고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는 내용은 요즘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나를 믿고 도와주면 반드시 보답하겠다며 탕왕은 자신의 약속을 먹지 않겠다는 식언(食言)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요즘 자신이 한 말을 먹어 치우는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선거 전에는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해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당선만 되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자신이 한 말을 먹어 버리는 식언을 하는 정치인들은 이미 세상에 넘쳐나고 있다. 지도층 인사가 자신의 말을 먹어 버리고 기업이 고객과 한 약속을 먹어 버린다면 과체중으로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신이 직접 한 약속을 먹어 버린 무게로 몸무게를 달아 사람을 평가한다면 함부로 식언(食言)을 일삼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약속을 했는지, 반드시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 이제 꼼꼼히 계산해식언지수(食言指數)’를 만들어 그 사람과 정당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식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http://www.dongabiz.com/Business/General/article_content.php?atno=1206046601&chap_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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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幸福)에서 쾌족(快足)으로!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돈을 소유한 것으로 따지면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고 지위로 말하면 어디 가서 주눅 들지 않을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행복한 사람이다. 거기에 학벌 좋고 자녀들 모두 잘 성장했다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행복(幸福)하다고 해서 마음이 항상 유쾌하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비록 행운()과 복록()은 얻었을지언정 그것이 늘 마음을 유쾌하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돈을 지키기 위해 형제간에 소송을 하고 지위를 얻기 위해 친한 사람들과 싸운다면 아무리 돈과 지위가 있더라도 마음은 불쾌하고 불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행복(幸福)’은 동양에서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 단어가 아니다. 행복이란 단어는 비교적 근대에 생겨난 말이고 영어의 ‘Happiness’를 직역한 말이다. 행복의 행()은 운()이 좋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며 행복이란 단어는 운()과 관련한 인생의 복()을 의미한다. <중용(中庸)>에 보면소인들은 아주 위험한 곳에서 요행을 기다린다(小人行險以徼幸)’는 구절이 나온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부귀를 추구하고 지위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을 소인(小人)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반면군자는 평범한 곳에서 다가오는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君子居易以俟命)’이다. 지금의 처지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유쾌하고 통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군자라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운이 좋아 돈을 벌고 지위를 얻었다고 늘 지금의 내가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운이 좋고 복은 받았지만 마음 속 한편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운도 없고 복도 없지만 오히려 내 마음은 만족스러울 수 있다. 결국 나에게 다가오는 행운과 복이 내 마음의 만족도를 반드시 높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행복(幸福)이란 말 대신에 쾌족(快足)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내 마음 상태가 유쾌()하고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비록 세속에서 말하는 행운(幸運)과 행복(幸福)은 없더라도 마음만은 쾌족할 수 있는 것이다. 강진에서 18년간의 쓰라린 유배생활을 경험했던 다산 정약용은 비록 그의 인생이 불행했다 하더라도 그의 삶의 자세는 늘 쾌족(快足)했다. 장군은 보민(保民)과 보국(保國)을 위해 임금의 명령도 거부할 수 있다(君命有所不受)고 생각한 이순신 장군은 비록 탄핵을 받고 백의종군했지만 마음은 늘 쾌족한 상태를 유지했다.

 

리더십 교과서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쾌족(快足)은 자신의 뜻()에 성실()한 것이다. 자신의 뜻에 성실한 사람(誠意)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毋自欺). 자신의 깊은 영혼 속에서 울리는 소리를 늘 신중하게 듣고 사는 것이다. 나의 뜻을 속이지 않고 사는 것을 신독(愼獨)이라 한다. 남이 보든 안 보든 내 뜻에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신독(愼獨)의 삶이다. 남의 시선과 기대에 연연하지 않고 내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는 삶의 자세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만족스럽다. 그 만족의 상태를 자겸(自謙)이라고 한다. ()은 만족스러운 것이다.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스러운 상태를 바로 쾌족(快足)이라 한다.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쾌족지수가 높은 사람의 삶이 더욱 아름답다. 행복한 국민이 있는 국가보다 쾌족한 마음의 자세를 가진 국민이 있는 국가가 더욱 살고 싶은 나라다. 행복(幸福)을 넘어서 쾌족(快足)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http://www.dongabiz.com/PersonalCapacity/Self_Control/article_content.php?atno=1303028001&chap_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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