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나는 울고 말았다. 어릴 때 별명이 울보였던 게 너무 싫어서 이를 악물고 참아 보지만, 요즘엔 아이들 몰래 자꾸 울게 된다. 올해로 7년째 진행하고 있는 시 발표 수업이 화근(?)이다. 시와 함께 펼쳐지는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친구들을 울리고 나를 울린다.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해 죽고 싶었다는 이야기,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학부모 총회 가정통신문이 제일 싫다는 이야기, 새아빠와 살고 있는데 아무리 잘해주셔도 솔직히 힘들다는 이야기, 중학교 때 너무 힘들어서 가출했던 이야기……. 나는 아이들이 골라온 시를 음악과 함께 듣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살짝 긴장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따라 시를 읽다 보면 뒤숭숭한 내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다. 그런데 그날은, 예전엔 무심히 지나치던 소박한 시 한 편이 ‘쿵!’ 내 마음을 찢어 놓았다.


그날의 발표자 예슬이가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읽었다. 그리고 정말 맑은 얼굴로, 어릴 적 엄마가 하던 말과 요즘 엄마가 하는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했다. 아이들 모두 웃고 손뼉치며 공감했다. 아이들은 즐겁게 웃고 있는데, 나만 혼자 눈물이 났다. 아, 정말 이상한 세상이다. 이상한 세상이 착한 아이들을 아프게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이 버거워 약 먹는 아이, 토하는 아이, 손목을 긋는 아이, 설사가 멈추지 않는 아이, 분노를 통제할 수 없는 아이,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모두 내 주변에 있다.

 
친구들의 전폭적 지지로 봉사 동아리 회장에 선출된 수연이는 항상 80점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훤칠한 키에 성격도 활달하고, 중학교 졸업 후 1년간 미국 어학 연수를 다녀올 만큼 가정 형편도 넉넉하여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약을 먹었다. 공부하러 갔던 독서실에서 감기약 한 통을 다 먹었다. 그러고는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다 토해내고 집에 돌아오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몸이 상하진 않았으나, 마음이 낫지 않아 여러 날 결석을 했다. 집 근처로 찾아가 간신히 만난 수연이는 시커매진 얼굴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 학교도 친구도 선생님도 다 싫고 엄마 아빠도 싫고 어중간한 성적에 얼굴 큰 자신도 너무 싫다는 것이다. 성적과 외모로 시달리지 않는 외국에 가서 살거나, 무인도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 싶단다. 그것도 안 되면 자퇴 후 골방에서 수능 공부만 미친 듯이 하여 일단 명문대에 합격하고, 얼굴 작아지는 성형을 하는 게 아이의 소망이다.


명랑하고 붙임성 있어서 아프다는 걸 짐작하기 어려운 현정이의 거식증은 지난 겨울부터 시작되었다. 공부에 취미도 적성도 없다고 느끼는 현정이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연기이다. 작년엔 아주 짧은 단편독립영화에서 주요 역할로 영화도 찍었고, 연기학원에 가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연기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무대체질인 녀석이라 연기를 잘 할 것 같다. 문제는 연기학원에 본격적으로 다니면서 아이가 직면한 현실이었다. 흡사 바비 인형처럼 마른 연기지망생들, 예쁘고 날씬하지 않으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주연이 될 수 없다는 조언들. 마른 편이었지만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낀 현정이는 그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원하는 만큼 말라깽이가 되지 않자 음식을 먹고 토하게 되었다. 자퇴를 하고 외모 관리와 연기 공부에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학교가 지겹고 귀찮다. 배는 고픈데 먹으면 토하니 수업시간에 앉아있기도 힘들다.


미애는 학년 초부터 출결이 들쭉날쭉한 녀석이다. 수시로 병원 처방전을 받아왔지만 마음의 병이 80%인 것 같다. 어머니는 어릴 때 집을 나가셔서 얼굴도 모르고, 아이만 보면 화를 내시는 아버지는 따로 살면서 생활비만 보내주신다. 큰아버지, 할머니, 사촌들과 함께 사는데 사이가 좋지 않다. 그나마 대화를 하던 큰어머니는 작년에 이혼한 뒤 나가 사신다. 중학교 친구들과도 뿔뿔이 헤어져 학교에도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다. 학원 대신 고모에게 과외를 받고 있지만 “넌 이것도 못하니?” 라며 비난하기 일쑤여서 공부할 의욕도 사라졌다. 아무 데도 마음 붙일 곳이 없고 가족에게도 자신이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자 지난 겨울부터 손목을 긋기 시작했다. 소화가 되지 않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밥을 먹지 않고, 수업을 듣기가 힘겨워 조퇴를 하거나 보건실에 누워 자려고만 한다. 학교도 집도 싫은 미애는 유학을 가고 싶어 한다. 유학 갈 돈도, 유학 가서 딱히 공부하고 싶은 것도 없다. 다만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유학을 갈 수 없다면 감기약을 먹고 계속 자거나, 영원히 잠들 수 있게 손목을 긋는 것이 괴로운 현실을 떠나는 방법인 게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고통과 절망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내 마음에 커다란 납덩이가 매달리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이들의 고통을 없애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감과 위로, 지지와 격려가 고작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현재 아이가 얼마나 힘든지 공감해주는 일, 자신이 지금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주는 일. 그 단계를 넘어 아이들이 더 많이 아프거나 자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선입견이 강해서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큰맘 먹고 찾아간 병원에서 가족 치료나 약물 치료를 권하면 더욱 펄쩍 뛴다. 애가 아픈 게 왜 내 탓이냐, 섣불리 약을 먹게 했다가 공부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아이가 자해를 하는 상황에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에 속이 상한다. 아무리 성적과 대학이 중요하다 해도, 아이들이 계속 아프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수연이와 현정이는 운이 좋았다. 그 애들에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고, 부모들은 대학이나 성공보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또한 아이에게 꾸준한 치료를 받게 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그 결과 아이들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운 좋은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애는 심한 우울증에 거식증까지 나타나는 중이었고, 자해 정도도 심각했다. 하지만 미애에게는 병원에 데려갈 어른도, 집에서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깊어 애정 결핍 증세가 있었지만 미애에게 돌아오는 것은 질책이나 비난이었다. 할머니는 애가 유별나다며 못마땅해 하시고, 아버지는 “나 참! 내가 저더러 돈을 벌어오라고 했나, 일을 하라고 했나. 책상에 편히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거 하나 못합니까? 나약해 빠져가지고….” 하며 병원 가기를 꺼렸다. 처음엔 황당했으나 가정 형편을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매주 반나절씩 생업을 중단하는 것도, 진료 때마다 2만 원이 넘는 비용을 무기한 감당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병원에 데려갔지만, 일주일에 사흘만 진료하는 청소년 담당의는 가족 치료가 절실한 상황에 부모가 병원에 오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약 관리도 해야 하고 진료비 문제도 있는데 왜 학교와 연계된 전문상담센터나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 사설 병원에 데리고 오는지도 의아해했다. 연계 기관은커녕, 상담 전담 교사조차 한 명도 없는 것이 학교 현실이다. 그런 게 아예 없다고 말하자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이 세상이 아이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병들게 하고 있지 않나.


학벌에 광분하니 성적 때문에 병들고, 외모를 우선시하니 열등감과 다이어트로 병든다. 물신이 지배하니 돈이 없으면 가족도 모여 살 수 없고, 남겨진 아이는 정서 불안과 애정 결핍으로 병든다. 짜증난다며 남의 교과서를 순간접착제로 붙여버리는 아이, 분노 조절 장애로 수업 시간에 책상을 뒤엎는 아이, 시험 한 달 전부터 스트레스로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도 생긴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표출하고 있지만, 실은 모두 마음에 병이 난 것이다. 병든 아이들에게 ‘너만 힘든 것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하고 잘못된 처방이다. 병은 낫도록 도와주어야지, 견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마음씨가 얼마나 고운가에 관심이 없는 세상은 이상한 세상이다. 사람의 출신 대학과 외모, 재산 여부에만 관심이 많은 세상은 병든 세상이다. 병들고 아파도 돈 있는 사람만 치료받는 세상은 미친 세상이다. 미숙한 부모는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하고, 어리석은 교사와 학교는 1등 아이의 성적으로 자기 능력을 과시하려 하며, 나쁜 정권은 이들을 부채질하여 병들고 미친 세상을 고착화하려 한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나. 모든 아이들이 세상의 기준에 맞게 ‘성공’할 수는 없다. 모두가 다 알면서, 대부분 외면하는 진실이다. 성적과 외모로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고, 저마다 생긴 대로 살아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현주 목사님의 말씀을 따온 우리 반 급훈을,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싶다.


“있는 그대로 참 아름다운 너!”

이상한 세상

내가 아주 어릴 적
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쁘게 자라 착한 사람이 돼라”고.
착한 게 뭔지 잘 몰랐지만
그냥 그 말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성적표라는 것을
받아오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그냥 공부라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 말고
착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더니
“바보 돼서 뭐하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릴 적은 착해지라더니
엄마가 바본지 내가 바본지.
그냥 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국어시간에 시읽기2》 153쪽에 실린 학생의 시.

 

↘글을 쓴 꿈꾸는 바람 님은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공부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무척 괴로웠지만, 이런 일들이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매우 많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답니다. 아이들을 위해 소속 학교와 실명을 밝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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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그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녀들은 내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꽃미남이냐고요? 보자마자 “와~”라며 탄성을 지르는 이도 있지만 누군가를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잘생기진 않았습니다. 이들은 내 외모보다는 내가 품고 있는 자연의 향취를 즐기며, 내 장점들을 재빨리 알아보고 포용할 만큼 영민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산 318번지에 살고 있는, 스물한 살 난 유자나무입니다.

 
밀림 속 유자나무?

한려수도 남해 바닷가 돌산섬에 자리한 두란농장. 1988년부터 이곳에서 내 친구 김광부(66세) 씨와 동고동락 해왔습니다. 그는 한때 큰 배의 선장으로 오대양을 누비던 바다 사나이였으나 푸른 숲이 그리워 고향에 돌아와 산을 개간하고 3천 그루의 유자나무를 심었습니다. 왜 하필 나였냐고요? 나뭇가지에 달린 노란빛 유자 열매가 보석처럼 찬란하고 예뻤다고 합니다. 귀하게 얻은 막내딸을 보자마자 동글동글한 야생 콩란을 닮았다며 ‘두란(豆蘭)’이란 환상적인 이름을 붙인걸 보면 그에겐 그리 뜬금없는 일도 아닌 듯싶습니다.

 
농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대개 눈을 동그랗고 뜨고 이렇게 묻곤 합니다. “아니, 유자는 어디 있습니까?” 하긴 모눈종이에 점찍듯 평지에 일렬종대로 심어진 유자나무, 유자밭만 봐왔던 그들 눈에는 내가 쉽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나는 남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쪽 언덕 위, 오동나무 건너편, 소나무 앞에 있습니다. 옆에는 후박나무가 있고, 저 멀리 산벚나무, 대나무, 찔레넝쿨도 있습니다. 고사리, 취, 둥굴레, 산마, 하수오까지 지천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농장이 아니라 울창한 숲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옛날 옛적 내 먼 조상들이 그랬듯 말입니다.

 

마침내 면이 섰습니다

 
김광복 씨는 인공적인 것이라면 질색을 합니다. 플라스틱도 싫어하고 시멘트도 싫어합니다. 농장 입구 길을 시멘트로 포장한 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연히 농약도 싫어할 밖에요. 그래서 이날 이때껏 농약이란 건 단 한 방울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80년대는 바야흐로 대량 생산의 시대였고, 질보다 양이 더 높은 가치였습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약에 취해 해롱댈 때 나는 김 씨의 기대 속에서 맨 정신으로 버텼습니다.

 

남들 눈에는 우리가 우습고 한심스럽게 보였나봅니다. 하루는 농업을 담당한다는 관리들이 찾아와 온갖 잡목으로 우거진 이 곳을 보고는 “이게 무슨 농장이냐”며 혀를 끌끌 차는 걸로 시작해, 나를 향해 “에게, 몇 개 달리지도 않았네”라며 속을 뒤집어 놓은 일도 있습니다. 관행농으로 재배하는 유자나무가 7년이면 첫 수확을 하는데 반해, 나는 적어도 12,13년은 지나야 수확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뭘 몰라도 한참 몰랐던 거지요.

 

남해의 따뜻한 날씨 속에 바닷바람과 풍부한 햇볕을 흠뻑 빨아들이며 뿌리부터 힘을 키울 동안 김씨는 부지런히 퇴비를 만들어 지게에 얹고는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뿌려주었습니다. 닭똥과 톱밥, 설탕을 섞어 발효시킨 것부터 쌀겨, 여수의 멸치공장에서 나온 멸치가루까지!

 

2005년 드디어 유기농농산물 판매처에 유자 열매를 팔고나서 받은 돈은 일금 12만 원. 팔수도 있구나,라고 감격스러워하는 그를 보며 비로소 면이 섰습니다. 나를 믿고 끝까지 기다려준 그가 참 고맙습니다.

 
과잉보호는 사양합니다

 
내가 한 해 동안 얼마나 바쁘게, 또 열심히 살고 있는지 알려드리면 이렇습니다.

4월에 첫 순을 내고, 5월이면 꽃을 피웁니다. 열매가 그러하듯 꽃도 향이 기가 막힙니다. 6월에는 작은 사탕알 만한 연둣빛 열매를 냅니다. 차츰 알이 굵어지고 노란빛을 띠어 10월 말쯤에는 전체가 노랗게 변합니다. 9월까지는 즙이 많지만 10,11월쯤 되면 즙이 줄어들면서 껍질이 두꺼워집니다. 유자 열매는 추워야 본격적으로 익으니 맛과 향은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가장 좋습니다. 따낸 열매는 생육으로 팔기도 하고, 즙이나 차로 만들어 내놓기도 합니다. 이듬해 봄까지 김씨는 1만 5천여 평 숲 속을 누비며 도장지(웃자람가지)를 쳐냅니다. 가지가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쭉 뻗으면 열매를 잘 맺지 못하니까 일일이 손으로 잘라주는 겁니다.

 

나는 물을 무척 많이 먹는 나무입니다만, ‘자연 그대로’를 외치는 그는 일부러 물을 더 주는 법이 없습니다. 덕분에 빗물과 바닷바람이 실어다 주는 짭조름한 물까지 잘 빨아들이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가는 중입니다. 힘들지 않냐고요? 글쎄요, 과잉보호는 사양합니다.

 

특히, 겨울에 안성맞춤

 
이제 열매 자랑을 좀 해볼까 합니다.

향은, 가히 감동적입니다! 모두들 내 앞에서는 코를 벌름거리며 무장해제 됩니다. 향수나 화장수, 방향제의 원료로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특유의 오일 성분은 피부에 좋은 영향을 발휘합니다. 영양도 풍부합니다. 비타민C의 함량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사과의 25배, 레몬의 3배로 과일 중 단연 으뜸입니다. 칼슘도 사과, 바나나보다 무려 10배나 더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 아이의 뼈 성장에, 어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8종류의 유기산 중 가장 많이 든 것은 구연산으로 이 성분은 비타민C와 함께 피로 회복에 좋습니다. 현미에 든 비타민B1도 있으니 평소 백미 먹는 이에게 권할 만하지요.

 

플라보노이드, 히스페리딘같은 항암성분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해주어 뇌졸중을 예방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술독을 풀어주어 음주자에게 좋다고도 나와 있습니다. 사시사철 곁에 두고 먹어도 좋지만 이맘때면 감기가 잦고, 줄어든 일조량으로 쉽게 피로해지며, 피부가 건조해지고,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특히 겨울에 먹기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껍데기! 건더기까지 꼭꼭 씹어 먹고

 

 

열매는 무척 시어서 그냥 먹기 보다는 껍질과 과육을 얇게 저민 다음 설탕에 절여 차로 즐겨 먹습니다. 생즙을 내어 주스처럼 마시기도 합니다. 즙과 물을 2대 8 비율로 섞고 꿀을 한 숟가락 넣어 마시면 피로 회복에 그만입니다. 만약 차로 먹는다면 뜨거운 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권합니다. 비타민C는 뜨거운 물에 약하니 말입니다.

 

유자차의 활용은 무궁무진합니다. 잼처럼 빵에 발라먹어도 좋고, 샐러드에 끼얹을 드레싱을 만들 때 넣으면 향긋함과 새콤함이 샐러드의 격을 한층 높여줍니다. 생선 조림에 넣는다면 유자향이 비린내를 물리쳐 평범한 조림 요리의 반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유자약식과 유자설기, 유자양갱, 유자카스텔라, 유자머핀, 유자셔벗도 일품입니다. 유자 넣은 유자식혜, 유자식초, 유자술도 있습니다. 기억하기 어렵다고요? 꿀, 조청, 물엿, 설탕 대신! 그리고 상큼한 향이 필요한 어느 음식에든 넣으십시오.

 

여름이 지나면 유자차의 색이 변할 수 있는데, 냉동실에 두고 먹을 만큼만 덜어 냉장고에 보관한다면 변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유자차를 마실 때 건더기를 먹지 않는 이들이 많은데 그 영양을 생각한다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유자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노란 겉껍질, 흰 속껍질, 과육, 씨를 각각 한약재로 만들어 치료에 사용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좋은 영양들 거의가 과육보다 껍질에 몰려있으니 건더기까지 꼭꼭 씹어 모두 드십시오. 잘 만들어진 유자차라면 쫀득쫀득 씹힐 겁니다.

 

울퉁불퉁 못생겨야 진짜

       

 


마지막으로 당부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내년에는 부디, 내 열매를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유자는 12월 초순이 가장 잘 익었을 때이고, 맛있을 때입니다.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기쁘고 고마운 일이나 10월부터 성화를 하는 통에 좌불안석입니다. 나는 성장촉진제를 먹지 않는 유자입니다. 때때로 김 씨는 너무 오래 품고 있게 하여 미안하다고 하지만, 마지막 한 알까지 잘 키워내는 것은 나의 중요한 소임입니다. 남들보다 빨리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딱 알맞은 때에 더불어 먹겠다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 열매는 예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울퉁불퉁 거뭇거뭇 못생겼을 겁니다. 죽었다 깨나도 말간 얼굴은 될 수 없습니다. 울퉁불퉁하고 온통 노르스름하며 두툼한 껍질, 그것이 내 열매의 참 모습입니다.

 

올 겨울도 나와 함께 건강하길, 내가 지닌 향과 영양으로 몸의 감기는 물론 마음의 감기도 말끔히 치유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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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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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한 살의 김재홍 씨는 왜 옛길을 걷느냐는 물음에는 머뭇거렸지만 꿈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바로 말문을 열었다. 마흔에 길을 걷고부터 세상일에 유순해졌고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었으며 꿈이 생겼다. 그의 변화를 듣고 나니 그가 걷고 있는 옛길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2000년 김재홍 씨는 아내 송연 씨와 함께 내면의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해 인도여행을 계획했고 그 전초전으로 동해안 도보여행에 나섰다. 길을 걸으며 우리 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마침내 옛길 탐사를 시작했다.《대동여지도》,《해동지도》와 같은 옛 지도와 옛 문헌을 사전조사하고 마을에 가서 어르신들의 구술을 받아 옛길의 흔적을 좇았다. 그들이 걸은 길은 영남대로(서울~부산) 950리, 삼남대로(서울~해남) 970리를 포함하여 무려 4천㎞가 넘는다. 2005년에는 옛길을 발굴하고 복원하자는 소박한 마음을 정리한《옛길을 가다》라는 책도 펴냈으며 지금은 경기도 의정부에서 ‘옛길 따라’라는 주막집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경흥의 서수라까지 연결했던 옛 경흥대로가 뻗어 있다는 이유로 건물 3층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가게 자리를 얻었다. 또한 발로 뛰며 모은 옛 지도와 자료, 그리고 생생한 경험이 담긴 여행기를 인터넷 사이트 ‘자유촌(www.jayuchon.com)’에 올려 옛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겨울의 초입, ‘옛길 따라’에서 김재홍 씨를 만났다.

 

몇 시간을 걷다보니 사람이 그리워졌다.
걷지 않았으면 더 망가졌을 것이다.
덜어내는 법, 핑계대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인도에는 다녀왔나. 아니. 우리 옛길을 걷느라 다른 나라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걷기 여행이 유행이다. 원래 도보여행을 즐겼나. 나는 속도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차를 몰고 나가서 부산에서 점심 먹고 목포에서 저녁 먹고 다시 의정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최대한 속도를 높여 내가 정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면 그뿐이었다. 인도 배낭여행에 앞서 우리 땅은 제대로 알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부산하면 떠오르는 게 해운대와 태종대가 고작이더라. 우리 땅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민망한 일이었다. 체력 훈련 겸 우리 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도보여행을 나서게 되었는데 첫날부터 발에 밤톨만한 물집이 잡혀 이틀 만에 포기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물집이 아물기를 기다려 목표했던 태안반도만 걷기로 했는데 이 땅의 무엇에 홀렸는지 걸음이 계속 이어져 동해안과 민통선을 거쳐 강화까지 내쳐 걸었다. 하지만 이런 여행으로는 우리 땅을 알았다고 장담할 수 없기에 고민 끝에 옛길이라는 화두를 붙잡게 되었다. 

 

옛길은 어떻게 찾았나.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길잡이로 해서 길을 찾는다. 조선시대의 옛길은 지금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길이다. 대동지지에 모두 열 개나 되는 큰길이 경로별로 자세히 적혀 있으나 수십 갈래로 변한 오늘의 길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옛길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난 그날부터 행복한 고생이 시작되었다. 옛 지도와 문서를 직접 뒤져 자료를 찾았다. 지금은 어디든 가면 지도를 살 수 있지만 2000년도만 해도 경기도 수원에 있는 국립지도원에 가서 신분증을 보여주어야만 5만분의 1 지도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한문세대가 아니다. 아버지 옥편을 잡고 뒤늦게 한자공부도 했다. 걸어서 보름 걸리는 삼남대로를 준비하는데 석 달이 걸렸다. 지금까지 고산자의 열 개의 길 중 다섯 곳을 다녔다. 옛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개발이 안 된 곳일수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곳일수록 많이 남아있다.

 

 

걷기에 좋은 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길도 있겠다. 도보여행에서 가장 기쁠 때가 흙을 밟을 때다. 너른 흙길은 환상적이다. 평소에는 걷지 못하는 이런 흙길이 남아있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한여름 찻길, 아스팔트 길은 열기가 대단하다. 지루하고 징그럽다. 짜증나고 불안하다. 어렸을 적에 걸었던 갯벌에 대한 추억이 그리워 처음 도보여행을 서해안으로 잡았는데 여러모로 힘든 길이었다. 해안선이 30% 넘게 사라졌다는 뉴스를 듣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갯벌이 아니라 방조제만 실컷 걷다왔다.
 

길은 쉽게 사라지지도 생겨나지도 않는다. 길이란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 길이 길을 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물에게도 그들의 가족과 무리를 잇는 길이 있을 텐데 길을 만든다면서 다른 길을 허투루 끊어도 되는 것인지. 누구든 생명의 길을 가질 권리가 있으니 길을 사람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길을 걸으면서 삶의 근거와 정서가 인위적으로 갈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옛길을 따라 걷는 것은 옛사람과 함께 가장 원시적인 걸음으로 미래로 향하는 가슴 따뜻한 여행이자 끝이 없는 여행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걷는다는 것, 걸음은 곧 만남이다. 걸으면 내 밖의 세상과도 만날 수가 있다. 더구나 옛길은 옛사람과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 길에 얽힌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람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이 조선의 문화와 경제를 이어주던 한양 천릿길을 일제가 어떻게 바꾸며 왜곡했는지 또 자동차에 의해 소멸한 길이 어떻게 부활했는지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기에 옛길은 살아 숨쉬는 역사박물관이자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자이기도 하다. 어렵사리 찾아낸 길에서 나라를 구해낸 이순신 장군의 발자국을 좇는 영광이며, 유배가는 다산 정약용의 탄식을 듣기도 한다. 어사또 이몽룡의 금의환향을 따르기도 한다. 옛길에서 옛사람을 만난다. 고산자 할배, 심청이와도 이야기를 나눈다. 길에 서면 누가 어떤 일로 어떤 아픔과 설움과 기쁨을 가지고 갔는지가 보인다. 또 걸을수록 원시가 미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걷다보니 자동차가 정말 몹쓸 존재인거다. 걷고부터 운전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도 안 쓴다.

 

걷고 나서 또 무엇이 달라졌나. 지금은 사람이 곧 길이다, 라고까지 말하지만 처음에는 사람을 피해 걸었다. 현지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는 마음도 있었고 사람이 싫어서이기도 했다. 내가 원래 모가 많이 난 사람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봐 넘기기가 힘들었다. 헌데 혼자서 몇 시간을 걷다보니 사람이 그리워졌다. 걷지 않았으면 더 망가졌을 것이다. 덜어내는 법, 핑계대지 않는 법을 배웠다. 걸으며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어떤 세상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나이자 내 몸뚱이였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여행 중에는 소소한 다툼이 잦다. 부부끼리 의견 충돌도 꽤 있었겠다.
내가 함께 떠나자고 아내를 꼬드겼다. 해안선을 따라 걸을 때는 나 혼자였기에 입에서 곰팡이 냄새가 날 지경이었다. 무척 외로웠다. 그래서 아내 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우리는 무엇을 정할 때 결정하기까지는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한 번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 함께 옛길을 걷자고 했을 때 아내는 적극적이었지만 생업까지 놓자는 의견에는 반대했다. 그러다가 끝내 결정을 해버리니 그대로 따라주었다. 출발 전 이 여행이 안 해도 될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걷기로 나선 길이었고 걷는 일에 대해서는 나나 아내나 아무 것도 모르니 명령이 아니라 의논을 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는 없던 의논하는 버릇이 생겼다. 매일 끼니를 고르는 일도 곤혹스러워 나중에는 서로 저녁은 당신이 골라라 그러면서 떠넘기곤 했다. 둘 이상의 여행에서 생각을 하나로 통일하려고 들면 다툼이 일어난다. 매사에 강요하면 안 되더라. 그래도 혼자 다니는 여행은 등 긁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서로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웃음) 

 

책에 짐 꾸리기에 대한 내용도 적어놓았던데 정말 그 정도면 충분할까. 도보여행을 처음 한다면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필요하다 싶은 것을 모두 싸들고 하루만 다녀보면 답이 절로 나온다. 그 다음 필요치 않은 것을 추려내 우체국을 찾아 집으로 부치면 금방 해결된다. 불안하니까 짐이 늘어나는 거다.  

 

짐 꾸리는 법을 찾듯 꿈도 길에서 찾은 것인가. 물론!(웃음) 2년만 다녀보자 했던 길이었는데 10년이 흘렀다. 길은 하나의 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람이라는 점과 점이 이어지면 마을이 되고, 다시 마을을 이어 마침내 길이 된다. 마치 몸의 핏줄과도 같다. 우리에게는 우리 고유의 길이 있었지만 어느덧 잊혀져가고 사라져 간다. 옛길은 기록해야 한다. 내가 기록하고 있는 지리지로 모든 이들이 옛길을 쉽게 접하고 내 뒤에 걷는 이들이 쉽게 걸었으면 좋겠다. 좀더 자료가 모이고 여유가 생긴다면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옛길학교를 열고 싶다. 우리의 아름다운 옛길과 옛길에 담긴 자연과 문화,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싶다. 당장은 올 겨울에 관동대로를 걸을 예정이다. 옛길에 널린 산딸기를 간식으로 먹을 수 없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15kg의 배낭을 짊어지고 걷기에 겨울은 충분히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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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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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골목 안 소문난 칼국수집. 칼국수에 곁들여 나오는 이곳 무생채는 새콤달콤하고 아삭해서 ‘리필’이 필수다. 집에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맛. 역시 할머니 손맛이야, 라며 오물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할머니가 들려준 맛의 비밀은? “식초도 좀 넣고… 마지막으로 사카린을 꼭 넣어. 아주 조금만 넣으면 돼. 그래도 맛이 나. 많이 넣으면 못써. 너무 달거든. 내가 이렇게 자세히 얘기를 해줘도 집에서 만들면 그 맛이 안 난대. 내가 손맛이 있나봐.” 흐흐… 사카린? 아, 그 사카린?! 정 많은 할머니의 사카린, 엄마의 올리고당, 짐승 아이돌이 선전하는 콜라 속 액상과당, 껌 속 자일리톨, 소주 속 스테비오사이드… 음식 속에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들어있는 단맛의 정체가 모두 설탕인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단맛을 멀리하고자 한다면 단맛에 씌워진 가면들도 낱낱이 익혀두어야 한다.

옛날 옛적 천연의 달콤한 영양 덩어리 꿀에서부터 비롯된 단맛의 역사는 지독하게 달기만 한, 난해한 화학기호 덩어리 인공감미료로까지 진화(혹은 퇴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첨가물 용어집 용어 설명에 의하면 감미료는 ‘식품에 단맛을 부여하는 식품첨가물’이라고 되어 있다. 전 세계에는 6천여 가지의 감미료가 존재한다. 감미료는 원료가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자연에서 얻어진 천연감미료와 화학적 기술을 이용해 얻어진 인공감미료(정식 명칭은 화학적 합성품), 가공 과정에서의 정제 여부에 따라 정제당과 비정제당, 탄수화물계냐 아니냐에 따라 탄수화물계 감미료(설탕 등)와 당뇨병 환자들이 주로 섭취하는 당알코올계 감미료(자일리톨 등), 체내에서 단백질처럼 소화 흡수되는 아미노산계(아스파탐 등) 같은 비탄수화물계 감미료, 설탕을 기준으로 한 단맛의 정도에 따라 저감미 감미료와 고감미 감미료, 영양성분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영양적 감미료와 비영양적 감미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꿀이나 설탕 같은 천연감미료는 대부분 영양적 감미료로, 먹으면 체내에서 대사되어 에너지를 만든다. 화학적 합성품인 인공감미료는 대부분 비영양적 감미료다. 비정제당에는 꿀, 엿, 조청, 비정제 설탕 등이, 정제당에는 정제 설탕(백설탕, 황설탕, 흑설탕), 물엿, 올리고당, 액상과당 등이 있다. 정제당은 사탕수수, 사탕무와 옥수수 전분 등이 원료인 천연감미료이지만 꽤 길고 복잡한 정제 과정을 통해 단맛만 빼낸 것이기 때문에 영양은 거의 없고 단맛만 있다는 점에서 인공감미료와 닮았다.




천연감미료에는 꿀과 사탕수수(무)로 만든 설탕, 곡식으로 만드는 엿, 뿌리에서 단맛이 나는 식물인 감초 외에도 당류인 포도당, 과당, 이성화당, 젖당 등이 있다. 인류가 맛본 최초의 단맛은 꿀이나 과일 같은 식물의 열매였을 것이다. 꿀이 얼마나 귀했는고 하니 일본의 옛 문헌에 따르면 백제의 왕자가 일본에 와서 직접 양봉을 가르쳤고,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이 왕비를 맞을 적에 보낸 폐백에 꿀이 들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꿀과 과일을 대신해 인간의 단맛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이 엿과 설탕이다. 서양이 사탕수수(무)에서 설탕을 얻기 위해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사탕수수 즙을 끓이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벌목해 숲을 파괴한데 반해 동양의 엿은 그 생산과정이 비교적 소박하고 평화롭다.

엿은 밥(곡식)에 엿기름물을 섞어 약한 불에서 오래도록 뭉근하게 고아(당화) 졸인 것이다. 엿기름은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틔운(발아) 다음 말려 가루를 낸 것이다. 싹이 틀 때 생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는 쌀의 전분과 반응하여 전분을 제일 작은 분자(단당류)로 쪼개어 달게 변화(당화)하도록 만든다. 밥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엿의 원료는 찹쌀, 멥쌀, 보리, 조, 수수, 옥수수, 고구마 등 전분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친환경 식품을 만드는 곳에서는 보리, 멥쌀, 찹쌀을 주로 쓰지만 보통 식품업체들은 값싼 옥수수가 대세다. 엿기름 대신
미생물에서 대량으로 뽑아낸 효소(아밀라아제)를 당화의 원료로 쓰는 곳도 늘고 있다.

굳은 형태로 되어 있는 엿을 과자처럼 먹었다면, 묽게 고아서 굳지 않은 엿인 조청은 설탕처럼 음식에 들어가 단맛을 내는 감미료의 역할을 담당했다. 짙은 갈색으로 설탕처럼 정제나 표백과정을 거치지 않아 각종 영양성분이 살아 있고 단맛이 온화한 것이 특징이다. 단맛이 조금 무겁고 음식의 색이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조림이나 고기를 재울 때 넣으면 윤기를 더해주고, 무침이나 볶음 요리를 만들 때 맨 나중에 조금 넣으면 오래 두고 먹어도 풍미와 빛깔이 유지된다.

조청은 묽은 엿이라는 의미에서 물엿이라고도 불리지만 현재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물엿과  조청은 엄연히 다르다. 조청을 닮은 물엿 옆에는 요리당, 올리고당들도 나란히 놓여 있다.

묽은 엿의 형태(물엿)인 전통적인 ‘조청’과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물엿’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원료와 묽기, 정제 여부다. 조청은 대개 쌀 등의 곡식으로 만드는데 비해 ‘물엿’은 값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고 있다. ‘조청물엿’이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유통되는 제품의 원료 역시 100% 옥수수이다.

제조과정으로 보면 원래 물엿은 조청의 전 단계로 물엿을 조금 더 오래 졸이면 조청이 되는 것이지만 시중의 물엿은 잘 굳고 끈적임이 심한 조청보다 농도가 묽어 사용이 간편하고, 표백이나 정제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색이 맑고 투명해 음식에 넣어도 음식 본래의 색이 그대로 유지된다. 볶음이나 구이, 무침 요리를 할 때 마지막에 넣으면 윤기가 나고 깔끔한 단맛을 더할 수 있어 많이 쓰인다. 과자회사들도 설탕 다음으로 물엿을 많이 쓴다.

요리당은 주재료가 설탕의 원료이다. 제품에 따라 올리고당이나 물엿이 더 들어가기도 하고 캐러멜 색소를 섞어 진한 색을 내기도 한다. 맑은 갈색으로 조청과 물엿보다는 달고 농도가 묽어 두루두루 사용하기 편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물엿이나 올리고당에 비해 뒷맛이 개운하지 않고 음식에 넣었을 때 윤기도 덜하다. 역시 정제과정을 거친 정제당이다.

올리고당은 설탕보다 덜 달다는 단점을 ‘건강한 단맛’으로 내세우며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감미료 중 하나다. 부엌에서의 쓰임이나 효능도 설탕, 조청, 물엿, 요리당을 아우른다. 식품회사에서도 앞 다투어 커피에 넣는 커피용 올리고당, 잼이나 시럽 대신 발라먹고 섞어먹는 어린이용 올리고당까지 내놓고 있다. 올리고당은 과자, 음료, 심지어 분유에도 들어있다. ‘섬유질과 영양분이 제거된 칼로리 덩어리’로 지탄받고 있는 설탕을 대신해 올리고당은 칼로리가 낮고 체내에서 수용성 식이섬유와 같은 작용을 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프락토 올리고당의 경우 비피더스 유산균의 먹이가 되어 균을 증식시킨다는 점도 올리고당의 이름값을 높이는 데 한 몫한다. 올리고당은 체내에서 소화효소에 반응하지 않는다. 소화 흡수율이 떨어진다. 올리고당을 저칼로리 식품으로 광고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섭취가 더디면 혈당치도 덜 올리고 충치도 만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올리고당은 과연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무결점 단맛일까. 프락토 올리고당의 원료는 아이러니하게도 원당이고 이소말토 올리고당은 간혹 쌀이거나 역시 옥수수다. 이들은 모두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 덩어리일 뿐 비타민이나 미네랄 같은 영양성분은 전무한 정제당이다.

올리고당은 양파, 우엉, 마늘 등에도 들었지만 그 양이 극히 적어 우리 몸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사람의 몸속에서 가까스로 만들어지는  올리고당이 인위적으로 갑자기 듬뿍 들어오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올리고당을 과량 섭취했을 때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설사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식품학자들이 챙겨먹으라고 권하지도 않고, 효능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리고당을 고집할 요량이면 올리고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제품들이 정말 ‘순수’ 올리고당인지 따져봐야 한다. 다른 값싼 당류가 더 많이 들어간 경우도 꽤 있다. 또 설탕보다 단맛이 덜해 자칫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고도 덜 달게 먹었다고 착각하며 내심 흐뭇해할 수 있으니 먹는 동안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원료들이 수입해온 원당이나 옥수수 등인 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설탕을 대신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정제당이 올리고당이라면, 가공식품 회사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정제당은 액상과당이다. 거의 대부분의 음료에 액상과당이 들어간다. 

과당은 과일 속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류 중 가장 달고, 차가울수록 단맛이 더 강해진다. 첫맛은 상쾌하고 뒷맛은 깔끔하다. 결정 혹은 액상 형태로 팔리고 있는데 결정과당(꿀이나 과일에서 추출한 순수과당)은 우리가 직접 살 수 있지만 액상과당은 주로 가공식품 업체에 팔린다.

이쯤 보면 설탕의 대체당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 안병수 씨는 그의 책에서 ‘설탕보다 더 해롭다’고 단언한다. 과일이나 꿀이 아닌 옥수수에서 뽑아낸(또 옥수수!) 액상과당(HFCS: High Fructose Corn Syrup: 고과당 옥수수 시럽)은 설탕보다 6배쯤 더 달면서도 값은 훨씬 싸다. 액상과당은 식욕억제호르몬 분비를 줄이기 때문에 액상과당이 든 음식을 먹으면 배부른 것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된다. 설탕이 든 콜라를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건 한계가 있지만, 액상과당이 든 콜라는 훨씬 많은 양을 마실 수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먹고 싶어진다. 액상과당 섭취량과 비만율이 거의 동일하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쌓이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액상과당이 눈총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옥수수에서 뽑아낸 전분당이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콩과 함께 세계에서 유전자 조작이 가장 많이 되고 있는 식품 가운데 하나다. 액상과당은 과자, 빵,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주스, 드링크제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고과당 액상과당, 고과당시럽, 고순도과당, 옥수수시럽, 과당 함유 포도당 시럽은 모두 액상과당을 이르는 말이다. 간혹 물엿이라고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

정제당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비정제 설탕과 천연감미료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메이플 시럽, 아가베 시럽, 꿀가루 등의 천연감미료로는 가공 과정이 비교적 단순해 정제당에 비해 영양이 살아있다. 메이플 시럽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먹었다는 단풍나무 수액을 원료로 한 것이다. 꿀가루는 꿀을 건조시켜 만든 것으로 천연감미료, 설탕보다 조금 낮은 칼로리, 알칼리성 식품으로 선전되지만 꿀 외에 다른 당류가 섞인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살펴야 한다. 멕시코에서 나는 아가베 선인장(용설란의 일종)에서 추출한 아가베 시럽도 인기다. 설탕보다 달지만 칼로리며 당지수가 낮아 당뇨병 환자들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당이 70~90%에 달해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과당은 포도당처럼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는 않지만 지나치면 간에 지방이 쌓이게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천연감미료를 사용한 웰빙식품’이란 홍보문구 아래 자일리톨이 든 껌, 스테비오사이드가 든 소주, 에리스리톨이 든 커피믹스도 등장했다.

소주에 들어가 단맛을 내는 스테비오사이드(Stevioside)는 국화과 식물인 스테비아 잎에서 얻어지며 설탕보다 300배 강한 단맛을 낸다. 남아메리카 파라과이 주변이 원산지로 이곳 원주민들이 400년 이상 사용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에 세계 최초로 스테비아 잎에서 쓴맛을 빼고 단맛만 나는 스테비오사이드를 추출하는 화학적인 방법을 알아내고 30년 이상 감미료로 사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스테비오사이드의 안전성에 대한 의견은 아직 어지럽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허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식품원료가 아닌 식이보조제로 허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는 허가를 보류한 상태다. 실험에서 매우 낮기는 하지만 급성 독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음료, 술 등에 사용되고 있다. 청량음료, 커피, 홍차는 물론 어묵이나 소시지, 건어물에도 들어간다. 간장에도 넣어 구수한 맛을 더 한다. 인체에서 대사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기에(한편에서는 체내에서 분해되어 해로운 물질로 바뀐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빙과류에 설탕 대신 넣어 칼로리는 줄이고 청량감을 높인다.
 
청량감을 내는 당알코올의 일종인 자일리톨(Xylitol)은 자일로스라는 천연 당류에 수소첨가 반응을 시켜서 얻는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자일로스를 화학첨가물로 분류한다.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일리톨을 먹지 않는 충치균은 번식을 할 수 없고 결국 굶어(?) 죽는다. 몸속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않는 것도 우리 몸이 자일리톨이라는 물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칼로리는 낮지만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날 수도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커피믹스에 설탕 대신 들어가 ‘칼로리는 반으로 커피 맛은 그대로’ 유지시켜 준다는 에리스리톨(Erythritol), 1일 섭취 허용량이 특별히 제한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기가공식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소르비톨(D-Sorbitol)을 비롯해 이노시톨, 말티톨, 만니톨, 락티톨, 이소말트 등 자일리톨과 같은 당알코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인공감미료는 ‘단맛이 나는 화학적 합성품’으로 합성감미료, (설탕을 대신한) 대체감미료로도 불린다. 대부분의 인공감미료는 고감도 저칼로리 감미료로 뇌를 자극해 설탕의 수백 배나 되는 강한 단맛을 느끼게 하지만 영양소는 제로에 가까워 주로 당뇨병 환자와 비만 환자용으로 이용되었다. 인공감미료는 식품포장지에 용도와 명칭(예를 들어 합성감미료(수크랄로스))이 표시된다.

인류 최초의 인공감미료는 로마인이 만든 사파(Sapa)였다. 당시 포도주는 신맛이 무척 강했기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포도주에 단맛 나는 사파를 넣어 팔았다. 사파는 포도주스를 납주전자에 넣고 거의 말라붙을 때까지 졸여 만든 것으로 주성분이 아세트산납이라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 화합물이다. 사파에서 비롯된 납중독은 정신 불안증과 불임 등을 불러 왔고 결국 이것이 로마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감미료는 처음부터 식품첨가물로 연구·개발되기보다는 화학자들이 다른 연구 도중 우연히 발견한 경우가 많다. 현대의 인공감미료들이 갖는 공통점은 대개 이렇다. 첫째, 설탕과 같은 무색무취의 가루이거나 가루에 가깝다. 그래야 운반, 보관, 사용이 간편하다. 꿀이 가공식품에 좀 더 적극적으로 쓰이지 못한 것은 값도 값이려니와 꿀 고유의 빛깔과 맛, 향이 있고 액상형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 지독하게 달다. 달면 달수록 좋다. 단맛이 강할수록 아주 조금만 넣어도 되니 제품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칼로리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셋째, 그저 달기만 하다. 어느 식품에나 두루 넣으려면 자칫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영양 성분은 모조리 사라지고 오직 단맛만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맛이 중립적”이라고 표현한다. 넷째, 소화 흡수가 되지 않고 그대로 몸 밖으로 배출되어 칼로리가 거의 없다. 당뇨병과 체중 감량을 평생의 숙제로 삼고 있는 현대인들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

인공감미료의 유해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06년 국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를 열어 그때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모두 재검토한 뒤 식품첨가물로 안전하다,고 공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분자니까 괜찮다’는 가공식품 회사와 ‘한 분자라도 해롭다’는 학자들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참고자료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안병수, 국일미디어), 《설탕》(박은주, 김영사),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아베 쓰카사, 국일미디어), 《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 질병을 키우는 모든 음식에 관한 충격보고서》(윌리엄 레이몽, 랜덤하우스), 《비만의 제국》(그렉 크리처, 한스미디어) 《식품진단서》(조 슈워츠, 바다출판사), 《탄수화물 중독증》(잭 컬럼, 북라인), 식품의약안전청 식품첨가물 정보망(fa.kfd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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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혹은 빠르게 황폐해져가는 자연 환경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출발한 각각의 선한 의지가 만난 곳은 뜻밖에도 ‘저 푸른 초원’ 같은 밥상이다. 논과 밭, 들에서 난 풍성한 식물성 먹을거리들로 밥상을 차리는 이들을 만났다.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서울중앙교회 채식 동호회가 운영하는 채식 뷔페 식당, 그리고 요리책《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과《자연을 담은 사계절 밥상》을 펴낸 녹색연합이 들려주는, 고기 뿐 아니라 먹는 일에서 비롯된 갖가지 고민과 깨달음. 

 

 

 빈그릇 운동하는 정토회

 

 

고기를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속세의 신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중에는 불살생계라는 것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 신자는 육식을 절대 금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토회는 불교수행공동체로 스스로 고기를 탐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다. 부처 생전에도 탁발 중에 받은 돼지고기는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일부러 찾아 먹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음식을 대접받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이미 차려진 음식에 대해서는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수행자는 음식을 탐하지 않으며 음식에 집착해서도 안 되지만, 좋고 나쁨을 가려 먹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토회가 지향하는 밥상의 특징은 채식 위주의 상차림이다. 제철에 나는 국내산 잎 줄기 뿌리 열매 채소를 고루 사용한다. 반드시 친환경농산물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고민이 있었으나 신자들의 시주로 살림을 꾸리다보니 값이 비싼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봄 여름에는 잎 열매 채소, 가을에는 열매 뿌리 채소, 겨울에는 말린 나물을 주로 쓴다. 버섯,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매일 다양하게 올리는 것도 특징이다.


인공조미료와 사사로운 마음을 일으켜 수행을 방해하는 오신채(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는 쓰지 않는다. 간은 심심하게 맵지 않게 해 재료 본연의 맛을 내려고 애쓴다.


정토회의 밥상은 필수 영양소를 따지며 차려내는 완벽한 밥상이 아니다. 공양간에 재료가 워낙 없기도 하지만 그날 메뉴는 전날 들어온 보시와 공양간 당번에 따라 자주 달라진다. 누가 텃밭에서 딴 상추를 한 아름 보시해주면 상추쌈이 오르고 햇감자를 주면 감자밥에 감자 반찬으로 상이 차려진다. 조리법은 그날 공양간 당번이 무얼 잘 만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웃음)  


제철 과일을 즐겨먹으려고 하지만 과일 값이 비싸서 자주 올리지는 못한다. 수박은 껍질 처리가 곤혹스러워서 수행자들의 영양을 고려해 그들 밥상에만 내고 보시가 들어오지 않는 한 신자들의 밥상에는 잘 내지 않는다. 이제껏 음식물 쓰레기가 법당 밖으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 200여 명이 식사를 할 때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1.5kg 남짓으로 지렁이가 모두 해결한다. 달리 원칙이랄 것이 없는 소박한 밥상이지만 절대 금하는 것이 있으니 쌀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토회에서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얼마나 남기지 않고 먹느냐를 특히 더 신경 쓴다. 음식물 쓰레기 운동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공양간에는 “먹을 만큼 가져가기, 다 먹은 후 닦아 먹기, 자기가 먹은 그릇 설거지 해놓기”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설거지는 쌀뜨물로 씻고, 맑은 물로 씻고, 또 한 번 씻는 것으로 끝낸다. 어떤 이는 더럽다고 하는데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는 그릇이 더 더럽지 않을까.

 

 

정토회 밥상만의 맛내기 비법이 있다면


다시마와 표고버섯으로 육수를 낸다. 국은 대부분 버섯을 함께 넣어 끓인다. 간은 직접 담근 간장으로 맞춘다. 볶음이나 국에 고소한 들깨가루를 많이 넣는다. 참기름은 비싸기 때문에 들기름을 주로 사용한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는 다시마와 표고버섯 다린 육수에 늙은 호박을 넣어 단맛을 맞춘다. 보통 때 담그는 배추김치에는 사과를 갈아 넣는다. 달리 더 특별한 비법은 없다. 음식을 담당하는 보살들이 대부분 가정주부들이기 때문에 평범한 집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는 법


일반 신자들은 평소에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을 섭취할 테니 채소 중심으로 차려내는데 반해, 이곳에서 세 끼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수행자들은 영양을 고루 섭취하도록 신경을 쓴다. 밥에는 콩을 매일 넣는다. 두부나 콩으로 단백질을, 참기름이나 들기름, 들깨가루로 지방을, 김 파래 미역들과 제철에 나는 채소나 과일로 비타민을 보충하려고 애쓴다. 특히 콩과 두부, 버섯은 떨어지는 법이 없다. 수행자들이 두부에 갖는 애정은 각별하다.

 

 

고기의 유혹을 이기고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음식은 


가을이니까 고사리 토란대 두부탕과 표고버섯 탕수가 좋겠다. 두부탕은 고기 먹은 것처럼 속이 든든하고 버섯 탕수는 탕수육 대신이다. 수행자들 사이에는 ‘고기 뺀 뭐뭐’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돼지뼈를 뺀 감자탕, 닭 없는 닭볶음탕, 고기 뺀 탕수육 같은 거. 감자탕의 양념을 여느 감자탕과 똑같이 해 감자나 당근, 버섯, 양배추를 듬뿍 넣는 거다. 맛이 거의 같다. 생선회 대신 버섯회를 먹고.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까


맛을 탐닉해서 고기를 즐겨 먹어서는 안 된다. 늘 고기를 먹다 보면 닭이나 소를 볼 때마다 ‘고것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다’는 살심을 자신도 모르게 일으키기 쉽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수단으로 전도시켜 봄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망각하고 살생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식사 시 기도가 있다면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이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무불(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나무승(스님들께 귀의합니다), 나무법(부처님 법에 귀의합니다). 

 

 

* 빈그릇운동이란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는 소박한 실천으로 환경을 살리고, 지구 저편의 굶주리는 이웃들을 살리는 ‘비움과 나눔’의 운동이다. 자발적인 자기 서약을 통해 음식의 소중함과 남은 음식물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150여만 명 이상이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환경부와 함께 매해 200여 개 학교에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른들보다 쉽게 공감하고 실천이 꾸준해서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 


 


 채식 권하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리에서 고기를 절대 금하는 것은 아니다. 되도록이면 먹지 않도록, 먹더라도 덜 먹도록 권한다. 교인들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으며, 소수이긴 하지만 고기를 먹는 사람도 물론 있다.


채식은 태초에 창조주가 인류에게 일러준 식생활이랄 수 있다. 창세기 1장 29절에는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채소와 과일(열매), 곡식, 견과류 중심의 식생활을 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하나님이 만든 같은 피조물이다.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이고 곧 피조물 사랑이기도 하다. 또 채식을 하면 영혼이 맑아져 하나님과 막히지 않고 잘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믿는다.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인류가 생존하면서 망가지는 환경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지연시켜보자는 의미도 있다. 하나님과 선조로부터 받은 환경과 자연을 풍족하게 누리고 살았지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없다. 너무 많이 훼손시켰다. 봄이면 논에 고인 물도 떠먹었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파국을 좀 더 지연시키고 환경을 보존하는 방법이 채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패류도 안 먹는다. 육지와 바다 사이에 있는 개펄은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어패류도 먹지 않는다. 

 


 
서울중앙교회 채식동호회가 운영하는 채식 뷔페 식당이 지향하는 밥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일단, 육류와 어패류는 상에 올리지 않는다. 우유와 달걀도 없다. 순수한 채식 식단이다. 그리고 모든 원료는 제철, 국내에서 난 유기농산물을 원칙으로 하는데 여의치 않아 수입산, 일반 농산물을 사용할 때도 있다. 유기농 율무는 값이 너무 비싸 아쉽지만 국내산으로 한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값을 올려 받아야 한다. 건포도와 캐슈넛, 아몬드 같은 견과류는 부득이하게 수입산을 쓴다. 전체 식재료 중 국내산 유기농이 아닌 것들의 비율은 최대 8~9%를 넘지 않는다. 곡식과 채소는 모두 국내 유기농산물로 계약 재배를 통해 전국에서 공급받는다.


기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할 때 아주 조금만 넣는다. 참깨나 들깨는 통으로 혹은 가루를 내어 사용한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다. 짜고 매운 맛을 지양하고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그대로 살린다. 볶고 튀기기보다는 찌고 삶는다.


재료를 씻을 때도, 식초물로 씻고, 과일은 밀가루를 풀어 닦는다. 식초, 설탕은 거의 쓰지 않는다.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식혜 만들 때도 조청을 넣어서 여느 집 식혜보다 훨씬 덜 달게 만든다. 그래서 손님 중에는 환자들이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많다.


식사 예절이 있다면, 식사 중에 물을 마시지 말고 식간에 마시도록 권한다. 그리고 우리 식당은 뷔페식이지만 다른 곳처럼 음식을 산처럼 쌓아서 먹거나 많이 남기는 이가 드물다. 탐식, 과식은 독이다.

 

 

채식 뷔페식당만의 맛내기 비법이 있다면


다시마, 양파, 마른 표고버섯을 한데 끓여 우려낸 물이 조미료와 기름을 대신한다. 김치 담글 때도 넣고 볶을 때, 나물 무칠 때도 넣는다. 요리법을 묻는 손님이 있으면 기꺼이 알려준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먹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는 법은


콩(단백질)과 버섯(단백질), 견과류(지방),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매일 올린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콩을 다양하게 요리한다. 밥 지을 때 섞는 것은 기본이고, 콩으로 만든 밀고기도 매일 낸다. 곡식은 거의 정제하지 않은 통곡을 사용한다. 율무도 껍질을 벗기지 않는 율무를 쓴다. 견과류에 든 불포화지방산은 고기 지방보다 훨씬 사람 몸에 좋다. 매일 호두, 아몬드, 캐슈넛 등을 몇 알씩 먹는 것이 좋다. 아마씨는 오메가3도 풍부하고 혈압도 조절해준다. 단, 땅콩은 잘 쓰지 않는데 산화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 생콩은 괜찮다.

 

 

고기 단백질 섭취에 대한 의무감과 그 맛의 유혹을 이기고자 애쓰는 이들을 위한 음식을 추천하면


콩탕! 단백질이 풍부한 흰콩을 불려서 믹서에 갈아 배추, 양파 등 갖은 채소와 버섯을 넣고 끓이면 무척 고소하고 속도 든든하다.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까


옛날 소는 들판에 풀어 키웠다. 콩깍지를 썰어 여물을 주었다. 닭은 제 멋대로 풀을 뜯고 우리가 남긴 밥을 먹기도 했다. 집집마다 먹이는 것이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소나 닭도 똑같은,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라는 것을 먹는다. 이것들은 쇠고기나 닭고기를 먹은 우리의 몸에 고스란히 흡수된다.
꼭 먹어야한다면 자란 환경이나 먹이 등이 보장된 유기축산물을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사람이나 짐승이나 하나님이 만든 같은 피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식사 때 하는 기도가 있다면


기독교의 식사 기도는 알 테니 우리 식당 입구에 붙은 글로 대신한다. “웃으면서 입장하여 기분 좋게 식사하고 감사하게 나오시면 건강이 좋아집니다.”

 

 

8월 어느 날, 채식 뷔페상에 오른 음식들은


현미잡곡밥, 강원도찰옥수수팥밥, 팥죽, 버섯미역국, 콩으로 만든 밀 불고기, 양배추 물김치, 백김치, 버섯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볶음(당근 양파 피망을 함께 넣은), 된장으로 무친 두릅나물, 상추 등 갖가지 쌈채소, 오이고추, 쌈장, 양상추 샐러드, 채식 드레싱(오이, 샐러리 캐슈넛 두유를 갈아 만든), 잣 해바라기씨들을 박은통호밀식빵, 끓이지 않은 무설탕 건포도잼, 조청 식혜 등이었다.

 


도움말: 김광춘 종로 새생명 건강 동호회 채식 뷔페 식당

 

 

* 종로 새생명 건강 동호회 채식 뷔페 식당은


2002년 7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서울중앙교회 채식 동호회가 열었다. 삼육대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영양사가 자연식 건강요법을 바탕으로 식단을 짠다. 현재 가입 회원은 800여 명으로 유기농 채식식단을 기본으로 차려내기에 인기가 높다. 비회원도 식당 이용이 가능하다. 교회 지하에 있지만 신자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인근 직장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일 년에 두 번씩 일반인 대상 요리 강습도 한다. 운영시간은 매일(월~금요일) 낮 12시부터 2시까지이며 밥값은 비회원의 경우 1인 8,000원. 
☎ 02-3210-2151, 서울 종로구 견지동 74-2번지
지하 1층 서울중앙교회 내

 

 


 소박한 밥상 실천하는 녹색연합  

 

 

녹색연합에서 고기를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연합에는 ‘녹색인 수칙’이라는 게 있다. 녹색연합의 구성원이라며 적어도 이 정도는 실천하자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육식을 줄이고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문화 혹은 습관은 대량 사육으로 인한 환경 오염, 자원 고갈, 에너지 소비, 쓰레기 발생 등의 직접적인 환경문제를 일으킨다. 또 과잉은 우리 몸의 균형도 깨트린다. 녹색연합은 생명존중, 생태질서의 균형과 회복을 주요한 활동 목표로 갖고 있다. 육식은 오래된 문화이긴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는 생태질서를 파괴할 만큼 과도하게 많이 소비되고 사육과정에서 생명임을 존중하지도 않고 있다. 육식자체보다는 지금의 산업화된 대량 사육을 반대하는 것이랄 수 있다. 육식을 줄이는 것은 대량 사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행동이다.  

 


 
녹색연합이 지향하는 밥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녹색연합에서는 ‘음식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다. 우리가 어떤 밥상을 선택하느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결정짓는다. 유기농을 지지할 수 있고, 유기농업이 확산됨으로 인해 땅의 오염과 물의 오염을 막을 수 있고, 가까운 곳에서 나는 음식물을 선택해서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다. 또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 내 몸을 건강하게 할 수 도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음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일상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이것이 많은 환경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되도록 제철에 나는 음식, 에너지를 덜 쓰는 음식, 버리는 것이 적어 먹는 사람이나 환경에 부담이 적은 음식들을 만든다. 자연히 조리시간도 짧고, 설거지에 세제를 쓰게 되는 기름진 요리도 잘 하지 않는다. 식탁에 차려진 것만이 아니라 재료가 나고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일까지 요리의 한 과정이 되는 거다.


재료 선택에서 가장 우선은 국내산, 제철, 그리고 유기농이다. 유기농이 아닌 국내산과 수입 유기농산물이 있다면 국내산을 선택하고, 가공식품보다는 되도록 온전한 형태의 재료를 선택한다. 
식사원칙 같은 건 따로 없다. 아, 딱 하나! 적당히 준비하고 절대 남기지 않는다! 

 


 
녹색연합 밥상만의 맛내기 비법이 있다면


된장찌개 같은 국물요리에 감자를 갈아 넣어보라. 훨씬 진하고 온기도 오래간다. 고기로 맛을 내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다. 기름이 들어간 음식이 맛있는 건 사실이지만, 요즘 우리 밥상은 기름 사용이 지나치다. 수분이 많은 채소는 센 불에 볶으면 물이 배어나와 눌러 붙지 않게 볶을 수 있다. 고소함은 덜해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설탕처럼 완전히 정제된 식품은 소화되는데 필요한 미량요소들이 모두 제거되었기 때문에 소화과정에서 몸속의 영양분을 빼앗아간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먼저 꿀이 있고, 쌀로 만든 조청, 말린 과일 등이 있다. 볶음요리를 할 땐 양파같이 단맛이 많은 채소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떡이나 단 간식을 만들 땐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을 넣어도 좋다.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는 법은


콩(단백질)과 버섯(단백질), 견과류(지방),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매일 올린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콩을 다양하게 요리한다. 밥 지을 때 섞는 것은 기본이고, 콩으로 만든 밀고기도 매일 낸다. 곡식은 거의 정제하지 않은 통곡을 사용한다. 율무도 껍질을 벗기지 않는 율무를 쓴다. 견과류에 든 불포화지방산은 고기 지방보다 훨씬 사람 몸에 좋다. 매일 호두, 아몬드, 캐슈넛 등을 몇 알씩 먹는 것이 좋다. 아마씨는 오메가3도 풍부하고 혈압도 조절해준다. 단, 땅콩은 잘 쓰지 않는데 산화가 빨리 일어나기때문이다. 아, 생콩은 괜찮다.
 

 
고기 단백질 섭취에 대한 의무감과 그 맛의 유혹을 이기고자 애쓰는 이들을 위한 음식을 추천해 달라 


이제 곧 고구마 수확철이다. 채식을 시작한 많은 분들이 만두의 유혹을 이야기한다.(웃음)  시중에 유통되는 만두는 채소만두든 김치만두든 다 고기가 들어간다. 고기 대신 감자와 고구마가 들어간 만두를 소개한다. 감자와 고구마를 으깨서 사용하면 속이 단단해 모양도 예쁘게 빚어지고 고기 못지않게 속도 든든하다. 


재료는 고기 빼고는 다른 만두와 거의 비슷하다. 만두피, 고구마, 감자, 당면, 숙주나물, 피망, 양파, 당근,, 깻잎, 소금,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냉장고에 있는 채소 아무거나! 만드는 방법은,


1. 당면과 숙주나물은 삶아서 잘게 자르고 피망, 양파, 당근은 다져서 볶는다.
2. 고구마와 감자는 삶아서 으깬 후 위의 채소들과 섞는다. 소금으로 간하고 단맛이 좋으면 조청도 넣는다. 고구마가 달기 때문에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난다.
3. 깻잎은 만두피보다 조금 작게 잘라서 준비한다.
4. 만두피에 깻잎을 깔고 속을 넣어서 예쁘게 빚는다.
5.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거나 찜통에 김을 올려서 쪄내면 끝. 소박한 밥상에서는 찐 만두가 인기가 더 좋다.

 

 

그래도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면


대량 사육의 문제는 항생제 과다 사용, 숲 파괴, 식량자원 고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육류 섭취의 증가는 대량 사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광우병 역시 대량 사육의 과정에서 생겨난 질병이랄 수 있다.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움직일 수 없게 한다든지 초식동물에게 고기찌꺼기가 들어간 사료를 먹이는 등 생명을 다룸에 있어 윤리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만약 고기를 먹게 된다면, 공장식 사육장에서 키우지 않고, GMO 사료ㆍ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은 유기축산물을 선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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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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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은 본능이지만 제대로 먹는 것은 기술이라고 한다. 내 아이에게 다른 그 무엇보다도 제대로 먹는 기술을 익히고 생활화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식문화를 남겨주고 싶은 게 부모들의 똑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점점 없어져 가는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역시 보이는 유혹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유혹으로부터는 나도 모르게 스며들고 있었다.


나름 음식에 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나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경악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흔히 가공품의 성분표시에서나 볼 수 있는 첨가물
이름들, 그 첨가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 다양한 첨가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있다.


뇌를 공격하고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L-글루탐산나트륨, 아이들이 즐겨 먹는 햄·소시지에 주로 사용된다는 강력한 발암물질 아질산나트륨, ‘핵산’이라는 유독성 화학물질의 DNA가 숨어 있는 정제유·탈지대두·대두단백 등 모두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이 외에도 오늘날 가공식품에 사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천연향료, 천연색소 또한 ‘천연’이라는 가면을 쓴 채 우리의 몸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MSG 無첨가의 비밀…투명한 소주의 불투명한 첨가물…트랜스지방 0g 안전표시 아니에요”



‘천연’이면 괜찮겠지 했건만. 아뿔싸! 어디 그것뿐이랴. ‘트랜스지방 0g’, ‘MSG 無첨가’라는 표시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오히려 2006년부터 시작된 식품완전표시제가 인공조미료를 둘러싼 '포우포드(사기식품)'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불완전한 식품완전표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눈을 어둡게 만들어버린 결과다.


읽다보면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그동안 잘 못 알고 있었던 음식에 관한 내용들도 바로잡아 주고, 똑똑하게 선택하고 바르게 먹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안내해준다.


“건강은 자연을 먹고 자란다”고 저자는 말한다. 21세기 ‘혼란의 식탁’이라는 현실에서 건전한 식품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식품업계가 해야 할 일, 소비자가 해야 할 일 모두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가족의 건강 파수꾼, 올바른 식생활!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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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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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입맛 없을 때, 매실 장아찌 최고?



고백하건데,
난 내년이면 20년차 주부다.
내 주위 몇몇분들은 살림도, 반찬도, 맛깔나고 알뜰하게 잘한다고 나에 대한 과한 평들을 가끔 해주시지만,
사실 지금까지 난 김치 한번, 장아찌 한번 담가본적 없는 무늬만 주부인 불량주부다.
친정이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어 그간 줄곧  김치며 각종 장아찌류, 매실액까지 내공이 깃든 엄마의 손맛이 어린
음식들을 공수해와 아쉬운줄 모르고 지내왔다.
이런 내가 올해엔 어찌하여 매실과 '친구'가 되게 되었다.





한살림 유기농 하동 매실 5kg를 구입했는데, 크기도 실하고 매실향이 향긋하니 보기만 해도 든든하더라구요.
그간 귀동냥으로 얻어 들은 담그는 법과  물품안내지에 소개된 레시피대로 깨끗이 씻어 꼭지 따놓고 보니
말갛고 더 잘생겨져 있더군요.



요렇게 씻어 말려서 꼭지 따놓은 매실은 매실과 설탕을 1:1로 한켜한켜 덮어서 담아놓기.
위쪽에는 매실이 보이지 않게 확실하게 설탕으로 덮개를 만들어 주었지요.
매실담그는 것을 그리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게 주위에서 들었던 얘기들인데,
담근 매실이 곰팡이가 폈다는둥, 벌레가 꼬였다는 둥 실로 무서운 얘기들만 들었던 터라
정말 레시피 그대로 정성껏 담가주었어요.

  
5kg 매실중에 크고 실한 놈 2kg 정도를 골라 매실장아찌를 담그려고 과육만 발라내었지요.
요 과정이 우찌나 더디고 지루하고 손이 저리고 힘든지..ㅠㅠ
옆에서 보던 남편이 드뎌 한마디 하더군요."매실갖고 하루죙일 씨름하냐?"고..


혼자서 저녁먹고 2시간을 다듬으니 1.5kg정도의 과육이 발라지더라구요..
음식은 정성이라더니..^^  그동안 친정엄마가 들였을 고됨이 절로 실감되었어요.


발라낸 과육은 설탕에 버무려 역시 설탕과 동량으로 담아준 후
위쪽에 설탕덮개를 도톰하게 해서 서늘한 곳에 놓아둡니다...



이렇게 해서 한 번 정도 저어주고
2주 정도 지난 후에 매실을 건져내고 작은언니 시댁표 시골고추장에 버무려 매실고추장장아찌를 만들었어요.^^




건져낸 매실은 꼬들꼬들 잘 절여져 있는 상태여서 병에 따로 고추장 넣어 김치냉장고에 숙성 시킨다고 보관해 두고,하루 먹을 분량의 매실은 고춧가루, 간장조금, 매실액, 볶은깨 넣어 무쳐놓았더니 그 깊고 진한 맛이 
정말 눈물 났더랬습니다. 아마도 내가 만들어 감동이 두배였지 않았나..?
벌써 반은 먹은 것 같은...~~ 흐미 아까버라~~
내년엔 잔뜩 만들라고요.. ㅎㅎ
매실 발라낼때 면박주던 남편도 요거에 된장찌개 내놓은 저녁상에 그만 껌벅죽더라구요. 넘 맛있다꼬..헤헤
무더운 여름철 입 맛 없을 때 장아찌 최고!!!
 
베란다 서늘한 곳에 놓아둔 매실액기스도 우려했던 일은 없이 요렇게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두어번 저어주라는 말에 아래 가라앉은 설탕과 동동 뜬 매실을 위아래로 훝어가며 녹여주는 과정을 거쳐주고..
담근지 90일~100일 지났을때 매실과 액기스를 분리해 주면 되지요..




요건 올해 첨으로 매장으로만 공급되었던 황매실..
황매실은 구연산함량이 청매실에 비해 월등히 많아 이미 오래전부터 생산 농가에서는
나무에서 황매로 익은 매실을 따서 액기스를 담았다고 하네요.
저도 한 상자 구입해서 한병 따로이 액기스를 담아났습니다.
지금 한창 피클용 오이며, 깻잎같은 절임용 채소들이 매장에 가득가득 볼때마다 아주 탐이 나던데..
이 참에 장아찌도 한번 도전해 봐?
저는 올해 월드컵 기간 매실갖고 부엌에서 놀고, 씨름하고, 친해지는 해였지요.
처음 도전했던 것치고 성과가 너무 좋네요.. 기특하네요.. 토닥토닥(내 등 두드려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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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 전에, 더 많은 아이들이 아토피나 천식으로 고생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알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는 것뿐인 듯하다."

 

 

미나리 밭에 대한 기억

 

지리산에 있는 교육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지리산 골짜기라 사용되는 모든 물은 지하수였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들어야 했던 이야기는 물이 부족하니 물을 아껴 쓰라는 말과 샴푸나 치약 등 합성세제 사용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물이 부족한 건 알겠지만 사용하는 세제 종류까지 까다롭게 제한한다고 생각하는 동안 세면장 옆에 있는 미나리 밭이 눈에 띄었다. 부엌과 세면장에서 쓰고 버린 물은 모두 미나리 밭으로 흘러들어 일차적으로 정화를 마치고 다시 계곡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합성세제는 미나리 밭이 소화할 수 없는 이물질이었기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아무리 미나리가 자라고 있어도 밭으로 구정물이 흘러드는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쓰고 버린 물이 밭으로 모여드는 모습은 내가 얼마만큼의 물을 쓰고 더럽히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오늘 아침 버린 세숫물이 어디로 갔는지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그 더러운 미나리 밭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미나리 밭을 핑계로 씻기를 게을리 했지만 모두들 비슷한 처지였으므로 기름진 머리를 탓하는 사람도, 깨끗하기를 강요하는 사람도 없었던 기억이다.

 

수돗물도 생수도 믿을 수 없어

 

이제 우리나라에서 수질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몇 없다. 당연히 수돗물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드물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이 전 국민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용인에 사는 박미정 씨는 결혼 9년차 주부다. 황토옹기로 정수한 물을 먹는 박미정 씨에게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단호하게 아니란다.

 

“염소 소독 등을 하니까 믿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다른 화학적 처리방법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음식도 조리 과정이 길어질수록 영양성분이 파괴되는데 물도 그런 처리 방법들이 늘어날수록 좋지 않은 거 아닐까요? 생수도 믿을 만하지 않아요. 생수도 유통기간이 있는데 소비자에게까지 오는 동안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할인점이나 식당 정수기에서 대장균이 나왔다는 보도를 보니 정수기도 못 믿겠더라고요.”

 

집에서 알칼리 정수기를 사용하는 정영희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수돗물은 정수장에서는 깨끗할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수도관을 지나오니까 불순물이 남아있을 거 같아요. 수도관 단면을 보여준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정말 말도 아니더라고요. 생수요? 생수는 거의 플라스틱 병에 담기는데 오래되면 환경호르몬이 나와서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수돗물, 생수, 지하수 모두 정말 안심하고 먹을 만한 물이 아니란다. 그럼 정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은 뭐냐는 질문에 대답은 확신이 없다. 정영희 씨는 정수한 물을 끓여 먹으면 좀 안전할 것 같다고 대답을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는 얼굴이다. 우리는 물에 대한, 특히 마시는 물에 대한 깊은 불신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황토구슬을 넣은 옹기를 사용하는 박미정 씨

 

 

이 물을 마시는 까닭

 

박미정 씨 집에 찾아가니 대나무 소쿠리에 황토구슬을 담아놓고 햇볕에 말리고 있다. 이렇게 말린 황토구슬을 옹기에 담고 그 안에 수돗물을 담아 24시간이 지나면 따라 마신다. 수돗물을 이렇게 마시게 된 이유를 물었다.

 

“어떤 할머니가 과일은 빛깔이 달라지면 버려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과일도 물을 먹고 자라는데 그 안에서 얼마나 썩었으면 빛깔이 달라지겠냐고,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내 몸에 들어가는 물도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미정 씨 가족이 황토구슬로 정수한 물, 즉 황토지장수를 마시기 전에는 보리차도 끓이고 정수기도 사용했었단다. 그러나 그 때는 물이 안전한지 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아이가 아토피와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먹는 물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인터넷을 뒤지다 지장수에 대한 정보를 만난 뒤 물 마시는 방법을 바꾸게 된 것이다.

알칼리 정수기를 사용하는 정영희 씨

 

지장수를 마시기 시작한 지는 3~4년이 지났다. 이젠 일주일에 한 번씩 황토구슬을 삶고 말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여겨질 만큼 익숙해졌다. 물을 바꾸고 난 뒤 특별한 변화가 있었을까. 박미정 씨는 물맛이 특별히 좋아졌다고 느껴지진 않는단다. 예민한 사람들은 물에서 황토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자신은 물이 약간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것 빼곤 어떤 특별한 변화를 느끼진 못한다고. 다만 물을 바꾸고 난 뒤 아이의 아토피와 천식이 좋아졌으니 아무래도 수돗물이나 정수기물보다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알칼리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정영희 씨 가족이 마시는 물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영희 씨 가족은 신혼 초부터 정수기를 사용했는데 처음엔 건강보다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그러다 알칼리 정수기로 바꾸게 된 것은 딸아이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아픈 아이 때문에 먹을거리와 건강의 연관성에 눈뜨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정영희 씨가 수돗물을 믿지 못한 것은 지은 지 15년이 넘은 아파트의 낡은 수도관 때문이었다. 정수장에선 깨끗할지 몰라도 수도관을 타고 집에 도착하는 동안 물이 오염되진 않을지 불안했던 것이다. 가족들의 노력 덕분에 딸아이의 아토피는 많이 좋아졌지만 알칼리 정수기를 사용하는 지금도 물맛이 특별히 좋다거나 하는 건 잘 모르겠단다.

 

정영희 씨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생수를 사다 먹는다고 한다. 예민한 집은 정수기물을 끓여먹기도 한다고. 정부에서 온갖 실험 수치들을 들이대며 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수돗물은 못미더운 존재다. 한때는 근대국가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무수한 의사들도 해내지 못한 건강지킴이 역할을 해냈다는 찬사를 들었던 수도시설이 이제는 마시기에 부적합한 물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수돗물을 대신하는 정수기물도, 생수도 안심하고 먹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여전히 이게 정말 안전할까하는 일말의 의구심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다. 물을 가지고 하는 갖가지 실험과 시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세상이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 모두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서울의 하천 중에는 발 담그고 물장구칠 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으며 강원도 산골에도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장마가 지난 다음 떠밀려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팔당호가 물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들어낸다. 물에 대한 불신은 바로 세상이 그만큼 더렵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인 것이다.

 

 

세숫물에 발 씻고 걸레 빨고

 

환경문제의 특이한 점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이다. 서울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하수 중 98%를 생활하수가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장폐수가 수질오염의 주된 오염원이었다면 이제는 생활하수도 주된 오염원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더구나 물은 한 번 쓰고 버리면 더럽건 깨끗하건 바로 하수가 된다. 10,051km의 하수관을 통해 하수처리장에 모인 물을 정화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에 3억 원. 돈도 돈이지만 정화시킨 물을 한강에 흘려보낼수록 물은 더욱 오염되니 수질오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물을 적게 쓰는 것일 게다.

 

미국이나 영국민들은 변기에 내리는 물로만 하루에 50ℓ를 사용하는 데 반해 빈곤층들은 하루 5ℓ도 안 되는 오염된 물로 연명하고 있다.

우리 가정에서는 물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궁금해서 박미정 씨와 정영희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미정 씨 가족이 한 달에 쓰는 물의 양은 20여 톤(약 2만ℓ)이다. 일인당 하루 평균 166.6ℓ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목욕물. 온 집안 식구가 하루에 한 번씩 목욕을 하기 때문에 목욕하는 데 가장 많은 물이 사용된다. 박미정 씨 가족과는 달리 실제 우리나라 생활하수 양을 비교해 보면 부엌에서 나오는 하수가 가장 많고 다음이 화장실, 목욕탕, 세탁 순이다.

 

박미정 씨는 허드렛물을 빨래하는 데 재사용하여 물을 아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 목욕물이나 채소 씻은 물을 세탁기에 넣거나 빨래 삶은 물로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사용한 물을 한 번 더 재사용 한다. 애벌빨래를 해서 세제사용량도 줄이는데 그런 때면 왠지 뿌듯한 것이 ‘이 정도면 나도 착실한 주부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상도 문경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는 더욱더 물을 아껴서 사용했었단다.

 

“집에 수도시설이 설치된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그 전에는 우물에서 물 길어다 쓰고 우물가에서 빨래하고 그랬어요. 엄마가 빗물을 받아서 그 물로 빨래를 하기도 했죠. 세숫물 안 버리고 놔두면 그 물에 발 닦고 다시 걸레를 빨곤 했어요. 예전엔 하수구에 물을 버리면 그대로 동네 냇가로 흘러들어 가니까 물이 오염되는 게 보이잖아요. 누가 말 안 해도 자연스럽게 물을 아껴 써야겠구나, 더럽히면 안 되겠구나 알았던 거 같아요.”

 

그러나 요즘은 자신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물을 아껴 쓰라고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정영희 씨 이야기 속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세탁에 쓰이는 물이 가장 많고 다음이 목욕물인 거 같아요. 가족이 중학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포함 네 명인데 10kg짜리 세탁기를 일주일에 두 번 돌려요. 아이들은 보통 하루에 한 번 옷을 갈아입는데, 초등학생인 아들 녀석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하루에 두세 번도 갈아입죠. 남편 와이셔츠도 하루에 한 번씩 갈아입고, 가족들이 속옷도 매일 갈아입으니까 일주일에 두 번씩은 세탁을 해야 돼요. 목욕물은 가족들이 반신욕을 좋아해서 사용되는 물이 많아요. 머리도 매일 감으니까 양이 많겠죠. 사실 아프리카 같은 데서 물 부족 이야기가 나오면 아끼고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오고 버리면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도 않으니까 물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요. 아이들도 그런 거 같고요. 깨끗하고 청결한 걸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을 줄여보겠다고 씻는 걸 줄인다거나 청소를 덜 한다거나 하기는 힘든 거 같아요.”

 

정영희 씨는 궁여지책으로 아이들에게 물이 돈이니 아끼라고 한다지만 그다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

 

양변기 문화 위에서

 

정영희 씨와 마지막에 나눈 이야기다. 한 친구가 ‘현대문명은 양변기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화장실 변기 손잡이를 누르는 순간 내가 쌓아놓은 똥 덩어리는 물과 함께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똥 덩어리와 나 사이에 놓인 순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삶의 전 과정을 유기적인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단절로 만들어가는 문명, 우리의 하루하루는 좋던 싫던 이 속에 엮여 돌아가고 있다. 이 속에서 혼자 물을 아끼겠다고 궁상을 떨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안심하고 먹을 물도 없는 시대에 왜 물을 아끼지 못하느냐고 구박하기엔 우리는 너무 풍족하다. 나 역시 물 오염을 생각해 쓰고 있는 세제 종류를 줄여보려고 궁리했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주방세제를 없앨 수도, 세탁세제를 없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수를 빨래비누로 하기도 힘들고. 결국 세제종류를 더 늘이지 않는 것으로 슬그머니 타협해 버리고 말았다.

 

세상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 전에, 더 많은 아이들이 아토피나 천식으로 고생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알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는 것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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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사람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을 정(精)과 혈(血)이 신(神)과 기(氣)의 작용으로 생(生)하여 장(長)하고, 수(收)하여, 장(藏)하는 것이라 일컫곤 한다. 정혈(精血)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천일생수(天一生水)라 하며, 부모의 정(精)이 모여 형체를 이루고 자라서 다시 나이 들고 노화되어 죽음으로 이르는 것은 마치 자연 속에서 물이 순환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물을 머금어 순환하며 살아간다. 사람의 수정란은 97%가 물이며, 신생아는 85%, 성장이 멈추는 24세 전후에는 7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몸에서 물의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바로 노화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물이란 것을 일상으로 쓰면서도 사람에게 특수한 공이 있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쉽다. 하늘이 사람을 낳으면 수곡(水穀)으로 기르니 물이 우리들의 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사람의 형체에 후박(厚薄)이 있고 년수(年壽)의 장단(長短)이 있는 것은 수토(水土) 관계에 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 지방의 남북을 나눠서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여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것은 물과 풍토에 기인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전 세계 장수촌에 맑은 물을 제공하는 수원지가 존재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떤 물이 좋은가?

 

먹어서 몸에 더 좋은 물은 살아있는 물, 생기(生氣)가 넘치는 물이다. 특히 예로부터 약이 되는 물이라 불렸던 약수는 산소, 탄산, 철분,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든 맑은 지하수가 지표로 솟아오른 것이다. 인공수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수 특유의 차고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두꺼운 지층을 뚫고 대자연의 힘으로 정화된 이 자연 생수는 단연 물 중의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물의 생명력과 신비를 과대포장해서 수만 년 전 형성된 빙하가 녹은 물, 해양심층수 등이 각광받기도 한다. 각각의 기능수들이 미네랄 성분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어 몸에 더 좋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물은 물 자체로서 중요할 뿐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낫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물보다는 늘 가까이 두고 몸을 채워줄 수 있는 맑은 물 한잔이 더 의미가 있는 셈이다.

 

물을 어떻게 마실 것인가?

 

물은 그냥 먹는 것보다는 끓여 먹어야 살균효과를 볼 수 있지만, 끓이지 않은 물과 한 번 끓였다가 식힌 물의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으므로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자연 그대로의 약수 온도는 대부분 15∼17℃ 정도인데 이 상태의 물맛이 가장 좋다고 하며, 차가울수록 물의 구조가 육각형에 가까운 육각수가 되어 건강에 더 좋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 다만 한의학적으로는 위기(胃氣)가 약해서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은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섭취해 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양생(養生)에 힘써 왔던 선조들은 평생 수련을 하면서 양기(陽氣)를 훼손치 않기 위해 차가운 것은 일절 먹지 않고 물도 따뜻한 물만 먹었다고 하니, 위기와 양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좋은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하루에 물 8잔(200㎖ 컵 기준)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권고한 바 있다. 성인이 하루 동안 땀이나 호흡, 대소변 등으로 내보내는 수분의 양이 2.5ℓ정도이고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이 약 1.4ℓ이므로 별도로 1ℓ 이상의 물을 섭취해야 균형이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체중의 많고 적음, 수분 섭취량의 많고 적음 등 개인차가 있겠으며, 계절적인 요인과 활동량의 차이 등도 구분지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활동량이 많거나 체중이 많거나 여름이라면 요구되는 수분섭취량이 증가할 것이며, 활동량이 적고 체중이 적게 나가고 겨울이라면 요구되는 수분섭취량이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하루에 꼭 물 8잔을 마셔야 건강에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와 활동 정도, 계절 등을 고려하여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장 기능이 미숙한 생후 6개월 이하의 유아들에게는 ‘물 중독’이 발생해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필요한 양 이상으로 섭취할 경우 체내에 축적된 수분으로 인해 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물을 마시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아침에 일어난 뒤 마시는 물 한잔은 보약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아침에 물을 마시면 밤새 몸에 쌓인 노폐물 배설이 촉진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신장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또한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주어 배변을 도와주기도 한다. 식전에 마시는 물은 공복감을 줄여줘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하나 위산 분비를 자극해 속쓰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식사 도중 또는 식사 직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소화력을 약화시켜 위장 기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

 

물을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시로 조금씩 마시는 것.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조금씩 마셔야 흡수율이 더 높고, 씹어 먹듯이 천천히 마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겸손함을 가지며, 담는 그릇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모든 물질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진다. 물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처럼 유연하게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보약이라 할 만하다.



글 허지원 원장(경희동의보감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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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어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과 영화들을 소개 한다. 이것은 동물보호운동에 투신했거나, 채식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열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정보가 아니다. 그저 채식이 좋다는 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나 차마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소심하고 평범한 이들을 위한 것이다.


채식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신물나게 들었을 테니 생략한다. 대신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채식이 그토록 지구를 살리는데도 일조하고 건강에도 좋건만 왜 막상 행동하는 이들은 적은가?


한국의 채식 인구 비율은 약 1%로, 고기 없이 못 살 것 같은 미국에 비해서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광우병 파동이 오면서 채식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흐름은 나타났다. 언젠가 채식으로 돌아서리라고 마음먹은 잠재적 채식 인구도 주변에 종종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늘 갈등과 번뇌로 끙끙대고 있다. 지식과 제반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막상 채식을 하려 해도 가시밭길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채식을 해보려고요.”라고 말을 꺼냈다가는 “암환자세요?” 같은 반응을 얻기 일쑤 아닌가. 어쩌다 찾아간 채식 음식점은 분위기가 낯설고, 사람들 틈에 끼어 외식하러 가면 메뉴판을 볼 때마다 고를 음식이 없어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한국 채식인의 현실이다. 게다가 커뮤니티나 채식을 위한 쇼핑 장소는 어쩌면 그리도 적은지. 당연히 살 수 있는 식재료나 물품도 한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치사해서 못 할 일이 한국에서의 채식이다. 웬만한 의지로 몸 던지기가 힘들다.


그러나 가장 힘든 상황은 역시 주변의 편견과 방해공작이다. 단백질 신화를 전면에 내세운 육식주의자들의 ‘주워들은 영양학 이론’에, 혹은 무조건적인 고기 권유에 번번이 무릎을 꿇어 왔는가?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반박조차 못 해 왔는가?


다음 목록이 육식주의자들에 맞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꾸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1. 충격요법 - 진실을 알면 입맛이 변한다


동물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지는 인간. 생명경시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육류산업의 이면을 알면 육식에 대한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기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예전처럼 거리낌 없이 먹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부분 포장육과 살아있는 동물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과정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사실 모든 선구적 채식주의자들의 계기는 이런 충격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미트릭스 Meatrix>

 

<매트릭스>가 아니라 <미트릭스>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매트릭스를 패러디 한 애니메이션으로, 5분이 채 되지 않은 길이로 현재 3탄까지 나와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육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사육되고 공급되는지 무거운 주제를 압축적이고 재미있게 다루었다. 3분짜리 애니메이션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클릭해볼 것. 훌륭한 메시지는 시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http://www.themeatrix.com (한글 자막 있음)

 

 

책《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 랜덤하우스코리아


미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현대 식생활의 심각함에 대해 다루었다. 매일 식탁에서 만나는 음식 중 많은 것들이 말 그대로 ‘독소’이며 그 영향은 비만, 암, 심장병, 당뇨, 식중독, 인간 광우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육식은 둘째 치고 읽다 보면 밥맛 자체가 뚝 떨어지는 책이다. 고도 비만, 식량위기, 유전자 변형, 농약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한편 책의 4분의 1 정도를 축산업 시스템의 야만성을 밝히는데 쓰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질병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육류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도!

 

 

영화 <불편한 진실>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 / 앨 고어 출연


2007년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그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말 불편하다. 지구 환경의 실태를 전하고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면서 전 세계에 호소력 높은 영향을 주었던 이 영화가 그런데 육식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산화탄소의 증가다. 그런데 이 증가에 혁혁히 공을 세우는 게 바로 축산업. 축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생각하면 대기오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육식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 다음 간단히 한마디 해주라. “저게 다 고기 때문”이라고.

 

 


 2. 건강만세 - 오래 살고 싶으면 바꾸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졌다. 더구나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채식주의자일 경우 그 설득력은 더욱 커진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피부가 맑고 고우며, 몸무게 여부를 떠나 움직임이 가볍다. 암환자를 위한 식단부터 다이어트를 위한 해독식단에 이르기까지 몸에 좋다는 식이요법은 모조리 채식이다. 채식이 비타민, 미네랄, 철분, 항산화물질, 속속 발견되는 새로운 영양성분까지 모조리 제공해주는 반면 육식이 주장하는 영양소는 이제나 저제나 단백질과 몇몇 비타민뿐이다. 채식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육류는 붉은 살코기를 피하고 최소한으로 섭취하라고 할 정도니, 건강만세를 부르짖는 이들에게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라.

 

 

책《자연을 닮은 식사》

에릭 마르쿠스 / 달팽이


채식을 처음 시작하거나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 구실도 훌륭히 한다. 첫 장은 건강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점 심도 깊은 주제로 들어간다. 환경오염문제, 식용동물에 대한 진실, 채식을 하면서 높아진 삶의 질 등 다양한 문제를 조금씩 다루고 있다. 책 말미에 붙은 한국판 채식 관련 정보도 알차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Super Size me>

모건 스펄록 감독 / 모건 스펄록 출연


패스트푸드가 몸에 해롭다는 게 정말일까?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다큐멘터리. 감독인 모건 스펄록 자신이 직접 출연해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메뉴만 먹으며 겪은 변화를 영상으로 담았다. 코믹한 터치가 돋보이며, 무엇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이 백 번의 말보다 더 생생하게 패스트푸드의 해악을 경고한다. 패스트푸드는 육류와 가공식품의 폐해를 동시에 담고 있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책《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2》

존 로빈스 / 아름드리미디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책.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으나 전 재산을 마다하고 유제품과 육식의 해악을 알린 저자의 이력 또한 유명하다. 육식이 어떻게 사람들의 건강과 세상을 조종하고 파괴하는지 원론적인 곳부터 짚어냈다.

 

  

 

 3. 폼생폼사 - 예뻐지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제레미 러프킨은《육식의 종말》에서 육식 문명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고기는 남성의 특권을 상징해왔다’고. 최근 일본에서 시작된 유행어 초식남이 안겨주는 남성상을 떠올려 보면 채식과 육식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을 터이다. 이런 이미지에 사로잡혀 육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나름 방법이 있다. 이미지에는 이미지, “요즘은 채식이 대세! 트렌드!” 라고 외쳐보면 어떠할 지.

 

 

책《스키니 비치》
로리 프리드먼, 킴 바누인 / 밀리언하우스


제목이 일단 수상하고, 표지는 더 수상하다. 그리고 책에 둘러진 띠지의 광고 문구(빅토리아 베컴, 제시카 알바. 할리우드 스타들의 필독서!)를 보면 마치 다이어트 책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두 페이지 넘기다 보면 뼛속까지 채식주의를 다룬 책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일을 하자니 살은 빼야겠고, 굶자니 힘은 없었던 모델과 모델 에이전트가 어느 날 채식에 빠져 건강전문가로 전업을 한다. 이들이 바로《스키니 비치》의 저자다.

 

 

영화 <슈퍼차지 미 SuperCharge Me>
제나 노우드 감독 / 제나 노우드 출연


<슈퍼 사이즈 미>에서 영감을 얻은 감독이 역발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홍보직에서 일하고 있던 제나 노우드가 30일 동안 유기농 생채식만 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변해가는 지 필름으로 담았다. 짧은 시일이지만 무려 11kg이나 몸무게가 줄었고 피부 상태는 최상, 괴롭던 불면증마저 사라졌다. ‘자연식 미녀 탄생’ 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잠시 소개되기도. 국내 출시는 되지 않았으나 www.jennanorwood.com 에서 DVD를 주문하면 국제배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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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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