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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5 삶의 지혜와 감성을 깨우치는 교실
  2. 2012.04.17 즐거운 교실, 교사하기 나름!

삶의 지혜와 감성을 깨우치는 교실

자연과 이웃

 


 

 

 

 

 

지금 내 나이 즈음 되는 사람들 중

나처럼 자유롭게 자란 사람도 드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주요무대는 동네골목과 산, 냇가였다.

아주 시골은 아니었지만 ‘안양’의 수리산 밑에 있는 병목안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즐거운 미소가 퍼진다.

 

 

봄이 되면 50원주고 문방구에서 접었다 폈다하는 작은 칼을 사서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 친구들과 산에 올라 쑥을 캤다.

쭈그리고 앉아서 쑥을 캐는 것 자체는 힘겨웠지만

어른들과 등을 나란히 하고 저녁상에 오를 반찬거리 마련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해졌던 것 같다.

 

 

여름에는 계곡에서 수영도하고 냇가 중간에 있는 큰 바위에 앉아

발을 담그며 노래도 부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을에는 우수수 떨어지는 울긋불긋 낙엽도 주워 모으고,

밤 따러 간다고 동네 오빠들과 큰 장대를 들고

이리저리 산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산에서 주워온 온갖 식물들을 모아 빻고,

잘라 소꿉놀이도 하고, 또래 친구들끼리 요리경연대회도 하였다.

 

 

겨울이면 사슴목장 입구에 비치된 사료포대를 가지고 얼음썰매를 타고,

전쟁놀이를 한답시고 눈을 뭉쳐 무기로 만들어 놓고,

냇가근처 웅덩이를 요새로 만들어 전쟁놀이도 하였다.

그 때 나는 어엿한 공주였다. 

대부분 남자였고 여자는 몇 명 없었기에 전쟁놀이를 할 때면 여자는 무조건 공주였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유치원에 다니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만큼 재미있고

의미있게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사는 마을사람들에게서,

혹은 마을의 골목에서, 마을의 자연 안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쑥을 캐고, 부추와 무를 뽑으면서 자연의 신비로움과 감사함을 배웠고,

계곡에 떠내려 오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자연을 아껴야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의 소중함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쟁놀이, 요리대회, 소꿉놀이 등

우리 나름대로 연기도하고 이야기도 만들어 내면서

정말 세상 걱정 없이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삶에서 그것을 터득하였다.

일터 나가기에 바빠 아침밥과 저녁밥 챙겨주기도 벅차했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두 살터울인 나와 동생을 하루종일 봐주시던 옆집 할머니,

비료포대를 아낌 없이 장난감으로 내어주시던 사슴목장집 아저씨,

점심을 챙겨주시던 이웃집 선희언니의 엄마,

그리고 동네 언니들과 오빠들, 또래 친구들.

모두가 나의 부모이자 선생님이었다.

 

 

이러한 나의 경험은 ‘나의 아이만을 생각하고,

나의 아이만 키우기에도 바쁜 오늘날의 우리 부모들이 더 넓은 안목으로

자녀들의 꿈과 내일을 만들어 가야하는 이유’를

머리만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 KACE 회원홍보부 이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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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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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가출했다가 며칠 만에 돌아와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던,

편의점에서 담배를 6보루나 훔쳤다가 CCTV에 찍혔던,

화가 나면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며 개를 보고 달려가

연필 깎던 칼을 휘둘렀던,

수업시간에 “씨발”이라고 말을 던지던,

 

 

그리고...

너무나 학교에 오기 싫어했던 녀석들이 있었다.

 

 

새벽까지 술주정과 체벌을 하는 아빠,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며칠 만에 집에 돌아오는 부모,

밤에 일해야 하는 부모들로 인해

녀석들의 가슴은 메말라 웃음도 눈물도 없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들고 수업에 억지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했다.

 

 

아이들의 멘토가 되고 싶었지만

담임인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내가 하는 많은 활동을 거부하는 녀석들.

 

. . . . . . . . . .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녀석들의 마음의 변화를 위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놀이들을 함께 하게 됐다.

교과서를 높게 쌓아보기도 하고,

신문지를 맨발로 찢어보고,

몸을 신나게 움직이게 만드는 최면술놀이 등

교실놀이와 연극놀이의 세계로 녀석들을 초대했다.

 

어색해 하던 녀석들은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즐거움 가득한 비명소리는 늘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한 경계심 또한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녀석들이 삶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주고 싶어서

색다른 수업들을 구상하게 됐다.

온 몸에 화장지를 감고 신문지와 함께 찢어보기도 하고,

석고붕대로 손을 떠보기도 했으며,

날달걀을 종일 들고 다니면서 부모가 갓난아이를 키울 때의 마음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눈물 흘리기 시작했고,

때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교사인 나의 어떤 생각과 노력이 있느냐에 따라

반 아이들의 변화 또한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

 

 

 

함께 보낸 시간들 속에서 녀석들이 원했던 것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인정받고 싶고 존중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존중해 주고, 들어주고, 믿어주자 녀석들 뿐만 아니라

 반 전체에 변화가 찾아왔다.

 

 

그러다 보니 난 더 이상 권위적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지 분명하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젠 심리극(사이코드라마)와 상담, 가족세우기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만들어 주고,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내면의 에너지를 확인시켜주며,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생명과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나와 만나는 아이들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거라 믿는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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