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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3 딸이 치매을 앓고 있는 엄마에게 보내는 글

엄마~ 사랑해요~”

“나~~~두~~~사~~~랑~~~해~~~”

수화기 너머로 힘겨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는 지금 치매를 앓고 있다. 전두측두치매에 운동신경장애까지 있어 말씀을 잘 못하고 겨우 대답을 하는 정도이며 생활하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다.

판단력은 나빠진 상태지만, 다행히 인지력은 많이 손상되지 않아 우리를 알아본다.

 

2년 전 엄마는 갑자기 불안과 불면을 호소하며 체중이 한 달 만에 20㎏나 빠졌다. 노인성우울증이 시작되었고 1년 전 치매로 진행되기까지 가족들은 당황했고 갈팡질팡했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치매치료가 시작되었고 우리 앞에는 낯선 모습의 엄마가 계셨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엄마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거였다.

 

자식들 일이라면 언제라도 달려오셔서 챙겨주시던 엄마, 당신보다 자식이 우선이었던 엄마, 엄마의 삶에는 엄마의 세상이 없었다. 그런 엄마께 좀 더 따뜻하게 대해 드리지도 못하고 편하다고 짜증도 많이 부렸던 일이 가장 후회되었다. 엄마와 함께 요리도 만들고 쇼핑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드릴걸. 사랑한다는 말을 좀 더 많이 해 드릴걸.

왜 나는 엄마가 우리 곁에 늘 건강한 모습으로 계실 거라고 생각했을까.

자식들은 제각기 살기 바쁘다고, 손자들은 이제 다 커서 할머니 손이 필요 없다고, 어느 순간 혼자라고 느끼셨을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엄마가 우울증이 찾아올 때까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엄마께 너무 죄송할 뿐이다.

 

지금 엄마는 어린 아이같이 순수하시다. 당신의 감정을 숨기시지도 않으시고 싫은 건 싫다고 하신다. 힘없으신 엄마의 손을 잡고 나는 말씀 드린다. “그래요~ 엄마, 평생을 자식들에게 양보하고 주시기만 하셨잖아요. 이제는 엄마가 원하시는 거 맘껏 표현하며 사세요."라고.

 

엄마는 우리에게 시간을 주셨다. 부족하지만 엄마께 보답할 시간을 주셨다.

비록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가 주신 사랑을 다 갚을 수는 없을지라도.

그래서 나는 지금의 상황이 힘들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늦었지만 엄마께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자주 안아드린다.

 
며칠 전 부산에 계신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가방 속에 들어 있는 만 원을 발견했다. 아마도 엄마가 여비로 나 몰래 넣어두셨던 것 같다.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나를 울린다. 엄마는 판단력을 잃은 치매상태에서도 딸을 챙겨주신다. 엄마의 사랑은 이렇게 끝이 없는가 보다. 엄마, 부디 우리 곁에 오래오래 사셔서 사랑해 주세요.

아~엄마, 많이많이 사랑합니다. 

                                                                                               글/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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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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