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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7 한 아빠와 딸의 협상, ‘유치원 보낼까 말까?’ 1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을 밝힙니다.

 

유치원에 가기 위해 입학원서 제출일 이틀 전부터 온 가족이 교대로 줄을 서는 장면이 담긴 방송을 기억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렇게 까지 해서 유치원에 가야 하나 마음이 참 답답하더군요. 왜냐하면 저한테도 내년에 4살이 되는 딸이 있어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요즘 아이들은 보통 4살이 되면 어린이집에 5살에 유치원에 갑니다. 8살에 학교에 입학하니 보통 유치원에 3년을, 어린이집 포함해 4년을 다닙니다. 그 동안의 사회적 비용도 무시 못 합니다. 한 달에 32만 원, 그렇다면 유치원만 다니나? 절대 아니죠. 방문 학습지 하나는 기본, 은물에 미술수업, 그리고 음악수업, 체육수업에 발레, 아이들 교육비로 70만원 은 거뜬. 1년이면 천만 원 넘습니다. 완전 기둥뿌리 뽑힙니다.

 
가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사는 데 별 상관도 없는 공부를 16년을 하는 것이 너무 비능률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어린이집부터 시작한다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내가 안 보내고 싶어도 아이가 심심해서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말해서 보낸다는 부모들이 참 많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서 놀이터에서 함께 놀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유치원을 7살부터 보내려고 맘 먹었다 하더라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예윤이네 이야기가 화두가 되어서 유치원 얘기를 하게 되었답니다. 5살 예윤이는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합니다. 더욱이 몇 달 전에 동생이 생겨 엄마가 바빠서 더 심심합니다. 이 집의 교육 주도권은 아빠에게 있습니다. 예윤이가 가고 싶으면 아빠를 설득해야 합니다.

“엄마가 안 놀아줘요. 심심해요. 우리 집은 TV도 없잖아요. 친구들이 다 유치원에 가서 놀 친구도 없어요.”

“너는 놀아줄 나이 아니야. 너 장난감 있잖아. 책도 많고, 엄마를 도와줘야지.”

“그럼 7살엔 보내주실 거예요?”

예윤이와 아빠의 협상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렇다고 예윤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본 것은 아닙니다. 4살 때 3개월 정도 다닌 경험이 있습니다. 예윤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말투와 행동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좋은 행동보다 나쁜 행동을 더 빨리 배웠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공부를 시키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고 합니다. 열심히 놀려주면 충분한 아이를 벌써부터 공부를 시켜야 하나 싶었지요. 선생님은 예윤이가 사회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4살에 사회성 운운할 때가 아니다 싶어. 그날로 어린이집을 때려치웠습니다.

 
예윤이는 뭐 특별히 다른 교육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 흔하다는 학습지 하나 안 하고 있지요. 엄마가 홈스쿨링 해주지 않아서 5살이지만 아직 한글도 잘 모릅니다. 안다면 이름 정도지요. 4살이면 웬만한 한글은 읽고 영어도 꽤 하는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면 대단한 차이입니다. 과일이 충분한 햇빛을 받고 시간이 지나야 더 맛있는 것처럼 예윤이 부모는 호기심이 생기면 그때 한글을 가르치겠다는 겁니다.

 
예윤이네 집은 맘껏 노는 게 교육입니다. 공부야 자기가 필요하면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지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을 엄마들은 견디지 못합니다. 하지만 예윤이 엄마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돼요. 아이들은 심심할 때 가장 창의적이 되는 것 같아요. 예윤이도 어느 순간 보면 뭔가를 하고 있어요."

뭘 하면서 놀지 자신이 알아서 찾고 궁리하는 것입니다. 또래 친구들이 이것저것 앞서가니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어린 애가 배우면 얼마나 배우냐?"고 오히려 반문합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현명한 길을 찾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윤이가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아요. 교육열이 높아서 일류대, 특목고 그것만 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이렇게 이렇게 해라’ 지시를 받는 데 익숙해져 스스로 무엇을 찾아 하는 것에 서툽니다.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지식적인 공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인생 공부가 중요해요. 어차피 공부는 평생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때, 그때부터 하는 게 가장 좋지요. 왜 다들 한 곳만 보고 가는지 모르겠어요. 인생은 가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을 찾아내고 그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계속 예윤이에게 아무 것도 안 시킬 생각이냐는 내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아직 너무 어려 판단 기준이 안 선 것 같아요. 8살이 넘으면 배우고 싶은 것은 한번 해보라고 해 볼 작정이에요.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피아노든 발레든 배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게 할 생각이랍니다."

 
지식적으로 보면 예윤이는 조금 느리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보석처럼 빛나는 아이입니다. 동생들을 잘 돌봐주고 예의바릅니다. 산책을 자주해서 나무 이름 꽃 이름을 많이 알고 탄천 어디쯤에 청둥오리가 많이 있는지도 압니다. 가끔 산에서 내려오는 토끼를 만나기 위해 오래 기다려보기도 합니다.

무지개마을에서는 예윤이네를 보고 문화센터를 끊은 집이 몇 있습니다. 예윤이가 너무 예쁘게 잘 크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낯선 것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낯선 길에서 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글/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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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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