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건 물건이건 무언가에 전적으로 의지한 삶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컴퓨터에는 그리도 너그러운가?

 


회사원 강씨의 하루


AM 8:00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면 대충 빈속에 생식을 부어 넣고 전철을 탄다.
AM 9:00 출근. 사무실 의자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메신저 프로그램도 자동으로 실행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뉴스를 읽어본다. 오전 업무의 대부분은 이번 주 금요일에 있을 프레젠테이션 준비. 웹서핑과 사내 전산망을 오락가락하며 자료를 채워 넣는다. 추가로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협력 업체에게 웹하드에 올려달라고 한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자판을 두드린다.     
PM 12:50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리는 시간. HTS (주식 홈트레이딩 시스템)프로그램으로 주식 시세를 훑어본다. 간혹 거래도 한다.
PM 6:30 컴퓨터 전원을 끄는 것은 그날 하루 업무가 종료되었음을 뜻한다. 업무시간에 컴퓨터 끄는 일은 결코 없다.
PM 9:00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조금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는 각자 방으로 흩어진다. 가입한 카페와 클럽들에 올라온 새 글을 읽어보고, 개인 블로그도 업데이트하는 등 개인적인 컴퓨터 용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때로는 새벽 한 두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주부 박씨의 하루


AM 9:00 남편 출근시키고 나면 컴퓨터를 켜고 그날 뉴스와 날씨 등을 인터넷으로 확인.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지는 벌써 3년이 넘었다.
AM 11:40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좀처럼 밖에 자유로이 나다닐 수가 없다. 최근에는 마트나 백화점들이 거의 다 인터넷 식품관을 운영하므로 인터넷으로 장을 본다. 내친 김에 화장품과 집에서 입을 옷 두어 벌도 산다.
PM 3:30 월말이 가까워오면 하루 날을 잡아서 모든 고지서와 은행 업무를 본다. 인터넷뱅킹으로 공과금과 카드요금 납부, 부모님들 용돈까지 모두 보내드린다.  
PM 6:00 저녁에 오이냉국을 먹고 싶다는 남편의 문자가 왔다. 인터넷 요리 사이트에서 인기 좋은 조리법을 찾아내 출력한다.  
PM 10:00 만 네 살이 채 되지 않은 둘째도 마우스를 능숙하게 다룬다.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한글공부와 동요노래방 같은 콘텐츠는 비교적 자유롭게 보게 해준다. 남편과 함께 모니터로 빨려들어 가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개점 휴업의 순간


가상이기는 하지만 이 여성들의 하루는 우리와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다. 직업이 달라도 컴퓨터를 빼놓고 두 사람의 일상을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겠다.
지금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둘러보라. 거기서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기가 몽땅 사라진다고 치자. 휑한 사막, 아니 개점휴업이 따로 없을 것이다. 주부라면 상황이 좀 덜 극적이긴 하겠지만, 컴퓨터가 집에서 사라지면 아이들이 못 견뎌 할 게 틀림없다.


 인터넷 없이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눈을 휘둥그레 뜨는 이들에게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 세상에 컴퓨터가 나타난 것은 70년 전. 한국에 컴퓨터라는 게 최초로 도입된지는 겨우 40년,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지는 27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혹시 우리는 너무 빨리 컴퓨터에게 모든 자리를 내어준 게 아닐까?

 

편리하니까 괜찮아, 괜찮아


컴퓨터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점은 빠른 연산능력이다. 주판을 만지거나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셈을 하던 시절, 컴퓨터가 보여준 속도는 입을 떡 벌리게 했다. 그 능력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눈앞의 사실에 압도된 것이다.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일어난 모든 일은 ‘편리하니까’ 라는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았다. 수많은 전화교환수들과 타이피스트들이 무더기로 해고되고, 땀 흘려 따놓은 수많은 자격증들이 휴지조각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일하던 사무실은 컴퓨터와 서버들이 차지했다. 1초에 수십억 단위를 처리한다는 컴퓨터의 편리함을 맛보기도 전에, 평범한 사람들은 이미 고통부터 안은 셈이다.
반면 산업 현장과 경영자들은 컴퓨터의 이득을 톡톡히 보았다. 경비 절감과 인력 감소 효과를 한번 맛 본 이들은 점점 더 조급하게 컴퓨터의 발전을 채근했다.

 

세계를 한 방에 보내는 방법


컴퓨터가 지배하는 현대의 문제는, 사람들이 편리함과 효율만 맹목적으로 쫓느라 지뢰처럼 웅크리고 있는 위험을 모른 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병행하지 않고 디지털만으로 꾸려가는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대부분은 전적으로 전산화된 시스템에 의존한다. 프로그램 개발자들 자신도 100퍼센트 찾아낼 수는 없다는 ‘버그’(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의 착오, 오작동), 날마다 정교하게 생겨나는 바이러스, 해킹에 의한 피해를 언제든 각오해야 한다. 설사 피해가 일어난들 비교할 아날로그 자료가 없는 이상 속수무책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유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리눅스와 애플 사용자는 한국에서 그야말로 외로운 늑대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일방적으로 시스템 일부를 바꾸거나 하면,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우왕좌왕 할 상황이다. 기술 예찬론자들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세계가 하나 된다며 감격스러워하지만, 이런 의문은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하나로 모인 그 네트워크가 설령 잘못 돌아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갈수록 강력해지는 유혹의 문구들


환경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1년이 멀세라 더 높은 사양을 ‘기본’이라고 광고하는 컴퓨터 시장은 쓰레기를 양산한다.
사람들은 지금 가진 컴퓨터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지 않은 채 새 제품을 산다. 하드디스크가 보석 같은 업무 결과로 차 있건, 포르노 동영상으로 차 있건 모두 더 빠르고 더 대용량 컴퓨터를 원하는 것이다.


새로 개발되는 프로그램들은 가볍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보다 ‘최소 사양이 이 정도는 되어야 돌아갑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많다. 단언하건대 컴퓨터는 이제 도를 넘었다. 기술을 위한 기술, 그리고 끊임없는 소비를 창출해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물질적인 유감이 전부는 아니다. 정신적인 유감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의 정신적 폐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면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컴퓨터는 모든 것을 지나치게 쉬워보이게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 느끼는 어색함과 쑥스러운 기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점차 풀리는 분위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가능하던 일을 컴퓨터는 얼핏 쉽게 이루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진짜 연애를 하려거들랑


한 줄의 댓글로 친근함을 표현하고, 이메일로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다. 주식 거래 프로그램으로 큰돈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자산가의 기분도 맛본다. 그러나 1년간의 온라인 연애도 오프라인에서의 한 번 만남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홈트레이딩으로 하루에 몇 천만 원 어치 주식을 샀다 파는 사람도 그만한 현금을 손에 들고 세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블로그에 최고의 탕수육 조리법 수백 개를 모아놓은 사람이 직접 만든 탕수육이 정말 맛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컴퓨터와 나 자신의 능력을 동일하게 생각하면 할 수록 우리는 길을 잃는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가늠해 보고 컴퓨터에게는 연장 하나로서의 자리만 내어주는 게 마땅하다.


그 과정을 외면하면서 내 능력과 결과물에 대해 분통을 터뜨릴 때 ‘더 빠르고 많은 최신기능을 갖춘 컴퓨터가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는 생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건 끝없는 경주일 뿐이다.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
웬델 베리





한 때는 영문학 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으나 이제는 농부이자 작가인 미국의 웬델 베리. 현대문명의 비판자이기도 한 그이는 1990년에 자신이 ‘컴퓨터를 평생 사지 않을 생각’임을 밝히며 그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쓰면 1950년대의 수동 타자기로 아내가 원고를 정리해주는 게 베리의 작업 방식이다. 빠른 시간 안에 편하게 많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지인들이 컴퓨터를 권하지만 단호히 거부한다. 컴퓨터로 쓴 글이 손으로 쓴 글보다 더 쉽게 잘 쓸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연장은 가볍고 작으면서 에너지를 절약해주어야 하는데, 컴퓨터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물건이라는 지적이 매우 명쾌하다.


그러나 이 수필은 독자들의 격렬한 반감을 불러 일으켜서 글이 실린 잡지사에는 수많은 반박 편지가 도착했다. ‘텔레비전 안보기 운동’이 대체로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사람들은 컴퓨터의 대안을 알지 못하며, 컴퓨터 없는 세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 아닐까?
웬델 베리가 말하는 컴퓨터는 복잡하게 맞물린 네트워크로서의 측면보다는 작가의 작업도구로서의 측면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뒤집어보기를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참고가 될 말들이 가득하다. 녹색평론사의 <녹색평론선집1>, 양문출판사의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 없다>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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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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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어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과 영화들을 소개 한다. 이것은 동물보호운동에 투신했거나, 채식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열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정보가 아니다. 그저 채식이 좋다는 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나 차마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소심하고 평범한 이들을 위한 것이다.


채식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신물나게 들었을 테니 생략한다. 대신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채식이 그토록 지구를 살리는데도 일조하고 건강에도 좋건만 왜 막상 행동하는 이들은 적은가?


한국의 채식 인구 비율은 약 1%로, 고기 없이 못 살 것 같은 미국에 비해서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광우병 파동이 오면서 채식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흐름은 나타났다. 언젠가 채식으로 돌아서리라고 마음먹은 잠재적 채식 인구도 주변에 종종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늘 갈등과 번뇌로 끙끙대고 있다. 지식과 제반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막상 채식을 하려 해도 가시밭길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채식을 해보려고요.”라고 말을 꺼냈다가는 “암환자세요?” 같은 반응을 얻기 일쑤 아닌가. 어쩌다 찾아간 채식 음식점은 분위기가 낯설고, 사람들 틈에 끼어 외식하러 가면 메뉴판을 볼 때마다 고를 음식이 없어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한국 채식인의 현실이다. 게다가 커뮤니티나 채식을 위한 쇼핑 장소는 어쩌면 그리도 적은지. 당연히 살 수 있는 식재료나 물품도 한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치사해서 못 할 일이 한국에서의 채식이다. 웬만한 의지로 몸 던지기가 힘들다.


그러나 가장 힘든 상황은 역시 주변의 편견과 방해공작이다. 단백질 신화를 전면에 내세운 육식주의자들의 ‘주워들은 영양학 이론’에, 혹은 무조건적인 고기 권유에 번번이 무릎을 꿇어 왔는가?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반박조차 못 해 왔는가?


다음 목록이 육식주의자들에 맞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꾸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1. 충격요법 - 진실을 알면 입맛이 변한다


동물에게는 한없이 잔인해지는 인간. 생명경시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육류산업의 이면을 알면 육식에 대한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기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예전처럼 거리낌 없이 먹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부분 포장육과 살아있는 동물을 연결시키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과정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사실 모든 선구적 채식주의자들의 계기는 이런 충격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미트릭스 Meatrix>

 

<매트릭스>가 아니라 <미트릭스>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매트릭스를 패러디 한 애니메이션으로, 5분이 채 되지 않은 길이로 현재 3탄까지 나와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육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사육되고 공급되는지 무거운 주제를 압축적이고 재미있게 다루었다. 3분짜리 애니메이션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클릭해볼 것. 훌륭한 메시지는 시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http://www.themeatrix.com (한글 자막 있음)

 

 

책《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 랜덤하우스코리아


미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쓴 책이지만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현대 식생활의 심각함에 대해 다루었다. 매일 식탁에서 만나는 음식 중 많은 것들이 말 그대로 ‘독소’이며 그 영향은 비만, 암, 심장병, 당뇨, 식중독, 인간 광우병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육식은 둘째 치고 읽다 보면 밥맛 자체가 뚝 떨어지는 책이다. 고도 비만, 식량위기, 유전자 변형, 농약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한편 책의 4분의 1 정도를 축산업 시스템의 야만성을 밝히는데 쓰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질병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육류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도!

 

 

영화 <불편한 진실>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 / 앨 고어 출연


2007년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그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말 불편하다. 지구 환경의 실태를 전하고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면서 전 세계에 호소력 높은 영향을 주었던 이 영화가 그런데 육식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산화탄소의 증가다. 그런데 이 증가에 혁혁히 공을 세우는 게 바로 축산업. 축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생각하면 대기오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육식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 다음 간단히 한마디 해주라. “저게 다 고기 때문”이라고.

 

 


 2. 건강만세 - 오래 살고 싶으면 바꾸자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졌다. 더구나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채식주의자일 경우 그 설득력은 더욱 커진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피부가 맑고 고우며, 몸무게 여부를 떠나 움직임이 가볍다. 암환자를 위한 식단부터 다이어트를 위한 해독식단에 이르기까지 몸에 좋다는 식이요법은 모조리 채식이다. 채식이 비타민, 미네랄, 철분, 항산화물질, 속속 발견되는 새로운 영양성분까지 모조리 제공해주는 반면 육식이 주장하는 영양소는 이제나 저제나 단백질과 몇몇 비타민뿐이다. 채식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육류는 붉은 살코기를 피하고 최소한으로 섭취하라고 할 정도니, 건강만세를 부르짖는 이들에게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라.

 

 

책《자연을 닮은 식사》

에릭 마르쿠스 / 달팽이


채식을 처음 시작하거나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 구실도 훌륭히 한다. 첫 장은 건강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점 심도 깊은 주제로 들어간다. 환경오염문제, 식용동물에 대한 진실, 채식을 하면서 높아진 삶의 질 등 다양한 문제를 조금씩 다루고 있다. 책 말미에 붙은 한국판 채식 관련 정보도 알차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Super Size me>

모건 스펄록 감독 / 모건 스펄록 출연


패스트푸드가 몸에 해롭다는 게 정말일까?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다큐멘터리. 감독인 모건 스펄록 자신이 직접 출연해 한 달 동안 맥도널드 메뉴만 먹으며 겪은 변화를 영상으로 담았다. 코믹한 터치가 돋보이며, 무엇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이 백 번의 말보다 더 생생하게 패스트푸드의 해악을 경고한다. 패스트푸드는 육류와 가공식품의 폐해를 동시에 담고 있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책《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 2》

존 로빈스 / 아름드리미디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오래전부터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책.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으나 전 재산을 마다하고 유제품과 육식의 해악을 알린 저자의 이력 또한 유명하다. 육식이 어떻게 사람들의 건강과 세상을 조종하고 파괴하는지 원론적인 곳부터 짚어냈다.

 

  

 

 3. 폼생폼사 - 예뻐지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제레미 러프킨은《육식의 종말》에서 육식 문명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고기는 남성의 특권을 상징해왔다’고. 최근 일본에서 시작된 유행어 초식남이 안겨주는 남성상을 떠올려 보면 채식과 육식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을 터이다. 이런 이미지에 사로잡혀 육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나름 방법이 있다. 이미지에는 이미지, “요즘은 채식이 대세! 트렌드!” 라고 외쳐보면 어떠할 지.

 

 

책《스키니 비치》
로리 프리드먼, 킴 바누인 / 밀리언하우스


제목이 일단 수상하고, 표지는 더 수상하다. 그리고 책에 둘러진 띠지의 광고 문구(빅토리아 베컴, 제시카 알바. 할리우드 스타들의 필독서!)를 보면 마치 다이어트 책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두 페이지 넘기다 보면 뼛속까지 채식주의를 다룬 책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일을 하자니 살은 빼야겠고, 굶자니 힘은 없었던 모델과 모델 에이전트가 어느 날 채식에 빠져 건강전문가로 전업을 한다. 이들이 바로《스키니 비치》의 저자다.

 

 

영화 <슈퍼차지 미 SuperCharge Me>
제나 노우드 감독 / 제나 노우드 출연


<슈퍼 사이즈 미>에서 영감을 얻은 감독이 역발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홍보직에서 일하고 있던 제나 노우드가 30일 동안 유기농 생채식만 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변해가는 지 필름으로 담았다. 짧은 시일이지만 무려 11kg이나 몸무게가 줄었고 피부 상태는 최상, 괴롭던 불면증마저 사라졌다. ‘자연식 미녀 탄생’ 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잠시 소개되기도. 국내 출시는 되지 않았으나 www.jennanorwood.com 에서 DVD를 주문하면 국제배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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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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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가정에서 진짜 ‘맛’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출처 http://www8.cao.go.jp/syokuiku

 

 

이야기 하나. 세계적 요리사 제이미의 굴욕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요리계의 위상을 높인 스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어처구니없는 정크푸드만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걱정해서 공립학교 급식 개선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이 계획은 ‘제이미의 스쿨 디너Jamie’s school dinner’라는 TV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고, 영국은 난리가 났다. 제이미는 어떻게든 냉동식품이 아닌 신선한 요리를 만들어 주려하고, 이미 혀가 초콜릿 바와 감자튀김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 요리들에 뜨악하게 반응한다.

 

 이야기 둘. 소년, 드디어 넘어가다

 
뉴욕의 험악한 범죄 사건들을 다루는 미국 드라마 <로 앤 오더LAW & ORDER:성범죄수사대>에서 거대비만 소년이 살인 피의자로 법정에 선다. 갓 열다섯을 넘은 형제들도 모두 거대비만이고, 넉넉지 못한 공립학교 친구들도 비만율이 높다. 온갖 성인병을 다 지닌 이 소년은 “먹고 살기 바쁜 부모님은 냉동음식을 데워주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결국 사건이 종결되기도 전에 동녀합병증으로 쓰러지고 만다. 비슷한 사정의 아이들은 자연의 맛이 무언지를 모른다. 설상가상 이윤을 위해 학교 안에 탄산음료와 과자 자판기를 설치해놓은 식품회사들. 정해진 시간에만 자판기를 가동하는 규칙을 세웠지만 이미 그 맛에 중독된 아이들은 책상 속 가득히 과자와 초콜릿 바를 재워놓고 끊임없이 먹어댄다.

 

 이야기 셋. 미식가의 실체

 

친구와 함께 한 쇼핑몰 식당가에 앉았다. 짬뽕을 시켰는데 한 젓가락 먹고서는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유난히 화학조미료 맛이 강했기 때문. “아예 들이부었네”하며 투덜대는 내게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미료 맛’이 어떤 맛이냐며 진지하게 물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간혹 다른 집에 놀러갔다 오시면 “어떻게 살림한다는 집에 미원도 한 봉지 없냐”고 흉을 본다 했다. 당연히 친구는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지 않은 밥상에 앉아본 적이 없었다. 결국 지금은 애교 수준으로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음식과, 심하게 조미료 덩어리인 음식조차 구분할 수 없다. 평소 이 친구는 자신이 미식가라고 주장해왔다.

 

출처 http://www8.cao.go.jp/syokuiku

 

 

‘딸기’와 ‘딸기 맛’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모두 제대로 된 미각을 잃어가고 있다. 화학조미료와 식품첨가물의 공격은 점점 더 교묘해져서 자연의 맛과 인공적인 맛의 구분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그나마 어른들은 ‘진짜 맛’이 무엇인지 대략 알고 있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가 많지 않았던 때에 어린 시절을 반 정도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자연과의 소통을 잃어버린 첫 세대인 아이들은 딸기우유의 ‘딸기 맛’이 진짜 딸기 맛이라고 생각하고, 가공식품에 익숙해져 엄마의 손맛을 싱겁거나 뭔가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의식주 문제 그 이상이다. 일단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미각은 여러 가지로 심각한 혼란을 일으킨다. 위에서 말한 드라마의 주인공도, 자신의 몸에 치명적인 양의 위험물질이 들어올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

 

 
이탈리아 어른들의 고민

 

 맛 교육의 본거지는 사실 가정이었다. 집안마다 전해져오는 입맛도, 가려야할 음식도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맞벌이가 일반화되어 있고, 점점 사먹는 음식이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더 이상은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러면 어쩌나? 아이가 입맛을 잃거나 건강을 해치면 엄마들을 비난하면서 집에 들어앉힐까? 아니면 조리사라도 고용해야 하나?

 

요리에 대한 애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탈리아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집에서 못 하는 미각교육, 학교에서 맡겠다고 말이다. 주체는 바로 슬로푸드 운동본부이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 ‘미각 찾기’ 대작전

 

 슬로푸드는 다국적 기업의 대량 생산 식품과 패스트푸드 물결에 대항해 전통음식 보존과 제대로 된 미각을 즐기자는 기본 뜻을 가진 단체이다. 창립자 카를로 페트리니는 로마에 맥도널드 매장이 생기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고, 1986년에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식문화의 발원지격인 이탈리아라 해도 간편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막지는 못했다. 특히 아이들은 강한 패스트푸드의 맛에 금세 빠져들었고, 한번 엇나간 미각은 계속 정크푸드를 찾게 했다.

 

그래서 1998년부터 이탈리아 교육부와 공동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미각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금껏 900명이 넘는 교사들을 훈련시켰고, 수많은 아이와 부모들의 미각 인식을 변화시켰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 구석에 만든 텃밭에서 직접 유기농 채소를 키우고 거둔다. 늘 슈퍼마켓에서 비닐로 포장된 채소만 보아 온 아이들은 날마다 바뀌는 식물의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지니게 된다. 주문하면 5분 안에 나오는 음식이 아니라 며칠, 때로는 몇 달을 기다려야 열매를 맺는 게 과일이고 채소임을 비로소 안다.

 

재배한 채소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학교로 방문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조리법에 대한 교육도 되는 셈이다. 모든 과정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밀착적으로 이루어진다.

 

슬로푸드 본부의 미각교육 담당자들은 “중학교만 되어도 교과과정에 치여서 미각교육에 할애할 시간이 없습니다. 가공식품에 덜 물든 시기이기도 하니 초등학교 때가 교육에 가장 적합하지요.” 하고 말한다.

 

사실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교육을 하는 게 이상적일 테지만,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이들에게는 ‘천천히 slow’ 살자는 슬로푸드의 기본 철학 자체가 무리일 때가 많다. 그러나 미각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맛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점의 광고에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는다.

 

 

 
우리나라는? 옳지, 아라중학교

 

 

사실 우리나라야말로 미각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매운맛과 짠맛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식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시행된 후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학교급식도 걱정거리이다. 집 밖에서 아이들이 대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미각 상태가 어떤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미각에 대한 중요성은 조금씩 부각되고 있지만 체계화된 교육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식품회사의 부설 연구소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비정기적인 강좌를 열기도 하지만 널리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중요성을 깨달은 일부 학교나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도모하는 식이다.

 

모범적인 예에는 제주도의 친환경 급식 학교들이 있다. 2003년부터 전국 최초로 유기농 급식을 실시한 제주도 아라중학교 학생들은 “만성 비염이 나았어요”, “입맛이 확실히 바뀌었구요, 집중력이 높아진 걸 느낍니다” 하며 효과를 직접 느끼고 있다. 그러자 제주도에서는 2005년부터 친환경 급식 시범학교들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식자재들의 특성상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바뀐 입맛과 모습에 학부모들은 고등학교까지 이런 흐름이 죽 이어져가길 원하고 있을 정도이다.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미각교육을 하려면 건강에 좋다는 식으로의 접근이 어렵다. 아무리 환경과 몸에 좋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맛이 좋지 않다면 아무도 먹지 않는다. 진정한 맛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서서히 입맛을 길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급선무이다.

 

그런 교육의 끝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는 이렇지 않을까? 아이들이 맛있어 하는 음식, 몸에 좋은 음식, 좋아하는 음식이 온전히 일치하는 것!

 

 

일본도 시작했다 - 식육(食育) 기본법

 

출처 http://www8.cao.go.jp/syokuiku

 

 

평균 수명도 높고 건강한 식단 전통을 이어온 일본 역시 먹을거리 걱정, 아이들 걱정은 드높다. 발 빠르게 외국 식문화를 받아들인지라 쌀과 채소, 해조류 위주의 식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채로운 요리들로 인해 먹을 게 너무 많아서이다.

 

미식 붐은 거세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따랐다. 일본은 아토피성 피부염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먹을거리의 ‘모양’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식품첨가물의 사용량도 엄청나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십대들의 끔찍한 범죄와 정신적인 파탄을 식생활과 연결지어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늘어났다.

 

결국, 국가가 나서서 2005년 ‘식육(食育) 기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국민의 식생활·식습관·식문화의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를 더 이상 ‘집에서 알아서 할 문제’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법의 내용은 음식에 대한 의식개선,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정보 제공과 실천 지원, 더 나은 식문화 만들기 등 크게 세 가지 범주이다. 그리고 각 범주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감탄이 나올 정도로 꼼꼼하게 매겨져 있다. 예를 들면 2010년까지 현재 10.7퍼센트인 아동비만율을 7퍼센트로 떨어뜨리고, 21퍼센트 수준인 급식의 지역 농산물 비중을 30퍼센트로 올린다는 식이다.

 

아이들이 바른 먹을거리를 고르는 능력을 기르고, 먹는 과정에서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며, 바른 식사 예절과 문화를 익히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골자로 하고 있다. 2006년에는 일본식 식단을 기준으로 하는 ‘균형 잡힌 식사 안내서’를 만들어 전담 교사를 전국 학교에 배치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법을 구심점으로 시민단체나 지역 주민들이 실천하고 있던 운동들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인 면이다.

 

* 윤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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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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