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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6 2010 KBS 구미호 vs 할머니의 구미호

할머니의 ‘구미호’이야기가 그리웠던 이유?

 




 

어제 KBS에서 방송된 ‘구미호 : 여우누이뎐(16부작)’를 보았다. 구미호는 고대 동아시아의 전설에 나오는, 황금빛 털에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구미호는 한국 방송( TV,라디오)를 풍미했던 소재다.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고, 늦은 밤 할머니의 괴담 시리즈가 떠오른다. 컴퓨터 그래픽과 여러 소재와 주제를 짬뽕시킨 구미호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조금 무서워지기를 바랐던 기대 때문인가?

 

한국판 구미호는 여우가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담고 있다. 하루만 버티면 사람이 될 수 있는데, 결국 다시 여우가 될 수 없는 운명. 사람이 약속을 파기 했기 때문이다. 2010년 구미호. 첫 회 방송이라 속단할 수 없지만, 주제는 단순한 것 같은데 너무 복잡한 장치로 기술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 같다. 기술도 기술 나름 유치해 보인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라디오 구미호보다 못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밤이 길고 칠흑 같았다. 밤이면 밤마다 할머니에게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응석을 부리면, 할머니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이어해주셨다. 때로는 반복되고, 과장이 넘쳤지만 그 이야기가 얼마나 좋았는가. 이야기에 무서워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오강에 오줌을 싸는 날이 늘어만 갔다. 또 하나는 라디오다. 텔레비전이 없었던 때라, 라디오에 귀를 대고 한 여름철, 귀신이야기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세상이 발전하고, 형형색색 컬러 버전의 세상이지만, 그때 그 시절 할머니가 전해 준 구미호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있을까? 핵가족화, 가족공동체와 마을공동체의 붕괴로, 그 많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지하철을 타면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지만 우울해 보이신다. 인터넷, 전자책, 문명의 이기 속에 아날로그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구미호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와호장룡처럼 대나무 밭에서 칼싸움 하는 장면도 너무 식상해 보인다. 이야기의 힘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야기의 부재는 대화의 단절로 이어진다. 구미호를 보면서 할머니의 이야기가 그리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이야기꽃이 피워지는 것이야 말로 멀티태스킹시대의 속도와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아무튼 구미호는 너무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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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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