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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1 솔 향 가득, 한가위 명절 음식

 


서울 경기 지역에서 두 시간 반은 보통이고, 전국 각처에서 오고 가는데 아침 일찍부터 늦은 저녁까지 온 하루를 쏟아 부어야 하는 먼 길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끝자락 일산 양지마을의 ‘평화가 깃든 밥상’ 요리 교실에 오는 분들을 보며 ‘도대체 무엇이 이분들을 이리로 오게 하나?’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만드는 음식이라는 게 너무 빤해서 매일 간장, 된장, 들기름으로 무치거나 지지는 게 대부분이니 뭘 배울게 있나, 싶은 거지요. 저나 그분들이나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 나누고 함께 음식 만들어서 먹으며,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고 나누는 게 좋아서일겁니다. 맛있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속이 편해서 좋다고들 하는 걸 보면, 더 좋은 건 마음 놓고 나누는 ‘배부른 수다’ 일겁니다.


“가볍고, 쉽고, 즐거워야 한다. 바느질, 요리, 삶… 그게 무엇이든 가볍고 쉽고 즐거워야 한다. 만약에 무겁고 어렵고 힘들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라고 자주 얘기 합니다. 우리가 지구에 인간 생명으로 온 이유는 지구를 더 풍요롭게 하고,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인데 내 자신의 삶의 무게에 눌려 있다면, 그래서 지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말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삶의 무게에 눌려서 헐떡거리며 사노라 삶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때가 많지 않았던 내 삶의 슬픔과 고달픔 때문에, 이러려고 이 세상에 온 건 아니잖아, 뭐가 잘못 되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얻은 결론은 “내 멋대로!”입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배고프면 먹고, 편하게 입고, 많이 남긴 시간으로 나도 생각하고 남도 생각하며, 하늘도 쳐다보고 바람결도 느끼고, 물소리 새소리도 듣고 꽃 냄새 맡으며 살면 되는데…. 음식 만드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애씀을 보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간단하지 않은 요리는 정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요리 학원하면서도 그랬습니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나의 밥상이 달랐기에 일하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학원 문을 닫고 흙 땅을 두발로 딛고 살면서 광목으로 기워 입은 가벼운 옷과 달랑 된장 하나로 차린 구수한 잡곡밥상이 얼마나 나를 살찌게 했는지 모릅니다.


내 몸이 가벼워지고, 내 마음이 평온해지면 내 손길이 닿는 무엇이든지 편안해집니다. 무얼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그냥 그렇게 내 생명의 가치를 즐기고 보살피는 걸로 보람된 삶을 사는 거지요. 그래서 손 가는 음식은 잘 안 만드는데, 명절이 다가올 때는 수백 년 동안 만들어 먹었던 우리의 세포결에 새겨진 음식들이 그리워집니다. 온가족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빚던 송편, 아이와 함께 비비던 약과, 참기름 냄새 고소한 약밥 등.


네 딸 중 맏이였던 내가 놀러 나가려는 여동생들을 불러 모아 송편을 빚게 했던 게 삼십 년 전입니다. 동생들이 이때의 따뜻했던 추억을 살아가는 내내 간직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때 대학생이던 막내 동생은 사위를 볼 나이가 되어가고 저는 어느새 이순이 되었어요. 지금은 동생들 대신 딸아이를 붙잡고 송편을 빚게 해요. “손이 많이 가는 송편이지만 송편을 찔 때 맡는 솔 향이 사는 맛을 더해 주는구나” 이런 맛, 이럴 때, 산다는 일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송편
재료 : 칠분도 쌀가루 5컵, 소금 2작은 술, 뜨거운 물 1컵 반, 솔잎 한 줌, 참기름 5 큰 술
송편소 : 볶아서 곱게 빻은 깨 1컵, 유기농 원당 1/2컵, 꿀 1/2컵, 계피가루 2큰 술, 소금 1작은 술
만드는 법 : ① 물에 잘 불려 빻은 칠분도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어가며 말랑말랑 해질 때까지 익반죽한다. ② 송편소 재료들은 한데 섞어 한 입 크기로 동그랗게 경단을 빚어 놓고, 한 알씩 넣어가며 송편을 빚는다. ③ 김이 오른 찜솥에 솔잎을 깔고 송편을 쪄낸다. 이때 송편 위에도 솔잎을 뿌려두면 송편이 서로 붙지 않으며 향도 좋고 잘 쉬지 않는다. ④ 떡이 투명하게 익으면 꺼내어 한 김 식힌 후 참기름을 바른다.

 

잡곡약밥
재료 : 찹쌀 3컵, 차조 1/2컵, 차수수 1/2컵, 기장 1/2컵, 밤 15개, 대추 10개, 채 썬 생강 5큰 술, 조청 2컵, 집간장 1/3컵, 물 3컵, 참기름 1/2컵
만드는 법 : ① 압력솥에 씻어 불린 곡식과 밤, 대추, 생강을 한데 넣고 분량의 조청, 간장,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② 압력솥의 추가 돌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추었다가 10여 분 뒤 고소한 냄새가 나면 불을 끈다. ③ 참기름을 넣고 잘 저은 다음 식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낸다.

  

재료 : 통밀가루 2컵, 참기름 2큰 술, 다진 생강 2큰 술, 계피가루 1큰 술, 후추 1작은 술, 꿀 4큰 술
집청꿀 : 꿀 1/2컵, 다진 생강 2큰 술, 소금 2작은 술
만드는 법 : ① 밀가루에 참기름을 넣고 골고루 비벼서 고운 체에 내린 다음 꿀, 다진 생강, 계피가루, 후춧가루를 넣고 살살 뭉쳐가며 반죽한다. 이때 치대면 맛이 뻣뻣해지니 조심한다. ② ①의 반죽을 젖은 행주로 덮어 30분간 숙성시킨 다음 방망이로 밀어서 두께가 2~3mm정도 되면 다시 접어 밀기를 3~4번 반복한다. 반죽을 두께 1cm, 길이 4~5cm의 정사각형으로 썰어 섭씨 120℃의 현미유에서 노릇하게 튀겨낸다. ③ 집청꿀 재료들을 한데 섞은 다음 뜨거운 물에 중탕한다. 꿀이 노골해지면 튀긴 약과를 넣어 고루 묻혀 낸다.

  

배숙
재료 : 배 1개, 통후추 16알, 채친 생강 2큰 술, 꿀 약간
만드는 법 : ① 배는 8조각으로 잘라 씨를 빼내고 등에 후추를 박아 넣는다. ② 냄비에 배가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생강을 넣은 다음 푹 끓인다. ③ 배가 투명해지면 그릇에 담아 입맛에 맞게 꿀을 타서 낸다.




- 글을 쓴 문성희 님은 이십여 년 동안 요리학원 원장으로 지내며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는 유명 요리가였지만, 가장 훌륭한 요리는 재료가 가진 본래의 생명력과 색깔과 모양을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요리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현재는 ‘문성희의 자연식 밥상’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밥상을 선사하고 있으며, 자연 요리책 《평화가 깃든 밥상》을 냈습니다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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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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