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큰길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비록 샛길로 다니는 것이 빠르고 이익이 될지라도 군자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바른 길로 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이 구절과 정확히 일치하는 원전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별히 어떤 특정한 고전의 원문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구절과 가장 유사한 내용이 <논어(論語)> 옹야(雍也) 편에 나온다. 공자의 제자였던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이라는 지역의 행정 책임자로 발령받았다. 공자는 자유에게 훌륭한 인재를 얻었냐고 질문했고, 자유는 담대멸명(澹臺滅明)이라는 사람을 자신이 만난 최고의 인재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그는 지름길로 가지 않는 사람이다(行不由徑). 비록 아무리 빨리 가는 방법이 있더라도 원칙을 무시하고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공적인 일이 아니면 사적으로 한번도 자신의 집무실에 찾아온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非公事 未嘗至偃之室也). 자유는 이 두 가지를 들어 담대멸명을 자신이 만난 최고의 인재라고 대답했다. 이 구절 중에행불유경(行不由徑, 길을 갈() 때 지름길()로 가지 않는 것)’군자대로행과 가장 근접한 내용이다.

 

길을 갈 때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편법보다는 원칙으로 공직에 임하고, 사적인 일을 공직의 자리를 이용해 처리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천명한 것이다. 공직자가 가서는 안 될 길을 선택하게 되면 그 재앙이 일반인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뇌물을 받고 원전 부품 비리를 눈감아주는 샛길을 선택한 어느 공공기관 직원의 행동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불편을 안겨 주었다.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채 남의 업무에 기웃거리고 사적인 용도에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사용한 결과는 나라를 요동치고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기업인이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자금을 모으고 회계장부를 조작한 결과는 투자자와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모두가 가서는 안 될 길()을 선택한 결과인 것이다. 지름길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이익인 것 같지만 큰길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다. 맹자는 이 길을 인간이 가야할 가장 편안한 길, 안로(安路)라고 한다. 그것이 의()로운 길이고 인간이 걸어가야 할 마땅한 길(當行之路)이다.

 

원칙을 벗어나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말이 <논어>에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 원칙을 어기고 빨리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그만 이익(小利)에 눈이 멀면 큰일(大事)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不成).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고,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조그만 이익에 눈이 멀지 않아야 비로소 먼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조그만 탐욕에 큰 것을 놓치는 결과(小貪大失)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조익(趙翼) 선생의 문집인 <포저집(浦渚集)> 자송록(自訟錄)에 보면 이런 글이 실려 있다. ‘가져도 될 것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지언정(寧有義當得而不得)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不可有義不當得而得).’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포기할지언정 가져서는 안 될 것에 욕심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부귀와 빈천, 성공과 실패, 출세와 좌절,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등하는 것들이지만 비록 성공과 부귀를 포기할지언정 의롭지 못한 부당한 선택은 하지 않고 살겠다는 조익 선생의 자세가 잘 담겨 있다.

 

지름길은 당장 이익이 되고 성과가 있는 것 같지만 그 끝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비록 정도(正道)와 대로(大路)로 가는 것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은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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