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너무 더울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열대성국가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냉장고 안에 들어가서 살 수는 없을 것 같고 걱정입니다. 지구온난화!!!!!!!


작년에 잡지 창간 작업을 진행하면서, 냉장고를 테마로 취재기사를 의뢰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가정을 섭외해서 냉장고를 발칵 까지는 아니어도 냉장고에 안에 보관하고 있는 것들을 다 꺼내어 비교를 했었습니다. 명절 연휴가 끝난 지 며칠 안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양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냉장식품에서부터 묵어 둔 생선, 아이스크림 등 정말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냉장고 안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동의 하신 
두 주부님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으니까요. 두 가정의 냉장고에서 나온 목록을 정리하고 시장 보는 주기, 다시 재사용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분류를 했었습니다. 의외로 다시 사용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창완의 노래 가사처럼 한 밤 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았더니 더 가관이었습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렸는지 정말 꼼지락 싸둔 각 종 음식재료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버리지도 먹지도 망설여표 지난 요리에서부터, 쓰레기통을 방불할 정도 이었습니다. 갑자기 청소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냉장고에 성에가 많이 끼여, 어쩔 수 없이 청소를 해 주어야 했는데, 요즘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 끄집어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버릴 것 버리고 정리를 끝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낯선 약통이 있어서 열어보니 10달러짜리 지폐가 10장이나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누가 여행을 다녀온 뒤 짱박아 둔 것 같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잽싸게…….

그런데 문제는 냉장고가 청소되었다는 것을 아침에 식구들이 안다면? 발각.발깍 뒤지어질까?
그래도 버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일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모아서 일주일 동안 요리해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절약이 별 것 아닌데. 쩝. 냉장고 안에 음식이나 재료를 보관할 때 목록표를 만들어 냉장고 앞에 붙혀 둔다면
건망증 많은 저같은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습니다. 냉장고 안에 짱 박혀 있는데 또 사는 경우가 왕왕 생기거든요.

  
요즘 같은 시대, 냉장고 없이 살라면, 끔찍할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시장을 봐서 먹는 습관이 들어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들은 쉽지가 않고 보름이나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나 인터넷으로 먹을거리를 주문하다 보니, 사지 않아야 할 것도 사게 되고 .. 알뜰 주부님들이 그렇게 생활을 안 하시겠지만.

 아무튼 냉장고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 청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생활의 재발견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능한 냉동식품을 사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냉장고만 믿고 음식을 보관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냉장고들이 커지고 다양해져서, 냉장고만 전문적으로 청소해주시는 007가방 들고 다시는 분들도 계시 답니다. 엄청난 크기의 냉장고를 갖고 계시는 분은 SOS를 치십시오.

  
냉장고 관리, 청소하는 법은 인터넷에 쫙 깔려있으니 따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작년에 미국의 부부사진작가(Menzel& Faith D’aluisio)는가 세계를 돌면서 각 국의 가정에서 일주일간 소비하는
음식을 찍어서 책으로 출판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번역(헝그리 플래닛)되어 나왔지요.




독일 한 가정의 일주일치 음식



채드, 브레이드징 캠프에 사는 사람들의 일주일 식량.


너무 비교되지요.



그런데 아주 독특한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를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음식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면서 냉장고를 열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희 집 냉장고는 너무 처참해서 이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러면 냉장고 속으로 탐험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술에, 인스턴트 음식재료만 가득.





ㅎㅎ 빵으로 때우는가 봅니다.





이 집은 그래도 과일이 좀 있네요.






와 고기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이 분 체격이 상상되네요.
너무 육식 좋아하시지 마세요.





뒤죽박죽





쩝 통크게 우유드시는가 봅니다.
그래도 고추도 보이고?





생수에 인스턴트 음식이 대세네요!!





냉동실입니다. 끔찍하네요. 뱀도 드시는가 봅니다.





집에서 음식을 해서 안드시는가 봅니다. 다들





콜라들. 냉장고 청소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유, 콜라....

그래도 사과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냉장고 하고 비교해 보고 싶네요.





이 집은 먹는 걸 포기했습니다.





살이 안 찔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저 같은 사람 한 달간 보내면... 풍선될 것 같습니다.





이 집은 냄비까지..





양호합니다. 양호실에 안가도 될 것 같습니다.
채소 좋지요!!!





심각합니다. 미국은 대표적인 비만국가이지요!!





냉장고 규모가 있는 편인데....


  
이 집은 다 포장음식입니다. 먹다가, 처박아두고, 먹다가, 처박아 두어
쌓였습니다.



 

  사진작가가 찍은 냉장고 속,음식 재료들 목록입니다.

 

냉장고 청소하면 돈 벌 수 있습니다.

저처럼 짱박아 둔 돈도 발견할 수 있고, 남은 재료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음식 소비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생문제까지 감안한다면.........

사실 냉장고에서 지구온난화 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 mark menji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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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수다 1


1.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냉장고를 사용하세요.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폐기될 때까지 작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냉장고입니다. 24시간 매일매일 전기를 먹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소비효율이 조금만 차이가 나도 결과는 하늘과 땅차이랍니다.


2. 음식을 이웃과 나누세요.
손님을 치루고 난 뒤에 음식이 많이 남았거나 선물로 먹을 것이 많이 들어왔을 때 냉장고에 넣어두기 보다 이웃과 나누어 보세요. 신선할 때 여러 사람이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고, 이렇게 나눈 음식으로 이웃과 관계도 하나 둘 만들어져 삶이 더욱 넉넉해집니다. 
 

3.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 종류와 유통기한을 써 놓으세요.
만두, 찐빵, 햄 등은 아차 하는 순간에 유통기간이 지나버리기 쉽습니다. 냉장고 밖에 음식물 종류와 유통기간을 써 놓으면 기억하기 쉬워 날짜가 지나 버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4. 고기는 먹을 만큼만 사고 생선은 일주일 이내에 드세요.
고기나 생선을 냉동실에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랍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이 많은 등푸른 생선들은 공기 중에 산패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래두고 먹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5. 제철음식은 바로 구입해서 되도록 짧은 기간 안에 드세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오래 저장해둘수록 신선도와 영양분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철음식을 오래두고 먹기보다 제철에 맛있게 먹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6. 음식물을 저장할 때 비닐이나 랩보다는 밀폐용기를 사용하세요.
냉장고 안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양의 비닐과 랩이 들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쓰레기로 나와 환경을 오염시키니 재사용이 가능한 밀폐용기에 음식물을 저장해 주세요.


7. 가족과 함께 차리고 감사히 먹는 밥상을 이야기하세요.
살림하는 사람이 혼자 애쓴다고 해도 가족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가족과 함께 내 생명을 이어주는 밥상에 대한 고마움과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자기 몸을 내어준 여러 생명들을 감사히 여기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냉랭한 수다 2

환장? 환상!적인 냉장시대

오늘날 도래한 냉장시대에는 냉장고라는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를테면,


● 각양각색의 냉장·냉동식품부터 그것들을 담고 있는 비닐 포장지와 그 속에 넣는 보존제 ● 냉장식품들을 싣고 달리는 냉장 차량들 ● 주부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홈쇼핑 판매에서 당당히 일등 먹은 별의별 모양과 크기, 용도의 냉장·냉동실용 밀폐용기 ● 인터넷 장보기 때 딸려오는 배보다 더 큰 배꼽, 스티로폼 박스와 보냉팩 ● 찬 음식들을 순식간에 데워주는 전자레인지와 전자레인지 전용용기 ● 마트 한쪽을 꽉 채우고 있는 탈취제  ● 지구를 열 받게 하는 프레온 가스 ● 냉동실만큼이나 추운 겨울에도 어김없이 날라 오는 전기요금 고지서 ● 냉장고 자석 등등


소설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에서 ‘나’는 어느 무더운 여름, 중고 냉장고를 구입하게 된다. 냉장고가 참기 어려운 소음을 내자 중고 가전상을 원망하지만 지독한 외로움에 냉장고와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후 그 시끄러움과 동고동락하면서 점차 냉장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고, 냉장의 역사가 곧 부패와의 투쟁의 역사이며 자신이 ‘환상적인 냉장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등장한 냉장고. 부패와의 투쟁의 역사이자 이 음식 보관의 역사는 어느덧, ‘금방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식품 각각의 특성대로 나누어 보관할 수 있는가’하는 고속화, 대형화, 분업화, 세분화된 음식 보관의 역사로 돌입해 맹렬히 전진 중이다.
덕분에 냉장고 속 음식들은 더 오래, 더 맛있게 보관할 수 있게 된 반면, 냉장고 밖 세상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있다.   

 


냉랭한 수다 3

고작 네 시간뿐 이라고요?
뉴욕에서 일어난 세 번의 정전

 

미국 뉴욕에서는 21세기 들어 세 번의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발생했다.
2003년 8월 14,15일 이틀 동안 5천만 명에게 전기 공급이 중단된데 이어, 2006년 7월엔 더위에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기가 끊겨 퀸즈 지역 주민 17만4천 명이 무려 일주일 간 암흑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작년 2007년 6월 27일에도 50여분 동안 정전이 일어났다. 이날 정전으로 38만5천여 명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다.  


미국의 전력 붕괴 시나리오에 의하면, 두 시간 후 사람들이 전철과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도로로 나오고 휴대폰과 전화를 동시에 쓰면서 전화와 인터넷이 혼잡, 불통이 되며, 네 시간 후 냉장고의 음식이 부패하기 시작하고 은행 ATM 창구에 줄을 서기 시작하며, 여섯 시간 후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들이 주유소와 도로에서 방치되어 혼잡을 낳고, 여덟 시간 후 수퍼마켓과 음식점, 금융기관 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며, 해가 진 후 거리에 떼 지은 사람들이 폭도화되어 혼란이 가중된다고 한다. 

 

냉랭한 수다 4

꿈꾸는 그녀들과 꿈에서 깬 그녀

 

A는 무척이나 빵을 좋아했다.


A는 빵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했다. A는 빵을 먹을 때 그 빵을 가장 최고의 맛으로 먹기를 원했다. A는 빵들에겐 ‘최적의 온도’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빵 냉장고를 구입했다. A의 빵 냉장고는 매우 좋은 것으로, 칸마다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빵마다 최적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A는 이 부분에서는 매우 까다롭게 굴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냉장고를 갖게 된 A는 행복하다. A의 빵 냉장고에는 A가 좋아하는 빵들이 최적의 온도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A의 진지한 이야기에 B는 크게 비웃었다.


B는 화장품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B는 화장품들에겐 ‘최적의 온도’가 있다고 믿는다. 빵 따위와는 다르게 화장품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B는 말했다. B는 화장품 냉장고를 화장대 옆에 두었다. B의 화장품 냉장고에는 굉장한 화장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화장품 냉장고는 항상 ‘최적의 온도’를 유지했고, B는 자신의 냉장고에 대해 만족했다.

 

B의 화장품 냉장고를 본 C는 코웃음을 쳤다.


C는 와인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그깟 민감하지도 않은 빵 따위와, 어느 온도든 상관 없는 화장품과는 달리 와인에게는 ‘최적의 온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C의 와인 냉장고도 칸마다 온도가 다르다. 와인도 최적의 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칸에는 얼음이 함께 들어 있기도 하다. C는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내 마실 때마다 무척이나 행복해 했다.

 

C의 모습을 본 D는 인상을 찌푸렸다.


D는 매우 커다란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딱히 어떤 특수한 용도를 가진 냉장고는 아니지만, 최신형으로 크기도 굉장히 크다. D는 냉장고 크기와 성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쯤은 돼야 냉장고라 말할 수 있는 거라며, 그깟 작은 냉장고들 따위는 쓸모없다고 했다. 자랑할 만큼 D의 냉장고는 무척이나 크며, 또한 굉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D의 냉장고 안은 그 크기가 무색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다. 그래도 D는 큰 냉장고를 바라볼 때마다 흐뭇해했다.

 

E는 D의 냉장고를 보고 사치품이라 했다.


E의 냉장고는 냉장 전용이다. 중고가게에서 구입한 작은 냉장고다. E의 냉장고 안은 음식들로 꽉 들어차 있으며, 중고답게 성능이 좋지 않고 불안정하다. E는 아직 쓸만하다며 가끔 꺼지는 냉장고를 보면서도 소탈하게 웃는다. 주위 사람들 모두가 E에게 제발 냉장고를 바꾸라고 말한다. E는 자신의 냉장고는 자신의 냉장고답다고 이야기하며 바꾸지 않는다.

… 라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참고로 자취집 냉장고는 E의 냉장고 쪽. 그러나 E와 다르게 매우 바꾸고 싶어한다. 아마도 설날이 지나면 냉장고를 바꿀 듯? 불안정하고 성능이 좋지 않은 중고 냉장고 따위 ㅠㅠ
- 생순이의 몰래몰래 이글루 <Triple F> 

 

당신은 A부터 E 중 누구와 닮아있는가. 대부분 속을 꽉꽉 채운 C의 냉장고에 김치 냉장고까지 섬기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생활 안팎에서 강도 높게 생태적 삶을 실천해나가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부인은 ‘좋아하는 냉커피를 마시지 못해 아쉬울 뿐 이젠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는 ‘먹는 주체’, 그녀는 ‘살림의 주체’. 사람들은 그녀보다 그를 먼저 알아보지만, 그녀는 그보다 한수 위다.
21세기에도 냉장고 없는 삶이 가능한 걸 알고 나니, A부터 E에 이어 그녀의 부엌이 마구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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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알뜰살뜰 살림 지혜도 자녀교육입니다.아이들은 부모들을 보고 자란다.^^



“먼저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나 역시도 오이가 썩어 곰팡이가 필 때까지 냉장고에 두는 것은 예사요 나중에 먹을 셈 치고 냉동실에 넣어둔 떡은 유통기간이 지나도록 먹지 않았으며 어느날 냉장고를 뒤지다 보면 비닐에 둘둘 말린, 기억나지 않는 음식들이 튀어나오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 열어보는 이 냉장고는 우리 집 냉장고 속 풍경이기도 하다.”

 

냉장고 전격 공개


 경기도 수지에 사는 최모 씨(46세)에게 냉장고를 공개해주겠냐고 이야기를 했다. “엄청 더러운데...” 하면서도 선선히 냉장고를 열어주겠다고 승낙한다. 오늘 열어보는 냉장고 주인장 최모 씨는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를 둔 결혼 15년차 가정주부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세 식구가 아파트에서 단출하게 살고 있다.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온 냉동실


먼저 냉동실을 살펴보기로 했다. 냉동실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온통 둘둘 말린 비닐봉지들이다. 음식물을 거의 비닐봉지에 쌓아 넣어 두었기 때문에 냉동실에 들어있는 비닐봉지 양도 만만치 않을 듯 했다.
냉동실에 음식물을 모조리 꺼내 부엌바닥에 내려놓자 한구석에 가득 쌓인다. 이 양에 주인장도 놀랐는지 “오메, 징한거.”하며 말을 멈추지 못했다.


장 봐다가 쟁여놓은 것들도 있지만 가을에 갈아놓은 고춧가루, 가격이 착할 때 한 접 사다가 까놓은 마늘, 시어머니가 보내준 참깨처럼 이런 저런 양념류도 만만치 않은 공간을 차지한다. 조금씩만 사다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고춧가루나 마늘 등은 제철에 사야 맛도 좋고 값도 싸다. 살림하는 사람이라면 제철에 값 쌀 때 사다가 쟁여놓고 먹어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또 한 칸을 가득 차지하는 것은 생선들이었다. 이 집은 고기를 잘 먹지 않는 대신 생선을 많이 먹는단다. 갈치, 고등어, 아나고, 낙지, 갑오징어, 조개, 동태, 가리비, 굴 까지 늘여놓고 보니 생선가게를 열어도 되겠다. 이렇게 자잘하게 종류가 많아진 것은 식구가 적어 한 번에 많은 양을 요리해 먹지 않기 때문이다. 갈치 한 토막, 고등어 두 토막 등 자잘하게 남은 생선들이 냉동실을 메우고 있었다.


냉장고 속을 뒤진 김에 냉장고 청소를 같이 해보았더니 냉동실에서 가장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왔다. 유통기한 지난 만두며 오래된 생선과 고기까지 버려야 하는 양이 20리터를 족히 넘고도 남았다. 음식물도 그렇지만 비닐봉지 쓰레기도 냉동실에서 대부분 나왔다. 쓰레기가 많이 나온 것은 냉동실에 두면 덜 상한다고 생각해 우선은 넣어두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갈 때 우리는 냉동실에 무엇이 있는지 잊어버린채 장을 본다. 그렇게 잊혀진 음식물들은 결국 음식물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화장품에서 약까지 없는 것이 없는 냉장실


냉장고에 먹을 것만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냉장고는 신경 써서 보관해야 할 그 무언가를 넣어놓는 수납장 구실도 해주고 있다. 이 집 냉장고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족 영양제, 소화제, 강아지 약, 화장품에서 개밥까지 참 다양한 것들이 냉장실에 들어 있었다.


냉장실도 꺼내어 쌓아두고 보니 양이 만만치 않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먹고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중에서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소스와 양념들이었다. 마요네즈, 케찹은 기본이요 돈가스 소스, 초코시럽, 바질, 멸치액젖에 카레가루까지 들어가 있었다. 어느 집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런 소스들을 보면 음식문화가 참 많이 서구화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야채 칸에 들어 있는 야채들은 이미 시들거나 물러진 것이 많았다. 냉장고 청소를 하다 보니 야채 또한 가장 많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그래도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는 이유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음식물을 펼쳐놓으면 그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양이 많은 만큼 밥상에 오르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도 만만치 않다. 어떤 이는 그렇게 많이 있는데 또다시 장을 보러 가는 평범한 주부들을 보고 책임을 탓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집 냉장고 속 풍경이 꼭 살림하는 주부들의 관리 소홀 탓일까?


주부들이 늘 하는 말이 막상 밥상을 차리려고 보면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형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두고 살림하면서도 밥상을 차릴 때 먹을 것이 없어서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먹을 것이 없다’가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똑같은 반찬으로 2끼니만 상을 차려도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고 졸라대는 아이들이나 달걀후라이라도 부쳐 오라는 남편들의 성화에 주부들은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야 한다.


김치와 짱아찌 하나만 있어도 언제든지 즐겁게 밥상에 앉을 수 있는 마음을 갖지 않는 이상 냉장고 속에 넘쳐나는 음식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더 단순한 삶, 채우기보다 비우는 즐거움으로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버리는 삶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오늘, 우리집 냉장고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욕망을 움켜쥐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냉장고가 커질수록 신선도는 떨어진다


우리나라에 냉장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라고 한다. 이로부터 4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부의 상징이었던 냉장고는 이제 살림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600리터가 넘는 대형냉장고의 등장은 2001년 양문형 냉장고의 출현이 그 시작이다.


핵가족 시대에 외식은 늘어나는데 냉장고의 용량이 나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얼까? 
냉장고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2, 3일에 한 번씩 가까운 시장에 가서 야채와 고기를 사와야 했고 보따리에 이고지고 오는 불편함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오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일주일에 한번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자동차로 쉽게 실어오는 생활로 변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게 되어 대형냉장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한 아파트란 집은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고 빛이 잘 들지도 않으니 냉장고 말고는 식품을 저장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곡식은 벌레가 잘 슬고 과일도 금방 시들어 버리니 이 모든 것을 집어넣자면 더욱더 큰 냉장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냉장고가 커질수록 우리네 밥상은 오히려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냉동실에 오래 저장해두고 먹는 생선이나 고기는 말 할 것도 없고 사온지 이삼일만 지나도 시들해지는 야채들을 꺼내 먹어야 하니 밥상이 신선해 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음식들로 차려지고 있는 중이다. 냉장고가 커질수록 버리는 음식물 양도 많아진다고 하니 냉장고 크기, 다시 고민해 봐도 좋지 않을까?

 

2주일은 장을 보지 않고 지낼 수 있다


먹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요리를 한다고 재료들을 골라보니 15가지 종류나 할 수 있었다. 이리저리 궁리한다면 더 많은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해서 내놓는다고 해도 무려 2주일을 보낼 수 있는 종류였다. 실제로 냉장고를 공개한 최모씨에게 지금 식료품으로 장을 보지 않고 얼마나 지낼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두주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냉장고에 들어가 있지 않은 식료품도 있으니 정말 탈탈 털어서 요리한다면, 단순한 반찬으로 소박하게 먹는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최모 씨는 여전히 “냉장고에 먹을 것이 없다.”라고 느껴진다고. 냉장고 청소 후 냉장고가 헐렁해지자 그 느낌은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늘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생활했기 때문에 냉장고가 헐렁해지자 무언가 더 사와야 한다고 생각되는 듯했다. 일상적인 장보기에도 분명 습관적인 욕망이 함께 작용하는 것일 게다.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는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나의 욕망과 함께 잠자고 있을까?

 

 

냉장고 속 대공개!!


가족: 3인 가족(40대 부부와 중학생 자녀)
주거환경: 아파트
냉장고 용량: 양문냉장고 676리터(냉장실 426리터, 냉동실 250리터), 김치냉장고 120리터
1.5리터 생수병 530개가 들어가는 용량임
냉장고 속 식품 종류  총 113가지
냉동실 42가지(사진1)
냉장실 66가지(사진2)
김치냉장고 5가지(사진3)
가공식품 수 39가지

냉장고에서 나온 음식쓰레기양(사진4)
약 40리터 (24가지 종류를 버렸음)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봉투
2리터짜리 약 20개 분량
냉장고에서 나온 비닐쓰레기양(사진5)
10리터

 

냉동실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떡(5): 쑥가래떡, 떡국떡, 송편, 인절미, 떡볶기떡
●양념(1): 깐마늘
●생선(13): 고등어, 갑오징어, 조개, 아나고, 동태, 매생이, 굴, 낙지, 갈치, 간고등어, 조가비살, 황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
●건어물(11): 오징어채, 마른오징어, 쥐포, 마른새우, 황태채, 지리멸치, 볶음멸치, 국물멸치, 다시마, 미역, 김
●가루(7): 감자가루, 핫케익가루, 우리밀가루, 쑥가루, 깐들깨가루, 안깐들깨가루, 고춧가루
●가공식품(7): 후랑크소세지, 햄, 핫도그, 튀김만두, 찐빵, 가공돈가스, 카레가루
●고기(2): 찌개용 돼지고기, 양념용 돼지고기
●기타(6): 완두콩, 자른인삼, 건표고버섯, 볶은깨, 삶은 팥, 월남쌈페이퍼
상해서 버린 것
찐빵, 튀김만두, 후랑크소세지, 가공돈가스, 아나고, 간고등어, 갑오징어, 갈치, 마른오징어, 안깐들깨가루, 조개, 양념용 돼지고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 햄, 카레가루, 떡볶이떡

 

냉장실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야채(18): 토란, 목이버섯, 양배추, 상추, 시금치, 양파, 피망, 호박, 가지, 당근, 팽이버섯, 무, 꽈리고추, 파, 우뭇가사리, 배, 레몬, 밤
●소스와 양념(11): 까나리액젓, 멸치액젓, 국간장, 돈가스소스, 초코시럽, 마요네즈, 케찹, 토마토 소스, 인도산 카레가루, 인스턴트 카레, 바질
●주류(4): 포도주, 전통주 2종, 맥주
●반찬(8): 오징어젓, 총각김치, 동태전, 조기찜, 고구마줄기나물, 갓김치, 김치, 콩장
●차(2): 유자차, 모과차
●음료(3): 생칡즙, 두유, 우유
●기타(19): 파인애플 통조림, 비타민제, 잇몸약, 소화제, 건강보조식품, 강아지약, 약 9종, 화장품, 인절미, 순두부, 씻은 쌀
상해서 버린 것
토란, 상추, 시금치, 피망, 꽈리고추, 레몬, 총각김치, 콩장
●김치냉장고(5)
늙은 호박, 귤, 볶은 깨, 명란젓, 김장김치 4상자

 

 

냉장고 속 잠자고 있는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 몇 가지나 나올까?
기본적인 양념이 있고 상한 재료들을 모두 먹을 수 있다면
이 냉장고 안에 든 재료들만 가지고 수십 가지 요리가 가능하다.


굴매생이국 : 굴, 매생이, 마늘
멸치볶음 : 멸치, 꽈리고추, 볶은깨 오징어채볶음 : 오징어채, 볶은깨 떡국 : 떡국떡, 국물멸치, 다시마, 마른새우, 당근, 양파, 파, 김, 마늘 김구이 : 김  돼지고기 김치찌개 : 돼지고기, 김장김치,  마늘, 파 고등어 조림 : 고등어, 무, 마늘, 파 갈치구이 : 갈치 해물 순두부찌개 : 갑오징어, 조개,  순두부, 파, 팽이버섯, 마늘
햄구이 : 햄 김치해물전 : 낙지, 갑오징어, 조기비살,  김치,    밀가루   호박나물 : 호박, 피망, 마늘, 볶은깨 시금치나물 : 시금치, 파, 마늘, 볶은깨 양배추쌈 : 양배추 
돈가스 : 가공 돈가스, 돈가스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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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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