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직장생활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일 매진하느라 가정에 소홀한 경우 많아

세월 흐를수록 벌어진 사이 회복 어려워, 가정에 쏟을 노력·시간 미리 배분해야

 

 

 

 

 

달포 전 잘나가는 방송사에 있는 A선배와 점심을 같이 했다. 옻닭을 분해하면서 A선배에게 물었다. “요새 애들하고는 잘 지내요?” 아들하고는 그냥저냥인데 중학생 딸하고는 영 별로란다.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질풍노도와 같은 중학생, 그것도 딸하고 비뚤어졌다면 상황은 대략 난감하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얼굴 볼 시간이 없다고 했다. 새벽에 나와서 자정 무렵에 들어가고 주말에는 주말대로 바깥 일이 많아서 도무지 짬이 안난단다. 아닌 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네 아버지들은 ‘좀’ 아니, ‘많이’ 아니, ‘너무’ 바쁘다.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한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10년쯤 된 일이다. 강원랜드골프장이 막 만들어졌을 무렵, 고등학교 동창생 하나가 시범(공짜) 라운딩에 초청되었다. 당시 막 골프를 시작했던 동창생 네 사람이 뭉쳤고, 우리는 새벽 3시에 집을 나섰다. 편도 5시간이 넘는 운전에도 힘든 줄 모르고 당일치기로 정선을 다녀왔다. 부산출신이었던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바쁘다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못 찾아뵙는다는 건 다 핑계”라는 데 입을 모았다. 서울~부산 운전시간이 그날 걸린 시간과 맞먹었으니 말이다.

골프를 꽤나 즐기던 A선배 역시 국물을 들이키면서 이 에피소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어느 책에서 읽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윤여준씨는 어느 날 고3이 된 아들의 하교 길을 같이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들이 고3을 마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정 무렵 아들의 학교 교문앞에서 아들을 기다렸고, 야간자습을 마치고 나오는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국회의원에 환경부장관까지 된 윤여준씨가 시간이 늘늘해서 이런 정성을 보였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 아들은 뒷날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풍문에 시달리는 윤여준씨에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버지를 비난해도 저는 믿어요. 제게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분입니다. 용기를 잃지 마세요”라고 아버지를 위로했다고 한다.

그릇이 바닥을 보일 때쯤, A선배에게 일과 가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하고 있냐고 물었다. “100% 일!”이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굴지의 방송사에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는 사람다운 답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PGA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했던 필 미켈슨이 아내와 세 아이와 함께 활짝 웃고 있던 사진, 그리고 재선에 성공했던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부인과 두 딸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던 사진이 떠올랐다. 가장 공적인 순간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서구의 아버지들과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돌진하는 A선배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일과 가정생활에 어느 정도로 노력과 시간을 분배할 것인지,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재테크에만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게 아니라 가정과 직장 생활 사이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찔려’ 하는 눈치다. 그래도 A선배의 ‘100% 일’은 너무 심했다.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먹으면서 “그래 가지고 나중에 아이들과 어떻게 지낼 작정이냐?”고 근성있게(?) 물었다. 그랬더니 “다 필요없고, 나 혼자 살거야!” “그럼 그리 혼자 살면 행복하겠수?”라고 했더니 “그래 갖고 행복할 놈이 어딨냐”라며 버럭 한다. ‘알긴 아네!’ “아니 그럼 왜 그리 살아요?” 자식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그리고는 화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어디 그리 한가하냐?”와 “마음먹기 나름이다” “니 말이 맞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고, 그냥 일에나 전념하겠다. 그래서 내 할 도리를 다하고 그 뒤에는 자식들이 알아주든 말든, 나 혼자 살겠다” 뭐 이런 식의 불립문자(不立文字)로 채워졌던 것 같다. 지금은 미국 특파원으로 나가있는 A선배의 미국 생활이 자못 궁금해진다. 지금은 일과 가정생활의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변했을지.


김혜준 KACE 아버지다움연구소 소장

 

 

 

 

 

출처 경상일보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721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

 

 

 

아버지가 동네로 돌아와야 한다

 

아이들로부터 아버지가 멀어지는 것 개인, 가정이 아닌 사회문제 될 수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집으로 돌아와야

 

 

 

 

 

 

생활속에 숨어있는 즐거움을 찾아주는 TV예능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배드민턴을 다룬 적이 있다. 진행자 강호동씨가 “(배드민턴만 하면 되니까) 앞으로 따로 운동걱정 안해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배드민턴은 재미있는 운동이다.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서 ‘감사’까지 맡았었던 나도 격하게 동의한다. 그런데 동네 배드민턴 클럽을 다니는 재미는 셔틀콕을 좇아 땀흘리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동네 그리고 사람들의 재발견’이 또 다른 맛이다. 배드민턴을 알기 전에는 시장에서 두부파는 OO여사가 나보다 배드민턴을 훨씬 잘치는 줄도, 나보다 돈을 많이 버는 줄도 몰랐다. 또 추어탕 장사를 하는 OO형님과 막걸리 잔을 나누는 것이 이렇게 알콩달콩 재미있을 줄도 몰랐던 것이다.

사실 살림사는 엄마들은 이웃과 학교 학부모회 등을 통해 OO엄마로 통하는 동네 네트워크 속에서 지낼 기회가 많다. 그에 반해 동네에서 아버지들을 발견하기란 쉽지않다. 대부분의 ‘월급쟁이’ 아버지들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동네는 ‘아줌마’들이 접수한다. 학교에는 자모회가, 아파트에는 부녀회만 보인다. 그래서일까? 동네에는 이른바 ‘(남자)어른’이 실종된 지 오래고, 아이들의 불량기를 제어할 수 있는 거라곤 경찰 순찰차 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미체를리히는 ‘현대 사회는 아버지없는 사회’라고 갈파한 바 있는데, 권위이자 질서를 의미하는 ‘꼰대’가 없으니 동네와 사회는 당연히 불안해진다.

개별 가정에서 아버지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1차적 아버지 부재’라면, 그것에서 파생되는 ‘2차적 아버지 부재’는 동네에서 아버지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1년 여름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일어났던 ‘런던 폭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동이 일어나고 21명의 사상자와 200만 파운드의 재산손실을 내고 3100명이 구속된 폭동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내로라하던 영국의 전문가들조차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폭동에 가담하고 주도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거리의 청소년들이었고, 이들 대부분이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당시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급속도로 가족이 해체되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에 따라 폭동의 주요 원인으로 집안에 긍정적인 롤모델로 삼을 성인남자가 없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유력해졌다. 아이들로부터 아버지가 멀어지는 것은 개인의 행복 그리고 개별 가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처럼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아버지들이 몸은 멀쩡하게 있으되 정신적으로 부재한 예가 적지 않다. 이렇게 아버지들이 가정과 동네를 겉돌게 될 때, 아버지들이 사회생활을 통해 체득한 지혜와 전통을 가정교육에는 물론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아파트 운영에도 활용하기 어렵다. 사실 과거에는 아버지들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가장으로서, 또 산업역군으로서 몸과 마음이 집을 떠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심지어 박수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다. 밖으로만 나돌다가는 한순간에 ‘훅 가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아버지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슈퍼 앞 평상에서 장기두는 할아버지들’ ‘동네 운동장에서 땀흘리는 아버지’가 더 많아질 때, 얼마전 학교폭력 때문에 울산의 한 여고생이 자살하는 것 같은 비극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의 저녁이 깊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름이 좋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산보하는 부부의 발자국 소리, 초저녁에 모녀가 줄넘기하는 소리들을 통해 사람사는 동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추위 때문에 현관문을 꼭꼭 닫고 있더라도 마음만은 늘 여름이었으면 좋겠다.

김혜준 아버지다움연구소 연구소장

 

 

출처 경상일보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6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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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아버지의 즐거움을 아는 것

 

아이만 위해서는 본인의 행복 못찾아

일상 속 숨겨진 기쁨서 감수성 깨우쳐 육아의 행복 느껴야 진짜 ‘좋은 아빠’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가 멋진 남자로 그려지고 있다. 아빠들을 위한 육아잡지까지 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해지고 있다. TV채널을 돌리다 보면 프로그램 하나는 걸릴 정도로 아빠는 ‘대세남(男)’이다. 그런데 이른바 ‘좋은 아빠’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뭔가 개운치가 않다. ‘좋은’ 앞에 ‘아이에게만’ 또는 ‘애엄마가 보기에’가 생략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좋은 아빠’라는 말에는 당사자인 아빠 본인의 행복과 성찰이 빠져 있다는 거다.

오래전 사촌형이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 일이다. 형은 정훈장교로 입대했었지만, 장교든 병이든 훈련받을 때 춥고 배고픈 건 매한가지이다. 하루의 고된 훈련을 마치고 나면, 야식으로 ‘보름달’이라는 카스테라가 나왔다.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가 포장지에 그려진 그 빵이 얼마나 맛나던지! 그 보름달로 힘든 나날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폭설이 내렸고, 그만 ‘빵’ 트럭이 끊겨 버렸다. 장차 군의 교양과 이념을 가르칠 사람들이었지만, 빵 앞에서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내무반에선 대한민국의 군수시스템에 대한 격한 성토대회가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훈련소장의 준비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보름달이 없으면 반달이라도 줘야 할 것 아니야!” 뭐 이런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럼 뭐 하겠는가? 배만 더 고파질 따름이었다. 그저 울분을 삼키며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촌형은 이미 결혼해서 아들까지 두고 있었기에 잠들기 전이면 그리운 아내와 아들을 떠올리면서 남몰래 눈물짓곤 했었다. 하지만 그날 밤엔 아내와 아들 얼굴은 온데 간데 없었다. 그저 천정에는 보름달만 아른거릴 뿐이었다.

이렇게 아빠는 아빠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아빠 자신의 실존적 문제를 떠나, 그저 아이를 위하거나 엄마 주도형 아빠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아빠라는 명찰을 달고 있건 말건 한 마리 수컷으로서 자신의 욕망만을 좇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좋은’ 아빠의 길을 수도승처럼 가야만 할 것인가? 다행히도 ‘제3의 길’은 있다. 바로 ‘아빠됨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아빠 노릇을 통해 아빠 본인이 행복감을 느끼게 돼 있다. 그래야만 종족 보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선 영양을 공급받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먹는 것이 즐거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간과돼 왔거나 숨겨져 왔던 아빠노릇의 행복을 느끼는 훈련을 살짜쿵 하면 된다. 굳이 훈련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잠재돼 있는 감수성을 깨우기만 하면 될 일이다.

아빠로서 느끼는 쾌감, 만족감, 뿌듯함, 행복감은 어떤 때 생기는 걸까? 어린 시절 어른들은 “세상에서 제일 듣기좋은 소리는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와 자식이 글읽는 소리”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아빠되는 즐거움 아닌가 싶다. 늦은 밤 소주폭탄을 지고 들어와 새끼들이 발뻗고 자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요지부동의 딸기잼 병뚜껑을 따주면서, 아빠들은 가슴이 뿌듯해진다. 일찍이 파스칼은 “현재의 소소한 기쁨에 소홀한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했듯이,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아빠의 행복들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아빠 노릇은 ‘행복’이 아니라 ‘고역’이라고 주장하면서, 드라마속 백마탄 아빠를 들이대지는 말자. 아빠되는 행복감을 미처 맛보기도 전에 기계적이고 당위론적인 ‘좋은 아빠’ 타령을 늘어놓은 건, 아빠에게도 아이에게도 역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좋은 아빠 되라”는 이야기가 학창시절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처럼 들리는 순간, 만사 ‘꽝’이다.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아빠 노릇을 하도록 기다려주고 기회를 주자. 손학규씨는 정계를 은퇴했지만 ‘저녁있는 삶’은 여전히 아빠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김혜준 KACE 아버지다움연구소 소장

 

 

 

 

출처:경상일보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2474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퇴근할 때 이렇게 농담하던 직장 동료가 있었다.

그는 밤 9시에 회사문을 나가

다음날 8시에 다시 같은 문으로 들어온다.

회사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13시간.

반대로 회사 밖에 있는 시간은 11시간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집에 다녀오겠다는 말이 억지만은 아니었다.

물어보니 그 동료가 집까지 가는데

1시간 반의 시간이 필요했다.

9시에 나가도 집에 도착하면 10시 반이다.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 귀가 시간은 새벽1시.

또한 8시 출근을 위해 다음날 6시엔 일어나야 한다.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곳이다.

가족과의 대화는 단절이 됐다.

아버지는 점점 투명인간이 되고,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 되고 있는

가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sbs 8시 뉴스- 아버지 3회 기획(지난 5월 17. 18. 19일 방송)을 통해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버지는 투명인간?"…설 곳 없는 위기의 가장들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90047

 

 

"먹여살리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이지 않습니까?

 그걸 인정을 해주고 아빠에게 시간과 공간을 줘야되는데..."

아빠들 밥상머리 대화부터…아이 성적 '쑥쑥'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90614

 

 

은퇴 이후 설 곳 없는 위기의 아버지, 해법은?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791822

 

 

"막연하게 좋은 아버지가 돼야 돼.

 그런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죠"

 

 

 

함께하는 아버지, 꿈을 키우는 아버지

KACE아버지다움연구소  www.kace.or.kr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

관심을 갖고 보면 지금 세계는

아버지와 관련된 일로 가득하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진작부터 아버지들의 각성과 활동이

활발하게 조직되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만연한 아버지 부재 현상이

사회문제로 확산되었고,

전국부성이니셔티브(National Fatherhood Initiative) 및

전국아버지되기센터(National Centre of Fathering) 등과

같은 아버지 (운동)단체들이 출현했다.

 

 

1993년 백악관 보좌역을 지냈던 돈 에벌리와

몇몇 학자들은 미국사회에서 늘어나는

아버지부재(father absence)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고, 1994년에 NFI가 설립됐다.

 

 

“우리 시대 가장 심각한 사회적 현상은 아버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에 미국에서는 800만 명의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자랐다.

 현재 그 숫자는 24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오늘밤 3명의 아이 중 한명은 아버지 없이 사는 집에서 잠자리에 들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NFI는

가정 및 부성 친화적인 정책들을 독려하고

전국적인 공공교육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삶에서 아버지가 갖는 중요성을 알리고,

전국 및 지역별 운동을 전개한다.

더 나은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남성들을 교육하고 있다.

 

 

일본에도 ‘일본을 아버지하기’(Fathering Japan)라는

아버지단체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좋은 아빠’보다도 ‘즐거운 아버지’를 늘리고

그것이 근로방식, 기업의 의식개혁, 사회불안 해소,

차세대의 육성에 연결되어, 10년 20년 후의 일본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신념을 갖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아버지되기센터(Centre of Fathering)’란

단체가 대표적이다.

젊은 아버지 3명이 1994년 세운 이 단체는 아버지가 나서면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이 초보 아빠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스스로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가 악화된 뒤

잘못된 길을 걸어왔음을 후회한다.

 

 

초보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집중함으로써

이 같은 오류를 줄여가고 있다.

아울러 문제가 있는 아버지에 대한 교정 활동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국에선 부성연구소(FI:Fatherhood Institute)가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인 로브 윌리엄스(Rob Williams)와는

올해 런던에서 만나 긴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상호협력 및 연대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한 바도 있다.

FI는 세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우선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아버지가 보다

더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아버지가 직장을 떠나 아이와 지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미래의 부모가 될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일과

아이를 기르는 일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고,

성별에 따라 그 역할이 분리되지 않으며 서로 나눌 수 있음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남자아이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택할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를 직접 돌보는 데 쏟을 수 있도록 법과 정책의 변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가족과 교육 정책이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형태로 변할 것을 추구하고 있다.

 

 

- [부모에게 藥이 되는 이야기 97호 : 김혜준 저]중에서

 

"아버지 땡큐 콘서트에 초대합니다"

   2013. 5. 4 | 지역사회교육회관

   신청 : http://www.kace.or.kr/thankyou_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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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오래된 일기장을 훔쳐봅니다.

십 수 년 전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집닏.

역시 진실은 최고의 문체이며,

가장 감동적인 대본입니다.

아이는 모든 부모를 작가로 만드는 재주가 있나봅니다.

 

 

좋아하는 초코 케이크를 앞에 두고 생일 노래를 부르다,

도저히 참지 못해 침을 흘리고 마는 아이의 모습,

변기에 응가를 하고서 서럽게 울던 모습,

처음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간 날,

초조한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집에 오기 싫다고 울었던 모습,

집게 손가락을 세우며 이야기하는 버릇,

처음 그린 그림과 글자들이

오롯이 그 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유치원의 친한 여자 아이가 이사를 가자,

자기 맘속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대목에선

환청마저 들렸습니다.

 

 

'그래, 그래, 그때 그랬었지...'

 

 

돌도 되지 않은 둘째 녀석이 입원한 장면에선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내의 일기장엔 제가 쓴 글도 보였습니다.

아들이 막 18개월을 지나고 있을 즈음입니다.

뉴스데스크를 함께 시청할 떄였습니다.

무당거미의 소화액으로 천연세제를 만든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아들이 그걸 설명해달라고 보챘습니다.

 

 

그러자 내가 이렇게 대답했더군요.

"거미가 먹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내뿜는 강력한 효소는 단백질을 녹이지.

 그걸 응용해서 섬유에 붙은 찌꺼기를 분해시키는 건데..."

 

 

엄마가 말을 가로막습니다.

 

 

"그걸 설명이라고, 쯧쯧.

 운아, 저건 거미의 도움을 받아 빨래를 쉽게하는거란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운이.

"응, 알았어"

 

아내와 제게 너무 큰 기쁨을 안겨준 우리 아들입니다.

요즘은 사춘기인지 나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는

(때론 반대로 행동하는_ 아들이 미워졌습니다. 흥분한 내게 장애인시설 봉사활동에 열심인 아내가 말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는 것도 감사할 일이야..."

"안다고. 하지만 어찌 그리도 생각이 다른 걸까"

 

 

맞장구치고 다짐하고서도 금방 잊고,

아이를 또 압박합니다.

참 못난 아빠입니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길은 멀기만 합니다.

 

 

* 정덕환 회원님은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둔

   IT사업가 이십니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매력적인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아빠입니다.

 

 

 

출처: 대한민국에서 아버지 찾기 [파더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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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땡큐 사진•글•UCC 공모전

 

아버지와 자녀의 모습과 그 속에 있는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즐거운 아버지,

가족사랑 문화를 넓히고자 ‘아버지 사진•글 공모전’을 실시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공모주제: 아버지

■ 공모자격: 제한없음(학생, 남·여 성인 모두 포함)

■ 공모방법

   ⓵ 사진 - 아버지가 포함된 사진(JPG, GIF) 1매

                   해상도: 2.272×1,704㎜ 이상, 크기: 5MB이내

   ⓶ 글   아버지와 관련된 글(에세이, 편지 등)

                   분량 : A4용지 1-2매, 글자크기 11포인트, 줄간격160

   ⓷ UCC - 아버지와 관련된 5분이내의 동영상물(avi, mov,wmv, mpeg, swf)

                   해상도: 640*480 pixel

 

■ 접수방법

   ⓵ 온라인 접수(father@kace.or.kr / www.kace.or.kr 접속)

   ⓶ 응모기간: 2013. 3. 20 ~ 4. 20 (30일간)

 

■ 시상

   ⓵ 결과발표: 4월 말 (심사 후 홈페이지 공지 및 개별통보)

   ⓶ 시상 및 아버지 축제: 2013. 5. 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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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머리를 감다보니

제자리에 있어야 할 샴푸가 없길래

딸에게 샴푸 좀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샴푸가 어디~이 있노?"라며 두리번거렸습니다.

참 나... 요사이 유행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유명한 개그맨은 물론이고

오리지날 부산 사람도 울고 갈 '자연산' 인토네이션이었습니다.

물칠만 해놓은 머리를 붙잡고 있던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니 저 녀석, '우찌' ‘저리’ 사투리가 자연스레 나오는 걸까?

   '지' 말로는 학교에 가면 사투리 ‘하나도’ 안 쓴다지만,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면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부산이라고 해봐야 명절에 잠깐 빨간 날만 다녀왔고,

사투리를 따로 교습시킨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결국 녀석의 입에 붙은 사투리는 100% 우리 부부가 쓰는 말 때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우리 부부에게서 배운 것이 어디 '말' 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났습니다.

내가 그동안 별 생각없이 저질러 왔던 행동들!

그것들이 모조리 녀석의 대뇌피질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녀석의 허물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 100% 보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깨달음의 전율이 ‘수구리고’ 있는 머리를 스쳤습니다.  

에고! 좀 더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는데....

 

 

아버지노릇은 돈벌어오는 것으로 끝날까요?

혹시 끼어드는 자동차에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녀에게는 “베풀면서 살아라”고 하고있는건 아닐까요?

 

 

어찌 보면 아버지노릇은 매우 쉽습니다.

자녀가 앞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모습을

내 지금 그대로 따라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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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이 다가오니 A선배가 생각난다.

20여년 전 A가 훈련병 시절 이야기다.

당시 충남 논산훈련소에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나면,

야식으로 '보름달'이라는 카스테라가 나왔다.

비닐포장에 토끼가 그려져 있던 그 빵이 얼마나 맛나던지!


그런데 어느날 폭설로 그만 '빵'트럭이 끊겨 버렸다.

그날 밤 내무반에선 대한민국의 군수시스템,

훈련소의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기상청에 대한 격한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어쩌랴?

결국 분루를 삼키며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미 결혼해서 아들까지 두었던 A는 잠들기 전이면

천정을 수놓던 아내와 아들 얼굴은 간데 없고,

보름달만 내내 아른거렸다고 회상했다.



이 이야기는 자기 배고플 땐 아버지와 남편 노릇도

뒷전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내비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사이 서점에는 '좋은 아빠' 지침서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아빠의 고민을 담고 있는 책은 별로 없다.

그저 "닥치고 좋은 아빠 해!"라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아버지노릇에 대한 성찰이 빠진 채

몇 가지 스킬만으로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역설적으로 '나쁜' 아버지를 양산할 지도 모른다.



현관문 밖의 치열한 하루 경쟁을 마치고 돌아와

보글보글 된장찌개 앞에서 오순도순 힐링을 받고 싶은 아버지들에게

이런 레시피들은 또 하나의 스트레스이자 노동이기 때문이다.
노동으로 인식되는 이상, 아버지 노릇은 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니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희생정신과 의무감으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래서는 '자연산' 좋은 아버지가 되기 어렵다. 이제 발상을 바꿔보자.

좋은 아버지의 '좋음'이 누구에게 좋은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자식만을 위해 아버지는 희생해야 한다는 접근법이라면

'노 땡큐'다. 그런 식의 아버지노릇은 하기도 싫고 결과도 시원찮으니 말이다.

직장 다니는 아내 대신 딸을 돌보기 위해 교사 B는 육아휴직을 했고

지금 즐겁게 집에서 애보고 있다.

제일 행복한 사람은 B다. 그 다음이 딸이고 아내다.

인간은 유희적 존재(Homo Ludens)이고 공자님도

'즐기는 사람(樂之者)은 못당한다'고 했으니,

B야말로 최고의 아버지이다.


그러므로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아버지노릇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버지노릇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한다.

뭘? 자녀의 존재를! 자녀가 기쁠 때

그리고 화날 때의 표정을, 자녀를 포옹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를. 요새 자녀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저런 요령은 그 이후 문제이다.


 


구한말 테니스를 치는 걸 본 대한제국의 고관 왈,

"아니 저렇게 힘든 걸, 아랫 것들 시키지"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지 않은가! 모르는데 어떻게 재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겠는가.

모르니까 기껏 한다는 대화가 맨날 "밥 먹었냐", "오늘 별 일 없었냐" 수준에 머물고 만다.


얼마전 서점에서 젊은 부부의 대화를 듣게 됐다.

아내가 "와! 이 책, 당신이 꼭 읽어봐야 되겠다"고 하자,

남편은 "왜 이러셔. 내가 그런 책을 볼 사람인가?

그런 책을 쓰거나 최소한 감수해야 할 사람이지!"



여기까지 듣고는 흠. 이 사람, 꽤 소신남이군.

게다가 센스도 있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아내의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가 들려왔다.

순간 씁쓸했다. 하지만 기억하자. 웃기는 소리 하는 아버지,

아버지 노릇을 즐기는 남자들이 대한민국에 넘쳐야 함을.

 

 

 

[출처: 한국일보 오피니언리더 2013. 2. 28]

김혜준 | KACE아버지다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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