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미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25 옛날로 돌아간다면 세상이 행복해질 것 같아요?
  2. 2010.06.08 '유쾌한 구두쇠'로 부터 배운다? (1)

 


오래된 것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 대는 사람이 있다. 옛날 게 사라질까봐 마음을 졸이는 사람이 있다. 어머니 할머니가 사용하던 물건을 졸라대며 가져와 살림장만을 하는 사람이 있다. 윤신천(50)씨. 감색·황토색 천연염색 개량한복이 잘 어울리는 그는 유난히 옛것을 찾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집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들은 옛날 분위기의 남다른 살림살이에 마음을 빼앗긴다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생활이 어떤지 궁금하던 차에 그가 살고 있는 상주로 직접 찾아갔다. 상주 시내와 조금 떨어진 조용한 마을, 아담한 3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상주는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이지만 결혼한 후 남편의 근무지인 창원에서 줄곧 살아왔다. 상주로 이사 온 지는 한 달 남짓. 7년 전 남편의 귀농으로 창원과 상주 두 집 살림을 해왔다. 올해 큰 아들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부부와 딸 세 식구가 이곳에서 모여 살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소문대로 집안 풍경은 현대식 아파트 외관과 다른 세계였다. 거실 초입의 한 섬짜리 뒤주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오래된 나무색의 고가구가 거실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흔히 궤짝농이라고 하는 반닫이와 문갑, 통나무를 잘라 만든 좌탁, 자그마한 찻잔과 여러 가지 허브차가 진열되어 있는 선반. 한 쪽 벽 나무 막대에는 말방울과 소방울 대여섯 개가 걸려 있다. 신라의 유적지답게 신라시대 유물 네 가지가 문갑 위에 ‘전시’되어 있다. 수집광이라고 할 정도로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어디를 가든 옛날 것만 눈에 들어오면 얻거나 구입해온다. 그러다보니 자잘한 살림도구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옛날 게 쓰임새도 좋아 가능하면 쓰던 걸 버리지 않은 탓도 있다.


 

옛것들이 살림도구로
집주인은 집안에 멋스럽게 놓여 있는 고가구와 옛날 물건들을 하나씩 안내하며 그 쓰임새를 알려주었다. 뒤주에는 말린 차가 들어 있다. 시할머니가 사용하던 것으로 물고기 장식이 마음에 들어 시어머니께 졸랐더니 필요 없다며 주신 것이다. 뒤주는 습기가 차지 않아 차를 보관하기에 아주 좋다. 어른들이 사용하던 반닫이에는 다듬이 방망이가 보관되어 있었다. 20년 된 반닫이에 방망이도 그 즈음에 받은 것이다.


“나중에 단독 주택에 살게 되면 다듬이질을 할 거예요. 모시나 명주는 다리미보다 방망이로 두드려 줘야 올이 반듯해져요.”거실 선반 꼭대기에서 긴 막대기 2개를 꺼내온다. 떡살과 다식판이었다. 결혼 전 예천에서 구입한 것으로 20년이 훨씬 넘었다. 떡살은 절편 무늬 낼 때 쓰는 건데, 요즘에는 모형 판에 랩을 씌워 떡을 넣고 찍어낸다. 거실 한 편 선반에 놓여있는 올망졸망 갖가지 형태의 작은 찻주전자가 눈에 띈다. 그 옆으로 작은 찻잔들이 놓여 있다. 차를 담는 찻잔도 어느 것 하나 짝을 이루는 게 없다. 모양이 비슷한 것 같아도 태생이 다른 것이었다. 친구가 주기도 하고 지나다니다 구하다보니 구색도 안 맞고 제 짝도 없다.


점심밥이 차려진 좌탁에도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태어난 접시와 국그릇 밥그릇이 조화롭게 놓여 있다. 손님을 위해 특별히 밭에서 캐온 쑥과 머위, 부추로 만든 맛있는 국과 나물반찬이 짝이 맞지 않은 투박한 질그릇과 아주 잘 어울린다. 짝이 맞는 그릇이 하나도 없지만 조화롭다. 오래된 살림도구가 그의 집에선 마냥 골동품이 아니다. 언제든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살림살이였다. 
 




옛것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시작한 천연염색과 전통 바느질
윤신천 씨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이 가득하다. 자신의 전공보다 역사 유적지 답사를 따라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고 토속신앙이 더 가깝게 느껴졌고 오랜 시간을 두고 덩치를 키워온 큰 나무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천연염색을 하고 서양바느질 퀼트 대신 명주 천과 명주실, 감침질로 대표되는 전통 바느질을 더 좋아한다.


옛것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던 마음이 가장 먼저 쏠렸던 건 천연염색이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사람들과 함께 염색작업을 한다. 그의 실력도 8년이라는 쌓여온 시간을 생각하면 가르치는 위치에 설 만한데 절대로 그 자리에 나서지 않는다. 그저 조수역할을 할 뿐, 항상 실력자 선생을 모시고 모임을 꾸린다. 천연염색은 주로 생활 가까이에 있는 것과 주위 땅에서 나는 것을 이용한다. 양파 껍질이나 밤 껍질, 포도 껍질, 감, 황토… 안방에 걸려있는 개량한복도 거의 직접 염색을 한 것이다. 그는 감과 황토 염색을 가장 좋아한다. 황토염색 옷은 땀이 안 배고 달라붙지 않아 여름에 입으면 편하단다.


“염색은 자연스러운 색감 외에도 몸에 좋은 기능이 많아요. 타닌 성분이 머리를 시원하게 해 잠을 잘 오게 하고 피부 알레르기를 막아줘요. 포백된 흰옷에 염색하면 표백제의 유해성분을 막아주지요.”그는 개량 한복을 자주 입는데, 잘 어울린다. 티셔츠 위에 천연염색 조끼 하나만 걸쳐도 자태가 나온다. 바지도 남자 한복바지 같이 편한 걸 자주 입는다. 요즘 새로 만들고 있는 바지 하나를 보여준다. 마무리가 아직 안 된 한복 바지였다. 옷본이 있어 쉽게 만들었다며 대단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정교한 바느질 솜씨가 돋보였다. 염색과 함께 편하게 입는 몇 가지 옷은 직접 만들어 입는다.


“옛 아낙들은 옷을 모두 지어 입었잖아요. 그 솜씨로 돈벌이도 했으니. 요즘 사람들도 자립을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옷 만들기를 시작했어요.” 그저 옛날 어르신들이 살던 방식이 그리웠고, 뭔가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게 좋아 시작한 일이다. 천연염색 모임처럼 한복 조각 천으로 바느질을 하는 규방공예 모임을 한 달에 한 번 하고 있는데, 상보, 걸개, 수저 집, 모시발, 조끼를 만든다.

“바느질엔 특별한 솜씨가 필요 없어요. 엄마나 할머니가 옷을 해 입었던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아요. 누구나 연습하면 잘 해요.” 보통 젊은 아기엄마들이 어느 한 집에 모여 조각보 이불이나 걸개, 가방과 소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의 말을 빌자면 퀼트는 서양 것, 규방공예는 우리 것이다. 퀼트는 인쇄된 무늬 천을 이용해 박음질과 홈질을 이용해 만들지만 규방공예는 명주·모시와 명주실을 주로 이용해 감침질을 하는 게 특징이다. 전통 바느질에 대한 꼼꼼한 설명이 이어진다.


“감침질은 우리 고유의 바느질이에요. 굉장히 단단해요. 감침질을 잘 하면 선 색깔을 내기도 하는데, 바탕천과 대비되는 색을 쓰기도 해요.”상보 가운데에 이어붙인 명주 천 사이에 점점이 나타난 노란 명주실이 또 하나의 선의 표현인 셈이다. “퀼트는 천 안쪽에서 조각을 잇지만, 우리 것은 겉과 겉을 감침질로 이어요. 그게 큰 차이죠.”
조각보 이불 하나쯤은 장롱에 들어 있거나 창문 걸개 정도는 안방에 걸려 있지 않을까 했는데, 큰 작품은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도 없지만 모여서 함께 바느질을 하는 게 즐거운 일이라 소품을 많이 만든다. 



 


손수건으로 바느질 운동

바느질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은 손수건을 만드는 일이었다. 산청의 작은 음악회에 갔을 때 보았던 식탁 위의 손수건이 그의 가슴에 꽂혔다. 휴지 대신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각자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때 이후 손수건을 만들기 시작했다. 면이나 거즈를 잘라 책 넓이만한 크기로 접어 홈질로 마무리를 한다. 행사를 열 때, 참석한 사람들에게 직접 만들어 하나씩 선물을 하거나, 손수건 만들기 코너를 만들어 5분만 시간을 내 직접 바느질을 해보게 하고 나서 가져가게 한다.


그의 집 부엌 좌탁에도 여러 개 손수건이 놓여 있었다. 각기 다른 색실로 홈질한 것, 규격도 제각각이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이란다. 언제부턴가 휴지를 가볍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입을 닦을 때도, 화장실에서도, 심지어 식탁을 닦을 때도 쉽게 휴지로 훔친다. 옛날 어머니들은 거즈 수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다용도로 사용했다. 집에 와서 깨끗이 빨거나 뽀얗게 삶아 그걸 다시 사용했다. 그 마음을 그대로 실천해보자는 게 그의 손수건운동의 뜻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바느질 안 한 천을 한가득 안겨주며 집에 가서 바느질을 해 손수건운동을 꼭 해보란다. 시간과 마음을 다잡고 앉아 작은 손수건 사방 홈질을 해야 하는 일을 언제 다 할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도 푸짐한 선물 한가득 안은 듯 뿌듯하고 좋다. 숙제는 다음 일. 직접 만든 감녹차와 산국화차를 예쁜 병에 담아 선물로 건넨다. 새로 디자인해 만든 수저집도 덤으로. 넉넉한 모습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자꾸자꾸 퍼주신다. 파김치와 부추절임 반찬까지. 




옛것이 생활 도구로 살림살이로 자리를 잡으면 손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씻어가며 삶아가며 다시 써야 할 물건이 많아지니 살림하는 사람들에겐 그리 달갑지는 않다. 그래도 윤신천 씨는 어머니 할머니가 쓰던 가구에 옷과 물건을 보관하고, 직접 길러낸 허브차를 마시며, 땅에서 캐낸 풀로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 이웃과 나눠먹고, 휴지 대신 손수건을 만들어 삶아 쓰고, 편한 바지를 만들어 입고 갖가지 천연염색을 한 옷을 계절마다 갈아입는 생활을 한다. 주택에 이사하면 다듬이 방망이까지 두드릴 거란다. 어머니, 할머니들이 징글징글하다는 옛날이 그에겐 닮고 싶은 삶이고 희망이다.


“옛날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요. 생활습관이 옛날로 돌아간다면 세상이 행복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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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생선가게 생선을 손으로 주무르고는 집으로 돌아와 그 손을 씻은 물로 찌개를 끓인 며느리. 이를 본 시아버지는 ‘그 손을 물독에 씻었으면 두고두고 먹었을 것’을 하며 며느리를 탓한다. 밥 한 술 떠먹고 반찬 삼아 매달아 놓은 굴비 한 번 쳐다보는 자린고비 이야기의 또 다른 일화다.


자린고비는 풍족하지 못했던 옛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 전통은 5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힘든 시절을 살아온 어머니 아버지들의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 <유쾌한 구두쇠들>은 먹고 살기 힘든 어려운 시절을 거뜬히 이겨낸 그 시절 구두쇠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일곱 사람의 구두쇠들은 저자를 포함해 저자들의 아버지와 스승, 어머니들이다.


아내와 외식할 때 1인분만 시켜 나눠 먹는다는 김집 청소년연맹 총재, 개천에 밥풀 떨어진 게 보이면 그 밥을 주워다 먹게 했다는 위당 정인보 선생, 수박을 다 먹고 나면 허연 껍질을 체를 치고 양념을 해서 나물로 만들어주신 코미디언 서세원씨의 어머니, 엿이 먹고 싶어 참을 수가 없어 얼결에 엿을 하나 사 먹고 난 후 한 달 내내 소금 반찬으로만 밥을 먹었다는 신경정신과 이나미 선생의 아버지.


치장하는 데는 돈을 아껴도 먹는 것만큼은 후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알뜰한 젊은 댁들의 일반적인 생각인데 어머니 아버지 시대 어른들은 어느 것 하나도 허튼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먹지 못할 밥을 미리 덜어놓지 않고 반찬을 묻혀 놓으면 불호령이 내려지고(이종대 유한킴벌리 사장의 아버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오는 음식상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짠 것 하나 싱거운 것 하나 놓고 김치와 간장 놓으면 그만 족하다고 했다 (위당 정인보 선생).


먹는 음식의 절제는 생명 순환의 원리를 몸소 실천하는 데로 이어진다. “쌀뜨물, 개숫물, 청소하고 나면 나오는 물, 무슨 물이든지 먹을 만하면 돼지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돼지가 안 먹게 생겼더라도 마당에 찍 끼얹는 법이란 없다”며 꼭 거름장에 붓는 (최래옥 한양대교수의 아버지) 일은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온 옛 어른들의 물자조달방법이다. 남의 집에 가서 오줌똥을 못 누게 할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이 변을 보라고 대문간 옆에다 공동 화장실까지 만들어놓는다. 그것이 집에 거름 주고 가는 것이니까.


입는 것에 대한 절약 정신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다른 세상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하루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는 법이 없다. ‘멋 내는 사람은 열흘, 보통사람은 보름, 아주 어려운 사람은 한 달’(‘정참판댁 오첩반상’중에서)을 입었다. 옷을 한 번 빨려면 다 뜯어서 빨았다가 다시 바느질을 해야 하는 처지였으니 당연했으리라. ‘해지면 기워서 입고 덧대서 입고, 소맷부리가 닳으면 조금씩 올려 입어 예복 한 벌로 평생을 지낸’어른도 (프란체스카 리 여사) 있다.


“북에서 피난 내려올 때 돈 대신 짊어지고 내려왔다는 명주 몇 필은 어머니 한복이 되었다가, 우리들의 원피스가 되었다가, 블라우스가 되었다가 마침내는 이불잇이 되곤 했다.”는 오숙희 선생의 회고에서 우리 어머니들의 위대한 살림솜씨와 알뜰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생활용품을 아껴 쓰는 일은 ‘새것’만 찾는 요즘 사람들에겐 좋은 본보기다. ‘성냥 한 개비를 칼로 길게 잘라 두 개비로 나누어 쓴’(김집 청소년연맹 총재) 것에서 나아가 ‘세수한 물로 머리 감고, 머리 감은 물로 세탁하고, 세탁한 물로 걸레 빨고, 걸레 빤 물은 화단에 뿌리는’프란체스카 리 여사 예는 물을 틀어놓고 이 닦고 목욕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물자절약의 백미는 최현배 선생의 종이절약이다. “누런 색깔의 공책에 처음에는 연필로 수학문제를 풀고, 그 다음에는 잉크 펜으로 글씨 쓰고, 그 위에 붓으로 쓰고야 그 종이를 버렸다.”(여덟달 만에 건네주신 보약 중에서)‘유쾌한 구두쇠들’의 절약·절제주의가 20세기 어려운 시절을 견뎌온 어른들의 생활철학이라면, 21세기는 물자와 쓰레기가 넘쳐나서 벌어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무한 소비주의가 빚어낸 에너지 고갈 문제를 풀어내는 신 구두쇠 철학이 등장한다. ‘스위치 자린고비’, ‘에너지 구두쇠’라는 신조어도 나타났다. 신 구두쇠의 기본은 절전이다. 가전제품을 멀티 탭에 연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열소비가 많은 백열등을 고효율 삼파장 전등으로 교체한다. 휴대전화 충전기는 초록불이 들어오면 전원을 끄고, 전기밥솥은 먹을 만큼만 밥을 지어 보온기능을 아예 쓰지 않는다. 작은 분량의 빨래는 그냥 손빨래로 처리한다. 이렇게만 해도 전기요금이 절반으로 준다. 3, 4년 전부터 시작된 내복 입기 운동은 에너지 절약운동의 대표적인 예다. 겨울에 내복을 입으면 체온을 3도 이상 올릴 수 있는 에너지 절감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한 사람이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만 줄여도 전국에서 4천 6백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못 쓰게 될 때, 새로 사야 해”하는 엄마의 말을 이해 못 하는 아이들. “춥게 지내면 골병들어”하며 한 겨울 조금 넉넉히 불을 때는 게 별 일 아니라는 사람들. 넘쳐나는 종이에 새 종이 쓰는 것에 별 거리낌이 없는 젊은이들이 있다.


승용차 대신 택시나 버스를 타고, 유행 지난 오래된 옷을 입고, 외식대신 집에서 밥해먹는 사람들을 존경하기보다는 “있는 사람이 더 지독해”하며 빈정거리거나, “저렇게 궁색하게 굴면 맨날 저 모양 저 꼴로 산다던데”하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밥 지을 때 쌀 한 줌 덜어놓던 ‘좀도리 쌀’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세상사는 지혜고 재산불리기 전략이다. 언젠가 다시 닥칠지도 모르는 어려운 시기를 대비해 무엇이든 갈무리를 해두어야 안심이 되는 어머니의 증세를 여성학자 오숙희 선생은 ‘피난열차 신드롬’이라 부른다 (‘천하무적 면바지의 추억’ 중에서). 하지만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을 대신해 시조창 인간문화제 김월하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려운 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고생고생 그 생고생한 시절을 되뇌며 ‘낱알 귀한 줄 알아라, 돈 귀한 줄 알아라’하고 수백 번 이야기해도 그 일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그 아픔을 잘 모를 터이다.”

 

유쾌한 구두쇠들 -절약이 부자를 만들고 절제가  사람을 만든다-
공병우와 열여섯 사람, 석필 1994.

 1. 최래옥(한양대교수, 구비문학자)  똥은 내 집에서 누어라
 2. 석주선(복식학자)  광고지를 접어 만든 상자 사백개
 3. 김집(청소년연맹 총재) 성냥 한개피를 두 번 쓰는재주
 4. 구봉서(코미디언) 열두 장만 돌린 맏아들 청첩장
 5. 정정완(위당 정인보 선생 맏딸) 정참판댁 오첩반상
 6. 김진홍(목사) 머리칼로 책을 사주신 어머니
 7. 정수창(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맥주 한 잔에 담는 환경 생각
 8. 조세형(국회의원) 필수품 경제학과 사치품 경제학
 9. 조혜자(고 프란체스카 리 여사 며느리) 물 쪼끔, 전기 쪼끔, 기름 쪼끔
10. 남기심(국문학자, 고 최현배 선생 제자) 여덟 달 만에 건네주신 보약
11. 공병우(한글 기계화연구인) 너는 참 열심히 살았다
12. 서세원(코미디언) 작은돈은 어머니식으로, 큰돈은 아버지식으로
13. 이혜순(국문학자) 최초의 여기자가 남긴 조각보
14. 김월하(가곡 인간문화재) 티끌모아 태산된 나의 시조 수업
15. 오숙희(여성학자) 천하무적 면바지의 추억
16. 이종대(유한킴벌리 사장) 내 별명은 짜다 리
17. 이나미(신경정신과 전문의) 섞어찌개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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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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