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세계 평화를 앞당길 수 있을까?
문화와 교육사이 2010. 10. 4. 06:48
1. 엘 시스테마
제 10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1) 박사가 선정되었다. 베네수엘라의 음악혁명이라고 불리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베네수엘라 국립 청소년 오케스트라이야기.
남미국가에서 쿠바와 더불어 음악의 뿌리가 깊었던 베네수엘라. 하지만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여느 남미 국가처럼 서양음악 분야에서 뒤떨어졌다. 하지만 유럽인만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엘 시스테마(국립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산파 역할을 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 아브레우 박사는 9살 때부터 음악 악기를 연주했다. 경제학자인 아브레우 박사가 왜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던졌을까?
아브레우 박사는 음악을 어린이가 앞으로 자기 삶에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음악과 예술이 줄 수 있는 인간적인 측면을 꿰뚫고 있었던 거지요. 1975년 만들어진 엘 시스테마는 이후 베네수엘라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거듭나게 됩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 초청하고 있지요. 그뿐만 아닙니다.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는 다른 나라에서도 파급되는 효과를 낳았지요. 재능은 있지만, 가난 때문에 음악을 하지 못한 많은 아이들이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을 거쳐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베네수엘라 곳곳을 누비며, 음악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페몬 인디언 어린이들이 단 석 달 만에 바이올린을 배울 정도. 스즈키 교육법을 적용시켰다. 아들들이 자라면서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듯 악보를 읽기에 앞서 반복적으로 음악을 듣고 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누구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스즈키 신이치가 창신한 교육기법.
아브레우 박사는 결혼도 하지 않고 음악을 위한 열정, 교육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성직자 같은 길을 걸어갔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의 씨앗은 지금 많은 남미국가에 퍼져 나갔다. “베네수엘라는 하나의 거대한 교육기관이 되어야 해요. 목적을 자각하는 현명하고 선진적이며 심층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는다면 베네수엘라는 합당한 미래를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아브레우 박사)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꾼 이야기. 엘 시스테마. 그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음악은 역경을 희망으로 바꾼다(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음악으로 아이들에게 미래를 선물한 작은 실험이 이제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35년간 엘 시스테마에 참가한 베네수엘라 청소년은 30만여 명에 이른다.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엘 시스테마는 다큐멘터리 책으로 제작, 출판되기도 했다.
2 스쿨 오브 락, 꿈의 기타를 찾아서
한 때 장안의 화제까지는 아니어도, 잭 블랙의 뛰어난 연기와 유머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스쿨 오브 락'.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밴드를 만들어 꿈을 이루어 낸 ,영화 속의 스쿨 오브 락이 아니라, 현실 속의 진짜 스쿨 오브 락이 있다.
주입식 암기 교육에 밀려 찬밥신세가 된 음악, 미술과목. 전공을 꿈꾸는 사람을 빼고는 관심 밖.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미국 음악교육협회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초, 중, 고 가운데 60%가 되는 학교에서 소리 소문 없이 음악 수업이 사라졌다고 한다. 음악재능은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영영 음악교육 받을 기회가 사라져 버린 것.
리틀 키즈 록(Little Kids Rock). 2007년까지 미국 12개주에 걸처 1만 여명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공짜로 악기를 나누어주고 음악수업을 진행시킨 비영리단체. 리틀 키즈록의 후원자들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많다. 폴 사이드먼,카를로스 산타나, 비비킹,제시 메카드니 등.죽은 음악의 사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는가! 미국에서만 학교에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만 1,500만명이나 된다. 현실 속에서 '스쿨 오브 락'을 만들어 내고 있는 리틀 키즈 록. 현실을 바꾸어 내는 것은 큰 이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랑비에 속 옷 젖듯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시나브로 변화시킬 수 있다.
리틀 키즈 록을 거쳐 간 많은 아이들은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기타를 통해 창조적 표현의 즐거움을 알게 된 아이들은 나쁜 짓에 대한 충동을 훨씬 덜 느낀다고 한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칠 수 있는 의지도 강해졌다고 하니. 친구들과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면서 함께하는 마음도 키우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된 아이들은 점점 스스로를 존중하는 만큼 남도 배려하는 소양을 갖추게 된다. 공부도 집중력 있게 해야 되지만, 놀 때는 화끈하게 놀게 해야 한다. 창조적인 놀이가 바로 예술 분야다. 예술이라는 것이 격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아하거나 특별히 선택된 사람만이 누릴 대상도 아니다.
3. 음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변화 시킬 수 있다. 정치, 사회 제도 변화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문화적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그 어떤 훌륭한 제도도 사회를 자발적으로 개혁해 낼 수 없다. 경제학자 출신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마약, 총기 등 범죄가 만연해 있는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범죄 경력이 있는 청소년에게 사재를 털어 악기를 사주고 연주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을까. 이렇듯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다. 세계는 더 많은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와 리틀 키즈 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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