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동시에 세 권의 책을 번갈아 읽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말랑말랑한 책 한 권,  진도가 잘 나가는 책 한 권, 시간을 내어 오래도록 읽어야 되는 책 한 권. 혈기왕성,젊은 시절에는 책 하나에만 매달렸는데, 요즘은 이런 식으로 셋트를 묶어서 읽게 되었다. 무엇 하나 마음에 빼앗기면 오래 앓는 나의 습성상 참 피곤하고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 권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으려니, 마음이 세 갈래로 찢어진 것 같다. 마음을 똑같이 삼등분으로 나눌 수있다면, 그 마음을 받아 들이는 쪽에서 1/3만 받았다고 섭섭하다 할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음은 그리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지금 내 앞에 있는, 내 눈에 보이는 당신에게 내 마음 전부를 주며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그러니, 내 마음이 그 '온전한 하나'라는 걸 알아준다면 좋겠다.



1. 평생 살면서 또 읽게 될까 싶은 책.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이 책은 사무실 공부모임에서 우리조 발표 때문에 자의(自意)가 아닌 타의(他意)에 의해 읽게 된 책.

녹색평론사
C. 더글라스 러미스 / 쓰지 신이치
김경인 옮김

* ecology : 생태(계), 생태학
* 평화 : 1. 평온하고 화목함. 
            2.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
* 교차점 : 1. 서로 엇갈리거나 마주친 곳.
               2. 감수 분열에서, 상동 염색체가 서로 접합할 때 염색 분체의
               교환이 일어나는 부분. 
 
(네이버 사전 참조)


초록 잎사귀 위에 너무나 평온한 달팽이 한 마리.
그 여유로움에 이끌려 책을 한 장, 한 장 읽다보니
제목이 주는 의미가 다소 마음에 와닿았다.
평화운동가이며 정치사상가인 C.더글러스 러미스와
'슬로우 라이프'의 제창자인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 교수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소간 극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 진도가 잘 나가니 나쁘지는 않다.
현재까지 1부를 읽은 시점에서 꽤나 인상적이었던 문구를 옮겨적어볼까 한다.

- 놀이가 배양하는 변혁의 힘 中 일부

스찌  어렸을 때 했던 놀이 중에 기억나시는 게 있습니까?
러미스 고장난 요트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돛대의 잔해를 수퍼 영웅이라고 가정하고 이름을 지어내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스찌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서 놀았던 거네요?
러미스 기존에 있는 장남감을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놀았죠. 어른이 보기에는 고장나서 쓸모없게 된 폐기물이라도, 아이들은 그것에 무한한 가치를 찾아내어 자기만의 장난감으로 바꾸고 맙니다. 
(이 대목에서 완전 공감. 찬율이의 어린 시절부터 물려받은 장난감이나 책 등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편이다. 한참 잊어버리고 있다가도 "엄마, 세 살 때 가지고 놀던 트럭 어딨어?"하고 묻고는, 바퀴빠지고 낡은 트럭을 가지고 두 시간씩 놀 때가 있으니 말이다 -_-;;)

- 중략- 

러미스  관리사회에서는 놀이라는 개념이 '낭비'와 동의어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요컨대 놀이는 비생산적이고, 사물이 기능하지 않는 상태라고 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간 낭비'라는 거죠. 그런 사회구조에 적응시키려고 그러는 건지., 부모들은 일찍부터 아이들을 어른의 관리하에 두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에 보냅니다. 그럼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빨리 글자를 읽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원에 보냈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중학생 정도가 되면 주위 친구들도 차근차근 뒤쫓아오고, 그럼 이번에는 우월감이 우울감으로 바뀌게 돼서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종종 듣는 이야깁니다. 제가 보기에는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풀밭이나 모래밭에서 더 많이 놀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공부는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모래놀이는 어릴 때밖에 못하는 거니까요.


2. 흥미롭고 신나게 읽히는 책.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이 책은 우리팀 목진영 선배가 빌려줘서 읽기 시작한 책.
지난 번에 1편을 읽을 때는 흥미로운데 반해, 읽히기는 천천히 읽혔다.



파란미디어
정은궐 저

한동안 <성균관 스캔들>의 '걸오앓이'를 자청해 오던 터라
걸오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숨죽이면서 읽게 되는 맹점이 있다 -_-;;
읽다보니, 재기 넘치는 필치(致)가 궁금하여 작가에 대해 분노의 검색질 시작!
알아낸 것은 이름과는 달리 여성이라는 것과, 
30대 후반인데다 아쉬울 것 없는 본업이 따로 있다는 것. 
우와!! 놀랍도다~
그녀의 전작 <제왕을 꿈꾸는 신데렐라>, <그녀의 맞선 보고서>, <해를 품은 달>
요 녀석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곧 읽어줄테얏~!



3. 당분간 푹~ 빠져서 지내게 될 그 사람의 책.


<사요나라 사요나라>


이 책은 지난 번에 도서관에 갔을 때 대출받은 책.
운 좋게, 문 열자마자 들어간 도서관에서 내 손에 들어왔다. 


노블마인
요시다 슈이치 저
이영미 옮김

일본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그들이 주는 독특한 문체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지난 달까지 미쳐 지낸 요시모토 바나나도 그 중 하나.
그녀의 문체에 미쳐서 네 권의 책을 연달아 읽었었다.
한동안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미쳐지낸 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작년에 <사랑을 말해줘>,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일요일들>을 줄줄이 읽어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너무 잊고 지냈던 그의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기쁜 맘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 당연히 여성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의 인터뷰 질문이 이와 관련된 것이 있어서 옮겨본다.

- 지난 2009월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 中

질문  여성 심리를 잘 묘사한다. 남성인데 어떻게 그리 잘 묘사하나.
답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모르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주의다. ‘남성 입장에서 여성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상상해서 그것을 쓰진 않는다. 아는 것만 쓴다.


세상엔 참 먹고 싶은 음식이 많은 것처럼 읽고 싶은 책들도 많다.
빨리 빨리 맛나는 책들로 배를 불려야 겠다 ^----------^
나, 행복한가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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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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