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강의를 가면 언제나 받는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는 만화책을 끼고 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전집으로 책을 사주면 안 된다는데 정말인가요?' 참으로 답하기 난감한 질문들이다. 짠~ 하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암튼, 그동안의 고민과 경험을 근거로 해서 내 의견을 열심히 전달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질문을 던진 부모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만화책을 햄버거에 비유한다.
 만일, A라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A는 편식이 매우 심해서 건강에 문제가 있을 정도다.
 김치는 매워서 안 먹고, 된장은 냄새가 난다고 안 먹는다.
억지로 먹이려들면 토하기 일쑤고, 배가 아프다고 뒹군다.
그런데 햄버거는 너무 너무 좋아라 먹어댄다.
그런 아이에게, 햄버거는 나쁘다며 끝까지 먹이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햄버거를 포기하고 김치나 된장을 먹게 될까?
그렇게 될 아이인지 아닌지는 부모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햄버거를 찾는 아이라면, 일단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햄버거로 입맛을 돋워 가끔은 다른 음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조금씩 음식의 맛을 조절하여 김치나 된장에 접근하는 기회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B라는 아이가 또 한 명 있다고 하자.
 이 아이는 김치나 된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A처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햄버거를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른 음식도 별탈없이 먹을 수 있는 아이다.
 그런데 햄버거를 더 좋아한다고 그것만 자주 먹인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점점 다른 음식에서 멀어져 햄버거만 고집하는 A같은 아이로 변해 버릴  것이다.

 
 <만화책 어떤 문제가 있는가?>

그러면, 왜 만화는 김치나 된장이 되지 못하고, 햄버거 같은 음식에 지나지 않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독서의 정의 가운데, 독자의 단계를 3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독자.
2단계는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글 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까지 추론하는 독자.
3단계는 2단계를 넘어서서, 자기만의 사고로 창의적 해석을 하는 독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힘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2단계~3단계 독자의 사고과정 때문이다.
그런데,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서려면 문학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작가의 의도를 겉으로 드러낸 글은 독자의 흥미를 쉽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화다. 10세 전후가 되면 상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에 접어들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우화 읽기를 거부한다.
2단계 독자까지 가려면 추론하는 사고과정이 필요하고, 
추론은 겉으로 드러난 내용을 근거로 보이지 않는 논리를 찾아내는 힘이다.

그런데, 만화는 애초에 만들 때부터 쉽고 즐겁게 읽기 위한 목적을 바탕하기 때문에
추론하는 사고과정을 위한 문학적 장치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만화책으로 2단계 독자를 넘어서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학습만화는 어떤지 물어보는 학부모들도 많다.
모든 학습만화책을 샅샅이 훑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습만화의 기본은 만화가 아니라 학습이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학습만화를 기획하고, 직접 쓰고 그린 작가가 
그 학습이론을 아이들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혼을 쏟았는지 짚어볼 필요는 있다.
가장 좋은 학습만화는, 그 학습이론에 정통한 학자 본인이 만화책을 그리는 것이다.
 과연 그런 학자가 만화를 재미있게 그릴 수 있을까?

 

 <만화책 읽기의 비중은 어느 정도가 좋은가?>

그렇다고, 만화는 무조건 나쁘니 읽히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만화를 너무 탐닉하는 아이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교, 도서관, 서점에서 재미있는 만화책을 잠깐씩 보는 것은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집에 다양한 만화책을 구비하고 있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만화책을 실컷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아이는 햄버거 같은 만화책에 점점 길들여지고 탐닉되어 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다른 학부모 강의에 가서는 결정적인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학부모들에게는 집에 있는 만화책을 모두 버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여기에 오는 아이들의 독서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님은 버리기 아까워서 이웃아이들에게 주거나 교회 같은 곳에 기증했다고 한다.
 내 아이는 망치면 안 되고, 다른 집 아이는 망쳐도 된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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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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