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놀이다?
|김혜준| 아버지다움 2015. 9. 9. 13:50친구 사귀기 참 쉬운 세상이다. 모두 SNS(Social Network Service) 덕분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밴드 등을 통해 손쉽게 친구를 터고 밤이고 낮이고 잠자리에서 화장실에서도 수다를 떨 수 있다. 시시콜콜한 일상과 순간의 느낌을 나누는 새로운 놀이터에 모인 사람들로 온 나라가 소리없이 시끄럽다. 우리가 얼마나 놀이지향적이었는지 또 관계지향적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확장된 관계망이 만들어지면서 그 속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이른바 ‘의도가 있는’ 글들을 나도 몇 번 올려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나의 신호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체크하곤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류의 의도를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 결과 반응들은 흔히 기대에 못미친다. 그러다보면 달달하던 수다가 급속히 시큼털털해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사람들은 놀이터에 와서 비지니스를 하려는 친구를 반기지 않는다. 왜? 놀이터는 일터가 아니니까!
이렇게 놀이터를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른들일수록 더 강한지도 모른다. 고단한 일상에 쫒기고 노동에 지쳐 있다보니 그만큼 놀이에 대한 로망이 커진 탓이다. 그래서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이 주말 저녁의 이른바 ‘예능’TV프로그램들이다. ‘무한도전’,‘1박2일’‘러닝맨’등 잘 나가는 프로그램들은 그저 자기들끼리 즐겁게 노는 것이 다다. 그것도 참 환상적으로 논다! 그러니 “세상 참 불공평하다. 저 놈(?)들은 지들끼리 나와서 시시덕거리고 놀면서 돈까지 번다”는 불평이 들리기도 한다. 정말이지 배 아플만 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불평과 비난을 듣는다면 이들 예능인들은 뭐라고 할까? 이들이라고 허구한날 찧고 까불고 싶을까? 우환이 생길 수도 있고, 왠지 총랑거리고 싶지 않을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주어진 일정대로 주어진 역할에 맞게 말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건 재미있을 수 없다. 시청자들에겐 재미있는 놀이이지만 주어진 놀이를 연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역이 된다.
아무리 재미있어 보여도 누가 시켜서 한다거나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 한다면 그건 더 이상 놀이는 아니다. 아이에게 모래장난을 숙제로 시키거나 모래장난을 해야 간식을 준다고 해보라. 아마 모래장난 재미가 뚝 떨어질 것이다. ‘하든 지랄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하는 법이니 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의 실험에 의하면 아무 보상없이 심심풀이로 퍼즐풀기를 할 때엔 곧잘 풀던 붉은 원숭이들이 건포도와 주스를 주니까 퍼즐푸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재미를 느낄 때 창의성과 문제풀이능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들의 처지를 한번 살펴보자.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게 얼마나 될까? ‘헬리콥터 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시하는 부모들 밑에서 아이들은 그 무엇에도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니 창의성과 효율성은 땅바닥을 기고 있다. 공부는 재미없고 괴롭지만 훗날을 위해 ‘참아내야 하는 고통’이라고 끊임없이 듣고 있는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공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그런 기회를 좀 마련해주자. 그리고 재미있는 책도 좀 읽자. 그래서 책보는 것도 깨닫는 것도 놀이가 됨을 보여주자.
김혜준 (사)함께하는아버지들 대표
[출처 : 함께하는 아버지들 http://www.father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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