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 그리고 아름다운 사이
KACE 사무국이야기 2012. 7. 24. 10:59몇해 전 부터 서울시 지하철 역 스크린 도어에는 시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뭐든 읽기 좋아하는 저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을 그 시들로 채우곤 합니다. 특히나 홍보 업무를 맡게된 뒤에는 광고판, 문구, 잡지 등이 예사로 보이지가 않게 된터라 더욱 열심히 읽게 됩니다. 이 것도 직업병일까요?
그러던 어느날, 귀가 길에 보게 된 시는 바로 공광규 시인의 '아름다운 사이' 입니다. 매번 나가는 출구가 아니라 장을 보기 위해서 다른 출구로 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으니 더 특별합니다.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기도 하고 서로의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사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면서 따뜻한 울림을 주기에 블로그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사진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우리도 각각의 사이를 두고 있는 나무와 같습니다. 어떤 나무는 뜨거운 해가 내리쬐는 땅 위에서, 또 어떤 나무는 진종일 비가 내리는한 땅 위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다른 나무가 곁에 있다면 바람이 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 친구 사이, 연인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등 주변의 수 많은 사이 사이에 적당한 '간격'은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좋은 '사이'를 만드는 필수 사항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너무 가까워지다보면 그 간격을 자꾸 잊게 됩니다. 부모는 자녀를 소유하려고 하고 친구가 나만의 것인양 독점하려는 욕심도 솟아나지요. 그러다보면 마음이 다치고 미움도 자라납니다. 우리 사이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한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지 않으려면 상처주지 않을 만큼 적당한 그 간격을 지켜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네 사랑도 이러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받쳐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이'이기 때문이니까요.
시 한편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나요? 앞으로도 저는 눈 크게 뜨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열심히 보고 다닐겁니다. 여러분도 오늘은 다른 출구, 새로운 플랫폼에서 좋은 시 한 편, 깨달음 한 조각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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