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머리를 감다보니

제자리에 있어야 할 샴푸가 없길래

딸에게 샴푸 좀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샴푸가 어디~이 있노?"라며 두리번거렸습니다.

참 나... 요사이 유행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유명한 개그맨은 물론이고

오리지날 부산 사람도 울고 갈 '자연산' 인토네이션이었습니다.

물칠만 해놓은 머리를 붙잡고 있던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니 저 녀석, '우찌' ‘저리’ 사투리가 자연스레 나오는 걸까?

   '지' 말로는 학교에 가면 사투리 ‘하나도’ 안 쓴다지만,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면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부산이라고 해봐야 명절에 잠깐 빨간 날만 다녀왔고,

사투리를 따로 교습시킨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결국 녀석의 입에 붙은 사투리는 100% 우리 부부가 쓰는 말 때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우리 부부에게서 배운 것이 어디 '말' 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났습니다.

내가 그동안 별 생각없이 저질러 왔던 행동들!

그것들이 모조리 녀석의 대뇌피질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녀석의 허물에 대해서는 아버지로서 100% 보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깨달음의 전율이 ‘수구리고’ 있는 머리를 스쳤습니다.  

에고! 좀 더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는데....

 

 

아버지노릇은 돈벌어오는 것으로 끝날까요?

혹시 끼어드는 자동차에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녀에게는 “베풀면서 살아라”고 하고있는건 아닐까요?

 

 

어찌 보면 아버지노릇은 매우 쉽습니다.

자녀가 앞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모습을

내 지금 그대로 따라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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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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