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의 함정

 

 

중국 저장(浙江)성 시골 나무꾼의 딸이었던 서시(西施)는 ‘미인계’의 대명사로 불린다. 월(越) 왕 구천(句踐)은 서시를 발탁, 훈련해 오(吳) 왕 부차(夫差)를 무너뜨리는 미인계에 이용했다. 이후 서시는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즉 미인을 경계하라는 교훈으로 자주 회자되는 오명을 얻었다.

 
서시와 관련된 고사로 ‘동시효빈(東施效顰)’이 있다. 남의 것을 따라 하다가 결국 자신의 것마저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우화는 이렇다. 어느 마을에 ‘시(施)’씨 성을 가진 미모의 여인이 살고 있었는데, 집이 마을 서쪽 언덕에 있었기 때문에 ‘서시(西施)’라고 불렸다. 그 마을 동쪽 언덕에는 역시 시씨 성을 가진 추녀가 살았다. 이 여인은 동쪽에 사는 시씨라고 해서 ‘동시(東施)’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시와 동시,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둘은 미녀와 추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마을에서 미인으로 인정받던 서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추녀인 동시는 예쁜 여인들이 입는 옷을 사 입고, 그들의 행동과 자태를 흉내 내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 했다. 서시가 입은 옷을 따라 입고, 서시가 어떻게 꾸미든 그 머리 모양을 흉내 냈다. 동시는 오로지 서시처럼 되기 위해 살았다. 늘 서시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했다.
 
어느 날 선천적으로 가슴 통증이 있던 서시가 길을 가다 갑자기 아픔을 느껴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를 본 동시도 가슴을 쥐어뜯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서시가 남들에게 미인으로 인정받는 행동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본받을 ‘효(效)’자에 찡그릴 ‘빈(顰)’자를 쓰는 ‘효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 하는 맹목적인 행동을 나무랄 때 쓰는 말이다. 그렇잖아도 못생긴 동시가 얼굴까지 찡그리며 다니자, 동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문을 걸어 잠그고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렸다는 얘기다.
 
얼굴 찡그린 것도 본받다니…
동시효빈은 ‘동시가 서시의 얼굴 찡그리는 것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지 않고 오로지 남의 모습만 흠모하고 따라 하려다,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자신의 본래 모습까지 잃어버린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우화를 쓴 장자의 의도는 물론 따로 있었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지나간 시대의 가치관을 본받으며 전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비유로 이 이야기를 썼다. 지나간 과거는 서시고, 그 과거에 집착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동시다. 아울러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우회적으로 하고 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를 이유는 없다. 학은 긴 다리가 본성이고 가치이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는 동시 같은 사람이 너무 많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무조건 따라 한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직의 혁신이든 개혁이든, 자신의 환경에 맞는 고민과 생각 없이 시행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맹자(孟子)는 연(燕)나라에서 조(趙)나라로 유학을 떠났다가 실패한 어느 유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동시효빈의 우화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조나라의 걸음걸이가 유행해 많은 사람들이 조나라에 가서 걸음걸이를 배워와 뽐내고는 했다. 연나라의 어느 부자도 아들을 조나라로 유학 보내 그 걸음걸이를 배워오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어설프게 조나라 걸음걸이를 흉내 내던 젊은이는 자신의 원래 걸음걸이까지 잊어버리고 조나라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남의 것을 본받고 따라 하는 것은 새로운 창조의 동력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자신의 가치를 버려둔 채 외형적인 모방만 일삼는 것이다. 내가 지닌 가치의 재발견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갈 때 흔들리지 않는 그 조직만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세상에는 수만큼 다양한 모습과 가치가 존재한다.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하면 논리에 맞지 않는다. 긴 다리를 지닌 학이든, 짧은 다리를 가진 오리든 모두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남들의 눈치와 분위기에 발목이 잡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장자의 일갈(一喝)이다.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물고기처럼 떼를 지어 떠도는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가진 사람이나 집단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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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에서 생존 전략 코드 읽어라

 

대기만성(大器晩成).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큰 그릇(大器)은 완성(成)이 없다(免)’는 것이다. ‘만성’의 ‘만(晩)’은 ‘늦다’의 뜻이 아니라 ‘없다’라는 부정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따져도, 세상에서 제일 큰 그릇이라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릇일 게다. 큰 그릇이 이미 완성됐다면, 그 그릇보다 더 큰 그릇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정말 큰 그릇은 완성해 나가는 무한한 진행형이지 완성형이 아니다. 내가 완성됐다고 그 완성에 도취되고 발목이 잡히면 더는 완성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을 부수고, 새롭고 더 큰 모습을 향해 나아갈 때 진정한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동양에서 ‘위대함(great company)’보다 더 위대한 것은 ‘보다 나음(better company)’이다.
 
경영도 완성된 그릇이 돼서는 안 된다. 부단한 자기개발과 노력으로 자신의 모습을 무한의 모습으로 만들어 나가는 리더가 진정한 경영자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마인드로 동료들을 대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대기만성!’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혁신하며 나를 키워 나가라는 노자의 충고다.
 
‘대학(大學)’에서는 탕(湯) 임금의 말을 인용해 날마다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진실로 오늘 하루가 새로웠다면(苟日新), 날마다 새로워지고(日日新), 또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又日新).” 탕 임금은 중국 고대 하(夏)나라를 멸망시키고 은(殷)나라를 세운 군주다. 혁명의 주체이자 장군이었던 그는 매일 저녁 목욕통에 이 글을 새겨 넣고 몸을 씻을 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외웠으리라. “어제의 모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내가 날마다 새로워져야 내 주변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욱 나아져야 한다.”
 
새로운 생각과 발상, 참신한 지식으로 무한의 모습을 만들라. 완성된 모습, 정해진 소리, 보이는 형체에 머물지 말라. 큰 그릇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동양 철학의 울림이다. 당신이 날마다 새롭게 변해야 주변 사람도 달라진다. 이런 생각은 수천 년 동안 동양 역사에 면면히 흐르는 혁신적인 경영자의 모습이다. 노자의 뒤를 이은 장자(莊子)는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부숴야 할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공간(space)’을 부숴야 한다. 자신이 보는 공간에 갇히면 더 큰 공간을 상상하지 못한다. 당연히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도 없다.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는 자신이 보는 우물 속의 하늘이 전부인 줄 안다. 그 개구리에게 더 큰 하늘을 설명하려고 해도 뜻을 이루기 어렵다. 자신이 보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 우물이라는 공간을 부숴야 새로운 하늘을 만나게 된다.
 
둘째, ‘시간(time)’을 부숴야 한다. 시간에 구속되면 더 큰 시간과 속도를 느낄 수 없다. 여름 한철 사는 여름벌레는 겨울이라는 시간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느끼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에 얽매어 있는 여름벌레에게 겨울의 얼음과 눈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대상일 뿐이다.
 
셋째, ‘지식(knowledge)’을 부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지식을 설명해줄 수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내 지식을 부수고 더 큰 지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의 미래’를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장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새로운 부의 시대에 생존의 수혜자가 되려면 심층 기반(deep fundamentals)인 시간을 부수고(rearrange time), 공간을 부수고(stretching space), 지식을 부숴야 한다(retrust knowledge)고 강조한다. 정말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 더 큰 그릇을 향해 내 모습을 부단히 부숴야 한다. ‘대기만성’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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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中庸, 완벽의 극치

 

 

 

김연아가 세계 피겨 스케이팅 여왕으로 등극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 태극기가 휘날리던 시간,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흘렀다. 국민들의 눈시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완벽한 피겨 스케이팅 연기를 동양적 용어로 말하면 ‘중용(中庸)’의 극치다. 그녀의 연기에 녹아 있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완벽한 평형성은 미(美)와 선(善)이 어우러져 나오는 중용의 완벽함이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공급(孔伋), 일명 자사자(子思子)가 쓴 책 이름이기도 하다. 아울러 중용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의 경영 철학으로 여겨져왔다. 12세기 신유교(New-confucianism)를 제창했던 주희(朱熹)는 중용을 이렇게 정의한다. “중(中)은 치우치지도 않고(不偏), 기울지도 않고(不倚),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다(無過不及)! 용(庸)은 언제나 그렇게 하라는 것(平常)이다.” 이 개념으로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 그녀의 연기는 중용의 극치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연기 속에는 정지된 평형이 아니라 역동적 평형이 느껴진다. 일시적 균형이 아니라 지속적 균형이 떠오른다. 중용은 간단히 말하면 역동적이며 지속적인 평형이다.
 
중용은 모든 개인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A와 B의 수학적 중간이 아니다.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역동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따르는 황금률이다. 중용은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을 뜻하지 않는다. 때로는 나아가고 때로는 물러설 줄 아는 진퇴(進退)의 결정이고, 때로는 분노하고 기뻐할 줄 아는 감정의 평형이다. 조직 내에 옳지 못한 결정이 내려질 때 중용을 지킨다고 침묵하거나, 조직의 생존을 위협할 만한 불의에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타협하는 자세는 중용이 아니다. 중용은 실천이다. 그 실천은 평형성과 지속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중용은 시중(時中)이다. 시중은 ‘주어진 상황(時)’에 ‘가장 적합한 답(中)’을 찾아내는 것이다. 세상은 무한히 변화한다. 그 변화를 인정하고, 그 변화에 맞춰 정확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중이다. “수시이처중야(隨時以處中也)라!” “그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확한 중(中)을 찾아 처해야 한다!” 여기서 수시(隨時)는 상황의 변화, 처중(處中)은 그 상황 분석에 따른 정확한 판단과 실행이다. 경영자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초로 시간과 공간을 읽어내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용으로 하루를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감정과 실천을 조절하며, 가족이나 직원과의 관계에서 정확한 중을 찾아내는 것이 중용의 일상이다. 공자는 중용적 삶의 어려움을 이렇게 강조한다. “천하 국가도 고르게 다스릴 수 있고, 높은 벼슬도 사양할 수 있고, 하얀 칼날도 밟을 수 있지만 중용만큼은 쉽지 않다(天下國家도 可均也요, 爵祿도 可辭也요, 白刃도 可蹈也나 中庸은 不可能也니라).”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도, 천하의 높은 자리를 사양할 수 있는 의리도, 시퍼런 칼날을 밟을 수 있는 용기도 중용보다는 쉽다는 이 말은 중용의 실천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며, 변화하는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처지를 정확히 파악해 역동적인 변화에 정확한 판단과 지속적 실행을 옮길 수 있는 리더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중용을 실천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출처:동아비지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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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窮)하면 통(通)하리라!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하리라.’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쓰이는 구절 가운데 하나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고 있지만 대체로 2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는 ‘세상은 힘들고 어려울수록 결국 통하게 돼 있다. 기다려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로 해석된다. 두 번째는 ‘어려울 때일수록 끝까지 파고들어 답을 찾자. 그러면 반드시 통하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두 번째의 궁(窮)은 ‘끝까지 궁구(窮究)해 답을 찾는다’는 뜻이다. 조금 자의적인 해석이 가미되긴 했지만, 부지런히 노력하면 반드시 답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 원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궁하면(窮) 변하고(變), 변하면 통하고(通), 통하면 오래간다(久)는 뜻이다. ‘주역’은 변화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세상은 변한다. 자연은 음양이 교차하고 춘하추동이 순환한다. 인간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변화에는 어떤 원리가 있다.
 
‘변화의 원리를 찾아내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하자’는 생각을 64괘(卦)와 384효(爻)의 범주를 통해 증명하려고 노력한 고대인들의 결과물이 바로 ‘주역’이다. 그래서 ‘주역’은 미래 변화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점서(占書)로도 해석되고, 변화에 대비하는 인간의 절제와 겸양 및 수양에 대한 이론서로도 활용된다. 공자는 ‘주역’에 너무나 몰두한 나머지 위편삼절(韋編三絶), 즉 3번이나 책을 묶은 끈이 끊어질 정도로 읽었다고 한다.
 
‘주역’의 변화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궁즉통’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4단계로 이뤄져 있다. 핵심은 궁(窮), 변(變), 통(通), 구(久)다.
 
첫째, ‘궁’은 양적 변화가 극에 달한 상태다.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갈 때까지 갔다든지, 부부간 갈등이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라든지, 노사 간의 갈등이 극에 다다랐다면 궁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는 이런 극도의 상황을 기반으로 일어난다. 궁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생각도 없다.
 
둘째, ‘변화’가 일어나 답을 찾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부부간의 화해나 노사 간의 화합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 문제를 푸는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주역’은 여기서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고 했다.
 
셋째는 ‘통’의 단계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안정의 단계,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가 아물고 상호간의 화해가 무르익는 단계다. 추웠던 겨울은 어느새 가고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듯 경제는 안정기에 접어들고, 문제가 해결돼 만사형통하게 된다.
 
넷째는 ‘구’의 단계로 평화가 지속되는 단계다.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지나간 변화와 극한 상황을 모두 잊어버리고 나태와 안락에 빠지기 쉽다. 언제 경제 위기가 왔냐며 과거를 잊어버리고, 지금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이것이 거듭되다 보면 결국 다시 궁한 상태로 빠져들고 만다.
 
‘주역’에 따르면 세상에는 영원한 평화도, 영원한 불안도 없다. 변화는 늘 존재하고, 인간은 그 변화 속에서 지나간 과거를 거울삼아 현명한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무왕불복(無往不復)이라! 세상은 가서 돌아오지 않음이 없나니! 한 번은 닫혔다가 한 번은 열리는 것을 ‘변’이라 하고(一闔一闢 謂之變), 가고 오는 게 끝이 없는 것을 ‘통’이라 한다(往來不窮 謂之通). 이것이 ‘주역’이 바라보는 세계관이자 역사관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다. 궁하면 반드시 통한다는 희망의 철학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바닥을 느끼고 처절하게 고민할 때 변화와 변통(變通)이 가능하다. 아픈 만큼 성숙한 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궁(窮)하면 반드시 통(通)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taoy2k@empal.com

 

 

 

 

 

출처 : 동아비지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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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계지덕(木鷄之德)… 최고의 싸움닭은 뽐내지 않는다

 

 

 

 

위대한 리더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눈초리는 부드럽고,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줄 알고, 상대방에게 매서운 눈초리나 빛나는 광채를 보여 주지 않더라도 무언가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 주는 사람이다.

 
동양에서는 이런 사람을 목계지덕(木鷄之德)을 지녔다고 말한다. 목계는 나무로 만든 닭이란 뜻으로, 나무로 만든 닭처럼 완전히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장자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왕이 투계(싸움닭)를 좋아해 기성자(紀子)라는 사람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구해 최고의 투계로 만들도록 훈련을 맡겼다. 맡긴지 열흘이 지나고 나서 왕이 물었다.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가?” 사육사는 단호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교만을 떨치지 않는 한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헛된 교만과 기운을 믿고 뽐내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였다는 대답이었다.
 
열흘이 또 지나 왕이 물었을 때 사육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급함을 버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열흘이 더 지나 왕이 또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직 멀었습니다.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 상대방을 질시하는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흘이 지나고 또 묻자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마음의 평형을 찾았습니다. 나무와 같은 목계(木鷄)가 됐습니다. 이제 어느 닭이라도 모습만 봐도 도망갈 것입니다.”
 
이 고사에서 말하는 최고의 투계는 목계다. 자신이 제일이라는 교만함을 버리고, 남의 소리와 위협에 쉽게 반응하지 않으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린 나무와 같은 목계는 인간으로 말하면 완전한 자아의 성취와 평정심을 이룬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광채와 능력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기에 그 빛은 더욱 빛날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하라’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겸손함이다.
 
상대방의 행동에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강자의 여유로 맞이하기에 그 여유는 조직을 든든하게 한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부동여산(不動如山)의 여유다. 함부로 상대방을 위협하는 눈초리를 보이지 않기에 그 마음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 외경을 느끼게 만든다. 노자가 이야기하는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길 것’이라는 유약승강강(柔弱勝强剛)의 부드러움이다.
 
교만과 조급함과 공격적인 눈초리를 완전히 평정한 사람, 세속과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움직이지 않기가 태산과 같으며 부드러운 감성까지 지니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진정 위대한 리더라 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사람, 부와 지위에 발목이 잡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어깨를 세우는 사람, 누구를 만나든 그 자리에서 경쟁하여 위아래가 결정되어야 속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목계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동아비지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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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반성과 타인배려, 論語의 황금률

 

2008 베이징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이었다. 개막식 행사를 총지휘한 중국 영화계의 대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중국 5000년 역사와 문화를 50분짜리 종합선물 세트로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펼쳐 보였다

개막식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중국 문화 아이콘은 공자(孔子)였다. 공자와 그의 제자로 분장한 3000명이 펼치는 개막식 공연은 중국의 문화적 자존심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2500년 전에 살다간 공자는 여전히 21세기 중국의 미래였다.

공자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논어(論語)를 읽어봐야 한다. 수많은 중국 고전 가운데 대인관계와 관련한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논어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국가와 백성, 친구와 친구,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등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간관계, 특히 기업과 고객 간의 관계에 필요한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인간관계의 시작이란 뜻이다. 내가 쓰고 싶지 않은 물건은 고객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라. 배려의 인간관계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라. 이보다 먼저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는지 근심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좋은 보석은 누구나 알아보게 마련이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다. 알아줄 만한 실력과 인격을 갖추면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물건이 안 팔린다고 불평하지 마라. 모든 고객이 알아줄 만한 제품을 만드는 데 먼저 주력하라. 자기반성의 인간관계다.


잘못을 알았으면 고치는데 주저하지 마라.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다(過則勿憚改 過而不改 是謂過矣).’ 자사 제품의 문제점을 인정하여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리콜하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 문제가 있는 데도 쉬쉬하며 문제를 덮으려 하다가는 결국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고칠수록 이익이 된다


자신과 다른 것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다(攻乎異端 斯害也已).’ 나와 다른 것에 대하여 무조건 비판하고 깎아내리면 결국 본인에게 해만 될 뿐이라는 경고다. 다른 제품도 인정하면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한다면 소비자들이 더욱 신뢰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군자는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서 찾지만 소인은 모든 책임을 남에게 돌린다(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떳떳이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라는 뜻이다. 기업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고객이 원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논어의 인간관계 이론을 기업과 고객 입장에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날씨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也).’ 좋은 기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빛이 난다. 어렵다고 변칙으로 조직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원칙을 소중히 여기고, 가던 길을 묵묵히 가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기업은 어려울 때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taoy2k@empal.com

 

출처:동아비지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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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부하 식별하는‘찰간술(察奸術)’

 

 

리더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유능한 직원을 선발해 능력에 맞는 자리에 배치하고, 이들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무능한 직원을 가려내 조직의 누수를 막는 일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능한 직원을 가려낼 수 있을까. 중국 전국 시대의 고전 ‘한비자(韓非子)’는 간사하고 문제 있는 신하를 찾아내는 법을 ‘찰간술(察奸術)’이라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제시한다.
 
1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정보에 의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관청법(觀聽法)이다. 측근들은 항상 군주에게 모든 상황을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이 전하는 간접적인 인물 평가와 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주가 직접 보고 들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공자(孔子)도 “모든 사람이 다 좋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해도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衆好之 必察焉 衆惡之 必察焉)”며 주관적 판단을 강조했다. 내가 모든 평가의 주체가 돼 직접 보고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변의 곡해된 인물 평가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는 충고다.
 
2 하나하나 개별적인 사안으로 우열을 가리는 일청법(一聽法)이다. 전체를 보면 개별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 판단하라는 뜻이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우(芋)라는 악기 연주를 좋아했다. 특히 합주를 좋아해 300명이나 되는 합주단을 거느렸다. 남곽(南郭)이라는 연주자는 연주 능력도 없으면서 합주단에 끼어 최고 연주자라고 자처하며 월급을 받았다. 오늘날의 프리 라이더(free rider), 즉 무임승차하는 직원이었다.
 
그런데 선왕의 뒤를 이은 민왕( 王)은 합주를 좋아하지 않아 한 사람씩 독주를 시켰다. 일청법으로 연주자들을 평가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남곽은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날까봐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도망을 갔다. 전체를 보기보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주목하라는 이야기다.
 
3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며 상대를 시험하는 협지법(挾智法)이다. 한(韓)나라 왕 소후(昭侯)는 신하들의 진실성을 알아보기 위해 손톱을 깎다가 거짓으로 잘린 손톱이 없어졌다며 불길한 징조라고 신하들에게 찾게 했다. 측근들이 방안을 다 뒤졌지만 없는 손톱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 어느 신하가 자기 손톱을 끊고는 찾았다고 외쳤다. 소후는 이런 방법으로 측근들의 마음을 시험했다.
 
4 사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도언법(倒言法)이다. 예를 들어 하늘의 달을 보고 해라며 소리를 지를 때 누가 그 말에 동의하는지 보고 신하들의 진실함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5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반찰법(反察法)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를 잘 따져서 사람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한(韓)나라 희후(喜侯)가 목욕하다가 욕조에서 돌을 발견했다. 희후는 욕조 담당을 혼내지 않는 대신 욕조 담당이 파면되면 그 뒤를 잇게 될 후임자를 불러 죄를 다그쳤다. 결국 그 자는 욕조 담당관이 파면되면 결국 자신이 그 자리를 맡으리라는 생각에 욕조에 돌을 넣었다고 실토했다. 보이는 상황의 이면에 있는 동기를 찾아내 역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한비자가 제시하는 이 다섯 가지 인물 판단법에는 군주가 어떻게 신하들의 능력과 마음을 알아내 그들을 적절히 컨트롤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수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그들의 능력과 진실성을 파악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볼 만한 이야기다. 부하 직원들의 능력과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리더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동아비지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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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징지법’으로 인재를 낚다
주(周)나라 무왕은 강태공이라는 인재가 있었기에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한(漢)고조 유방은 작전 부문에 장량(張良), 군수에 소하(簫荷), 전쟁에 한신(韓信)이라는 인재를 두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위수(渭水)에서 빈 낚싯대를 기울이며 세월을 기다렸던 강태공. 그가 지었다는 육도(六韜)라는 병법서에는 ‘장군을 고르는 법 8가지 원칙’(八徵之法·팔징지법)이 나온다. 요즘으로 말하면 훌륭한 인재를 고르는 방법이다.
 
탁월한 전문(詳) 능력이다. ‘어떤 분야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상세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하라(問之以言以觀其詳·문지이언이관기상).’ 우선적으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벌이나 연줄이 아닌 실력이 가장 중요한 인재 조건이다.
 
위기관리(變) 능력이다. ‘위기상황을 설정해 그 사람의 대처능력을 살펴보라(窮之以辭觀其變·궁지이사관기변).’ 똑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그가 얼마나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난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재는 위기에 강하다. 모두가 도망치고 주저앉을 때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부딪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성실함(誠)이다. ‘사람을 보내 그 사람의 성실함을 관찰하라(與之間諜以觀其誠·여지간첩이관기성).’ 능력 있는 사람이 결정적일 때 조직을 배반하기도 한다. 앞에서만 잘하고 뒤돌아서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은 인재가 아니다. 평소 성실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도덕성(德)이다.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관찰하라(明白顯問以觀其德·명백현문이관기덕).’ 윤리와 도덕은 그의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도덕성이 떨어지면 조직을 망치게 한다.
 
청렴함(廉)이다. ‘재무관리를 맡겨보아 그 사람의 청렴함을 관찰하라(使之以財以觀其廉·사지이재이관기렴).’ 돈 앞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돈 앞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다(財上分明 大丈夫)’라는 속담이 있다. 재물 앞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야 조직을 이끌 자격이 있다.
 
정조(貞)다. ‘여색으로 시험해서 그 사람의 정조를 관찰하라(試之以色以觀其貞·시지이색이관기정).’ 여색은 예나 지금이나 인재의 앞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여색에 빠져 직분을 망각하고 결국 조직을 무너뜨린 예는 무수히 많다. 남자도 정조관념이 있어야 인재가 될 수 있다.
 
용기(勇)다. ‘어려운 상황을 알려 주고 그 사람의 용기를 관찰하라(告之以難以觀其勇·고지이난이관기용).’ 어려운 상황에 누구보다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재다. 조직의 위기에 자신은 뒤로 물러서면서 부하들만 앞장서라고 재촉하는 사람은 결코 인재가 될 수 없다.
 
술 취한 뒤의 태도(態)다. ‘술로 취하게 하여 그 사람의 자세를 살펴라(醉之以酒以觀其態·취지이주이관기태).’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정신을 흐리게 한다. 술에 미혹되면 판단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인재로서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사람이다.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며 어떤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느냐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인재를 고를 때 개인의 능력을 하루아침에 관찰하고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인재는 오랜 시간이 지나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먼 길을 가봐야 천리마인지 알 수 있고, 시간이 지나봐야 인재를 알 수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반드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묵혀야 함에 틀림없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동아비지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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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법에서는 전쟁을 귀족의 이익을 염두에 둔 투자 행위로 정의한다. 당시 귀족인 대부(大夫)와 전사(戰士) 계층은 크고 작은 전쟁에 자신들의 병력과 군수 물자를 투자했다. 이들은 전쟁에 대한 명분도 중요했지만 승리 후에 분배되는 수익에 관심이 많았다. 병력과 무기, 물자를 투자받아 현장에 나가는 장군은 요즘의 최고경영자(CEO)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은 이런 측면에서 귀족의 투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며, 이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전쟁은 가능한 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군대의 출병 때문에 재정이 빈약해지는 것은 먼 곳까지 군수물자를 계속해서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먼 곳으로 수송하다 보면 전쟁 비용을 댄 귀족들의 재정이 고갈된다.’
 
전쟁을 오래 끌면 투자자금이 계속 투입돼야 하고, 결국 귀족들이 지속되는 투자부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군주(君主)의 관점에서 귀족은 일종의 투자자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들의 재정이 취약해지는 것을 장기적인 전쟁의 결과로 봤다. 아무리 이익이 많은 전쟁이라도 투자자금이 오래도록 소요된다면 투자자인 귀족들의 재정이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손자병법은 최대한 이른 기간 내에 전쟁에서 승리해 이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으로 경영한다고 해도 자금 회수기간이 늘어지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요즘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둘째, 초기 투자자금만으로 전쟁을 수행하라.
군대를 잘 운용하는 장수는 투자한 귀족들에게 병력을 두 번 징집하게 하지 않으며, 군량미를 몇 번씩 실어 보내라고 하지 않는다.’
 
손자는 투자자인 귀족들의 재정을 예민할 정도로 배려하고 있다. 초기 투자자금 이외에 두 번 세 번 귀족들에게 손을 벌리지 말고, 종자돈을 잘 보호해 그 돈으로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고 경영하라는 것이다. 자금을 끝없이 요구하는 경영자에게 무한정 자금을 대줄 투자자는 없다.
 
셋째, 적지에서 투자 자금을 확보하라.
능력이 있는 장군은 적국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한다.’
 
손자는 유능한 장군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했다. 전쟁에 나간 부대가 본국에 식량을 보내달라고 자꾸 요구하면 군수물자를 댄 호족들이 궁핍해지듯 투자받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자금을 자꾸 요구하면 투자자들의 자금 사정은 악화되고 결국 기업의 전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적진에서 식량과 물자를 조달하는 장군이야말로 가장 유능한 CEO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는 전쟁이 오래 지속되고 식량과 물자가 소모되면 처음 전쟁에 참여한 호족들의 마음이 변할 것이라는 손자의 염려가 배어있다.
 
현대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초기 투자금액을 모두 소진하고 재차 투자를 요구하는 기업에 계속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막대한 투자 수익이 예상되더라도 투자자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 2500년 전 투자자를 보호하라고 거듭 강조한 손자의 이야기는 오늘날 기업이 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출처<동아비즈니스리뷰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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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는 원칙이 없다. 오직 전쟁터의 상황 변화에 따른 정확한 판단과 결단이 있을 뿐이다. 그 상황을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는 중심에는 장군의 능력이 있다. 따라서 전쟁을 수행하는 장군에게는 천재성이 요구된다.’
 
군인이자 전쟁학자인 클라우제비츠(Clause-witz)가 말한 ‘전쟁의 천재성(Military genius)’의 핵심 개념이다. 조직에 다가올 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대안을 찾아 돌파구를 마련하는 유연한 리더의 자세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그러나 때로는 리더의 실수로 조직이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손자병법’은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는 장군의 유형을 5가지로 나누어 경고한다.
 
첫째, 죽기만을 각오하는 장군은 모두 죽게 만든다(必死可殺也). 죽기만을 각오하고 무작정 돌격을 명령하는 리더의 감정적 대응은 결국 조직을 파멸로 이끈다는 엄중한 경고다.
 
둘째, 살기만을 생각하고 싸우는 장군은 모두 포로가 되게 한다(必生可虜也). 구차하게 살기만을 바라고 싸우는 리더는 부하를 모두 치욕스러운 포로로 만든다.
 
셋째, 분노를 못 이겨 재촉하는 장군은 수모를 당할 수 있다(忿速可侮也). 분노를 못 이겨 병사들을 적의 성으로 개미처럼 기어오르게 하면 병사들의 3분의 1을 잃을 것이라고 손자는 경고한다.
 
넷째, 절개와 고귀함만을 고집하는 장군은 치욕을 당할 수 있다(廉潔可辱也).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소중히 여길 줄만 알았지 조직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는 장군은 그가 고집하는 명예 때문에 도리어 조직에게 치욕을 안겨줄 수 있다.
 
다섯째, 병사들을 소아(小我)적으로 아끼다가 조직이 고민에 빠질 수 있다(愛民可煩也). 장군이 인정주의에 빠져 조직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을 리더의 다섯 가지 습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무작정 돌격하는 감정적 대응, 둘째는 일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비겁함, 셋째는 자신의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다혈질 성격, 넷째는 오직 청렴함과 고귀함이 제일이라 떠들며 조직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기는 원칙주의, 다섯째는 조직의 시스템과 인정을 구별 못하는 인정주의다.
 
손자는 개인의 감정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한 사람이었다. ‘이상과 같은 다섯 가지는(凡此五者) 장군의 과오이며(將之過也), 용병에 재앙이다(用兵之災也). 군대가 전멸하고 장군이 죽는 것은(覆軍殺將) 반드시 이 다섯 가지 위험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必以五危), 장군이라면 잘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不可不察也).’
 
진격과 후퇴는 타인의 칭찬과 비난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 오로지 조직의 생존(保國)과 병사들의 생존(保民)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생존을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리더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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