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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2 종이 세 장 베고 자,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1


 장수의 종결자는 아마도 중국 제나라 때 사람인 동방삭일 듯싶다. 선녀인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은 덕분에 무려 삼천갑자(三千甲子, 18만 년)를 살았다고 전해진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더해졌을 테다. 그러나 도통 믿기 어려운 수명보다 귀에 쏙 박힌 건 그가 베고 잤다는 베개다. 뭔가 대단한 걸 베고 잤겠지 싶었는데 뜻밖에도 동방삭이 애지중지했던 베개의 실체는 달랑 종이 석 장이다. 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게 베면 명이 짧아진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무조건 낮게만 베면 장수할 수 있다는 걸까? 단순한 겉모양과 달리 베개는 몸에 대한 고민과 배려에서 비롯된 속 깊은 물건이다. 그래서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능적이며 과학적이다. 만약 잠을 설친다거나 잠에서 깬 느낌이 개운하지 않다면, 어떤 베개를 어떻게 베고 잤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잘 고른 베개는 숙면을 보장할 뿐 아니라 여성들이 무척이나 신경 쓰는 목주름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코골이와 붓는 얼굴, 베개 높이가 원인일 수도
앉으나 서나 바른 자세는 중요하다. 누웠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인 뼈들이 제자리를 찾고 몸이 온전히 휴식을 취하려면 잠잘 때 자세가 발라야 한다. 사람의 몸은 옆에서 보면 완만한 S자를 이룬다. 평평한 바닥에 누워서도 이 자세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려면 바닥과 뒷목 사이에 생기는 작은 공간을 메워 주어야 한다. 베개는 어깨와 머리(뒤통수) 사이의 목을 C자형으로 자연스럽게 받쳐 주어 잠자는 동안 경추(목뼈), 요추(허리뼈), 척추(등골뼈)들을 바르게 펴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이들이 베개는 머리로 벤다고 생각하는데, 머리가 아닌 목에 베야 하며, 가장 좋은 건 목과 머리를 동시에 받쳐 주는 거다. 그래야 하루 종일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느라 고생했을 목 근육을 말끔히 풀어 줄 수 있다.

 
베개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목 근육이 긴장하고 경추와 디스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베개 탓만 할 수는 없겠으나 코를 고는 건 베개가 높아 목이 꺾이는 바람에 기도가 좁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아침에 얼굴이 붓는 건 베개를 베지 않았거나 높이가 너무 낮아 심장이 얼굴보다 높은 곳에 있었던 게 원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높이는 6~8cm다. 이때 베개 높이는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 눌린 높이다. 보통 자신의 팔 두께쯤이면 적당하다고들 한다. 아이보다 어른이, 여성보다 남성의 것이 더 높다. 살이 쪘다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다면 1~2센티미터쯤 더 높인다. 개인차가 있는 만큼 이 숫자들을 기준으로 하여 자신에게 맞는 높이를 찾으면 된다.

 

더 폭신하게? 더 딱딱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는 동안 20~30번쯤 뒤척인다. 베개가 너무 딱딱하면 머리 중 어느 한 부분만 닿기 때문에 불편하고, 너무 푹신하면 베개 높이가 낮아져 머리와 목이 지나치게 내려간다. 베갯속은 머리를 적당히 고정시켜 주는 정도가 좋다. 예를 들면, 메밀로 만든 베개 정도의 딱딱함과 부드러움을 갖춘 베개가 알맞다.

 
골라서 베세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호텔로 꼽힌 서울의 한 호텔에는 '베개 메뉴판'이라는 것이 있다. 숙면을 위해 메뉴판에 오른 베개들은 국화향 베개, 메밀 원통형 베개, 옥 베개, 깃털 베개 등 열 가지쯤이다. 베갯속은 크게 자연에서 얻은 것(씨앗, 곡물, 말린 꽃, 나무, 목화솜, 동물의 털 등)과 특정 특정 화학적 가공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메모리폼, 라텍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마다 체질, 수면 습관, 취향이 제각각이니 되도록이면 머리와 목에 직접 받쳐 본 다음 고르도록 한다. 이때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건 옆으로 누웠건 두루 편해야 하며, 목뼈를 잘 지지해 주어 몸이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씨앗ㆍ곡물ㆍ꽃ㆍ나무ㆍ황토ㆍ숯ㆍ옥… 베개

자연에 깃든 고유의 기운을 중시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베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예로부터 베갯속으로 즐겨 사용한 것은 복숭아, 매실, 대추, 결명차 등의 씨앗과 메밀, 녹두, 조, 보리 등의 곡물과 메밀 겉껍질, 왕겨 같은 곡물의 껍질, 구절초같이 향이 있고 치료 효과가 있는 꽃, 나무, 숯, 옥 등이다. 성질이 찬 메밀은 지금도 베갯속으로 즐겨 쓰인다. 조는 알갱이가 작아 부드러우며 머리를 좋게 한다 하여 아기 베개로 인기 있다. 누에고치도 베갯속으로 쓰이는데 통풍과 습기 조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백나무, 소나무 등을 잘게 잘라 넣은 베개도 나왔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토르말린, 황토를 작은 구슬로 가공해 넣은 것도 있다.

 

이들 베개는 대개 베갯속을 넣은 천이 지퍼로 마무리 되어있어 내용물을 빼고 더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높이를 만들 수 있다. 사람의 몸과 친화력이 높고 오랜 시간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것들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곡물 같은 경우 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자주 햇볕에 널어 말려 주어야 한다.

 

목침은 척추 디스크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딱딱하기 때문에 베는 자세가 무척 중요하다. 질환이 있다면 꼭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다.

 

솜ㆍ털 베개

예전에는 목화솜이 주를 이루었지만 관리가 수월하지 않아 지금은 폴리에스터나 마이크로 화이바 원단을 가공한 솜, 극세사 솜들이 대세다. 특수 가공을 통해 항알레르기나 항균력을 높인 솜 베개는 포근하며 느낌이 부드럽고 값도 싸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소재이기는 하나 통기성은 좀 떨어질 수 있으니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피하도록 한다. 털(오리나 거위 깃털, 양모 등) 베개의 경우에는 천식이나 비염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푹신하고 사용감이 좋은 만큼 꺼지기도 쉬우니 오래 사용했다면 높이를 다시 살피도록 한다.

 

메모리폼ㆍ라텍스 베개

메모리폼은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신소재로 스펀지를 특수 가공 처리해 복원력을 높인 것이다. 메모리폼보다 좀 더 고가인 라텍스는 고무나무 껍질에서 나오는 액체를 추출한 물질(천연고무액)로 탄성이 좋고 자연 항균 효과와 진드기나 박테리아를 예방해 주는 성질이 있다. 말리거나 빨지 않아도 되고(물, 햇볕, 고온에 약하다)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베개인데 인기만큼이나 무척 많은 제품이 나와 있고 품질도 제각각이라 구입하려면 공부가 좀 필요하다.

 

우선 라텍스 함량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함유량에 따라 100% 천연라텍스(천연 고무나무에서 추출된 원액 최소 80% 이상 함유), 천연라텍스(80% 미만 함유), 100% 라텍스 혹은 합성라텍스(겉은 천연 라텍스와 비슷하지만 석유 추출물 등으로 제조된 것)로 나뉜다. 천연라텍스에서는 식빵 냄새가 나지만 합성라텍스인 경우 석유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원산지도 중요한데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것이 천연인 반면 유럽산은 주로 합성이다. 인증 마크, 인증서, 품질 보증 기간(최소 10년 이상)을 꼭 확인한다. 되도록이면 전문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능성 베개들

수면과 건강의 상관관계가 속속 밝혀지고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베개가 나왔다. 숙면과 몸 곳곳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예방, 교정,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어느 회사에서는 키에 따라 수십 종의 베개를 구분해 선보이기도 한다.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굽은 목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베개, 뇌파를 이용해 숙면을 유도하는 베개, 음이온과 원적외선 방출로 수면 중 혈액순환을 돕는 베개, 목주름 방지 베개 등이다. 또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 되어 목은 물론 팔, 무릎, 발목처럼 굽어 있는 부분의 관절을 풀어 주는 베개, 주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이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다리 사이에 끼고 잘 수 있도록 한 베개, 체온과 압력에 의해 형태가 바뀌는 베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을 위해 바로 누웠을 때보다 옆으로 누웠을 때가 더 높은 베개도 나와 있다. 이러저러한 치료 효과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제조사에서 내세우는 홍보 문구를 무조건 믿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제품의 안팎을 꼼꼼히 살펴 고르도록 한다.

 

베갯잇 자주 빨면 피부도 좋아해

일단, 땀 흡수가 잘되고 공기가 잘 통해야 한다. 얼굴에 직접 닿는 부분이니만큼 부드러워야 하고 빨래도 쉬워야 하니 무명이나 순면같이 천연의 부드러운 소재가 알맞다. 잡지사에 근무하는 어느 뷰티 담당 기자가 들려준 피부 관리법은 뜻밖에 베개 빨래다.

 

"얼굴에 뾰루지가 자주 나는 편이라 좋다는 화장품은 다 써봤는데, 가장 좋은 건 베갯잇을 자주 빠는 거더라고요. 누가 베갯잇에 묻어 있는 머리 기름이며 땀이 뾰루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베갯잇을 깨끗이 관리하라고 했거든요. 베갯잇을 매일 빨고부터는 뾰루지가 사라졌어요."

 

아이들은 자는 동안 어른보다 땀을 많이 흘리니 더 자주 빨아 준다. 만약 여의치 않다면 베갯잇 위에 손수건을 한 겹 깔아 두고 손수건만 수시로 빠는 것도 방법이다. 빨래하는데 드는 시간이며 수고를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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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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