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만이라도 챙기자.

Friend란 Friday와 end가 결합한 단어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금요일로 끝내야 한다.

 

2. 집중과 몰입이 답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에게만 집중하자.

 

3. 재미있어야 지속된다.

단 한 두 번의 가족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재미가 답이다.

 

4.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먹거리가 답이다.

행복은 뜻밖에도 뱃속 깊이로부터 시작된다.

 

5. 기록, 기록, 기록으로 가족사를 써라.

추억만큼 소중한 자산도 없다.

기록이 쉬워진 세상이다.

 

6. 촌수를 늘리면 더 즐겁다.

삼촌, 고모, 이모가 사라져 간다.

가끔은 이웃을 초대해보자.

 

7. 힐링캠프가 되게 하자.

서로 비방하지 말자, 탓도 버리자,

모이면 무조건 토닥거려주자,

모두들 힘들었다.

 

8. 좀 더 불편해지자.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집안에 들어갈 수 없을때 우리는 기다렸다.

 

9. 강박을 버려야 산다.

가족들 중 누군가 함께 하지 못했다고 비난하지 말라

규칙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다.

 

10. 나만의 저녁을 찾아라.

나와 우리 가족만의 저녁을 만들자.

 

[송길원(목사) 글 / e부모약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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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아버지 라면, 저녁은 어머니이다.

저녁이 있는 푸근한 삶, 안식과 위로가 넘치는 저녁있는 삶을 만들고

나아가 삶이 있는 저녁을 만들어가는 송길원 목사의 행복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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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의 종결자는 아마도 중국 제나라 때 사람인 동방삭일 듯싶다. 선녀인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은 덕분에 무려 삼천갑자(三千甲子, 18만 년)를 살았다고 전해진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더해졌을 테다. 그러나 도통 믿기 어려운 수명보다 귀에 쏙 박힌 건 그가 베고 잤다는 베개다. 뭔가 대단한 걸 베고 잤겠지 싶었는데 뜻밖에도 동방삭이 애지중지했던 베개의 실체는 달랑 종이 석 장이다. 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게 베면 명이 짧아진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무조건 낮게만 베면 장수할 수 있다는 걸까? 단순한 겉모양과 달리 베개는 몸에 대한 고민과 배려에서 비롯된 속 깊은 물건이다. 그래서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능적이며 과학적이다. 만약 잠을 설친다거나 잠에서 깬 느낌이 개운하지 않다면, 어떤 베개를 어떻게 베고 잤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잘 고른 베개는 숙면을 보장할 뿐 아니라 여성들이 무척이나 신경 쓰는 목주름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코골이와 붓는 얼굴, 베개 높이가 원인일 수도
앉으나 서나 바른 자세는 중요하다. 누웠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인 뼈들이 제자리를 찾고 몸이 온전히 휴식을 취하려면 잠잘 때 자세가 발라야 한다. 사람의 몸은 옆에서 보면 완만한 S자를 이룬다. 평평한 바닥에 누워서도 이 자세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려면 바닥과 뒷목 사이에 생기는 작은 공간을 메워 주어야 한다. 베개는 어깨와 머리(뒤통수) 사이의 목을 C자형으로 자연스럽게 받쳐 주어 잠자는 동안 경추(목뼈), 요추(허리뼈), 척추(등골뼈)들을 바르게 펴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이들이 베개는 머리로 벤다고 생각하는데, 머리가 아닌 목에 베야 하며, 가장 좋은 건 목과 머리를 동시에 받쳐 주는 거다. 그래야 하루 종일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느라 고생했을 목 근육을 말끔히 풀어 줄 수 있다.

 
베개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목 근육이 긴장하고 경추와 디스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베개 탓만 할 수는 없겠으나 코를 고는 건 베개가 높아 목이 꺾이는 바람에 기도가 좁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아침에 얼굴이 붓는 건 베개를 베지 않았거나 높이가 너무 낮아 심장이 얼굴보다 높은 곳에 있었던 게 원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높이는 6~8cm다. 이때 베개 높이는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 눌린 높이다. 보통 자신의 팔 두께쯤이면 적당하다고들 한다. 아이보다 어른이, 여성보다 남성의 것이 더 높다. 살이 쪘다거나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다면 1~2센티미터쯤 더 높인다. 개인차가 있는 만큼 이 숫자들을 기준으로 하여 자신에게 맞는 높이를 찾으면 된다.

 

더 폭신하게? 더 딱딱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는 동안 20~30번쯤 뒤척인다. 베개가 너무 딱딱하면 머리 중 어느 한 부분만 닿기 때문에 불편하고, 너무 푹신하면 베개 높이가 낮아져 머리와 목이 지나치게 내려간다. 베갯속은 머리를 적당히 고정시켜 주는 정도가 좋다. 예를 들면, 메밀로 만든 베개 정도의 딱딱함과 부드러움을 갖춘 베개가 알맞다.

 
골라서 베세요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호텔로 꼽힌 서울의 한 호텔에는 '베개 메뉴판'이라는 것이 있다. 숙면을 위해 메뉴판에 오른 베개들은 국화향 베개, 메밀 원통형 베개, 옥 베개, 깃털 베개 등 열 가지쯤이다. 베갯속은 크게 자연에서 얻은 것(씨앗, 곡물, 말린 꽃, 나무, 목화솜, 동물의 털 등)과 특정 특정 화학적 가공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메모리폼, 라텍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마다 체질, 수면 습관, 취향이 제각각이니 되도록이면 머리와 목에 직접 받쳐 본 다음 고르도록 한다. 이때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건 옆으로 누웠건 두루 편해야 하며, 목뼈를 잘 지지해 주어 몸이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씨앗ㆍ곡물ㆍ꽃ㆍ나무ㆍ황토ㆍ숯ㆍ옥… 베개

자연에 깃든 고유의 기운을 중시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는 베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예로부터 베갯속으로 즐겨 사용한 것은 복숭아, 매실, 대추, 결명차 등의 씨앗과 메밀, 녹두, 조, 보리 등의 곡물과 메밀 겉껍질, 왕겨 같은 곡물의 껍질, 구절초같이 향이 있고 치료 효과가 있는 꽃, 나무, 숯, 옥 등이다. 성질이 찬 메밀은 지금도 베갯속으로 즐겨 쓰인다. 조는 알갱이가 작아 부드러우며 머리를 좋게 한다 하여 아기 베개로 인기 있다. 누에고치도 베갯속으로 쓰이는데 통풍과 습기 조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백나무, 소나무 등을 잘게 잘라 넣은 베개도 나왔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토르말린, 황토를 작은 구슬로 가공해 넣은 것도 있다.

 

이들 베개는 대개 베갯속을 넣은 천이 지퍼로 마무리 되어있어 내용물을 빼고 더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높이를 만들 수 있다. 사람의 몸과 친화력이 높고 오랜 시간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것들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곡물 같은 경우 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자주 햇볕에 널어 말려 주어야 한다.

 

목침은 척추 디스크 질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딱딱하기 때문에 베는 자세가 무척 중요하다. 질환이 있다면 꼭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다.

 

솜ㆍ털 베개

예전에는 목화솜이 주를 이루었지만 관리가 수월하지 않아 지금은 폴리에스터나 마이크로 화이바 원단을 가공한 솜, 극세사 솜들이 대세다. 특수 가공을 통해 항알레르기나 항균력을 높인 솜 베개는 포근하며 느낌이 부드럽고 값도 싸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소재이기는 하나 통기성은 좀 떨어질 수 있으니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피하도록 한다. 털(오리나 거위 깃털, 양모 등) 베개의 경우에는 천식이나 비염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푹신하고 사용감이 좋은 만큼 꺼지기도 쉬우니 오래 사용했다면 높이를 다시 살피도록 한다.

 

메모리폼ㆍ라텍스 베개

메모리폼은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신소재로 스펀지를 특수 가공 처리해 복원력을 높인 것이다. 메모리폼보다 좀 더 고가인 라텍스는 고무나무 껍질에서 나오는 액체를 추출한 물질(천연고무액)로 탄성이 좋고 자연 항균 효과와 진드기나 박테리아를 예방해 주는 성질이 있다. 말리거나 빨지 않아도 되고(물, 햇볕, 고온에 약하다)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베개인데 인기만큼이나 무척 많은 제품이 나와 있고 품질도 제각각이라 구입하려면 공부가 좀 필요하다.

 

우선 라텍스 함량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함유량에 따라 100% 천연라텍스(천연 고무나무에서 추출된 원액 최소 80% 이상 함유), 천연라텍스(80% 미만 함유), 100% 라텍스 혹은 합성라텍스(겉은 천연 라텍스와 비슷하지만 석유 추출물 등으로 제조된 것)로 나뉜다. 천연라텍스에서는 식빵 냄새가 나지만 합성라텍스인 경우 석유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원산지도 중요한데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것이 천연인 반면 유럽산은 주로 합성이다. 인증 마크, 인증서, 품질 보증 기간(최소 10년 이상)을 꼭 확인한다. 되도록이면 전문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능성 베개들

수면과 건강의 상관관계가 속속 밝혀지고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베개가 나왔다. 숙면과 몸 곳곳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을 예방, 교정,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어느 회사에서는 키에 따라 수십 종의 베개를 구분해 선보이기도 한다.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굽은 목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베개, 뇌파를 이용해 숙면을 유도하는 베개, 음이온과 원적외선 방출로 수면 중 혈액순환을 돕는 베개, 목주름 방지 베개 등이다. 또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 되어 목은 물론 팔, 무릎, 발목처럼 굽어 있는 부분의 관절을 풀어 주는 베개, 주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이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다리 사이에 끼고 잘 수 있도록 한 베개, 체온과 압력에 의해 형태가 바뀌는 베개,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을 위해 바로 누웠을 때보다 옆으로 누웠을 때가 더 높은 베개도 나와 있다. 이러저러한 치료 효과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제조사에서 내세우는 홍보 문구를 무조건 믿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제품의 안팎을 꼼꼼히 살펴 고르도록 한다.

 

베갯잇 자주 빨면 피부도 좋아해

일단, 땀 흡수가 잘되고 공기가 잘 통해야 한다. 얼굴에 직접 닿는 부분이니만큼 부드러워야 하고 빨래도 쉬워야 하니 무명이나 순면같이 천연의 부드러운 소재가 알맞다. 잡지사에 근무하는 어느 뷰티 담당 기자가 들려준 피부 관리법은 뜻밖에 베개 빨래다.

 

"얼굴에 뾰루지가 자주 나는 편이라 좋다는 화장품은 다 써봤는데, 가장 좋은 건 베갯잇을 자주 빠는 거더라고요. 누가 베갯잇에 묻어 있는 머리 기름이며 땀이 뾰루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베갯잇을 깨끗이 관리하라고 했거든요. 베갯잇을 매일 빨고부터는 뾰루지가 사라졌어요."

 

아이들은 자는 동안 어른보다 땀을 많이 흘리니 더 자주 빨아 준다. 만약 여의치 않다면 베갯잇 위에 손수건을 한 겹 깔아 두고 손수건만 수시로 빠는 것도 방법이다. 빨래하는데 드는 시간이며 수고를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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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현동이 데려올게유치원 끝날 시간에 맞춰 아들을 데리러 가는 베트남 새댁 옥디엠 씨가 현관문을 나서며 이렇게 소리친다. 마치 친정집에 얹혀사는 막내딸 같다. 칠순이 넘은 시어머니는 있는 일이라 그냥 그러라고 대답할 뿐이다. 한국에 시집온 5년째인 옥디엠 씨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게다가 반말 투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어머니란 말이 발음하기 어려워요. 그냥 엄마라고 부르면 편해요."

발음이 어렵다고 하니 격식을 따지라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며느리 변명에 시어머니는 "친정이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로울까봐 엄마라고 부르라" 한단다. 그이도 며느리의 베트남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어 그냥 "새아야!"하고 부른다. 사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 남들이 며느리 이름을 묻기라도 하면 그저 "김옥김인가?" 한다. ' 옥디엠'이라는 낯선 이국 이름의 '어머니' 발음이다. 이렇게   격식을 떠나 서로 편한 선택을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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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등에 기대는 며느리와 거뜬히 등이 되어주는 어머니



올해 26세인 씨는 스물한 살에 지금의 남편(44, 회사원) 만났다. 유치원에 다니는 5살배기 아들과 6개월 뒤에 태어날 둘째 아이도 있다.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첫눈에 반했고 반대가 심했던 친정부모를 졸라 허락을 얻어냈다. 신랑감이 18 연상인데다 어린 딸이 나라로 시집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없었을 것이다. 결혼한 5년이 지나고 나니 마음을 조금 놓으셨단다. 베트남에 있는 언니들이나 친정엄마는 TV 드라마에서 구박받는 며느리를 보면 자신들의 동생과 딸도 그런 대접을 받는가 하여 전화할 때마다 "시어머니가 해주냐" 번씩 물어본다. 친정부모의 걱정과 달리 씨는 "시엄마가 없으면 살림살이나 아이 키우는 것을 제대로 없다" 시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그런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는 '귀엽고 예쁜 막내며느리' 아닐 없다. 시어머니는 손자가 글씨를 읽고 쓰기를 한다며 "엄마를 닮아 똑똑하다" 자랑한다. 여느 시어머니들은 잘난 아들 덕분이고 못난 며느리 탓이라고 하기 쉬운데 그이는 며느리 사랑이 남다르다.

씨는 남편보다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아침밥은 씨가 차린다. 남편이 출근하면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이때 시어머니는 청소를 한다. 청소는 거의 시어머니 담당이다. 씨는 4 넘게 같이 살았지만 쓸고 닦고 정리하는 한국 집안일이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베트남 여성들 대부분 아침에 간단히 청소를 마친 밖에 나가 일하고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기에 하루 종일 집안에서 걸레 들고 이곳저곳을 닦는 한국 여성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낮에는 이웃 공장에서 일감을 가져와 시모와 며느리가 함께 부업을 한다. 자동차 부속품을 다듬는 일인데, 가끔 현동이도 일을 거든다. 온종일 일해서 하루 2 정도 벌이를 한다. 저녁 식사 준비는 사람이 함께 한다. 씨가 가장 하는 매운탕과 찜류다. 시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운 덕에 이제는 도움 없이 혼자서도 척척 해낸다.

농사철에는 시어머니와 함께 밭일을 한다. 반찬거리를 길러 먹는 텃밭 치고는 규모가 조금 편이다. 수확하면 자신들이 먹을 것에 조금 넘쳐 있는 남는 정도다. 시어머니가 거의 도맡아 하지만 씨는 친정에서도 농사일을 해왔기 때문에 무리 없이 해낸다. 현동이를 낳고 기를 때도 시어머니의 도움이 컸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처음 겪는 일이라 산후조리에서 아이 키우는 것까지 시어머니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조만간 둘째 아이가 세상에 나올 텐데, 시어머니는 아이와 산모를 보살펴주는 일을 당연히 당신의 일이라고 말한다. 며느리의 돌봄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으련만, 며느리를 탓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 며느리도 "우리 엄마 정말 좋아요. 엄마 손이 닿는 음식은 신기하게 맛있어요"하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운다.  낯선 사람들과 살면서 외로움을 탓을 법한데 오히려 시어머니에게 살림을 배우며 외로움을 있었다.
 


"
많이 하는 베트남여성에 비해 한국 여성들 여유로워요"
 

한국에 시집온 4년의 세월이 지나는데 그이는 한국 여자로 사는데 얼마나 익숙해졌을까. 이제 법적으로도 한국 사람이 되었고 한국말도 곧잘 하지만 씨는 아직도 베트남 여성들과 한국 여성들의 생활을 비교하게 된다."베트남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는다. 농촌에서는 들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 길어 집안 살림은 새벽 잠깐과 저녁 이후 잠깐 해요. 베트남에선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일을 많이 해요." 한국 여성들이 집안 살림을 많이 하는 것에 비하면 베트남 여성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차이점이라고 한다. 씨도 12세부터 집안일을 도왔고 물이나 물건을 지게에 담아 나르느라 어깨 근육이 유난히 발달해 있다. 한국에 시집와서도 다문화 공동체운동을 펼치는 <국경 없는 마을>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통역을 했다. 지금은 둘째를 임신해 일을 접어 두고 있지만 아이를 낳고 나면 다시 취직할 생각이다. 그동안 컴퓨터 한글 문서 작성법을 배웠고 앞으로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교육을 받으려고 한다.  씨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베트남여성들이 대개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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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숙제할 엄마 노릇하기 힘들어요"
 

하루 일과 씨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은 아침저녁으로 아들 현동이와 함께 유치원에 오가는 일이다. 걸어서 5분만 가면 되는 곳이라 통학용 셔틀버스에 태워 보내는 대신 아들 손을 잡고 유치원을 걸어서 오간다. 오후 4 즈음.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찬바람이 매서운 날이라 아이를 일찍 데려오려고 여느 날보다 1시간 먼저 유치원에 갔다. 엄마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들 현동이는 유치원 문을 박차고 뛰어나온다. "엄마" 하며 달려오는 아들과 벌려 맞이하는 엄마 모습이 마치 오래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사람들처럼 각별하게 살갑다.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고루 느껴지는 생긴 아들이다. 아들을 대하는 씨의 표정과 말투가 다른 때보다 정교하다. "오늘 간식은 먹었어? 재미있었어?"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엄마에게 현동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엄마가 한국이 아닌 베트남 사람이고 말이 조금 어눌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동이는 부족함이 없다엄마와 유치원 숙제도 하고 동화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씨도 여느 엄마들처럼 직접 동화책을 읽어준다.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저절로 한글 공부가 되는 것도 있지만, 읽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다. 쓰기는 씨에게 아직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 아들의 한글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부쩍 늘고 있다.

현동이는 엄마와 함께 베트남 외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마침 이번 설에도 외가를 방문할 예정이라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현동이에겐 이번이 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씨는 현동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할 베트남 인사말을 가르쳐주었다. 곧잘 따라하고 외운다. 이번 친정 나들이는 둘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인사하려는 것이다. 친정 엄마가 편찮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씨의 마음은 벌써 베트남의 고향에 있다. 명절이면 보통 며느리가 시댁의 차례 상을 차려야 하지만 시어머니는 개의치 않고 며느리의 친정방문을 허락했다. 어느 해보다 추위가 매서워 더운 나라에서 자란 씨가 곤혹스러워한 것도 시모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씨는 젊은 새댁답게 20대의 순진함과 씩씩함으로 동네에서 집안에서 재미를 찾으며 살아간다. 동네에서 현동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똘똘 굴러가는 발음으로 말을 걸기도 하고, 반말 투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웃들과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들처럼 허물이 없다. 이국사람에게 있을 법한 서먹함이 전혀 없었다. 시숙과 형님들에게도 그이는 스스럼없는 막내 제수고 동서일 뿐이다. 씨가 베트남 요리라고 만들어 내놓는 월남 쌈과 튀김 전병인 짜요를 먹으면서도 시댁 식구들은 전혀 낯설어 하지 않는다. 지난 4년이 가족들의 사이를 그만큼 좁혀 놓았다.

씨는 자신이 뿌린 내린 한국을 알아가려고 애를 쓴다. 며느리, 아내, 엄마 노릇을 모두 제대로 하려고 고민한다. 쉼없이 부업을 하는 것도 남편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마음에서다. 베트남 새댁 씨는 자신의 자리에 맞는 '노릇하기' 열중하는 평범한 한국의 젊은 새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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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은 얼마나 될까?

서로 다른 국적인종문화를 가진 남성과 여성이 만나 이룬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는 이전에 쓰던 혼혈인혼혈 가정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신하기 위해 2003 건강시민연대가 제안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09 5 현재 결혼이민자 수는 16 7 명이고  가운데 여성이 89.7% 전체 인구의 0.3% 달한다이들  한국 국적을 얻은 사람은 4  명으로 75.2% 아직 외국인 신분이다출신 국적은 한국계를 포함한중국이 46.9% 가장 많고베트남이 29.4%, 필리핀이 6.6%순이다다문화가정을 이룬 이들은 이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전라남도의 경우 해마다 농어업 종사자의 50% 가까이가 이주 여성들과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한다취업 등의 이유로 이주해 우리 사회의 '다문화구성원으로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은 20106 현재 120 8 544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3%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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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은 너무 더울 것 같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열대성국가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냉장고 안에 들어가서 살 수는 없을 것 같고 걱정입니다. 지구온난화!!!!!!!


작년에 잡지 창간 작업을 진행하면서, 냉장고를 테마로 취재기사를 의뢰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가정을 섭외해서 냉장고를 발칵 까지는 아니어도 냉장고에 안에 보관하고 있는 것들을 다 꺼내어 비교를 했었습니다. 명절 연휴가 끝난 지 며칠 안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양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냉장식품에서부터 묵어 둔 생선, 아이스크림 등 정말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냉장고 안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동의 하신 
두 주부님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으니까요. 두 가정의 냉장고에서 나온 목록을 정리하고 시장 보는 주기, 다시 재사용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분류를 했었습니다. 의외로 다시 사용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이 나왔습니다.

  
김창완의 노래 가사처럼 한 밤 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았더니 더 가관이었습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렸는지 정말 꼼지락 싸둔 각 종 음식재료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버리지도 먹지도 망설여표 지난 요리에서부터, 쓰레기통을 방불할 정도 이었습니다. 갑자기 청소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냉장고에 성에가 많이 끼여, 어쩔 수 없이 청소를 해 주어야 했는데, 요즘은 일 년에 한 번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 끄집어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버릴 것 버리고 정리를 끝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낯선 약통이 있어서 열어보니 10달러짜리 지폐가 10장이나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누가 여행을 다녀온 뒤 짱박아 둔 것 같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잽싸게…….

그런데 문제는 냉장고가 청소되었다는 것을 아침에 식구들이 안다면? 발각.발깍 뒤지어질까?
그래도 버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일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모아서 일주일 동안 요리해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절약이 별 것 아닌데. 쩝. 냉장고 안에 음식이나 재료를 보관할 때 목록표를 만들어 냉장고 앞에 붙혀 둔다면
건망증 많은 저같은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습니다. 냉장고 안에 짱 박혀 있는데 또 사는 경우가 왕왕 생기거든요.

  
요즘 같은 시대, 냉장고 없이 살라면, 끔찍할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시장을 봐서 먹는 습관이 들어야 하는데, 맞벌이 부부들은 쉽지가 않고 보름이나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나 인터넷으로 먹을거리를 주문하다 보니, 사지 않아야 할 것도 사게 되고 .. 알뜰 주부님들이 그렇게 생활을 안 하시겠지만.

 아무튼 냉장고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 청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생활의 재발견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가능한 냉동식품을 사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냉장고만 믿고 음식을 보관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냉장고들이 커지고 다양해져서, 냉장고만 전문적으로 청소해주시는 007가방 들고 다시는 분들도 계시 답니다. 엄청난 크기의 냉장고를 갖고 계시는 분은 SOS를 치십시오.

  
냉장고 관리, 청소하는 법은 인터넷에 쫙 깔려있으니 따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작년에 미국의 부부사진작가(Menzel& Faith D’aluisio)는가 세계를 돌면서 각 국의 가정에서 일주일간 소비하는
음식을 찍어서 책으로 출판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번역(헝그리 플래닛)되어 나왔지요.




독일 한 가정의 일주일치 음식



채드, 브레이드징 캠프에 사는 사람들의 일주일 식량.


너무 비교되지요.



그런데 아주 독특한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를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음식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면서 냉장고를 열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희 집 냉장고는 너무 처참해서 이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그러면 냉장고 속으로 탐험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술에, 인스턴트 음식재료만 가득.





ㅎㅎ 빵으로 때우는가 봅니다.





이 집은 그래도 과일이 좀 있네요.






와 고기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이 분 체격이 상상되네요.
너무 육식 좋아하시지 마세요.





뒤죽박죽





쩝 통크게 우유드시는가 봅니다.
그래도 고추도 보이고?





생수에 인스턴트 음식이 대세네요!!





냉동실입니다. 끔찍하네요. 뱀도 드시는가 봅니다.





집에서 음식을 해서 안드시는가 봅니다. 다들





콜라들. 냉장고 청소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유, 콜라....

그래도 사과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 냉장고 하고 비교해 보고 싶네요.





이 집은 먹는 걸 포기했습니다.





살이 안 찔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저 같은 사람 한 달간 보내면... 풍선될 것 같습니다.





이 집은 냄비까지..





양호합니다. 양호실에 안가도 될 것 같습니다.
채소 좋지요!!!





심각합니다. 미국은 대표적인 비만국가이지요!!





냉장고 규모가 있는 편인데....


  
이 집은 다 포장음식입니다. 먹다가, 처박아두고, 먹다가, 처박아 두어
쌓였습니다.



 

  사진작가가 찍은 냉장고 속,음식 재료들 목록입니다.

 

냉장고 청소하면 돈 벌 수 있습니다.

저처럼 짱박아 둔 돈도 발견할 수 있고, 남은 재료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음식 소비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생문제까지 감안한다면.........

사실 냉장고에서 지구온난화 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 mark menji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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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호리 신이치로 지음, 민들레 펴냄

● 자유롭지 못한 아이는 내면에 불안이나 자기 증오를 지닌 아이, 지식의 양은 많아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 그리고 어른에게 도덕을 강요당해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나 배려심은 부족한 아이다.
자유로운 아이는 감정적으로 해방되어 스스로 생각하며, 공동생활에서 민주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아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학교는 감성과 지성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운 아이를 기르는 일을 목표로 삼는 학교다.


이 책은 일본의 키노쿠니 자유학교이야기다. 이 학교는 입시지도와 시험, 성적표는 물론 학년구별도 없다.
이 학교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유인데,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해날 수 있다는 믿음에
서 비롯한다. 한마디로 "자유롭게 해도 좋다, 책임은 어른이 져 줄 테니까." 이런 것이다. 경쟁력 지상주의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우리 교육현실에 비춰볼 때 이 말은 우리를 절망스럽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자식교육을 공교육에 모든 기대를 거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자유와 교육의 만남이 아이를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귀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이 땅에서 자식교육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가!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음사 펴냄

● 우울증은 전쟁, 암, 에이즈를 합한 것보다 더 오랜 세월을 빼앗는다. 우울증은 알코올 중독에서 심장 질환에
이르는 여러 질병들의 원인이 되며 정체를 감추고 그런 질병들 뒤에 숨어 있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들까지
고려한다면 우울증은 지상에서 제1의 사망 원인이 될 것이다.


저자 자신이 우울증 환자로서 각종 도서관의 문헌을 섭렵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고, 세계 곳곳의 다른
수많은 동병상련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까지 하면서 엮어낸 책이다. 저자가 본래 소설가이고, 어머니도
우울증이었던 집안이어서 그런지 책 내용의 저변에는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환자들의 다양한 우울증 삽화들이 그 스토리의 배경처럼 깔려 있다.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마이클 샌델 지음, 동녘 펴냄.

● "자녀를 선물로 여기는 것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부모가 디자인해도 되는 대상이나
의지의 산물, 부모의 야망을 해결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은 아이가 자연적 우연에 따라
부여받은 소질이나 성격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친구나 배우자를 고를 때는 매력적인 성격이나 자질을 일부 참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는 그렇게 고르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자질은 예측할 수 없다. 제 아무리 양심적인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의 모든 부분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노릇이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신학자 윌리엄 메이는
부모다움이야 말로 '우연의 미래로 열린 마음'이라고 말했다."


불혹을 넘긴 친구들이 뒤늦게 독서토론 재미에 빠져있다고 했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로 공부한다는 소리를
듣고, "아니, 그 나이 먹도록 아직도 정의가 무엇인지도 모른단 말이야?"하면서 씁쓸하게 웃은 일이 있다. 오죽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정의롭지 못한 나라의 브레인에 온 나라가 열광할까 생각하니
심사가 뒤틀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의'는 잘 모르겠고, 이 책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는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이란 부제가 붙은 채로 샌델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태어날 아이마저
디자인하려는 우리시대 유전학적 '강화'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을 과도하게
공부시키는 일과 우생학이 무엇이 다른가'하고 근본적으로 캐묻는 것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최무영 지음, 책갈피 펴냄

● 희한하게도 같은 길이로 비교하면 경부고속철도 건설비가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건설비의 세 배는 되는 것
같네요. 왜 그럴까요? 돈을 많이 떼어먹었기 때문이라고요? 그런 면도 있겠지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산악 지형이기 때문입니다. 경부고속철도 구간의 70% 가량이 다리와 터널입니다. … 건설과 유지보수도 
문제지만 특히 터널의 경우는 공기의 저항 문제가 심각합니다. 긴 터널에서 열차가 달리면 나들통 속의 나들개 
같이 공기를 압축하게 되므로 속도를 제대로 낼 수가 없고, 반면에 에너지는 엄청나게 쓰게 되지요. 고속철도가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쓸 거 같아요? …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의 경부선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새마을호가 얼마나 걸렸는지 알아요? … 결국 새마을호에 불과 한 시간 남짓 단축했네요. … 그래서 새마을호를 
무궁화호처럼 다섯 시간 정도 걸리도록 늦추고 운행회수도 크게 줄여서 타기 어렵게 만들었지요. … 
더욱이 중요한 것은 고속철도를 놓지 않고서도 기존의 경부선을 전철화하고 개량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세 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다리와 터널을 많이 건설하지 않고 굴곡이 있어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논리 이전에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경부고속철도가
얼마나 잘못된 사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경부고속철도를 놓는 비용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철도를 고속
화할 수 있을 겁니다.

복잡한 지하철 안, 무척 낯익은 사람이 바로 옆으로 밀려와 선다. 누구셨더라. 리프킨의 엔트로피,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그 유명한 패러다임 쉬프트)을 우리에게 처음 소개시켜줬던 물리학자, 덕분에 철모르는 여대생을 깨우
쳤던, 물리학과 교수님과 너무 닮으셨다. 지하철 안에서, 어린 손주 사진이 담긴 낡은 휴대폰에 한 자 한 자 문자를
넣는, 이 분, 너무 닮으셨다. 큰 글씨 문자를 따라 읽는다. ‘지.속.가.능.위.모.임.에..’ 아, 이 분, 바로 전 환경부 장관,
김명자 교수 맞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소개하면서 다른 물리학자를 지나치게 길게 소개한 이유는,
세상의 현명한 물리학자들이 얼마나 많은 인문사회학도에게, 일반시민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아, 장회익 교수도 있다.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영사 펴냄

●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생태계에 고의적인 피해를 입혔을까? 혹은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최소한 예견은
했을까? 아니면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사실은 별 의도 없이 무지한 상태에서 생태계에 피해를 입혔을까? 만약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뒤에도 인류가 살아남아 있다면 다음 세기에 살게 될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가진
무지함에 대해 마치 지금의 우리가 이스터 섬 사람들의 무지함에 대해 놀라듯이 똑같이 놀라지는 않을까.


씨족의 특권과 지위의 상징인 모아이 석상을 위해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까지 베어낸 이스터섬 사람들의 미래는
석상만의 섬이었다. 마지막 나무가 사람들이 의지할 마지막 자원이라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오늘날
누군가의 기념물을 남기기 위해 30년 일궈온 농토를 엎어버리고 강줄기를 틀어버리고 식수원인 강을 파헤쳐
흙탕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말 모르는 걸까. 한 사회의 붕괴는 사람의 영원한 파트너
인 자연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시작됐다.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이스터 섬의 석상을 만들고 나르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상식:대한민국 망한다》 
박승옥 지음, 해밀 펴냄

● 근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온 이방인들이 19세기 조선인들의 생활에서 가장 부러워 했던 것은 다름아니라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상부상조의 풍습과 형재애였다. 거지도 밥을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농촌공동체 사회의 미덕이었다. 그런데 근대화, 산업화, 서구화를 지상 목표로 삼은지 100년만에 이제
한국사회는 서구보다 더 서구화되고 서구보다 더 자본주의로 물신화된 천박한 사회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직 국가와 기업만이 인민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가주의-기업주의의 독재 사회, 국가-기업의
전체주의 사회가 되고 말았다.


책 제목과 달리 이 책은 한국을 넘어 인류에 주는 경고장입니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문명이 어떻게
호모사피엔스라는 지구촌의 “슬기동물”을 자살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절망스런 현실을 분석하지만
책에는 희망도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농업 중심의 공동체에서 희망을 봅니다. 저자는 상부상조의 공동체 경제
건설을 해답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상상+경제학블로그》 
원용찬 지음, 당대 펴냄 

●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려고 하는데 누가 깜빡 잊고 갔는지 200원이 그대로 남아 있다. 횡재는 돈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언제나 즐겁다. 커피 한잔을 공짜로 빼고 나서는 왠지 그냥 돌아서기가 미안하여 호주머니에서 200원을
꺼내 자판기에 집어넣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다음 사람이 자판기에 와서도 나처럼 즐거울 것이다. 그 사람 또한 자
기가 마실 커피 한잔 값을 그대로 넣어두고 간다면, 자판기는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대접받고 누군가를 대접하는
마음의 연결망이 될 것이다.


원래 자판기는 차가운 기계이다. 사람과 사람의 거래관계가 기계와 사람의 관계로 대체되어 버린 전형적인
대물(對物) 관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를 따뜻함을 지닌 인격체로 만들어가는 것도 결국 우리 인간이
하기 나름일 것이다. 남을 위한 자그마한 호의는 호혜구조의 사슬로 이어진다. 그런 연결고리를 통해 비인격적
존재로서의 물(物 thing)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따뜻한 인격을 매개하고 옮겨주는 제3의 존재로서 다시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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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 입니다. 오늘날 지구촌이 겪고 있는 환경문제는 정말 심각하지요. 하루가 아니라 매일매일이 지구의 날이 되어야 합니다. 지구의 날 동물들이 모여서 환경회의를 개최된다면, 동물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요? 동물뿐만 아니라, 오늘 하루 만큼이라도, 환경오염으로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동식물들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모인 동물들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된 <세계동물환경회의>가 
그 발자국을 키워가고 있다.


어떻게 책임질래?


인간은 참 오만한 존재다. 아주 작은 벌레부터 사람 몸집 몇 십 배가 넘는 코끼리, 이름 없는 수 많은 식물까지 함께 사는 곳이 이 세상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구가 자신들만의 것이라도 되는 양 굴고 있다. 
집을 짓겠다면서 산을 없애고 나무를 베어내 산짐승들을 몰아내는가 하면 아무 데나 댐을 만들어서 물고기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그 뿐인가. 쓰레기를 버리다 버리다 안 되니까 슬쩍 아무데나 놓고 도망간다. 바다에 흘려보내기도 하고 한적한 산골짜기에 놓아두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보니,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기적이라는 학자들의 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누군가는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는 이를 붙들고 말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먹고 살기 힘들어’, ‘사람이 살고 봐야지’ ‘이 정도로 큰일 나지 않아’ 하는 류의 말들이었으리라. 사람들은 집과 음식과 돈을 얻으려 산과 들을 파괴했지만 그동안 동물들은 살 곳과 음식,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다만 말을 하지 못하는 생물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계속 잃어왔다.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갔는지 모른다. 지금도 오들오들 떨면서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는 것이다. 학대하며 키우는 가축들부터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 그리고 잊을만하면 떼죽음에 몰리는 물고기들에 대한 우려도 많다. 수 십 년 동안 모른 척 해오다가 갑자기 동물보호를 부르짖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았나? 왜 눈에 뻔히 보이는 사실들을 지나쳐 오다가 이제야 수선스럽게 동물들을 챙기는 걸까?


그에 대한 답은 어쩌면 냉소적이고 슬프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관심과 우려가 이렇게 커진 것은 동물들의 피해가 이제 사람들의 생활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다람쥐가 죽건 말건, 아무리 숲을 베어내도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막아줄 나무가 없어 매년 황사 때문에 몸살을 겪는다. 홍수 피해 역시 엄청나다. 물이 부족해서 사람이 못 살게 되어버린 지역도 속속 나오고, 온난화 때문에 이상해진 날씨로 물고기가 죽어가듯이 인간에게도 매년 재난이 이어진다. 한마디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동물들을 보고 있다가, 자신의 옷에 불이 옮겨 붙자 호들갑을 떠는 식이다. 이제야 사람들은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한 배를 타고 있음을. 그 배가 기우뚱한 건 전적으로 인간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해결방안만 내놓으면서 허둥지둥하고 있다.


동물들끼리 이야기해보자


보다 못한 동물들이 인간을 대신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동물환경회의>가 그것. 뜨인돌어린이에서 펴낸 <세계동물환경회의-지구가 큰일 났어요!>는 동물 입장에서 본 지구 환경 문제를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짚어주려는 책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서 자연과 흙을 만나기도 전에 텔레비전 광고나 소비문화에 먼저 익숙해진다. 강아지 고양이보다 기업의 로고를 먼저 기억한다. 온 세상에는 물건이 넘쳐나고 그걸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환경문제를 알리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예쁜 그림과 재미있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환경회의’는 충분히 관심을 끌 수단이다.


동물환경회의에는 7마리의 동물들이 참가한다. 인도에서 온 호랑이 토라지, 미국에서 온 독수리 왓시, 일본의 너구리 탓구, 브라질의 악어 와니르, 영국에서 온 토끼 라비 박사, 아프리카에서 온 코끼리 조우마마, 그리고 이 회의의 대표이자 진행을 맡은 독일의 고슴도치 해리. 오대양육대주 곳곳에서 온 이들은 서로 자신들 나라 문제를 나누고 환경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려고 한다.


그런데 역시 문화도 다르고 자라온 나라도 다른지라, 연신 투닥 거리기만 한다. 비교적 자연친화적으로 살고 있는 인도의 토라지나 아프리카의 조우마마는 미국과 일본 대표들의 낭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밀림이 더 파괴될까봐 늘 조마조마한 와니르도 다 선진국들 탓이라며 화를 낸다. 그 와중에 미국 대표 왓시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자긴 쓰고 싶은 대로 다 쓰고 살겠단다. 이러니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그래도 동물들은 서로 조금씩 이해해가면서 여러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일회용 나무젓가락, 재활용, 자동차, 온난화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말이다.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재활용 유리병과 물병처럼 갖고 다닐 수 있는 개인 컵처럼 발명품까지 생각해낸다. 첫 회의지만 얻은 게 참 많다!


회의 마지막에서 동물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터넷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더 모아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정말로 웹사이트가 생겼다. 접속해보면 7마리이던 동물대표들도 이제 서른 마리로 부쩍 늘었다. 생각해볼 과제도 늘었는데 숲, 쓰레기, 자동차, 자원, 식생활, 산과 바다, 동물까지 모두 7가지 묶음이다. 예를 들어 내가 식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사과껍질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 그 활용 요령을 올려 정보를 나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평가하기도 하고 감사의 말을 올리는 식이다. 혹은 그냥 일기처럼 자동차에 대한 생각을 적기도 한다. 환경을 걱정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부러운 일이다.

 





매달 깊이 있는 주제를 하나씩 엮어서 내는 <환경회의신문>코너와 비정기적으로 각 나라에 대한 보고서인 <국제리포트>도 알찬 내용이 많다. 한국에 관한 보고서도 올라와 있다. 
일본어로만 되어 있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번역프로그램을 돌려서라도 분위기 정도는 맛보기를 권한다.
 

좋은 생각 있으면 올려주세요 동물환경회의 www.i-debut.jp/anim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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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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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태어날 병원에서 만들어준아기 첫울음 동영상 보고 나는 병원에서 아기를 낳지 말아야지,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태어난 아이 몸에서 분비불을 떨어내고 정돈하면서 작은 고무펌프의 뾰족한 주둥이가 자꾸 아기의 눈을 툭툭 찌르는데도 담당 간호사는 별로 대수로워하는 같지 않았다

작은 아이를 수건으로 박박 닦아내는 통에 아기의 몸은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렸다뿐만 아니라 탯줄을 자르기 위해 준비된 스테인리스 가위는 아기의 엉덩이 밑에 깔려 있었다. 엄마 뱃속에서 편안히 있다 나온 아이에게는 봉변이었겠다 싶었다나오자마자 환한 불빛 아래 누군가의 손에 잡혀 이리저리 흔들리며 닦이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니, 무슨 자랑이라고 저런 영상으로 남겨두었을까도 싶었다. 도대체 누굴 위한 과정인지……. 

와중에도 카메라 각도에 맞춰 손가락 , 발가락 개가 있음을 알려주며 아빠와 엄마의 이름을 카메라에 한번 비추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화면 속의 조카 아이는 재빨리 처리해야 어떤 대상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아이들이 줄지어 태어나는 대형 산분인과라고 해도 조금 조심스럽게 아기를 다뤄줬으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가 테스트를 통해서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산부인과를 방문한 것이다

어쩐지 의사의 입을 통해 확인받아야만 임신이 분명해질 것만 같았다. 분만은 나중이 일이니 나중에 고민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검사들
 

내가 다닌 산부인과는 서울에서 제일 가운데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갖고 찾는 곳이니만큼, 예약은 필수다. 사전에 예약을 하고 방문했을 때는 예약환자들 중간에 끼어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첫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대개 병원의 지시를 고지식할 정도로  따른다. 얼마나 충실히 순종하는가에 따라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있다는 신념 같은 생길 지경이다.

아이 가진 엄마가 병원에 가면 처음에는 엄마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임신부의 위험인자·가족력·임신력 등을 알아보며, 초음파를 통해 임신부의 자궁·난소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빈혈·혈액형·풍진·매독·에이즈·간염· 기능·혈액응고 등을 알아볼 있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하게 된다. 이미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경우는 비용을 생각해 "이런 보건소에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줄도 알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병원이 제시하는 스케줄을 고스란히 따르는 보통이다.

임신 12주까지는 2주에 병원을 방문해 아기가 건강한지를 검사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꼬박꼬박 병원에 가게 된다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1분도 되는 시간 동안 의사와 면담을 한다. 의사에게 듣는 말은 이렇다.

"아기는 주수에 맞게 크고 있네요. 특별한 이상은 없지요? 2 후에 봅시다."

뭔가 아쉬움이 잔뜩 남지만, 아기는 주수에 맞게 크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 초음파 사진 장만 손에 병실 문을 나선다. 혈액검사 상으로 아무 이상이 없으면, 의사는 다음에 엄마가 말하는 문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입덧이 심해 아무것도 먹어요" 하면 병원에서 먹으라고 권하는 임산부 종합영양제(철분, 엽산) 먹어도 괜찮다, 이런 답을 듣는다.
 


불안감 때문에 받게 되는 정밀 검사
 

엄마 마음 편한 최고라지만 입덧도 가라앉고, 편안히 임신 기간을 보낼 즈음이면, 때마다 예정돼 있는 각종 검사가 또다시 불안감을 불러온다. 보통 12 전후에 시행하는 1 정밀초음파검사. 일명 '목덜미 투명대 측정'으로 불리는 검사는 초기에 태아의 염색체 이상인 다운증후군을 선별하는 검사를 말한다. 태아의 뒷목 피부 아래 특정 부위의 크기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증가된 경우에는 다운증후군이나 선천성 심장기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사를 하는 동안 산모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그러나 12주차에 검사만으로 끝이 아니다. 병원에 따라 1, 2차를 함께 분석하는 통합 검사(integrated test: 다운증후군의 선별률이 가장 높은 검사로 알려져 있고 신경관 결손, 에드워드증후군 등의 기형도 선별할 있다.) 하기도 하고 쿼드 검사(다운증후군을 판별하는 임신 중기에 하는 검사) 하기도 한다. 친구 중에는 쿼드 검사로 다운증후군 고위험이 나왔으니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양수 검사는 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산모의 심리적 고통은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행히 양수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음을 듣고 친구는 안정을 찾았지만, 애초부터 그런 검사가 없었더라면 하지 않아도 걱정이었을 거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아기일까 아닐까를 생각하느라 정작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맞이해야 하는 시기를 고통으로 보냈으니 말이다

12 이후 임신 중기에는 달에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그때마다 해야 검사들이 빼곡하다. 12주에는 목둘레 투명대 검사와 1 혈액 검사를, 16주에는 2 혈액 검사를, 20주에는 2 정밀초음파(태아의 각종 장기까지 들여다보는 과정), 24 즈음에는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게 된다. 모든 진료는 검사 주치의가 결과만 간단히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 산모의 경우, 다행스럽게 정말 아무 말도 듣지 못한다. "검사 결과 이상 없고요, 아이는 크고 있고요, 다음 달에 봅시다."
 


아직도 조산원에 다니는 사람이 있어요
 

내내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도 고작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산모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통보 식의 대답을 들을 뿐인데도, 여전히 대부분의 산모들이 출산을 위해 찾는 역시 병원이다. 어쩌면 요즘 대부분의 산모들은 병원이 아닌 다른 대안을 생각해 적이 없을는지도 모른다.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 것은 옛날옛적에나 있었을 법한 일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조산원의 존재를 혹시 안다고 해도 '만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조산원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벌어질지도 모를 위급상황을 염려해 대부분의 산모들이 조산원을 기피하지만, 내가 만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둘째나 셋째를 낳을 때도 조산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첫째 때에는 조산원도 정기적으로 다녔지만, 출산 경험이 생기고 나니 임신 기간 중간에 , 아기 낳을 즈음 다시 정도 가게 되더라는 엄마들도 많았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어떤 문제적 상황으로 보는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같았다아직도 조산원이라는 데가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서  있듯 전국에 조산원은 고작 스물여 , 서울에도 두세 곳밖에 남아 있지 않다

조산원에 가는 횟수는 산모에 따라 다르지만, 달에 정도 검진을 받는 보통이다. 조산원에서는 초음파로 간단히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시기마다 엄마가 해야  역할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 준다.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먹을거리 등을 조언하고 지압 등을 해준다. 또한 자연분만을 위한 운동(계단운동이나 오리걸음) 알려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하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조산원의 진료를 받으면 부모가 가까이 계시는 사람들은 친정엄마를 만난 느낌이 든다고 한다병원에서 해주지 않던 많은 이야기들, 산모로서 그리고 아이를 맞이하는 엄마로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병원에서는 마치 아이를 갖는 일이 환자라도 듯한 느낌을 지울 없고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걱정을 떨쳐버릴 없었다면 조산원에서는 자연스런 삶의 과정으로 여이게 된다며 조산원을 찾는 산모들은 대개 비슷한 말을 했다

만약 임신초기에 출혈이 있으면, 호르몬제를 써서 유산을 예방하는 방법이 아닌 조산원에서는 밀가루를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온 민간요법으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기도 하다. 떨어진 태반을 붙이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밀가루에도 들어있으니 해볼 만한 방법이다

조산사의 도움을 받는 출산은 보통 가족이 함께 한다. 걸어 다녀도 상관없고, 자유롭다. 외출하고 싶으면 외출도 한다. 서서 낳든, 기어 다니다 낳든, 산모가 원하는 대로 출산하는 자연스럽다. 분만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아기가 태어날 , 아빠는 아이를 받거나 탯줄을 자르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조산원에서는 촉진제를 비롯한 어떤 분만 유도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에 따라 조산사가 필요한 조력을 뿐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환한 불빛에 얼굴 찡그릴 일도 없고, 이리저리 흔들리지도 않으며, 엄마의 따뜻한 가슴 위에서 한참을 달라붙어서 누워 있게 된다. 아이는 세상에 나온 혼돈을 엄마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진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산사는 출산이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이나 감정적으로, 혹은 약물이든 간에 개입이 많을수록 출산 과정이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조산사는 아기와 산모의 희망을 믿고, 아기가  힘으로 세상을 만날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조산사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밤새도록 진통을 해도 지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조산사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밖에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조산사의 도움도 받지 않을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에 하나'라는 상황 때문에 조산사는 아기를 낳는 내내 옆에 붙어있다. 만일 아이가 너무 지쳐 있을 정도로 산모가 시간 진통을 했는데 몸에서 열이 나거나 하면, 당연히 병원으로 보낸다. 그러나 산모의 몸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고, 아이에게도 문제가 없다면 특별히 약물은 쓰지 않는다. 조산사는 어떤 상황보다 민첩하고 노련하게 그간의 경험으로 지금이 응급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아이가 정상인가, 비정산인가보다 중요한 엄마 자신 돌아보기 

 

내가 찾아간 곳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열린가족조산원'이란 곳이었다. 따뜻한 온돌방에는 이부자리가 깔려있고, 십여 동안 그곳에서 천여 명도 넘는 아기들이 세상과 만났다고 했다엄마들이 편안히 있도록 평범한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진료실에 있는 병원 침대와 초음파 기계가 아니었다면, 그곳은 그저 편안히 있는 쉼터와 같은 느낌이었다. 열린가족조산원의 서원심 원장은 많은 산모들이 임신 기간 중에 아이의 '정상·비정상'에만 관심이 있는, 그런 세태가 추구하는 목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은 넓게 자신을 확장시킬 있는 기회이자, 자신을 편안히 돌아볼 있는 기회이며, 자신을 다시 새롭게 하는 과정의 시간인데 시간을 그저 아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에 대한 관심으로만 보내는 안타깝다고

조산원에서도 감염, 빈혈 등의 여부를 확인할 아주 기본적인 혈액 검사 결과는 요구하지만, 기형아 검사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출산 시에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검사 결과가 가능성을 이야기할 , 정확한 사실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괜한 스트레스로 인해 행복하게 지내야 마땅한 임신 기간을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로 불행하게 보내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임신을 엄마라면 누구나 달을 하루같이, 아기와 건강하게 마주할 만남의 시간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을 것이다. 시작이 아기와 엄마가 원하는 모습대로, 철저히 아기가 원하는 방식 그대로였으면 한다. 그곳이 병원이든, 조산원이든, 집이든 항생제·촉진제·마취제 같은 인위적 개입 없이 아이와 엄마의 힘으로 평안하게, 아빠의 따뜻한 손길이 응원하는 가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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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태어날 병원에서 만들어준아기 첫울음 동영상 보고 나는 병원에서 아기를 낳지 말아야지,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태어난 아이 몸에서 분비불을 떨어내고 정돈하면서 작은 고무펌프의 뾰족한 주둥이가 자꾸 아기의 눈을 툭툭 찌르는데도 담당 간호사는 별로 대수로워하는 같지 않았다.   작은 아이를 수건으로 박박 닦아내는 통에 아기의 몸은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렸다뿐만 아니라 탯줄을 자르기 위해 준비된 스테인리스 가위는 아기의 엉덩이 밑에 깔려 있었다. 엄마 뱃속에서 편안히 있다 나온 아이에게는 봉변이었겠다 싶었다나오자마자 환한 불빛 아래 누군가의 손에 잡혀 이리저리 흔들리며 닦이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니, 무슨 자랑이라고 저런 영상으로 남겨두었을까도 싶었다. 도대체 누굴 위한 과정인지……. 



와중에도 카메라 각도에 맞춰 손가락 , 발가락 개가 있음을 알려주며 아빠와 엄마의 이름을 카메라에 한번 비추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화면 속의 조카 아이는 재빨리 처리해야 어떤 대상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아이들이 줄지어 태어나는 대형 산분인과라고 해도 조금 조심스럽게 아기를 다뤄줬으면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가 테스트를 통해서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산부인과를 방문한 것이다어쩐지 의사의 입을 통해 확인받아야만 임신이 분명해질 것만 같았다. 분만은 나중이 일이니 나중에 고민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검사들
 

내가 다닌 산부인과는 서울에서 제일 가운데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신뢰를 갖고 찾는 곳이니만큼, 예약은 필수다. 사전에 예약을 하고 방문했을 때는 예약환자들 중간에 끼어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첫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대개 병원의 지시를 고지식할 정도로  따른다. 얼마나 충실히 순종하는가에 따라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있다는 신념 같은 생길 지경이다.

아이 가진 엄마가 병원에 가면 처음에는 엄마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임신부의 위험인자·가족력·임신력 등을 알아보며, 초음파를 통해 임신부의 자궁·난소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빈혈·혈액형·풍진·매독·에이즈·간염· 기능·혈액응고 등을 알아볼 있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하게 된다. 이미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경우는 비용을 생각해 "이런 보건소에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줄도 알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병원이 제시하는 스케줄을 고스란히 따르는 보통이다.

임신 12주까지는 2주에 병원을 방문해 아기가 건강한지를 검사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꼬박꼬박 병원에 가게 된다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1분도 되는 시간 동안 의사와 면담을 한다. 의사에게 듣는 말은 이렇다.

"아기는 주수에 맞게 크고 있네요. 특별한 이상은 없지요? 2 후에 봅시다."

뭔가 아쉬움이 잔뜩 남지만, 아기는 주수에 맞게 크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 초음파 사진 장만 손에 병실 문을 나선다. 혈액검사 상으로 아무 이상이 없으면, 의사는 다음에 엄마가 말하는 문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입덧이 심해 아무것도 먹어요" 하면 병원에서 먹으라고 권하는 임산부 종합영양제(철분, 엽산) 먹어도 괜찮다, 이런 답을 듣는다.
 


불안감 때문에 받게 되는 정밀 검사
 

엄마 마음 편한 최고라지만 입덧도 가라앉고, 편안히 임신 기간을 보낼 즈음이면, 때마다 예정돼 있는 각종 검사가 또다시 불안감을 불러온다. 보통 12 전후에 시행하는 1 정밀초음파검사. 일명 '목덜미 투명대 측정'으로 불리는 검사는 초기에 태아의 염색체 이상인 다운증후군을 선별하는 검사를 말한다. 태아의 뒷목 피부 아래 특정 부위의 크기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증가된 경우에는 다운증후군이나 선천성 심장기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사를 하는 동안 산모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그러나 12주차에 검사만으로 끝이 아니다. 병원에 따라 1, 2차를 함께 분석하는 통합 검사(integrated test: 다운증후군의 선별률이 가장 높은 검사로 알려져 있고 신경관 결손, 에드워드증후군 등의 기형도 선별할 있다.) 하기도 하고 쿼드 검사(다운증후군을 판별하는 임신 중기에 하는 검사) 하기도 한다. 친구 중에는 쿼드 검사로 다운증후군 고위험이 나왔으니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양수 검사는 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산모의 심리적 고통은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행히 양수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음을 듣고 친구는 안정을 찾았지만, 애초부터 그런 검사가 없었더라면 하지 않아도 걱정이었을 거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아기일까 아닐까를 생각하느라 정작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맞이해야 하는 시기를 고통으로 보냈으니 말이다

12 이후 임신 중기에는 달에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그때마다 해야 검사들이 빼곡하다. 12주에는 목둘레 투명대 검사와 1 혈액 검사를, 16주에는 2 혈액 검사를, 20주에는 2 정밀초음파(태아의 각종 장기까지 들여다보는 과정), 24 즈음에는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게 된다. 모든 진료는 검사 주치의가 결과만 간단히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 산모의 경우, 다행스럽게 정말 아무 말도 듣지 못한다. "검사 결과 이상 없고요, 아이는 크고 있고요, 다음 달에 봅시다."
 


아직도 조산원에 다니는 사람이 있어요
 

내내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도 고작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산모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통보 식의 대답을 들을 뿐인데도, 여전히 대부분의 산모들이 출산을 위해 찾는 역시 병원이다. 어쩌면 요즘 대부분의 산모들은 병원이 아닌 다른 대안을 생각해 적이 없을는지도 모른다.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 것은 옛날옛적에나 있었을 법한 일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조산원의 존재를 혹시 안다고 해도 '만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조산원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벌어질지도 모를 위급상황을 염려해 대부분의 산모들이 조산원을 기피하지만, 내가 만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둘째나 셋째를 낳을 때도 조산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첫째 때에는 조산원도 정기적으로 다녔지만, 출산 경험이 생기고 나니 임신 기간 중간에 , 아기 낳을 즈음 다시 정도 가게 되더라는 엄마들도 많았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어떤 문제적 상황으로 보는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같았다아직도 조산원이라는 데가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서  있듯 전국에 조산원은 고작 스물여 , 서울에도 두세 곳밖에 남아 있지 않다

조산원에 가는 횟수는 산모에 따라 다르지만, 달에 정도 검진을 받는 보통이다. 조산원에서는 초음파로 간단히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시기마다 엄마가 해야  역할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 준다. 몸의 어딘가에 이상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먹을거리 등을 조언하고 지압 등을 해준다. 또한 자연분만을 위한 운동(계단운동이나 오리걸음) 알려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하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조산원의 진료를 받으면 부모가 가까이 계시는 사람들은 친정엄마를 만난 느낌이 든다고 한다병원에서 해주지 않던 많은 이야기들, 산모로서 그리고 아이를 맞이하는 엄마로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일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병원에서는 마치 아이를 갖는 일이 환자라도 듯한 느낌을 지울 없고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걱정을 떨쳐버릴 없었다면 조산원에서는 자연스런 삶의 과정으로 여이게 된다며 조산원을 찾는 산모들은 대개 비슷한 말을 했다

만약 임신초기에 출혈이 있으면, 호르몬제를 써서 유산을 예방하는 방법이 아닌 조산원에서는 밀가루를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온 민간요법으로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기도 하다. 떨어진 태반을 붙이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밀가루에도 들어있으니 해볼 만한 방법이다

조산사의 도움을 받는 출산은 보통 가족이 함께 한다. 걸어 다녀도 상관없고, 자유롭다. 외출하고 싶으면 외출도 한다. 서서 낳든, 기어 다니다 낳든, 산모가 원하는 대로 출산하는 자연스럽다. 분만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아기가 태어날 , 아빠는 아이를 받거나 탯줄을 자르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조산원에서는 촉진제를 비롯한 어떤 분만 유도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에 따라 조산사가 필요한 조력을 뿐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환한 불빛에 얼굴 찡그릴 일도 없고, 이리저리 흔들리지도 않으며, 엄마의 따뜻한 가슴 위에서 한참을 달라붙어서 누워 있게 된다. 아이는 세상에 나온 혼돈을 엄마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진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산사는 출산이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의료적으로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이나 감정적으로, 혹은 약물이든 간에 개입이 많을수록 출산 과정이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조산사는 아기와 산모의 희망을 믿고, 아기가  힘으로 세상을 만날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조산사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밤새도록 진통을 해도 지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조산사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밖에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조산사의 도움도 받지 않을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만에 하나'라는 상황 때문에 조산사는 아기를 낳는 내내 옆에 붙어있다. 만일 아이가 너무 지쳐 있을 정도로 산모가 시간 진통을 했는데 몸에서 열이 나거나 하면, 당연히 병원으로 보낸다. 그러나 산모의 몸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고, 아이에게도 문제가 없다면 특별히 약물은 쓰지 않는다. 조산사는 어떤 상황보다 민첩하고 노련하게 그간의 경험으로 지금이 응급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아이가 정상인가, 비정산인가보다 중요한 엄마 자신 돌아보기 

 

내가 찾아간 곳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열린가족조산원'이란 곳이었다. 따뜻한 온돌방에는 이부자리가 깔려있고, 십여 동안 그곳에서 천여 명도 넘는 아기들이 세상과 만났다고 했다엄마들이 편안히 있도록 평범한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진료실에 있는 병원 침대와 초음파 기계가 아니었다면, 그곳은 그저 편안히 있는 쉼터와 같은 느낌이었다. 열린가족조산원의 서원심 원장은 많은 산모들이 임신 기간 중에 아이의 '정상·비정상'에만 관심이 있는, 그런 세태가 추구하는 목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은 넓게 자신을 확장시킬 있는 기회이자, 자신을 편안히 돌아볼 있는 기회이며, 자신을 다시 새롭게 하는 과정의 시간인데 시간을 그저 아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에 대한 관심으로만 보내는 안타깝다고

조산원에서도 감염, 빈혈 등의 여부를 확인할 아주 기본적인 혈액 검사 결과는 요구하지만, 기형아 검사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출산 시에 영향을 주지 않을뿐더러 검사 결과가 가능성을 이야기할 , 정확한 사실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괜한 스트레스로 인해 행복하게 지내야 마땅한 임신 기간을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로 불행하게 보내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임신을 엄마라면 누구나 달을 하루같이, 아기와 건강하게 마주할 만남의 시간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을 것이다. 시작이 아기와 엄마가 원하는 모습대로, 철저히 아기가 원하는 방식 그대로였으면 한다. 그곳이 병원이든, 조산원이든, 집이든 항생제·촉진제·마취제 같은 인위적 개입 없이 아이와 엄마의 힘으로 평안하게, 아빠의 따뜻한 손길이 응원하는 가운데 말이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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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우리 집에서 서른 명이나 모여 큰 행사를 치렀는데 모두 떠나고 나서 보니 다른 때와는 달리 내가 뒤처리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빈집 고쳐 살기 실습을 한 것인데 이들이 걸레 하나까지 깨끗이 빨아서 널어두고 떠난 것이다. 나무 부스러기들도 잘 쓸어 담아 아궁이 앞에 모아 두었고 쓰던 장갑들도 하나하나 짝을 지어 통에 담아 놓았다. 마당에는 담배꽁초 하나 없었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다 쓰러진 시골집을 고쳐 세우고 앞마당에 황토 집을 한 채 지은 게 알려지면서 귀농해서 집을 짓고 살 사람들이 인연 따라 찾아 왔던 것이다. 내가 어머니와 같이 사는 모습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토록 부산하던 집안이 한 순간에 고요해졌다. 가만히 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다. 야생 황차를 만드시는 어느 선생님이 차와 함께 선물 해 주신 동요가수 이성원님의 음반이다. 김소월의 시를 김광수선생이 작곡한 '엄마야 누나야'를 들으면서 어머니 생각을 했다. '섬집아기'가 흘러나오자 왈칵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어머니 방에 나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너무 생소했다. 갈매기 울음소리를 듣고 불현듯이 떠오른 아기 생각에 차지도 않은 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서둘러 집으로 달려가는 섬집 엄마의 모습에 우리 어머니가 그대로 겹쳐보였다. 잠시 노인요양원에 가 계신 우리 어머니 말이다.

 

이번처럼 행사가 있거나 외부 강연을 나갈 때는 어머니를 잠시 요양원에 모신다. 두어 달 전부터다. 노인요양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지만 30여 분 거리에 있는 노인요양원을 이용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가 있어서다. 그즈음 열흘 동안 멀리 호주로 노인요양 연수를 다녀오게 되었고 쇄도하는 강의요청과 바쁜 가을걷이로 떨어져 사는 아내와 서울의 형님을 수시로 불러내려야 했는데 우연히 아는 스님을 만나게 된 것이 발단이다.



초가을 볕이 좋았던 어느 날에 어머니를 모시고 나들이를 나갔는데 지나가게 된 고장에 아는 스님이 계시기에 전화를 했더니 마침 읍내에서 손님들과 식사를 하는 중이라며 오라고 해서 함께 하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게 되신 어머니가 표변하셨다. 어머니에게 살가운 인사를 건네는 스님의 모자를 어머니가 할퀴듯이 두 손으로 거머쥐고 집어 던져버렸다. 머리칼이 있었다면 쥐어 뜯겼을지도 모른다.

뭘 권해도 아무것도 안 드시겠다고 버티시더니 난데없이 단감을 가져 오라고 하셨다. 부랴부랴 근처 청과물가게를 뒤졌지만 9월의 상점에는 어디에도 단감이 없었다. 밥그릇도 엎어버린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되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어머니와 동갑이신 친 어머니를 오래 모시다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보내셨던 그 스님은 다음 날 전화를 걸어와서 간곡한 조언을 했다. 요약하면 두 가지다.

어머니 잘 모실 수 있다고 자부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형제들이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었고, 반 생태적인 환경이라 할지라도 어쩌면 어머니는 큰 아들 집에 있는 게 다른 자식들 눈치 안 보이고 더 마음이 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처럼 맏이가 아님에도 어머니를 모셨던 스님의 경험도 들려 주셨다. 조언 중 다른 하나가 노인요양시설을 가끔씩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벌써 4년째 어머니에게만 매달려 있는 내가 안쓰럽다는 것이다. 스님이 여러 해에 걸쳐 후원을 하고 있는 노인요양원이 있는데 신뢰 할 만 한 곳이라면서 소개 해 주셨다. 그 노인요양 전문기관이 우리 집에서 멀지 않았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오줌 누신 옷을 거머쥐고 안 벗으려 하고 열흘이 넘도록 "아까 했는데 뭔 목욕을 또 하냐?"며 목욕을 한사코 거부하시는 어머니를 보다 못해 머리도 깎고 목욕도 하기위해 소개 받았던 요양원을 찾았다.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그 요양원의 원장선생은 젊고 활기차고 민첩한 여교무님이었다. 거침없이 농장일도 하셨다. 요양원의 분위기도 익히고 시설도 돌아 볼 겸 나는 요양원 곳곳을 다녔고 원장선생님과 체육실에서 탁구도 치며 놀았다.

일부러 오래 머물면서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었다. 어머니 목욕도 내가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같이 해 드렸다. 늘 가마솥에 끓인 물을 뒷방에 있는 욕조로 갖다 부어 목욕을 하다가 요양원의 따뜻한 욕실에서 샤워기로 철철 쏟아지는 온수로 목욕을 시켜드리니 내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집에서 목욕 할 때는 어머니 기준이 들쭉날쭉 이다보니 물 온도를 맞추기도 쉽지 않고 온풍기와 전기 히터까지 켜 놓고 목욕을 하지만 춥다고 하시던 어머니도 요양원에서 하는 목욕이 만족스러웠던가 보다. 전혀 저항을 않을뿐더러 “그만하라.”는 고함을 치지도 않으셨다.

 

어머니가 생활하실 방과 거실도 따뜻하고 깨끗했다. 방 한편에 늘 쌓여 있는 어머니의 보따리 속에서 때로는 터져버린 홍시가 녹아내리고 뭉쳐 넣어 둔 떡에서 쉰내를 풍기기도 했지만 요양원 방에 있는 개인 물품 보관함은 깨끗하고 밝았다. 방구석에 쌓인 이불도 없었다.


나흘 만에 집으로 모셨는데 그동안 잘 잡수시고 머리고 깎고 목욕도 해서 한 눈에 보기에도 훤하셨다. 요양원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셨지만 어머니는 여행지를 다녀 온 것처럼 새로운 생활체험 덕에 집에 와서는 상쾌한 나날을 보냈다. 노인 요양원이라는 특별한 나들이 장소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가을날의 특별한 나들이는 계속되었다. 장수군 곁에 있는 진안군에서 ‘마이산축제’를 하는데 안내장에 보니 서커스가 있었다. 잘 들지 못하시는 어머니는 눈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신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기록영화인 ‘워낭소리’나 ‘차마고도’, 그리고 ‘동물의 왕국’같은 영상물을 재미있게 보셨는지라 서커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어머니가 그리워하며 들려주시는 옛 이야기 중에 자주 등장했던 것 중에 하나가 서커스이기도 했었다. 아홉 살 땐가 외할아버지와 작은 외할아버지 틈새에 끼어 어머니가 봤다는 서커스는 그 즈음에 봤다는 포수에게 잡힌 호랑이 기억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커스 공연장에서 어머니는 옛날에 본 서커스 이야기를 하시느라 입을 잠시도 놀리지 않으셨다. 외발 자전거 타기나 재주넘기를 보면서 나는 손에 땀을 쥐었지만 어머니는 끝까지 옛날 재주꾼들이 더 잘 했다고 우기셨다. 거나하게 한 잔 걸친 동네 주민이 몇 사람 무대 앞에 나와서 추는 막 춤을 보고 어머니는 손뼉까지 치며 추임새를 넣기도 하셨다. 한갓진 나들이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가보다. 서커스 공연을 보고 와서는 여러 날 상태가 좋으셨다.


두 번째로 요양원에 갈 때는 우리 집을 찾은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 카페 회원 다섯 분도 함께 했다. 한나절 내내 요양원 농장에서 오미자도 따 드리고 요양원 할머니들과도 같이 놀아도 드렸다.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를 이길 사람이 없지만 그곳에서는 어머니의 고집과 독불장군식 행동이 통하지 않았다. 옷에 오줌을 실수하면 여지없이 옷을 갈아입혔고 밖에 나올 때는 기저귀를 채웠다. 휠체어도 식판을 팔걸이에 끼워 넣으면 손으로 바퀴를 함부로 만지거나 고정 장치를 조작 할 수 없다. 휠체어에 엑스자로 튼튼한 멜빵을 매 놓으면 휠체어에서 맘대로 내려 올 수도 없었다. 안전이 강화된 대신 자유는 묶였다.

 

요양원에서 노인들의 머리칼은 오로지 관리 대상이고 귀찮은 부속물에 불과했다. 가끔 일부러 미장원에 가서 멋진 미용사의 배려와 환대 속에 다듬었던 머리는 어머니의 존엄과 존중을 드높이기 위한 내 나름의 선택이었다. 이곳에서는 유도선수들처럼 깍두기 머리를 만들어 놓았다. 대신 밥과 새참의 시간과 영양은 정확했다. 생활공간의 온도도 외부 날씨와 무관하게 빈틈없이 설정된 수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요양원에서는 불가능 할까? 머리를 깎을 때도 여러 머리 모양을 보여드리면서 어르신들 스스로 선택하게 하면 안 될까? 옷도 단체복을 입지 않을 수 없을까? 낮이건 밤이건 오줌에 젖지 않는 이상 늘 같은 환자복만 입게 할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면 잠옷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혀 드리면 안 될까? 아침마다 여러 일상복을 펼쳐 놓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이것저것 집어 보며 옷을 골라 입게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 하루는 관리 당하는 하루가 아니라 온전히 주체가 되는 하루가 될 테니 말이다.

 

서커스도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 소녀까지 무대에 등장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혹한 훈련과 몸에 대한 혹사가 뻔히 보였다. 어머니도 보기에 딱했던지 오죽하면 "저 어린것들이 어미는 있나? 뼈다귀도 없는 것들이가?"라며 안타까워했을까.


집에 오면 며칠 되지 않아서 '은조네' 가자하시고 요양원에서는 집에 가자고 하신다. 똑 같은 밑반찬이 연이어 밥상에 오르면 먹던 걸 또 먹느냐고 반찬투정을 하시게 된 것도 요양원이라는 아주 특별한 곳으로 나들이를 하신 후로 생긴 어머니의 버릇이다.


한 번은 참으로 오랜만에 햇 들깨로 깨죽을 끓여 드렸더니 "아침에 먹었는데 또 깨죽이냐?"고 하시면서 '은조네' 은 끼니마다 다른 반찬이 나온다고 하셨다. 요양원에서 어머니가 옛날 고향 동네에 살던 '은조'라는 처자를 닮은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만났던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는 요양원을 '은조'라고 부른다.

요양원에서 집으로 돌아 온 날은 밤 새 은조네 흉보느라 여념이 없다. 두 년들이 양 팔을 붙들고 끌고 다녀서 멍이 다 들었다고 팔목을 내 보이시기도 하고 내일 모래면 다 땅 속에 묻힐 노인들만 모여 골골한다느니 불만을 털어 놓는다. 요양원 분들에게 물어 봤더니 요양원에서는 어머니가 내 흉을 본다고 했다. 아들 자랑을 하시다가도 한 순간에 아들 딸 흉을 보신다는 것이다. 특별한 나들이란 자랑과 흉보기가 공존 할 때 더 별미인가 보다.
 

 ........

글을 쓴 전희식 님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존엄성을 지켜드리자는 생각에 전라북도 장수의 산골에 내려가 함께 살며 그 경험을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에 담았습니다. 극진한 보살핌과 자연 속의 삶과 노동으로 어머니의 건강이 놀랍게 호전되었지만 때때로 닥치는 시련들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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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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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없이… 살 수 있을까?’ 주부들에게 이 질문은 ‘설탕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부엌에서 과감히 설탕 통을 치우지 못하는 그 심정을 알기에, 설탕 없이 요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았다. 비록 설탕처럼 강렬하지는 않을지라도 소박하고 담백한 본연의 단맛으로 가족의 건강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자신 있게 설탕에게 굿바이를 외치자. 

 

 

 

재료만으로 단맛 내기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설탕 없이도 미각을 만족시키며 살았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설탕과 이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재료 자체에서 단맛을 찾아내는 것. 상대적으로 단맛이 약하긴 하겠지만 훨씬 건강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쓰이는 양파는 그냥 먹으면 휘발성 물질 때문에 매운맛이 느껴지지만, 볶거나 굽는 등 열을 가해 조리하면 단맛이 강해진다. 따라서 양파를 채 썰거나 다져서 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단맛을 낼 수가 있다. 요리를 만들 때 양파를 갈아서 약간 첨가하는 것도 좋다.

 

 

 

 

양파와 마찬가지로 양배추도 단맛이 많은 채소이다.

양파와 같이 휘발성분이 있기는 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살아난다.

샐러드에 양배추를 썰어 넣으면 드레싱의 설탕 양을 줄일 수 있다.

 

 


 

단호박은 이름처럼 단맛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거나 쪄서 바로 먹어도 된다.

삶은 단호박을 으깨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거나, 다른 음식을 만들 때 설탕 대신 넣을 수도 있다.

쿠키나 케이크를 만들 때 단호박으로 단맛을 조절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깨끗하게 씻은 대추는 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푹 끓인 뒤 단맛을 내는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대추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단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대추 삶은 물에 꿀을 약간 섞어 건강 음료로 마셔도 좋다.

단맛을 가진 먹을거리 중에는 무도 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무를 먼저 넣어 맛을 충분히 우려내면

담백하면서도 단맛을 맛볼 수 있다. 무를 갈아서 요리에 넣어도 좋다.

 

 

 

 

 


 

각종 과일 역시 단맛이 풍부하기 때문에 따로 설탕이 필요 없는 훌륭한 식품이다. 조리법에 따라 으깨서 과육만 사용하거나, 즙을 짜서 넣기도 하고, 곱게 갈아 넣을 수도 있다. 샐러드나 탕수육 소스를 만들 때 설탕 대신 당분이 많은 과일을 활용하면 좋다. 배와 홍시는 김치를 담글 때 단맛을 내는데 쓰는데, 특히 전라도에서는 잘 익은 홍시의 껍질과 씨를 체에 거른 후 즙을 김치 양념과 함께 버무려 사용한다. 음식에 설탕 대신 사과나 딸기를 갈아 넣어도 된다.

 

 

 


 

유자청
비타민C 함유량이 많은 유자는 맛이 떫고 신맛이 강해 유자청을 만들어 이용하곤 한다. 깨끗이 씻은 유자를 잘게 저며 꿀에 재워두면 유자청이 된다. 감기 치료와 예방뿐 아니라 음식의 소화력을 높여줘 요리할 때 활용도가 높다. 

●활용방법 : 초고추장을 만들거나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때 설탕 대신 넣으면 단맛과 함께 은은한 향을 선사한다.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매실청
매실은 심장병, 고혈압, 저혈압 등을 다스리는 데 좋은 식품이다. 그러나 신맛이 강하므로 그냥 먹기보단 꿀과 1 : 1 비율로 섞어 2~3개월간 숙성시켜서 매실청을 만들면 단맛과 새콤한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활용방법 : 생선요리나 고기요리에 설탕 대용으로 그만이다. 각종 소스나 드레싱에 넣으면 당도는 줄면서 향긋함이 더해져 입맛을 돋운다.

 

오미자청

잘 익은 오미자 열매를 꿀과 배합하여 발효시킨 후 체에 거르면 선홍빛의 오미자청이 완성된다.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져 건강한 식탁을 지켜준다. 차갑게 해서 먹어야 떫은맛이 덜하고 먹기 편하다. 
●활용방법 : 시원한 물에 타서 마시면 건강 음료가 된다. 또 요리에 새콤달콤한 맛을 내야 할 때 설탕과 식초 대신 활용하면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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