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에 대한 명언, 이야기와 책은 흘러넘친다. 공중화장실에 가면 쉽게 독서에 대한 글과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일일불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안중근 선생이 말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정말 가시가 돋는다면 매일 책일 읽을 터인데. 책읽기가 쉽지 많은 않다. 오늘은 공부를 위한 책읽기가 아니다. 교양을 위한 책읽기. 컴퓨터에 글을 쓰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책꽂이 있어야 할 책들이 외출 나와 몇 달째 방안에 뒹굴고 있다.

 

하루에도 몇 꼭지의 글을 쓰다 보니, 틈틈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도 직접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과 어떻게 견주겠는가. 요즘 읽는 책들은 대부분 오래 전에 구입한 책들이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장식용이 되어 버린 책들이 이제 제대로 값 치룬 제 값을 하고 있다. 주변에 관심을 둔 책을 두면 아무래도 자주 손이 가게 된다. 책 제목만 떠오르면 언제든지 관심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는 요령도 생겼다. 10, 20년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면, 그 때 읽었던 감흥과는 전혀 다르다. 지겹게 끙끙거리며 읽다가 포기한 책들이 쉽게 읽혀지기도 한다. 머리가 좋아졌나? 기억력이 감퇴되고 있는 시점에서 머리가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을 턱없다. 이해력이 좋아진 걸까. 위안으로 삼자.

 

어제는 서점에 갔다. 책을 사건 사지 않건 일주일에 꼭 한번은 서점에 가는 습관은 오래 가고 있다. 어린이 도서 코너에서 ‘보물 상자’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책이 아니라 노트. 독서일기 쓰는 법이 담긴 노트북이다. 컴퓨터 노트북이 아니다. 이 책에는 독서일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이 되어있다. 예전에는 독서일기를 썼는데, 요즘에는 쓰지 않는다. 그냥 보이는 이면지나 공책에 낙서처럼 끄적일 뿐. 갑자기 독서일기를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자녀들 독서일기다. 일기나 독후감은 의무감이 뒤따르기 때문에 독서노트를 만들어서 쓰게 하면 좋을 듯하다. 어떤 점에서? 읽는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그림을 그리게 한다든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꾸준하게 쓰는 연습을 하게 하면 좋다. 책에 있는 내용을 옮겨 적다보면,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할 수 있고,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어떤 내용에 관심이 많은지 눈여겨 살펴 볼 수도 있다. 다음에는 옮겨 적은 문장을 자꾸 읽어 보게 하는 것도 좋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문장이기에 읽을 때도 남다를 것이다. 책 하나를 통해 필사(베끼기)와 낭독실력을 기를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토끼야 잡으면 팔거나, 먹어야 하지만, 필사와 낭독의 힘은 오래 간다. 필사(옮겨 적는 것)를 하다보면 마음의 평정을 얻는다고 한다. 명상법인 셈이다. 우뇌발달에도 좋다. 자녀들의 마음공부에도 좋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독후감은 요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써질 수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는 “어린 내가, 자기 마음에 든 책에서, 고전도 포함해서 한 구절을 옮겨 적는 습관을 들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우선 책을 사서 내 것으로 하기가 꽤 어려웠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이웃 마을에 책방이 있었지만, 새로운 책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돈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그것은 내가 종이에 글을 옮겨 적는 일은 좋아하는 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몇 번 씩이나 옮기면서 정확하게 익히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부정확하게 익히는 것은 익히지 않는 것 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확실하게 책에서 읽힌 것을, 그것도 재미있게 언제나 이야기 도중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사람을 존경했습니다.”

 

자녀에게만 독서일기(독서노트)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른들도 필요하지요. 평생 독서. 좋은 말 아닌가요?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도 보물 상자를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지요! 아 그리고 책을 구입하면 끝까지 읽기를 강요하지 마십시오. 책 제목만 기억해도 언젠가는 책을 읽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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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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