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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4 줄리엣은 '중2병'이었을까?


줄리엣 중2병의 증세


 

 

로미오와 사랑에 빠질 때, 줄리엣의 나이는 열 네 살이었다.

우리 기준으로는 중학교 2학년인 셈이다.

 

 

 

 

로미오가 몇 살인지 정확하지 않다.

그래도 맥락을 짚어보면 아마도 그 또한 ‘십대 청소년’인 듯싶다.

로미오와 줄리엣, 어린 연인의 사랑은 불 같았다.

부모도, 미래도, 사랑을 위해서는 모두 던져버릴 기세였다.

 

 

만약 줄리엣이 이 땅의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어떨까?

그대가 만약 줄리엣의 ‘담임교사’라고 생각해보라.

등골이 오싹할지도 모르겠다.

줄리엣의 모습을 꼼꼼히 뜯어보면, ‘중2병’의 특징이 오롯이 드러나는 탓이다.

중2병은 나라님도 못 고치며, 김정은도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남침을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중2병은 질풍노도, 안하무인, 후안무치의 절정을 보여준다.

 

 

줄리엣은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본다.

로미오 집안이 자기네와 원수라고? 무슨 문제란 말인가?

로미오와 결혼을 하면 두 가문은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연인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이 뿐 아니다.

 

 

줄리엣은 열렬한 감정을 억누르려고도, 추스르려고도 하지 않는다.

줄리엣은 이 땅에 흔한 중2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늘 감정이 먼저고 머리는 나중이다.

줄리엣들의 부모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줄리엣의 중2병은 독약을 먹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틀 동안 시체처럼 잠만 자게 되고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는, 말 그대로 ‘독약’이다.

그럼에도 줄리엣은 거침없이 이를 받아 삼킨다.

마치 오토바이 폭주족을 해도, 자신만은 죽지 않을 거라 굳게 믿는 비행청소년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여전히 아름답고 감동 깊게 다가온다.

왜 그럴까?

 

 

중2병은 스쳐 지나가는 열병인 까닭이다.

영혼이 자라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겪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세월이 흐르면 중2병은 부끄럽지만 풋풋했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중2병 한복판에서 있는 당사자에게 이런 말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을 테다.

 되레 ‘속 터지는 소리’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이들과 씨름해야 할 부모와 선생님들은 더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중2병 시기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을까?

 

 


줄리엣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학자들은 청소년기의 특징으로 ‘상상의 관중’을 꼽곤 한다.

이는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며,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을 말한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들은 다른 이들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다.

 

 

이런 모습은 인격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출지 생각하고,

진짜 그런지를 친구나 부모,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가운데 잘못 생각한 부분은 깨우치고 받아들여야 할 측면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공평한 관찰자는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떤가?

요새 아이들은 정말 시간이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어느 학원에서 버스 광고판에 크게 실은 카피 문구다.

왜 지금 아이들이 부모세대보다 사춘기를 더 심하게 앓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할 능력이 생길 때, 중2병은 치유되어 사라진다.

이러기 위해서는 숱한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꾸준한 반성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사귀면서,

어떤 점이 칭찬받았고 무엇 때문에 비난을 샀는지를 떠올리며 인격을 가다듬게 된다는 뜻이다.

 

 

경쟁에 쫓기는 고립된 영혼들은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 어렵다.

사회는 상처를 심하게 받은 아이들이

영혼이 건강한 친구를 만나는 일을 두렵게 만들기까지 한다.

 

 

‘경쟁 제일주의’ 사회에서 학생들은

이마저도 자신을 ‘인격에서도 열등한 패배자’로 낙인 찍는 것처럼 여길 수 있다.

답답하고 또 답답한 노릇이다.

열 네 살의 사랑에 빠진 줄리엣은 ‘중2병’의 희생자라 할만하다.

그녀의 영혼에 ‘공평한 관찰자’가 자리를 잡았다면,

로미오와 오래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꾸려나갔을지도 모른다.

 

 

줄리엣의 비극을 이 땅의 청소년들이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출처 네이버케스트/철학의 숲/성장을 위한 철학노트 中에서 

전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13&contents_id=24990&leafId=213 

글   안광복 : 홈페이지 http://www.joongdong.hs.kr

       소크라테스처럼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고자 하는 철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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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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