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건강가정지원센터로

강의를 나갔을 때의 일이다.

 

 

비가 온 탓인지 그날따라 경부고속도로는

기흥에서부터 꽉 막혀 정류장을 방불케 했다.

 

 

강의 시간은 다 돼 가고 차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다 보니

침이 마르고 발에 쥐까지 났다.

그런데 바로 옆의 버스전용차선은

너무도 시원하게 뻥 뚫려있는 게 아닌가.

할 수 없다, 벌금을 물더라도 그 길로 달릴 수밖에.

결과는 9만 원짜리 범칙금 두 장에 30분 지각 사태. 각오는 했으나 너무 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감사하다.

재작년 딱 한번 모든 걸 중단해야 할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의 병간호 때문이었는데 강의는 물론

나의 모든 생활이 올 스톱 상태가 되었다.

 

 

당분간 휴직강사가 되어야했다.

그때 하루 단위로 빼곡히 들어차있던 프리랜서의 일감을 끊어야 했을 때,

소소하나 무시할 수 없는 그 돈벌이와 일정기간 이별해야 했을 때,

나중에라도 그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에 나는 불안했다

 

 

2009년 5월 26일, 강남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지역사회교육운동 40주년 기념식장에서

 협의회는 나에게 공로상을 주었다.

사실 내가 크게 공로를 끼친 바는 없으나

아마도 오랫동안 참여했다는 의미에서 주는 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가슴 뻐근할 만큼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숱한 역경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버텨 왔기 때문이다.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강사의 길, 그 길은 누구의 강요 없이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었으며

그 길에서 나는 적지 않은 보람과 행복을 건져 올렸다.

 

 

가장 최근에 천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글쓰기 심화 과정 강의 의뢰를 받고 갔는데,

수강자들은 위촉을 받고 현재 강사로 활동 중인 사람들이었다.

거기에는 10년 전 분당 이마트 문화센터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선생님도 있었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면서 그가 말하였다.

“제가 처음 이마트에서 공부할 때 10년 후엔

 나도 함수연 선생님처럼 엄마들에게 강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꿈이 이루어져 저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데

오늘 선생님을 만나면서 다시 10년 후의 꿈이 생겼어요.

이제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심화 과정을 맡아 하겠다고요...”

 

 

앞으로 10년 후의 꿈을 말하면서

그녀는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랬구나!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본보기로 삼겠다니 더 잘 해야지.’ 하는

 부담감과 그는 이미 청출어람의 단계를 뛰어 넘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한편 서울서 낳고 자란 나는 지방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는데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다 보니 지역마다 절친한 친구가 하나 둘씩 생겨났다.

 

 

여수, 부산, 울산, 부천, 의정부 등등.

처음 시작은 대부분 강사와 수강자의 관계로 만났으나

지금은 동료강사로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

 

 

 더구나 이 친구들은 현재 그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강사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인연을 만들어준 KACE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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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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