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책, 함께 읽어요 2012. 6. 11. 10:22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中에서
[출처: 위키백과]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책,<책은 도끼다> 의 서문에 인용된 카프카의 글이다.
서점에서 제목에 마음이 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저자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지만,
제목을 보고 기대되는 끌림이 있었다.
그 끌림은 분명 나에게도 카프카가 원하는 것과 같은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책을 펼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 기대감.
깨알같은 소소함과 잔잔한 웃음이 다가오게도 하고,
주인공에 동화되어 같이 울고 웃다가 여명을 맞게도 하고,
정신이 멍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끼게도 하고,
읽은 후의 내가 더 이상 읽기 전의 내가 아닌 회오리를 경험하게도 하고,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지게도 하는 책
- 담담한 속삭임부터 아름다운 울림, 충격적인 도끼질에 이르기까지 -
책은 전부 우리를 두드린다.
이 책은 저자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인문학에 대한 열망을 강조한, 창조학교에서의 인문학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철수 / 최인훈 / 이오덕 / 김훈 / 알랭 드 보통 / 오스카 와일드 /
고은 / 미셸 투르니에 / 밀란 쿤데라 / 톨스토이 / 오주석 / 손철주 / 법정스님 ...
외 많은 작가의 책을 소개하고
책마다 인물마다 친절하고 재미있는 소개를 곁들인다.
소개글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책을 읽다보면
여기 소개된 작품을 몇 권이나 사게 될 것이고,
인간과 자연과 문학과 예술이 전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같은 것을 보면서도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시이불견 청이불문 視而不見 聽而不聞.
시청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은 깊이 보고 듣는 거죠.
비발디의〈사계〉를 들으면서 그저 지겹다고 하는 것은
시청을 하는 것이고요, 사계의 한 대목에서 소름이 돋는 건 견문이 된 거죠.
모나리자〉 앞에서 ‘얼른 사진 찍고 가자’는 시청이 된 거고요,
휘슬러 〈화가의 어머니〉에 얼어붙은 건 견문을 한 거죠” (p49) -
알면 보인다. 알면 들린다.
그런데 그 ‘앎’ 이라는 게 책속에 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다.
어릴 때 본 만화 한 편이 생각난다.
큰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가게 된 나쁜 사람이 있었다.
죄가 많아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갇혀 지내는 오랜 세월 세상을 원망하기만 했는데,
어느 날 교도소 도서실에서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책 한 권을 보게 되었다.
책속에서 뭔가를 느낀 그는 그 날부터 무서운 속도로 독서를 했다.
그 후의 스토리는? 당연히..
매일매일 나아지고 착해지고 훌륭해져서,
나중에는 죄수는 물론이고 교도관까지 그를 존경하게 되어
20년 후에 석방되어 그 지방의 정신적 지도자로 평생 봉사하며 살았다...는
정말 만화같은 이야기.
그런데 어릴 때 나는 그 만화가 참 인상적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책을 아주 많이 읽으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뭔가 대단하고 통찰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 책도 그런 내용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의학이나 경영학과 같은 실용학문이 위세를 떨치고 있고,
먹고 사는 문제가 적성이나 정신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문학의 가치에 대해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저자도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의 90 프로는
읽고 느끼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많이 읽어서 많이 알고 느끼고 보아야
경쾌함과 성숙함을 함께 갖춘 촌철살인의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계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힌 선배를 만난 참에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조카의 진로상담을 했더니
“좋은 미술가가 되려면 일단 인문학을 전공하라” 는 답이 돌아왔다.
화가의 손이 아닌, 화가의 정신 화가의 눈을 먼저 연마하라는 뜻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도, 훌륭한 교수가 되기 위해서도,
성공한 CEO 가 되기 위해서도
그 근간은 인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리라.
세상과 잘 소통하여 살아가려면 세상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사람도 역사도 사회도, 신선한 시각으로 본질을 보아야 깊은 공명을 할 수 있다.
예로 들고 싶은 글이 아주 많지만, 건축에서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중구 장충동 3가 27번지, 경동교회..
이곳에 교회를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건축가 김수근은 고민에 빠졌다.
그곳은 경건해야 할 교회가 들어서기에는 세속과 너무 가까운 곳이었다.
건축가는 세속과 경건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래서 건물의 입구를 돌려 세웠다.
소음과 복잡함속에 있던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축가가 만들어 놓은 이 호젓한 길을 따라 돌아 들어 가야한다.
10미터 남짓한 이 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세속의 먼지를 털어낸다.
그래서 교회의 문을 여는 순간 마음속에는 경건함이 자리 잡게 된다.
디자인은 단순한 멋 부리기가 아니다.
디자인은 깊은 생각의 반영이고 공간에 대한 배려다. (p67)-
공감과 울림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은 세상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겸손과 배려도 본질을 알고 이해해야 가능한 것이다.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 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 곳에서 싹이 올라오고
그 새로운 싹 덕분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졌고 그것은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했다.
이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그 울림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저자가 밝힌,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산다는 일은 경쟁도 아니고 성공도 아니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어떤 시인은 이야기한다.
깊고 진솔한 모습들과 만나기 위해, 늘 보던 낡은 것에서도 새로움을 찾기 위해
단순하고 명쾌한 인생의 답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자.
세상이 얼마나 어수선한데,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책을 읽으면서 이슬의 영롱함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자니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본질과 만나 깊은 마음을 가지게 된 개인들이 많아야
더 올바르고 좋은 세상이 되리라는 것을 믿는다.
유난하지 않은 신선함. 그 따뜻한 울림을 우리 함께 공유해보자.
<책은 도끼다>, 이 책을 추천한다.
최소원
가족을 사랑하고, 행복한 가족을 위해
KACE 부모교육프로그램을 수차례 수강하고,
학교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며
늘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엄마이다.
늘 책과 영화를 통해 즐겁게 공부하고, 문화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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