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쯤 몰던 차를 없앤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느낌입니다.

오가는 4시간 정도 책을

실컷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상에 앉아 보기에는 아까운(?) 책을

그 시간에 읽습니다.

그러면 한 주에 두세 권쯤 읽으니

이젠 그 시간이 오히려 즐겁습니다.

놀랍게도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사실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참 어색한 게,

상대를 빤히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눈을 감을 수도 없어서

어디 마땅하게 시선을 두기가 곤혹스럽기 짝이 없지요.

어떤 이는 음악을 듣고 어떤 이는

모자란 잠을 토막잠으로 보충합니다.

신문을 보는 이들도 있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도 저도 할 게 없으면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거나

이것저것 들여다봅니다.

그렇게 앉아서 서로 상대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건 누구에게나 어색합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게 독서입니다.

책을 읽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유심히 관찰해 보면

책을 읽는 이는 가뭄에 콩 나듯, 희귀 종족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한 칸에서 책 읽는 사람을 몇 명이나 목격할 수 있을까요.

10%를 넘지 못할 겁니다.

하기야 한 해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서울 사람만도

3분의 1이 넘는다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오가며 책을 읽고 있던 중에

EBS FM에서 ‘대한민국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의

‘책 읽는 마을’이라는 꼭지를 담당하면서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서점에 가득 쌓인 책 가운데 어떤 걸 골라 읽어야 할지

난감하긴 하겠지요.

책을 고를 안목이 없거나 평소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아서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에만 눈길이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책장에 꽂힌 채 등뼈만 드러낸 책을 고르기가 어렵기는 하겠지요.


지하철 타면서 얻게 된 횡재

저는 책을 읽을 때 가능하면 지(知) 감(感) 용(用)을 조화롭게 하라고 권합니다.

지식과 감성 그리고 실용에 해당하는 책을

한 권씩 골고루 적어도 한 달에 그렇게 3권은 읽어야 하겠습니다.

세상과 삶에 대해 더 너르고 깊은 지평을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입니다.

일본인은 한 해에 10권쯤 읽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특정한 몇몇 분야에서는 거의 따라잡거나 추월해서 우리를 뿌듯하게 합니다.

그러나 훨씬 많은 부분은 아직도 멀었다는 게 냉정한 평가입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열심히 실천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라도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민족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논어’ ‘위정(爲政)편’에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우되 생각하지 (혹은 실천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책은 배움과 생각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보석입니다.

또한 책은 지성과 감성, 그리고 실용에 도움을 줍니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서 다양한 삶과 무수한 사람, 너른 세상을 만나고 배우고 느낍니다.

그 자양분이 내 삶을 튼실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도 책을 외면합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댑니다만

출퇴근이나 기다리는 시간에 짬짬이 책을 읽으면

충분히 가능하니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지하철에서 맞은편 사람과 시선 부딪치는 게 부담스럽고 계면쩍어

어쩔 줄 몰라 하기보다 책 한 권 꺼내 읽는다면 일석이조겠지요.

지하철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책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우리 사회가 훨씬 더 발전할 겁니다. 틀림없이.

무엇보다 개개인 모두에게 유익한 일입니다.

가방에 책 한 권을 늘 지니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자투리 시간 낭비하지 않고 독서하는 일만으로도 삶이 훨씬 더 농밀해질 수 있을 겁니다.

독서는 최고의 ‘상상력 창고’
이제 문맹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컴맹인 사람도 줄어듭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는 ‘책맹(冊盲)’은 오히려 늘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비주얼시대라서 그렇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책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만 주는 게 아니라

삶의 긴 호흡과 너른 시야를 마련해 줍니다.

그것이 쌓이고 숙성되면 상상력도 창의력도 저절로 자라납니다.

책이야말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가장 경제적인 활동이기도 한 셈이지요.


가방에 책 한 권씩은 넣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책을 읽으면 시간을 헛되게 낭비하지 않고 무료하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시집 한 권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한 구간 지날 때마다 한 편씩 읽어도,

사람 기다리는 시간 카페 의자에서 한 편씩 읽어도

우리의 삶은 조금씩 달라지겠지요. 아니, 훨씬 더 달라질 겁니다.

 

 

 

Posted by 에듀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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