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뚝한 칼의 지혜
|김경집| 완보완심 2013. 1. 16. 10:18어떤 스승이 두 사람에게 한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칼 두자루를 주면서 그 칼이 잘 들도록
길들이는 사람을 당신의 제자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날마다 열심히 칼을 갈았습니다.
마침내 검사를 받는 날,
한 사람의 칼은 바람에 스치는 옷깃마저 그대로 잘라낼 만큼
날카롭게 날이 섰지만,
다른 한 사람의 칼은
오히려 내 준 칼보다 더 무뎌지다 못해
뭉툭한 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스승은
날이 무딘 칼을 내놓은 사람을 제자로 삼았습니다.
칼을 갈다가 칼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그 사람은
일부러 칼을 무디게 만들었던 겁니다.
어렸을 때에는 열심히 칼을 갈았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때 날이 잘 선 칼로
누구든 맞서는 사람과
억압하는 못된 사람을 베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정의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자비와 용서는 미처 배우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꺾이는 법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내 칼보다 더 예리한 칼이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칼을 거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칼의 진정한 의미를 꺠닫는
지혜는 그렇게 늦게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입보다 귀를 더 많이 열어두는 법도 알게되었습니다.
나를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을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면서
삶의 진지함과 성숙함을 겨우 알게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주 조금씩이지만 더 너그러워지기 위해
애쓰며 사는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습니다.
- 김경집 [나이 듦의 즐거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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